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급 파일럿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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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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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DUMMY

말이 안 된다.


이유나가 그의 시뮬레이션 내용을 보는 내내 한 생각이었다.


그냥···.

다른 파일럿들에게는 찾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그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


시뮬레이션이라지만 거수는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대한 원본에 가깝게 만들어진다.

원본의 ‘피욜’은 둔하지만 멍청한 거수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눈속임 동작으로 시뮬레이션을 지켜보던 두 사람마저 속게 만들었고, 시뮬레이션 속 거수 역시 속아 넘어갔다.

그것이 눈속임이라는 것을 눈치채기도 전에 선수를 가져왔다.


그 이후는, 일방적인 난타극이었다.

고물이나 다름없는 1.5세대 메카를 가지고 시종일관 거수를 압도했고 애매한 공격은 쉽게 피해냈다. ‘피욜’의 무기인 가시는 반응 속도와 적합도를 이용한 움직임으로 파훼해냈다.


하지만 그런 실력 아래에 무언가 특별한 게 있었다.

기량 자체가 월등히 뛰어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기량을 가지고 있어도 순간적인 판단에서 다른 부분이 보였다.


다만 보이는 것과 별개로.

그게 무엇인지는 도저히 모르겠다.


“어때? 나쁘지 않았지?”

“······예.”

“완벽했습니다!”


김기태의 호들갑스러운 반응에 유화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진중한 모습을 보일 땐 사람이 멀쩡한데···.

칭찬만 하면 저렇게 바뀌는 건가?

혼란스러워하는 이유나를 향해 유화가 물었다.


“데이터는 충분히 얻었고?”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거짓말이었다. 도움은 무슨.

이런 건 따라 하고 싶어도 뱁새가 황새 뒤꽁무니를 쫓는 꼴이 될 뿐이다.


하지만 이유나는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능력에 먼저 의구심을 가진 건 다름 아닌 그녀였으므로.


“···선배님.”

“왜?”

“그게···.”


말을 꺼내 놓고 한참이나 고민하던 이유나가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조언? 나한테?”

“······네.”

“어떤 조언? 나 예비군 11년 차라서 후배님보다 모를 수도 있는데.”

“선배님처럼 싸우고 싶습니다. 아니, 싸우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용기를 짜내서 꺼낸 말.

그러나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이유나가 슬며시 눈을 떠서 그의 눈치를 살폈다.


“나한테?”


되려 그는 의문스럽다는 듯 자신을 가리키며 눈을 둥그렇게 떴다.


“나 뭐 없어. 진짜로.”

“···그래도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내가 해줄 조언이 없다는 뜻이었는데···.”

“그러면 만약 선배님께서 제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하셨을지, 그걸 여쭤보는 건 괜찮겠습니까?”

“내가 말을 해도 후배님이 납득을 할 지는 잘 모르겠는데···그래도 괜찮다면야.”

“괜찮습니다.”


마른침을 삼킨 이유나가 말했다.


“잠깐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




이유나가 유화를 데리고 간 곳은 돔이었다.

콘크리트와 두꺼운 철골 구조물로 지어진, 메카를 보관하는 거대한 격납고.

그 안에서는 한참 메카의 정비가 진행 중이었다.


“···허.”


완편시 정비 중대가 10개 규모라고 했었나.

김기태 소령의 안내를 받으면서 기지를 둘러볼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작전이 종료됐는데도 아직 분주한 이유는 뭘까. 그렇게 생각하던 유화의 눈에 메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메카의 오른쪽 팔의 어깨 아래가 존재하지 않았다.


“제가 임관한 뒤 맡게 된 메카, 제니스 블레이드입니다.”

“오···멋있네. 그런데 요즘은 메카 콜사인도 영어로 짓나?”

“이제 한국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메카를 많이 납품하니까요. 2세대 이후로는 쭉 영어로 짓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1위는 당연히 미국일 거고, 2위는 아마 중국이나 일본이겠지.

그런 괴물들을 뒤따라 잡을 정도면 대체 기술이 얼마나 많이 발전한 거야. 메카를 올려다보면서 속으로 감탄하는 사이, 이유나가 입술을 떼었다.


“이틀 전에, 전투가 있었습니다.”

“···이틀 전에.”


