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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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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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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왕좌의 게임

DUMMY

“완승은 여기 왜 낀 거죠? 빅펌들 다 혼외자한테 줄 섰는데?”


박건희 변호사의 궁금증을 곽선미가 받았다.


“그건 내가 알 것 같아. 완승이 몇 년 전만 해도 형사 위주였잖아. 기업 법무가 약하지. YS 기업법무와도 큰 인연이 없을 거야. 그러니 김수미 관장 편에서 수임한다 해도 잃을 게 크지 않지.

하지만 김수미 관장 사건을 수임해서 이긴다면? 만에 하나 김수미 관장이 경영권을 확보한다면? 완승은 대박이 터지는 거야. 이걸로 완승이 더 이상 5대 펌이 아니라 더 윗길로 갈 수 있지.”


역시 파트너 변호사라 회사 사정은 어쏘들보다 더 잘 알고 있구나.


“그런데 최도중 회장 사후 경영권은 어떻게 된 겁니까? 어차피 주식은 김수미 관장, 두 딸, 혼외자 아들이 사이좋게 물려받았을 텐데, 김수미 관장은 경영참여를 못했나보네요.”

이번에는 김석준 변호사의 궁금증이다.


“그 부분은 제가 정리했습니다.”

이에 강효인 변호사가 나섰다. 강효인은 미리 센터장의 언질을 받고 법리를 제외한 복잡한 사실관계를 최대한 간단히 정리하고 있었다.


“YS그룹은 다른 재벌가와 다른 독특한 경영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지분구조에 관해 설명하겠습니다.”


강효인 변호사가 프로젝터를 작동시키자 변호사들의 눈이 한 방향으로 향했다.


“YS그룹은 형제경영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창업주가 당시 최태건 회장과 동생인 최태민 부회장이고, 최태건 회장 사후 아들인 최만성 회장이 승계했지만 지분은 최태건-최태민 일가에게 모두 골고루 나뉘어 있었죠.”


강효인이 화면을 다음 장으로 넘겼다. 복잡한 지분구조가 도형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러다 1998년 고 최만성 회장이 유언 없이 갑작스럽게 작고하자 경영권 분쟁에 휩싸일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에 창업주인 고 최태건 회장의 아들들과 최태민 부회장의 직계들이 가족회의를 열었고, 그 결과 최도중 회장이 회장직을 승계한 겁니다. 당시 지주사 역할을 하던 YS건설 지분을 최도중 회장에게 몰아주기도 했고요”


“아이고, 복잡하다. 나는 경영권 이런 쪽은 전혀 모르겠더라.” 곽선미 변호사가 고개를 내저었다.


“하여튼, 이런 식으로 3대째 승계가 되고 최도중 회장 사망으로 4대째 상속이 되면서, 김수미 회장 및 두 딸의 지분으로는 경영권 장악이 어렵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지분을 가진 최도중 회장의 친척들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거죠.”


“그랬는데, 그 가족들이 본처와 딸들이 아니라 혼외자 아들 편에 섰다?”

“왜죠? 그냥 아들이라서라고 하기엔 시대가 변했는데요.”


“노인네들 마음속을 어떻게 알겠어. 여전히 아들 최고! 이럴 수도 있고, 아니면 혼외자 최원일은 아직 미성년자라 어리고 엄마는 연예인 출신이라 경영에 간섭 안 할 테니 자기들 입맛대로 손에 쥐고 흔들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고.”


“하긴, 김수미 관장은 본가도 본인도 녹록지 않은 느낌이긴 하죠.”


사건의 본질을 이해한 변호사들은 각자 의견을 냈다.


“한번 누가 이기나 해봅시다. 전투 의식이 막 치솟네요.”

“마침 김수미 관장 본가가 일성신문 아닙니까? 언론 쪽으로 여론몰이도 가능할 거 같은데.”

“요즘 그런 식으로 모는 것 싫어해요. 대법원에서도 노골적으로 나오면 불쾌해할걸. ”

“하긴 사법권 독립이니 재판의 독립성이니···, 판사님들에게는 금과옥조와 같으니까요.”

“한두 달에 끝날 사건은 아니죠. 천천히 몰아가 보죠. ”

“어차피 대법원 공개변론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넛튜브와 칼럼 같은 데서도 슬 언급하면서 불을 피워보죠.”


승소를 위한 대장정이 시작됐다.



* * *



『법이 현실을 못 쫓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법과 현실 사이의 관련은 쌍방향으로 작용합니다. 법은 사회가 이상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인위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고, 법의 수위를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지는 현실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이런 취지에 따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결은 계속 변경되어 왔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동성동본 혼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동성동본 간에는 혼인할 수 없었으나 동성동본인 혈족 간의 결혼 금지를 규정한 민법 제809조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1997년 7월에 내려짐에 따라 동성동본간에도 혼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간통죄 폐지, 호주제 폐지 등 시대의 변화에 따라 법률과 판례는 계속 변경되어 왔는데요. 아직도 변해야 할 것들이 남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완승 곽선미 변호사님 인터뷰를 들어보시죠.


