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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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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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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우당탕탕 별헤는밤

DUMMY

“왜요?”

“너 목이 빨개.”


율무의 말에 강효인의 눈이 얼른 옆에 앉은 장변의 얼굴과 몸을 훑더니, 장호영의 팔뚝을 잡아 손목을 들어 올렸다. 장호영 손목에서부터 붉은기가 넓게 퍼지고 있었다.


“이래서 간지러웠나 본데?”


“숨쉬기 힘들진 않아?”


알러지의 경우 목구멍이 급속도로 붓거나 기도가 막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율무는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 했다.


“괜찮은데. 저 알레르기 있는 거 몰랐어요.”

장호영은 붉은 두드러기를 보며 신기한 듯 말했다.

참 철없는 놈이다.


둘째 할머니가 나와서 보고 한마디했다.

“아이고, 혹시 옻 올랐나? 저기 마을회관 마당에 참옻나무가 있는데.”


“한 사흘 지나면 괜찮아져.” 큰할머니는 태평한 얼굴이다.


“그래도 얼른 병원 가서 주사 한 대 맞는 게 나아.”

셋째 할머니의 말에 세 사람은 서둘러 일어났다.


“저녁 잘 먹고 갑니다. 할머니 혹시 상담한 내용 궁금하시면 전화 주세요. 아까 그 명함 갖고 계시죠?”


“어여 가, 잘 가.”

세 사람은 서둘러 인사하고 강효인의 차로 이동했다.


“너 괜찮아?”

“네, 그냥 간지럽기만 해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선배님, 가는 길에 응급실이라도 들리죠.”

“그래, 주사 맞으면 금방 들어간다더라.”


강효인은 서둘러 군청 근처에 위치한 지역응급실로 차를 몰았다.

접수를 마친 후 장호영은 베드를 차지하고 수액을 맞기 시작했다.


“휴, 그래도 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다.” 강효인의 목소리에는 안도감이 가득했다.

“그러게요. 괜히 대파전에 혹해서···. 늦었으면 큰일났을지도 몰라요.”

“크큭. 대파전은 잘못이 없잖아. 맛있었어. ”


마음이 놓인 두 사람은 병원 뒤뜰 작은 벤치에 앉았다.

수액을 다 맞으려면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단다.


하늘에 별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별을 보는 것도 까마득히 오래전 일 같다.


별 하나, 별 둘, 별 셋.

별을 헤아리는 데 강변이 침묵을 깼다.


“차변, 내가 소송전담센터에 온 거 놀라지 않았어?”

“아뇨, 선배님은 원래 정주형 센터장님의 최애라고 소문나지 않았습니까?”

“그래? 허, 다들 말을 잘 만든다. 사실 정센터장님 찾아가서 부탁한 거야.”


“그런데, 원래 선배님은 형사사건 전문이지 않으십니까?”

“그렇지. 개업을 해도 요즘 형사전문이 잘된다고 해서. 내가 이야기했지? 나는 돈 때문에 변호사됐고 돈 때문에 완승 왔다고.”

“그러셨죠.”


“이번에, 내 인생 처음으로 내 마음이 원하는 선택을 한 거야.”

“처음이요?”


“어릴 때부터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잘 몰랐어. 원하는 것보다는 부모님이 해주실 수 있는 거, 우리 형편에 가능한 거,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했지. 나는 내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도 몰라.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본 적이 없거든. 그게 습관이 됐어.”


조용한 마당에 목소리가 이어졌다.


“형사 전문을 선택한 것도 마찬가지지. 내가 어떤 소송을 선호하는지 어떤 과목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 사실 공부는 다 잘했으니까. 재수 없나?”


“네, 조금요.” 사실은 정말 재수 없다.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려고. 그런데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더라. 나라는 인간은 취향이라는 게 없는 무색무취한 사람이니까.”


대표적인 육각형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강효인 선배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구나.


“그래도 변호사 일 하는 건 좋죠?”

“성격에 맞긴 해. 변호사 일을 좋아하냐는 생각 안 해봤어.”


강효인은 생각에 잠겼다.


금전적 수입을 차치하고라도, 변호사라는 직업은 좋았다. 꼼꼼해야 하는 것도, 서면으로 차근차근 이야기하는 것도, 밤새 리서치해서 매칭되는 사례나 판례를 찾아내는 것도 자신의 성격과 잘 맞았다.


하지만 소위 정의구현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구원 같은 건 소설에나 나오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공익사건을 진행하다 보니, 마치 사회적 약자를 구원하는 소설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고양감이 치솟기도 했다.


맞다. 변호사의 일 자체가 좋다.


강효인이 계속 생각에 잠겨 아무 말 없자 율무는 마저 말을 이었다.


“제가 언젠가 술을 많이 마셨거든요. 저는 똑바로 걷는다고 생각하는데 갈지자로 휘청이고 있었나 봐요. 뒤에서 친구가 쫓아오면서 계속 저를 붙잡는 거에요.

