초능력을 얻었더니 승소가 너무 쉬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박고호
작품등록일 :
2024.07.30 16:53
최근연재일 :
2024.09.16 11:3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02,187
추천수 :
5,717
글자수 :
294,099

작성
24.08.28 11:30
조회
3,594
추천
99
글자
13쪽

제31화. 죽은채비빔밥

DUMMY

바쁜 와중에도 리걸틱톡에 대한 투자를 결정해야 했다.

율무는 일찍 업무를 마치고 공유오피스를 찾았다.


개별 사무실 외에 고객을 만날 수 있는 넓은 로비와 상담실도 갖춰져 있었다.


“내가 투자하고 싶은데, 대출 말고 지분매입방식으로.”

“정말, 네가 내 구세주다.”

지난번 투자 의견을 밝혔을 때 오간 대화다.


공정위 조사 개시로 다들 발을 뺀 상황에서 나타난 투자자니, 구세주라 할 만도 하지.

호구여서가 아니다. 투자촉이 왔기 때문이지.

이제부터 차율무는 엔젤투자자, 훗.


율무는 창가 로비 소파에서 선호와 대화를 시작했다.


“네가 생각하는 기업가치는 얼마야?”

“지난 투자 때문에 회계법인에서 평가받은 금액보다는 낮게 봐야겠지. 아직 런칭 전이라 회원수도 제로니까.”


“런칭하고 곧장 수익이 나는 건 아니잖아. 런칭해서 안정화되면 추가 투자받을 거지? 그때까지 얼마나 필요할 것 같아?” 율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직원 한둘은 더 채용해야 해. 인건비와 홍보비가 대부분이니까, 한 2억?”


율무에게는 큰돈이지만, 투자 세계에서는 정말 작은 돈이다.

하지만 회사규모가 작아서 다행이었다.

투자규모가 컸다면 아무리 성공의 육감이 왔다 해도 기회를 잡기 어려웠을 것이다.


율무는 2억을 투자하고 주식의 25%를 양수받기로 했다.

“다만, 조건이 하나 있어. 콜, 풋, 신주인수권 이런 복잡한 거 말고, 주식양수도계약의 특약으로 사전동의권을 넣고 싶어.”

“사전동의? 경영에 대해서?”


“아니, 경영은 네가 전담해야지. 네가 주식을 매도하거나 경영을 그만두게 되면 나에게 사전동의를 구하고 내가 원하면 내 보유주식도 일괄 매도하는 걸로.”

“아, 내가 엑시트하면 너도 같이 나가겠다는 거야?”

“맞아.” 율무는 방긋 웃었다.


사실 성공에 대한 육감은 <리걸틱톡> 보다는 박선호를 봤을 때 더 크게 왔다. 선호가 이 회사에서 손을 떼면 율무도 투자를 계속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크크크, 날 그렇게 높이 평가하는 거냐? 나와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거구만. 율무야, 정말 감격했다.”

선호는 농담처럼 말했지만, 진심 울컥한 것이 느껴졌다.


“금방 명의개서 절차 밟을게. 고맙다.”

투자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육감은 이미 여러 번 그를 도와주었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순간이었다.

율무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선호야, 네가 작성한 투자제안서에 따르면 수익모델은 변호사회원이 주가 되는 거지? 지금 플랫폼도 그 방향으로 만들어져있고.”


“그렇지. 일반인들에게는 상담시 쓸 수 있는 쿠폰을 줄 거야. 그러니 당분간은 일반인 상대로는 수익이 나기 어렵지. 수익은 광고 배너 정도?”


“그럼 가입 변호사회원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플랫폼 가치가 커지는 거잖아.”


당일배송, 새벽배송하며 출혈경쟁하는 업체들을 보라. 계속된 적자에도 회원수 확보를 위해 계속 투자한다. 일단 회원수 확보가 최우선이었다.


“공익사건 상담 코너를 만들면 어때? 변협이나 서울변회에 제안서를 보내봐, <리컬틱톡>에서 상담해도 봉사시간으로 인정해 주면 되잖아.

초록창 지식상담도 봉사시간으로 인정되는 걸로 알거든. 그래서 변호사들이 거기서 상담 많이 하지. 그렇게 상담하면서 사건 수임 연결되는 건 변호사 개인 능력이니 플랫폼의 변호사법 위반 문제도 없고. ”


“오, 아이디어 괜찮겠다. 난 변호사들 많이 다니는 곳에 광고판이나 붙일까 했는데.”


