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급 파일럿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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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DUMMY

유화는 안드로프와 함께 격납고로 들어섰다.

두 사람이 발걸음을 맞출 때마다 차가운 금속 바닥이 울렸다.

안드로프는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가더니 냉기가 흘러넘치는 냉동고에서 작고 투명한 유리병 두 개를 꺼내 그 중 하나를 유화에게 내밀었다.


"이건 제가 아끼는 놈입니다! 아마 어딜 가셔도 구하기 어려울 겁니다."

"감사합니다."


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투명한 내용물. 유화는 그것을 살짝 흔들어보았다가 안드로프에게 물었다.


"그런데 근무 중에 드셔도 되는 겁니까?"

"시베리아에서 보드카는 물입니다! 한 두병으로는 끄떡 없으니까 걱정하시 마시죠! 자, 그럼 격납고로 가봅시다!"


그렇게 말한 안드로프는 꿀꺽 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보드카를 잔뜩 들이키고는 격납고 방향으로 유화를 안내했다.


21층. 격납고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높이였다. 안드로프는 페인트가 벗겨져 가는 난간에 서서 활짝 열린 격납고의 출입문을 가리켰다.

운반 차량 위에서 도크로 고정된 채 실려오는 워록-2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전신이 광택을 반사하며, 마치 무생물이 아닌 생물처럼 당장이라도 움직일 것만 같은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제가 이 기지의 수비대장으로 오기 전에는 아나디르 기지에 있었습니다. 그때 워록이랑 워록-2를 많이 굴렸는데 이런 놈은 처음 봅니다."

"사양이 표준형과 다릅니까?"

"꽤 많은 개량을 받은 것처럼 보입니다. 일단 주요 관절 부의 재질이 전부 교체되어 있습니다. 평범한 마나-티타늄이 아니라 새로운 소재인 것 같은데···정확히 어떤 놈인지 모르겠습니다."


안드로프의 말마따나 유화가 아는 홀로그램 속 워록-2와는 달랐다. 은색을 띠던 관절부는 새카만 금속으로 교체되어 있었고 오른팔의 캐논암 역시 구조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추측하건대 지난번 작전의 실패 후 개발해온 방한 소재 장갑인 것 같습니다. 저희가 따로 전달 받은 정보는 거의 없고 기업쪽에선 닥터께서 아실 거라고 했습니다."


전쟁 초기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적극적인 기술 공유를 할 때와 달리 지금은 기업간의 독자적인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미완성되어 있고 독자적인 기술인 만큼 워록-2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세나로 하여금 알 수 있게 한 것이겠지.


그 사실이 조금 불만스러운 것인지 안드로프는 보드카를 한 모금 넘기고서는 말했다.


"저희도 사양을 자세히 알아야 작전 계획을 짜기 쉬운데 말입니다···."


안드로프의 투덜거림에 유화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마찬가지로 보드카를 한 모금 머금었다.

시베리아의 물이라는 말처럼 도수가 높은 술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청량감. 그가 자신했던 것처럼 어지간히 귀한 보드카인 모양이었다.


"또 하나는 부가 무장입니다. 워록-2에 부가무장이라고 해봐야 어깨에 부착하는 고정 포대나 헤드 발칸 같은 본체에 큰 영향이 가지 않는 것들 뿐인데···."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부가 무장이라고 컨테이너 수십 개가 실려왔습니다. 다 합치면 무게만 4천톤인데 이게 뭐하는 놈인지 참···."


안드로프가 그렇게 말하면서 시선을 내렸다.

유화의 병에 담긴 보드카의 양과 자신의 병에 담긴 양을 슬쩍 번갈아서 본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아무튼, 이건 큰 거고 사소한 것들까지 다 합치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메카에 인공지능도 탑재가 안 되어 있어요. 다 고려하면 보통의 워록과 아예 다른 기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어떤 개량을 거친 물건일까.

유화는 보드카를 삼키며


"뭐, 아무튼! 원래 이런 마개조한 메카와는 어지간해선 작전을 수행하지 않습니다. 기능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고 작전 수행에서 다른 메카와 안맞는 부분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물처럼 보드카를 들이키는 유화의 모습에 안드로프가 눈을 꿈뻑거렸다.