유화가 헌터들과 함께 탑으로 들어간 날이었다.

거수가 양양에 튀어나올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강재구가 입이 아프도록 말했던 그날.


“이 앞 바다였습니다. 다행히 해안선에서 저지하는데 성공했고, 어민들을 비롯해 사상자는 없었습니다.”


메카를 올려다보고 있었던 유화가 시선을 내렸다.

옆에서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어 나가는 이유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오른팔을 꾹 붙잡고 있었다.


“그런데, 메카의 손상이 컸습니다.”

“······.”


열 개의 정비 중대. 메카가 반파 되도 하루면 다시 굴릴 수 있다고 한 강재구의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돔 안의 제니스 블레이드는 이틀이나 지난 지금도 여전히 팔이 없었다.

거의 완파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는 뜻이었다.


“그러면···.”

“저는, 괜찮습니다.”


유화의 시선이 이유나를 향한 순간 그녀는 고개를 저은 뒤 입을 다물었다.


동기화 기술의 장점은 메카를 인간의 몸처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단점 또한 존재했다. 메카와 메카를 조종하는 인공지능과도 의식을 공유하다보니 메카가 파손을 입으면 파일럿 역시 그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


제니스 블레이드 같은 경우라면, 실제론 몸이 멀쩡하더라도 머리는 팔이 떨어져 나갔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유화가 현역 시절 모르핀을 달고 산 이유도 그것이었다.

동기화의 영향으로 입은 부상은 정신적인 피로로 누적된다. 특히 적합도가 높았던 유화는 다른 파일럿보다 그 정도가 훨씬 심했다. 당시에는 특별한 치료 방법도 없었기에 의사는 모르핀이라는 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전투가 끝나고 복귀한 뒤, 그렇게 된 이유에 대해서 쭉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래서 답은 찾았어? 왜 그렇게 됐는지?”

“방심, 했습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린 것인지 이유나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방심. 그러면 기량 부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나 보네.”

“기량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전투에서는···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제 생각보다 질겼습니다. 제 생각보다 더 강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음.”


오만함에서 비롯된 대답은 아니었다.

그리고 정말로 기량이 부족했다면 그 강재구가 차세대 에이스 같은 말을 하지도 않았으리라.


“내가 하는 말이 미친 소리처럼 들릴 거야. 그래도 한 번 들어봐.”

“예.”

“적을 존중해.”

“···그, 괴물들을 말입니까?”

“맞아.”


이유나가 침묵했다.


“그런, 짐승만도 못한 괴물들을···존중하라니요?”


한참 동안의 침묵을 깨고 나온 것은, 유화가 예상했던 것과 똑같은 의아함으로 가득찬 되물음이었다.




#




“이석현 관리관님, 보셔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하아암···왜?”


대한민국 동해를 중심으로 며칠 동안 이어진 작전이 종료된 후, CDA 아시아 지부가 위치한 홍콩 기지에서 시뮬레이터를 관리하던 직원이 이상한 데이터를 발견하고는 그의 상관을 불렀다.

시뮬레이터 관리팀이라고는 하나 작전 중에는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며칠 동안 누적된 피로로 꾸벅꾸벅 졸던 이석현은 하품을 하고는 눈을 비비적거리며 되물었다.


“뭔데? 왜 그래?”

“그···방금 한국에서 시뮬레이터가 작동해서 데이터가 넘어왔는데요···.”

“한국은 벌써 거수들 때려잡고 비상 대기만 하고 있었잖아. 그냥 몸 푼다고 쓴 거 아니야? 그게 왜?”

“그게 좀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한데? 아직도 초짜처럼 데이터 멋대로 해석한 거 아니지?”

“아뇨. 그게 아니라요···무인, 유인 시뮬레이터가 둘 다 가동됐는데 로그인 한 식별 코드가 A1입니다.”


알파를 뜻하는 A. 지금까지 본인의 식별 코드에 A가 포함된 파일럿은 단 한 명뿐이다.

다만 그 파일럿은 11년 전에 실종되었다.


단순한 식별 코드 때문에 누구나 로그인을 하려면 할 수 있지만, 시뮬레이터 실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은 CDA 소속 장교뿐이니 누가 로그인을 했는지 쉽게 한정할 수 있었다.