우리가 배를 타면 직선으로 가는 걸로 보이는데, 뒤를 돌아보면 배가 만든 물길이 구불구불하잖아요. 직선처럼 반듯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면 수많은 굽이와 곡선이 있고··· 그런 게 인생 아닐까요. 선배님도 지금까지 잘 살아오셨을 겁니다.”


“하하, 후배한테 위로를 받으니 부끄럽네. 생각해 보니, 난 변호사인 강효인이 좋아. 다행이네. 지금 와서 변호사가 내 길이 아니었다고 결론 나면 인생 와장창이잖아.”


강효인은 진지한 상황을 무마하고 싶은지 시원하게 웃었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지, 내가 팁하나 줄까? 센터에 간 후로 박정수 변호사님 자주 보나? 박정수 변호사님한테 차변이 꼭 얻어야 할 게 있어.”

“뭔데요?”

“박변호사님 조사팀.”

“조사팀이면, 사설흥신소, 탐정 이런 거 말입니까?”

“응, 요즘 탐정 많잖아. 수준은 천차만별이지. 경찰출신도 괜찮고. 그런데 박변호사님 조사팀은 국정원 출신이야.”

“네?”

“박변호사님이 검사시절에 국정원 파견을 나가셨다더라. 그때 인맥으로 알게 된 거래. 그런데 소개를 잘 안 해주시더라.”



이런 저런 이야기가 이어지는 중에, 핸드폰이 울렸다.

장호영이었다.


두 사람은 장호영을 태우고 어두운 도로를 달려 서울로 향했다.


호영은 수액을 맞고 반점이 거의 들어갔다며, 평소와 같이 씩씩한 모습이었다.


“제가 차가운 도시 남자거든요. 4대째 성동구 토박이입니다. 시골 친척도 없어서 시골에 간 적도 없고요. 그래서 옻알러지가 있는지 몰랐네요.”


“내일 하루 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약 잘 챙겨 먹고 혹시 이상 있으면 꼭 병원 가고, 나한테도 언제든 연락해. 나도 내일 장변한테 연락할게.”


무료상담을 가자고 유혹한 건 자신이었기에, 미안한 마음이 든 율무였다.


“주말 근무시키고 치료까지 받게 하고. 꼭 블랙 로펌같지 않냐?”

강효인이 다시 장변에게 장난을 건다.


“저희 로펌은 블랙이 아니지 말입니다. 블랙에 근무하는 동기들 말 들어보니 장난 아닙니다. 친한 친구 녀석은 지난주엔 클라이언트 상담도 직접 진행했는데, 진상 고객을 만났답니다.”


“진상? 하긴 요즘 소송에 불만 품고 변호사사무실에 불 지르고 흉기난동 부린다더라?”

“그런 정도는 아니고요.”

“그럼 어떤 진상?”


“친구가 클라이언트 상담을 했는데, 클라이언트는 그 법인에 맡기고 싶어 했답니다. 그런데 수임료가 아까워서 어떻게든 깎으려고 이리저리 말을 돌리며 트집을 잡더래요. 그런데 파트너변이 듣고 다른 데 가라고 딱 잘라서 내보냈답니다.”

“오~, 시원한데.”


“파트너변 말은 이랬답니다, 갑질은 진상의 특징이라 있는 쪽 없는 쪽 비율은 비슷하다. 차이점은 진상보다는 받아들이는 쪽에 있다.

받아들이는 우리 입장에선 돈 있는 쪽은 돈 주면서 한 갑질이니 참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돈 없는 쪽이 부리는 진상에게는 염치를 바라게 된다.”


조용한 차 안에서 정호영의 말이 계속됐다.


“돈을 많이 주냐 적게 주냐는 중요한 게 아닌데, 나도 부처 아닌 사람이니까 염치를 바라는 게 된다. 그래서 수임료를 안 받거나 깎아주거나 하면 결국은 염치에 대한 기대치가 있으니까 진상력도 극대화되게 느껴진다. 이러셨대요. 그러면서 결론은 뭐게요?”

“무료변론 하지마라?”

“그것도 포함, 저가수임 하지 마라”


율무는 공익사건으로 무료변론한 사건들이 생각했다. 그 사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율무는 단 한 순간도 불쾌감이나 후회를 느낀 적이 없다. 단순히 김택기씨나 박상민 부녀가 염치를 아는 사람이어서였을까?

그건 아니다.


김택기씨가 주고 간 하트호야가 생각났다.

물기를 잔뜩 머금어 통통하게 자라난 하트.

그 화분을 내밀던 할아버지의 소중한 마음.


“결국은 수임료 이야기네?”

법조선배들은 신규 개업변호사들의 저가수임이 시장질서를 교란시킨다며 극히 경계한다.


“난 파트너변 말이 공감된다.”