“(법무법인 완승 곽선미 변호사) 제가 법원에서 판사로 재직할 때부터 느꼈던 문제가 있는데요, 아직도 우리 법률에는 구시대의 잔재가 곳곳에 남아 있다는 건데요. 대표적인 것이 민법에 따른 제사주재자 결정이라고 하겠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여전히 장남이 제사를 지내는 게 맞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서울거주, 63세, 남) 당연히 아들이 지내야죠. 예전엔 여자들은 제사 때 절도 못했어요.”


반면 세상이 변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서울거주, 70세, 남) 요즘에 아들 딸이 어딨습니까. 형편되는 사람이 지내주면 고맙지, 그리고 딸들이 더 일 많이 해요.”


이에 대한 법조계 입장을 더 들어보시죠.


“(법무법인 완승 곽선미 변호사) 제사는 기본적으로 후손이 조상에 대하여 행하는 추모의식의 성격을 가지므로, 제사주재자를 정할 때 피상속인과 그 직계비속 사이의 근친관계를 고려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또한 연령을 최소한의 객관적 기준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연장자를 우선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 미풍양속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실제 장례나 제사에서도 직계비속 중 연장자가 상주나 제사주재자를 맡는 것이 우리의 문화와 사회 일반의 인식에 합치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상 KDS 뉴스 이상민이었습니다.』


“와, 곽변호사님 화면빨 잘 받으시는데요.”

핸드폰 동영상이 끝나자, 장호영이 내용과 상관없는 감탄을 먼저 토했다.


작은 화면에 고개를 박고 있던 차율무와 강효인도 고개를 들었다.


“곽변호사님 말투가 방송에 잘 맞네. 귀에 쏙쏙 박히는데. 그나저나 곽변호사님 열일하시는걸? 하긴 언론노출 싫어하는 변호사는 못봤다.” 강효인은 특유의 시니컬한 표정을 지었다.


세 사람은 카페에서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갑자기 비가 오더니 한기가 느껴지는 날씨가 됐다. 율무는 강효인, 장호영과 함께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가기 전 자주 가는 카페에 들렀다.


“사무실 커피도 맛있긴 한데, 가끔은 위에 뭐가 잔뜩 올라간 것도 먹어줘야 해.”

강효인은 깐깐하고 건조한 외모와 달리 달달한 커피를 좋아했다.

본인은 가끔이라고 주장하지만, 율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자주 달달한 것을 즐겼다.


장호영은 카페인에 약했다.

하루 종일 커피를 들이키는 다른 변호사들과 달리, 오후부터는 카페인을 자제했다. 수면의 질 향상을 위해서란다.


율무는 갑자기 서늘해진 날씨에 목이 아픈 기분이 들어 따뜻한 카페라떼를 주문하고,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며 셋이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 카페는 알바가 자주 바뀌는데, 추측건대 인근 빌딩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로 인해 낮시간 일이 많아서인 듯했다. 그래서 새 알바들이 이것저것 지시받고 교육받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된다.


이날도 커피를 기다리다 보니, 남자 알바생이 새로운 여자 알바에게 이것저것 참견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여자 알바생이 커피를 내리고 위에 뭔가를 그리는 걸 보니, 율무가 주문한 라떼로 보였다.


남자 알바가 컵을 들고 오다가 갑자기 중간에 카운터에 놓더니 커피를 핸드폰으로 찍었다.


뭐지?

율무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다시 커피잔이 이동하여 율무 앞에 놓였다.

커피 위에는 네 개의 잎이 선명한 꽃이 그려져 있었다.


세 사람이 커피를 바라보는데, 남자 직원이 말했다.

“라떼 이쁘죠? 이 직원이 했어요.” 하며 여자 알바를 가리켰다.

“부끄러워, 아이~.” 여자 알바가 몸을 배배 꼰다.


강효인이 얼른 쟁반을 들어 가장 안쪽 테이블로 이동했다.

어이없어 웃는 율무와 달리 장호영은 터덜터덜 걸어와 의자에 털썩 앉았다.


“제 앞에서 뭣들 하는 짓입니까. 꽁냥꽁냥 아주 그냥.”

“귀엽네.” 율무는 알바생들이 마냥 귀여웠다.


“어디 신성한 카페에서 장난질을···. 씁!” 장호영은 뒤늦게 화가 나는지 카운터 쪽을 쳐다봤다.

“좋을 때잖아.” 강효인이 큭큭 웃어댔다.


“슬픕니다. 저와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날 것 같은데, 누구는 일하면서 꽁냥꽁냥 거리고, 저는 하루 종일 서류만 보고···.”


취직해서 한숨 돌리고 회사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장호영은 슬슬 딴생각도 나고 옆구리 시림을 느끼는 모양이다.


“장변호사도 소개팅이라도 하던가.” 강효인이 무심하게 대꾸했다.

“저는 자만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자만추가 뭐야?”