“플랫폼 이미지도 좋아질 거고. 초반에는 수익성보다는 플랫폼 이름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보면 좋을 것 같아.”


찬영은 율무가 던진 제안에 벌써 플랫폼 구상에 들어갔는지 말이 점점 없어졌다.


그때 누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분이 박대표 투자자셔?”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고 막 왔는지 담배 냄새 심하게 나는 중년 아저씨.


“아, 친구예요. 저희 이야기 중이에요, 허박사님.”

“알았어”

허박사라고 불리는 사람은 조용히 사라졌다.


“누구야?”

“어, 우린 허박사님이라고 부르고 별명은 특허귀신인데, 사실 박사학위는 없는 거 같아. 특허귀신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정밀기계 전문가라는데, 의료기기 영업사원이었다는 말도 있고 기계 제작소에 있었다는 말도 있어. 특허만 수백개를 출원했대.”


선호가 목소리를 낮추더니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 특허를 사가는 회사가 없어. 본인이 회사를 차리지 않는 한 그 특허를 써먹을 데가 없는 거야.”

“상업화가 힘든 특허야?”


“나름 저 업계에서 악명높다더라. 유명 해외업체 기계를 특허 회피설계해서 출원하고 라이선스 팔고, 자기가 만든 특허를 또 회피해서 기능이 비슷한 특허를 만들어서 팔았대. 당한 회사 입장에서는 이가 갈리지 않겠냐?”


특허회피는 흔하다. 특허 전문 사무실에서 특허회피설계를 해주기도 한다. 문제는 생산과 유통, 즉 상업화다.


예를 들어 시중에 판매 중인 의류관리기를 보자.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전자제품을 A사가 출시하자 B사가 외형과 기능이 동일해 보이는 제품을 연달아 출시한다. 특허위반 아니냐고? 의류관리라는 최종목적만 같을 뿐, 기술특허도 다르고 작동 원리가 완전히 다르다.


구미가 당기는데.

연달아 투자각이 제대로 선 것 같다.

이 공유오피스가 투자와 성공의 산실인가?

하하. 율무는 삐져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눌렀다.


마침 율무 주변에는 의료기기 회사를 운영하는 윤실장이 있지 않은가.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마뜩잖아하는 선호를 설득해서 허박사를 마주했다.


“의료기기도 있습니까? 미백레이저요.”


용산에서 휴대폰 구매하는 것도 아니고, 특허쇼핑이라니.

갑자기 무슨 일이야? 싶지만, 일전에 윤실장이 국산 미백레이저 기계를 출시하려 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이거 찾는구만, 이것만 있으면 독일산 수입 기계 십분의 일 가격으로 국산을 만들 수 있지.” 허박사는 서류철 하나를 찾아와 내밀었다.


겉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DermaBright - 광 조사 세기를 조절하여 피부손상을 최소화하는 미백 레이저 기기 및 그 제어방법에 관한 특허』


내용물은 특허명세서일 것이고.


허박사는 RF가 어쩌구 광학조사방식이 어쩌구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놨다.

하나도 이해 못 하겠다.

내가 법리와 판례에 대해 설명할 때 의뢰인들의 머릿속도 이랬을까?

갑자기 의뢰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는 차율무였다.


하여튼 요약하면 이렇다.

현재 미백레이저 중에 가장 고가의 독일 레이저기기와 유사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핵심 특허라고.

그리고 느낌이 좋다.


“나머지 껍데기 디자인이랑 다른 특허는 별거 아니니까, 이것만 있으면 만들 수 있어.”

“얼마에 파실 겁니까?”

“난 실시권, 배타적사용권 이런 식으로는 계약 안해. 특허권 양도만 한다네.”

“그래서요?”

“음···, 한 3천?”


“동종유사특허 다 내놓으시고 앞으로도 이 특허를 회피한 동종제품 특허는 더 이상 출원하지 않겠다고 서약하시면 5천 드리죠.”

“진짜?”


허박사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일명 허박사, 본명 허명박은 놀라운 능력에 비해 잔재주로 사람들을 우롱하여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라 더 이상 아무도 그를 상대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돈 벌 방법이 눈에 보이는 걸 어떡해?