"닥터는 믿을 수 있죠. 오늘 일로 분명해졌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저희, 신뢰를 한 번 다져보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말입니까?"

"간단합니다!"


안드로프가 손에 든 병을 찰랑찰랑 소리가 나게 흔들었다.


"보드캅니다!"




\#




유화를 데리고 사무실로 돌아간 안드로프는 예의 그 냉동고에서 새로운 병을 두 개 꺼냈다.

이번에는 작은 병이 아닌 큰 병이었다. 아예 따라마시기 위한 잔까지 꺼내 유화의 앞에 내놓은 안드로프가 말했다.


"이 한 잔으로 섭섭한 감정은 다 털어버리시는 겁니다!"

"저는 섭섭한 거 없습니다."

"제가 못마땅하시지 않습니까? 감히 닥터의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는데요?"

"그런 거 없습니다. 어차피 제 능력을 한 번은 검증해봐야 했으니까요."


상세한 작전 개요는 CDA 총사령부에서 짜지만, 실질적인 작전의 진행은 유화의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고 CDA를 비롯한 해군이나 기업들은 오직 그를 지원하는 것이 전부였다.


시베리아에서 작전을 시작한 것도 그 밀실에서 시베리아부터 북극해 주변의 거점들을 점령하고 거수의 수를 줄여 게이트를 파괴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된 것 뿐.


만약 유화가 바랐다면 시베리아가 아닌 캐나다 북부나 북유럽에서 작전을 시작했을 수도 있다.


많은 권한을 가진 만큼 증명해야 할 것도 많다.

과거에 증명해온 게 많다고는 하지만, 이미 이런 자격을 얻은 이상 과거 이야기만 할 수는 없었다.


강재구와 이카리, 아티오와 마이키는 몰라도 유리 안드로프 같은 이들은 자신을 모르니까.


시베리아에서 작전을 끝마치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옮겨 활동하기 위해선, 이곳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마침 작전이 한참 진행중이었고 북극 수비대가 뛰어난 기량을 보유한 덕분에 시도해볼 수 있었습니다."


입에 발린 말을 담으며 잔을 비우는 그의 진심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새로운 파일럿 슈트. 실상은 파일럿 슈트보다는 전투용 엑소 슈트에 가까운 물건.


통상적인 파일럿 슈트는 파일럿을 보호하는데 중점이 맞춰져 있었다. 거수의 막강한 힘 앞에 사람은 바람 앞의 등불에 불과했으니까.


실제로 이유나가 콕핏을 공격 받아 중상을 입었고, 슈트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하지만 유화의 몸이 그런 문제와는 거리가 먼 만큼 HG에서는 헌터들이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전투용 슈트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고, 그 슈트가 손에 들어오자 시험해보고 싶을 뿐이었다.


'슈트 자체는 괜찮았지.'


HG는 한정 수량이지만 변형 기술이 적용된 물건을 시중에 판매될 정도였다.

그들의 연구실에는 더 뛰어난 것이 있을 거라는 예상대로 슈트는 시계보다도 더 부드럽고 빠르게 변형되었다.

기능과 성능 역시 상상 이상이었다.


훨씬 거대한 거수를 상대로도 따라잡히지 않을 정도로 빨랐으니까.


유화는 상념을 정리하고서 안드로프를 향해 잔을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


"안드로프 대장, 당신의 능력을 믿기도 했습니다."

"예···? 저를 말입니까?"


말을 주고 받으며 비운 보드카가 벌써 3병이었다.

얼굴이 거나하게 붉어진 안드로프가 발음이 상당히 꼬인 러시아어를 중얼거렸다.


"바이퍼. 그 멍청이가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중요한 자리에 앉혀두진 않을 테니까요."

"허허허허···! 감사합니다!"

"그럼 또 한 잔 하시죠."

"예! 허허허···."


얼음물보다 더한 상쾌한 청량감이 마음에 들어 안드로프보다 더 빨리 잔을 비운 유화는 멀쩡했으나, 이미 안드로프는 헤롱거리고 있었다.