“자유로운 만남 추구, 저는 자연스럽게 알고 지내다가 사귀는 게 좋습니다.”

“자만추를 추구한다···, 이건 잘못된 문장 아냐? 자유로운만남추구를 추구한다니.”


강효인은 별 생각 없이 한 말 같은데, 장호영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강변호사님, 영국 컴브리아주에 토펜하우 언덕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토펜하우언덕이라는 지명을 직역하면, 언덕언덕언덕 언덕이거든요.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샌슨족이 웨일즈 인들에게 지명을 묻자···.” 장호영의 지식 뽐내기가 시작됐다.


내일이 유해인도소송 변론일인데, 결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심은 변론종결을 의미하는데, 재판부가 듣고 싶은 말을 다 들었으니, 이제 변론은 그만하고 다음에 선고하겠다는 뜻이다.


그 사이 언론보도도 몇 번 있었고 간간이 불을 지피긴 했는데, 여론전에 전력을 다하진 않았다. 하지만 법원에 제출하는 서면에는 모든 주장과 쟁점을 다 담고 최선을 다했다. 그래야 대법원에 가서 다툴 여지가 생기니까.


부디 잘 져야 할 텐데.

지금은 졌잘싸, 즉 졌지만 잘 싸웠다는 결과물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강효인과 장호영의 대화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들으며, 율무는 따뜻한 커피를 들이켰다.

알바생이 애써서 만들어 준 아트가 흐트러졌다.



* * *



“곽판사, 여기서 만나네?”

회색 머리를 근사하게 손질한 영국 신사 느낌의 중년 남자가 곽선미에게 다가왔다.


곽선미는 내밀어진 손을 맞잡으며 허리를 깊이 숙였다.

“법원장님, 직접 나오셨네요.”

“하하, 오늘 마지막 변론기일이 될 것 같다길래, 분위기 좀 볼까 해서 나왔지.”


“그러셨군요.” 여유로운 상대방의 태도에 곽선미가 나머지 손을 꽉 움켜쥐었다.


“곽판사가 완승갔다는 말을 전해 들었어요. 옷벗고 다시 법원에서 만나니 재밌고 새롭네. 그렇지?”

“네, 법원 특유의 냄새가 있죠.”


“옆에는 주니어?”

“네, 저희 3년차, 차율무 변호사입니다.”


남자의 날카로운 눈이 율무를 훑었다.


“3년 차면, 아직 배울 게 많겠네. 고생해요.” 남자는 관심을 잃은 듯 대충 율무 방향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럼 화이팅하고~, 언제 밥이나 같이 해요.” 시종일관 여유로움을 풍기는 남자는 뒤에 변호사들을 줄줄이 달고 복도 밖으로 사라졌다.


“저분과 아는 사이셨어요?”

“응, 예전 연수원 민재실 교수기도 했고, 대구에서 같이 근무하기도 했어. 저분은 지법원장으로 퇴직하셨지.”


“담당변호사 지정서 확인은 했습니다.”

보통 변호사들은 소송을 시작하면서 상대방의 위임장과 담당변호사 지정서가 들어오면, 변호사 경력을 확인해 본다.


어느 정도 급인지, 아니면 나와 인맥이 있는지, 습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율무도 유해인도소송의 삼중 측 변호사가 누구인지 체크했다.

삼중은 변호사 여덟 명을 담당 변호사로 올렸더라.


“나도 부장 퇴직했는데, 끝까지 곽판사라고만 부르시네. 으이그.”

곽선미는 내심 분한 듯 보였다.


“아주 여유 넘치신다. 절대 질 리가 없다는 거겠지.”


부장판사 퇴직이든 뭐든 너는 나보다 여전히 아래다. 이 뜻이겠지. 전관출신 변호사들은 퇴직 후에도 여전히 과거 자신의 위치와 영광을 잊지 못하고 그대로 대우받기를 바란다.


“가자, 차변. 이제 공은 우리 손을 떠났고, 선고를 기다리는 것만 남았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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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제36화. 유해인도 +6 24.09.02 3,293 98 12쪽
35 제35화. 로열티 +2 24.09.01 3,429 103 14쪽
34 제34화. 여름이 떠났다 +8 24.08.31 3,513 1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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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제31화. 죽은채비빔밥 +2 24.08.28 3,599 99 13쪽
30 제30화. 죽도 +4 24.08.27 3,616 1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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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28화. 제주도 푸른 밤 +2 24.08.24 3,892 109 12쪽
27 제27화. 다섯 가지 제안 +4 24.08.23 3,941 112 14쪽
26 제26화. 인과관계의 법칙 +5 24.08.22 3,931 115 13쪽
25 제25화. 사대문 +4 24.08.21 4,013 119 13쪽
24 제24화. 낭만과 역사가 있는 삶 +3 24.08.20 4,008 118 13쪽
23 제23화. 달콤한 제안 +3 24.08.19 4,126 117 14쪽
22 제22화. 이의있습니다 +2 24.08.17 4,184 1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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