안 그래도 돈도 떨어졌는데, 이런 복덩이가 있나.

허박사는 눈앞의 단정한 인상의 청년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애초에 한 1억 부를 걸 그랬나?

아니지, 요즘 저가 수입산 기계가 판치다 보니, 의료기기 특허를 굳이 사가는 사람도 없다. 매수자 나왔을 때 얼른 팔아야지.


“좋아. 계약서 쓰지.”


율무는 물샐틈없는 위약벌 조항까지 포함한 계약서를 작성해 허박사를 다시 만났다.

허박사가 장난질을 치려다가는 집에 있는 빤스 한 장까지 다 압류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제대로 된 특허 선행기술조사도 없이 5천만원을 태우다니, 미친 거 아니냐고?


터키에 이런 속담이 있다.

「지혜로운 여인이 다리를 발견했을 때 쯤, 정신 나간 여인은 이미 강 건너편에 있다.」


인생에 한 번쯤은 정신 나간 짓을 해도 괜찮지 않은가.

그리고 정말 대박촉이 느껴졌다고.


계약을 마치고 특허권 권리이전등록 신청까지 마쳤다. 특허청의 등록원부가 갱신되면 이제 이 특허는 차율무의 소유다.


그럼 이젠 이 특허가 제대로 특허회피가 됐는지 간단한 스크리닝이라도 해야지.

완전히 엉망인 특허를 내밀면 윤실장과의 관계가 파탄에 이르지 않겠는가.


마침 종민이가 지재권 특화 부티크펌에 다니고 있다.

이 녀석 덕을 보는 날도 오는군.

율무는 들뜬 마음을 누르고 전화를 걸었다.



그리하여 며칠 후 점심시간 역삼역에서 전종민과 신영석을 만났다. 영석이 형은 종민의 부티크펌과 대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로펌에 다니고 있었기에, 거기 간 김에 불렀다.


아, 이걸 잊어버릴 뻔했네. 확인해야지.


“참, 형 로또 됐어요?”

“이 녀석, 네가 알려준 번호 14는 몇 주 동안 나오지도 않더라. 니들 말을 믿은 내가 바보지.”


그렇다. 율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난주 지지난주 로또번호를 확인했고 숫자14가 없어서 안도했다. 그날 14라는 촉이 오지도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지만, 우연히 그 번호가 나올지 걱정도 됐으니까.


이로써 쓸데없는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후후.

율무가 안도하는 사이, 종민의 입담이 이어졌다.


“우리 회사에 고법 부장 출신 파트너 변호사님이 오셨거든. 완전 선비야, 선비. 말도 너무 점잖으시고···, 큭큭, 그런데 농담도 완전 웃겨.”

“판사 출신이 그렇게 유머러스하시다고?”


“아, 웃기다는 게, 두 가지 의미잖아. 정말 재밌는 거와 뭐냐 웃기는 거. 크크크. 예를 들면 지난주 점심에 그분과 주니어들이 다 같이 식사했거든.

부장님이 밥먹으면서 이러시더라?”


종민은 목소리를 쫙 깔고 말을 이었다.


“‘오늘 메뉴는 산채비빔밥인가? 죽은채비빔밥보다는 낫지’. 그러니까 변호사들이 모두 재밌다고 박장대소하고 난리인 거야.

그때 생각했어, 많은 이들 앞에서 저리 말할 수 있는 대담함과 자신감. 저런 게 권력이구나. 나도 저런 권력을 손에 넣고 싶다.”


“괜찮은데? 나도 써먹어야지.”

영석이 형이 핸드폰에 메모하자 종민이 비웃었다.

“형, 저런 걸 권력형유머라고 하거든요. 권력이 없는 사람이 하면 실없는 농담하는 사람 돼요.”

“뭐야?”


모처럼 즐거운 점심이었다. 그리고 종민의 답변도 긍정적이었다.

“특허회피설계 잘했던데? 누군지 모르지만 기계 전문가에 특허에 대해서는 변리사만큼 정통한 거 맞아.”


오호라, 대체 허박사는 뭐하던 사람일까.



***



평일 밤시간임에도 차가 많이 밀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지하철을 타는 건데.

아홉 시가 다 돼서야 겨우 압구정에 도착했다.