누가 이런 짓을. 미간을 찌푸리는 그를 향해 이석현이 말했다.


“아, 너는 모르는구나? 강 제독님께서 가끔 그 코드로 로그인해.”

“예···?”

“주기적으로 로그인을 안 하면 식별 코드가 휴면 상태로 전환되거든. 휴면으로 안 넘어가게 주기적으로 로그인하는 것 같더라.”

“······어, 그럼 로그인 하고 시뮬레이션을 하기도 하나요?”

“가끔? 왜?”

“무인, 유인 시뮬레이터가 각각 한 번씩 시행됐었는데 데이터가 좀 이상합니다. 무인 시뮬레이터는 호크아이로 랩터를 때려잡고 유인 시뮬레이터 가지고는 1.5세대 고물로 람다급을 잡고···시뮬레이션이라고는 해도 데이터가 너무 튑니다.”


시뮬레이터에 버그가 있었거나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서 치트를 사용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 그런데 그런 정황까지 보이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시뮬레이션을 시행했다는 뜻. 그렇게 생각해도 상식을 넘어선 데이터였다.


“뭐, 강 제독님 현역 때 기량이면 불가능한 건 아닌데···.”

“동기화율이 72%가 찍혔는데요?”

“그건 또 뭔 소리야?”

“유인 시뮬레이션 동기화율이 72%에요. 이러면 적합도가 거의 90은 넘어간다는 건데 이건 진짜 ‘닥터’만 가능한 수치가 아닌지···.”

“글쎄다. 너무 신경 쓰지 마. 강 제독님이면 남의 코드로 접속해서 그걸로 유튜브를 봐도 아무도 뭐라 못해. 그 ‘닥터’가 돌아왔으면 벌써 난리가 났겠지. 안 그래?”

“······그렇긴 하죠.”


‘닥터’의 실종 직후 있었던 사할린스크 수복 작전, 가장 최근에 있었던 북극 작전 등.

피해가 크거나 실패한 작전이 있을 때마다 상부를 비롯해 CDA 전체가 ‘닥터’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기량이 비슷한 걸출한 파일럿들은 많지만, 닥터는 그들보다 한층 더 뛰어난 부분이 있었다. 반응 속도나 순간적인 상황 판단, 적합도 등.


아쉽게도 직원이 접한 것은 과거의 영상이나 자료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석현은 한국 지부에서 아시아 지부로 넘어온 케이스였다.

한국 우주군 사관학교 3기. 강재구 제독이 마지막으로 파일럿 활동을 한 해, 그를 보좌한 오퍼레이터 출신이었다.


“근데 만약 이 시뮬레이팅 수치가 치트나 버그 같은 게 아니라 진짜일수도 있다는 거잖아요. ‘닥터’는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죠?”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냐. 내가 직접 본 것도 아니고, ‘닥터’ 본인도 아니고.”

“···아. 그렇군요.”

“뭐, 제독님께서 말씀해주셨던 걸로는 프로게이머 출신이라 그렇다는데. 아주 잘나가는 프로였대. 풀 다이브 게임이었는데 그···게임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

“전쟁 전에 유명했던 풀 다이브 게임이면 코스모스 아니에요?”

“아, 그건가?”


뒷머리를 긁적인 이석현이 말했다.


“아무튼 그 게임을 잘했대. 듣기로는 누나랑 같이 세계 1, 2등을 나눠 먹고 아시안 게임에선 금메달을 땄다나. 재능이지, 천부적인 재능.”

“아···.”

“근데 누나가 1등이었다는데 그 누나는 왜 파일럿 안 하나 몰라. 야, 정리 다 끝났어?”

“거의 다 끝났습니다.”

“그럼 끝나면 밥이나 먹으러 가자. 이게 며칠 만에 퇴근이냐···.”

“예!”


업무를 마무리 지은 두 사람이 몸을 일으킨 순간이었다.


삐이이익!


건물 전체에 울려 퍼지는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

거수 출현을 감지한 시스템이 기지에 경보음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아 씹···.”


욕을 씹어뱉은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작전 현황을 알리는 모니터로 향했다.


거수를 뜻하는 세 개의 붉은 점이 동아시아에서 번쩍이고 있었다.

오사카, 울릉도 그리고 강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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