너무나도 강효인다운 발언이다.

어쩌면 경쟁이 치열한 변호사업계에 적응 못한 것은 율무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직도 신입변호사들은 블랙리스트 공유하고 그래?”


이미 주니어 연차를 벗어난 강효인으로서는 신입들의 사정이 궁금해졌나보다.


주로 저년차 변호사가 활발히 접속하는 커뮤니티는 율무도 가입된 곳이었다.

어쏘들의 한탄과 처우에 대한 비관과 부정적인 내용이 주를 이뤄 읽기만 해도 피곤해지지만, 소송절차 관련 질문에 답변도 많이 달리고 생소한 법리에 대한 토론도 이루어져 생산적인 부분도 상당하기에 변호사라면 눈살 찌푸리면서 발을 담그고 있는 사이트였다.


“블랙리스트는 있지만 다들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습니다.”

율무가 호영이 대신 답했다.


늦은 시간이다 보니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렸다.



* * *



청담동 고급 일식집 룸.

김승표 대표와 정주형, 곽선미 변호사가 모여 식사 중이다.


“지금 여론은 어떻습니까?”

“홍보 쪽에서 확인한 바로는, 저희쪽 여론이 압도적으로 좋답니다.”


두 사람의 대화에 곽선미가 끼어들었다.

“이게 재벌가 싸움이지만, 가족 관계로 보면 본처와 첩의 싸움이니까요. 여론은 본처 쪽을 드는 게 인지상정이죠.”


정주형이 말을 받았다.

“그러게요. 혼외자 아들이냐, 혼생자 장녀냐, 이걸 아들이 먼저냐 딸이 먼저냐 대결구도로 볼 수가 없는 게, 대한민국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단순한 바람을 넘어선 두집살림, 혼외자 문제에 민감하거든.”


곽선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오죽하면 시앗을 보면 길가의 돌부처도 돌아앉는다는 말이 있겠어요. 만약 이걸 세컨드 자식이 이긴다고 하면, 우리 법이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 이혼에 있어서 파탄주의나 축출이혼을 인용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으니까. ”


축출이혼이란, 한쪽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배우자를 쫓아내는 것. 우리 법원에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허용되지 않는 것도 축출이혼 방지를 위한 취지이다.


법원은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 청구가 불가능하다는 '유책주의' 원칙을 고수하여, 유책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해 왔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김승표 대표가 입을 열었다.

“곧, 우리 언론마케팅을 맡고 있는 나인원에서 분석브리핑을 할 겁니다.”


나인원 컨텐츠그룹은 언론마케팅 대응전문팀이다. 인터넷 댓글에서 여론전을 펼치는 댓글부대도 당연히 보유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 중 손에 꼽히는 대행사로, 필요할 때마다 김대표가 이용하는 곳이다.


“그런데 김관장 측도 언론대응팀 있지 않아요? 일송을 끼고 있는데.”

“거긴 우리와 별개로 알아서 할 겁니다. 김관장과는 투트랙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하긴 홍보전을 펼치더라도 소송대리인이 하는 게 낫죠. 김관장이 노골적으로 관여한 거 알려지면 또 분위기 틀어져요. 가뜩이나 재벌가 이야기라 삐딱하게 보는 시선도 많은데. YS는 주목받지 않는 게 우리에겐 유리하죠.”


곽선미는 정주형의 말에 동조하며 회를 한 점 입에 넣었다.

부드럽고 기름진 참치 뱃살이 입안을 미끄러진다.


“저쪽도 대응팀 끼고 있죠?”

“거기 아주 독한 곳이에요. 유콜컨설팅그룹이라고, 원전 사고 때 대활약했던 곳이라니까요.”

“네, 들어본 적 있는 곳이네요. 그런데 이번에는 어떻게 나오려나 흥미진진 한데요?”


그때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김승표 대표가 입을 열었다.


“나인원 브리핑 때 차변도 부르지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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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제43화. 대리전 +3 24.09.09 2,740 86 12쪽
» 제42화. 우당탕탕 별헤는밤 +2 24.09.08 2,799 92 12쪽
41 제41화. 대파전 +6 24.09.07 2,781 92 13쪽
40 제40화. 무변촌 +2 24.09.06 2,946 8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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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제37화. YAS! +4 24.09.03 3,131 101 13쪽
36 제36화. 유해인도 +6 24.09.02 3,289 9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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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제31화. 죽은채비빔밥 +2 24.08.28 3,593 99 13쪽
30 제30화. 죽도 +4 24.08.27 3,611 1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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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28화. 제주도 푸른 밤 +2 24.08.24 3,889 10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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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제26화. 인과관계의 법칙 +5 24.08.22 3,929 115 13쪽
25 제25화. 사대문 +4 24.08.21 4,012 119 13쪽
24 제24화. 낭만과 역사가 있는 삶 +3 24.08.20 4,005 1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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