구매력 있는 엠지를 타겟으로 세워진 압구정의 세련된 핫플레이스 앤디즈 호텔 vip라운지. 그곳으로 향하는 직행 엘리베이터는 따로 있다.

자동문이 열리고 율무가 1층 로비에 들어서자, 로비 여기저기 서있던 직원 중 한 명이 다가와 상냥하게 물었다.


“어디를 방문하실까요?”.

“vip라운지요.”


“성함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차율무라고 합니다.”


직원은 조용히 율무를 키 큰 극락조 화분으로 가려진 공간으로 데려갔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즐거운 저녁시간 되십시오”


엘리베이터는 빠르게 위로 치솟았다. 여름이 가자, 어둠은 빨리 찾아왔다. 저녁 9시, 통유리를 통해 보이는 널찍한 대로에 빼곡히 늘어선 자동차 불빛에 눈이 부셨다. 다른 생각에 빠질 겨를도 없이 고속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율무가 엘리베이터를 나서자 문앞에 이미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다가왔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미 아래층에서 연락이 간 모양이다.


율무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화려한 바 라운지를 걸어갔다. 잔잔한 재즈 음악이 울려 퍼진다.

해외 유명 건축가가 설계하고 인테리어에 관여했다더니.

중후한 인테리어와 고급 가구 대신 패브릭 벽은 미술작품이 빼곡히 걸려 있었고, 최신 유행하는 칼라풀한 소가구와 모던한 소파가 인상적이었다. 마치 20세기 초반 미국 상류층 저택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세트장을 보는 기분이었다.


소파 좌석은 꽉 차 있었다.

직원은 율무를 바테이블로 안내하고 묵례 후 자리를 떴다.

그 움직임에 바에 앉아 있던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아, 왔습니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능력을 얻었더니 승소가 너무 쉬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주기] 매일 오전 11시 30분 연재합니다. +2 24.08.25 2,818 0 -
50 제50화. 업(業) NEW +4 22시간 전 1,653 94 14쪽
49 제49화. 수습의 사정 +11 24.09.15 2,270 118 13쪽
48 제48화. 로또 +9 24.09.14 2,379 105 16쪽
47 제47화. 사랑도 의리다 +10 24.09.13 2,437 94 13쪽
46 제46화. 수국의 꽃말 +6 24.09.12 2,448 89 14쪽
45 제45화. 사랑의 유의어 +3 24.09.11 2,582 93 12쪽
44 제44화. 그림 +4 24.09.10 2,618 97 12쪽
43 제43화. 대리전 +3 24.09.09 2,740 86 12쪽
42 제42화. 우당탕탕 별헤는밤 +2 24.09.08 2,799 92 12쪽
41 제41화. 대파전 +6 24.09.07 2,781 92 13쪽
40 제40화. 무변촌 +2 24.09.06 2,946 86 13쪽
39 제39화. 오블라디 오블라다 +4 24.09.05 2,998 105 13쪽
38 제38화. 왕좌의 게임 +3 24.09.04 3,069 100 13쪽
37 제37화. YAS! +4 24.09.03 3,132 101 13쪽
36 제36화. 유해인도 +6 24.09.02 3,289 98 12쪽
35 제35화. 로열티 +2 24.09.01 3,426 103 14쪽
34 제34화. 여름이 떠났다 +8 24.08.31 3,510 111 13쪽
33 제33화. 배심원 +4 24.08.30 3,507 108 13쪽
32 제32화. 황소 +3 24.08.29 3,517 98 13쪽
» 제31화. 죽은채비빔밥 +2 24.08.28 3,595 99 13쪽
30 제30화. 죽도 +4 24.08.27 3,611 110 15쪽
29 제29화. 을의 전쟁 +4 24.08.26 3,791 107 13쪽
28 제28화. 제주도 푸른 밤 +2 24.08.24 3,889 109 12쪽
27 제27화. 다섯 가지 제안 +4 24.08.23 3,939 112 14쪽
26 제26화. 인과관계의 법칙 +5 24.08.22 3,929 115 13쪽
25 제25화. 사대문 +4 24.08.21 4,012 119 13쪽
24 제24화. 낭만과 역사가 있는 삶 +3 24.08.20 4,005 118 13쪽
23 제23화. 달콤한 제안 +3 24.08.19 4,123 117 14쪽
22 제22화. 이의있습니다 +2 24.08.17 4,182 11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