그는 호쾌하게 웃으며 유화와 잔을 주고받다가 이내 책상 위로 푹 고꾸라졌다.


"안드로프?"


커어어···.

이름을 불러도 대답없이 숨만 거칠게 내쉬는 것을 확인한 유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드로프 몰래 확인해볼 것이 있었다.




#




늦은 격납고 밖에서는 차가운 북극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얼음의 대지였다가 툰드라로 변모하였으나 여전히 바람만큼은 시베리아의 추위를 품고 있었다.


"닥터? 대장님이랑 계신 게 아니었습니까?"


함께 헬기를 타고 온 특수부대원 두 명이 워록-2가 배치된 격납고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었다.

두 사람이 눈이 둥그래져서 물어오자, 유화는 옅은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


"죽었습니다."

"예? 아···. 알겠습니다."


안드로프는 아마 지금쯤 책상에 머리를 박고 코를 골고 있을 것이다.

각성자라고 알코올에 면역이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호기롭게 승부를 건 모양이지만, 유화는 그런 각성자들과는 부류가 달랐다.


"격납고 좀 열어주실 수 있습니까?"

"예. 열어드리겠습니다."


두 특수부대원이 셋을 세고 동시에 열쇠를 집어넣었다. 커다란 문고리를 온몸을 써서 회전시키자, 거대한 격납고가 천천히 열렸다.

워록-2가 모습을 드러내자 유화는 특수부대원들에게서 고개를 살짝 숙여 목례를 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세나."

[네. 보스. 분석하겠습니다.]


워록-2를 지나쳐 그 뒤에 놓인 거대한 컨테이너로 향한다.

메카의 개수 자체는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었다. 아예 사용하는 메카 자체가 바뀌어도 하루면 적응할 수 있었다.


유화의 궁금증을 이끈 것은 아테나 프로젝트에 적용될 부가 무장들이었다.

HG에서 워록-2를 지원한 이유가 바로 그 아테나의 무장과 호환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으니까.


최초의 5세대 메카.

최초로 변형 기술이 적용된 메카.


홀로폰으로, 파일럿 슈트로 이미 HG의 변형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는지 아는 유화로서는 그 부가 무장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기대하며 손목을 가져다 대자, 세나가 알아서 컨테이너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기대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었다.


[···보스?]

"왜?"

[뭔가 이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상?"

[컨테이너 내부에 들어 있는 게 없습니다.]


그럴리가.

유화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세나는 시계를 진동시키며 재차 컨테이너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제 착오였습니다.]

"그렇지? 뭐야?"

[아무 것도 없는 게 아니라 형태를 가진 물건이 없습니다. 컨테이너 자체는 꽉 차 있습니다.]

"그래?"


유화는 벽에서 손목을 떼고 컨테이너의 문을 향해 걸어갔다. 자물쇠가 걸려 있었지만 조금 힘을 주자 간단하게 부서졌다.

문을 열자 컨테이너를 빈틈없이 꽉 채운 금속 덩어리가 보였다.


"다시 스캔해봐."


시계와 슈트에 쓰이는 것과 비슷한 재질의 금속. 유화는 그 반질반질한 표면을 쓸어보며 물었다.


"어떻게 쓰는 물건이지?"

[···확정할 수 없습니다.]

"확정할 수 없다고?"

[네. 보스. 변형할 수 있는 형태가 없습니다. 파일럿 슈트는 이미 회로 내에 변형 프로토콜이 존재했습니다만, 이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당황하기라도 한 걸까, 세나가 말을 길게 늘어놓았다.


[비유하자면 거푸집 없이 쇳물만 있는 상황입니다. 이것만 가지고는 당장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당장? 그러면 시간이 있으면 가능한 거야?"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설계하면 가능합니다. 간단한 형태라면 지금도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촤르르륵!

유화가 손을 대고 있었던 컨테이너 속 금속들이 입자로 변형되며 풀려나오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풀려나온 금속 입자들은 유화의 손끝에서 그의 키보다 큰 정육면체 형태로 재조립되었다.


[이런 식으로요.]


세나가 조금 우쭐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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