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급 파일럿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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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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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DUMMY

유화는 꽃 한 송이만 내려놓고 금방 다시 관리 본부 내로 돌아왔다. 다른 볼 일은 없었다.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따로 만날 만한 동기들은 모두 제 위치에서 바빴다.

퇴근 시간 전에 복귀한 덕분에 서예나에게 무사히 갔다 왔다는 인사도 전했다.


그리고 저녁.

관리 본부의 당직자가 하는 인원 체크를 마치고 제 숙소 안에서 벽면 디스플레이를 TV 삼아 보던 유화의 귓가를 울리는 소리가 있었다.


강재구.


손목에 찬 홀로폰에서 사람 모양의 홀로그램과 함께 글자가 떠올랐다.

아마 발신인이겠지. 유화는 허공에 떠오른 홀로그램을 터치해 전화를 받았다.


“왜.”

-너는 인마 친구가 처음 전화하는 건데 그냥 딸랑 ‘왜’ 한마디 하는 게 맞냐? 최소한 여보세요 정도는 해야지.

“그래. 여보세요.”

-말을 말자. 야 미친 새끼야, 너 내가 왜 전화했는지 알지?

“모르겠는데.”

-이 미친 상또라이 새끼야! 탑에 다시 들어가겠다고?!

“그걸 어떻게 알았냐.”

-하아···.


한숨과 들릴 듯 말 듯 한 욕설을 씹어 뱉은 강재구가 말했다.


-씨발 내가 그걸 모를까. 위기관리부 애들이랑 일 제일 많이 하는 게 우린데 그걸 씨발 어떻게 모를까. 이 새끼야. 진짜 미친 새끼 아니야. 거길 왜 기어들어 가려는 건데?

“그 안에 뭐가 있는지 내가 제일 잘 아니까.”

-아니 씹, 그러다가 다시 못 나오면 어떡하려고?


한바탕 쏟아내고는 한동안 말없이 숨소리만 내던 그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야 이 쓰벌럼아. 내가 어디까지 알 것 같아?

“뭐 어디까지 아는데?”

-거기 지옥이라는 거.

“그 정돈 아니야. 살다 보면 살만해.”

-벽 보고 얘기하는 게 이런 기분인가? A급 셋을 잡아먹은 게이트가 뭐, 살만해?! 말이 씨가 된다고 하도 또라이 또라이 하니까 또라이 씨앗이 자라서 또라이 나무가 됐구나 니가.

“뭐라는 거야.”

-아무튼.


강재구가 냉정하게 말했다.


-너 진짜 들어가려고?

“어.”

-왜? 이유라도 알자. 내가 이해가 안 돼서 그래.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이 탈옥하고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디? 도망가서 잘 먹고 잘 살았지! 넌 왜 감옥으로 돌아가는 거야?

“오늘 애들 보고 왔어.”


우주군 사관학교 1기 입학생, 243명.

4년이 지나 졸업한 1기 졸업생은 고작 5명.

졸업하지 못한 사관 생도들은 모두 연천에 있는 현충원에 있었다.


“누가 꾸준히 관리를 한 것 같더라. 네가 한 거냐?”

-···나도 했고, 태원이 형도 했고. 서진이 누나도 수도 사령부 가기 전엔 계속했고. 원래 거기 관리해주는 사람도 있고.

“고맙다. 어쨌든 나 찾아온 거기 실장이라는 사람이 그러더라.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권리가 있다고. 그런데 걔넨 못 돌아왔잖아.”


빈 무덤에 묘비만 세워져 있었지만 말이다.


“우리도 우리가 뭐 해야 하는지, 어디 가는 건지 아는 사람 아무도 없었어. 그러니까 그렇게 된 거지. 거기에 뭐가 있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알아. 그렇게 되는 거 막을 수 있다고. 그래서 가는 거야.”

-하.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되냐? 그래서 들어가겠다고?

“그래. 한 번 만이야.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고. 네 말대로 쇼생크 탈출 주인공처럼 잘 먹고 잘 살게 아무 것도 안 할 거야. 네가 말한 복귀도 안 할 거고.”

-···그래?


홀로그램 너머에서 정적이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뭐. 너 좋을 대로 해라. 복귀 안 한다고? 그건 좀 아쉽네.

“근데 탑 들어간다니까 이렇게 지랄을 할 거면 무슨 생각으로 복귀 제안을 한 거야? 탑 들어가는 거랑 모르핀 맞고 골골대는 거랑 비교가 되냐?”

-요즘 모르핀 안 써 인마. 또 현역으로 굴릴 생각도 없었어. 이름만 올려두려고 했지. 야무진 애가 필요하긴 한데, 씁, 하아 뭐, 너는 상징성이 더 크니까. 그것 때문에 그랬지.

“필요한 작전이 뭔데?”

-···아.


저 너머에서 강재구가 미친 듯이 머리를 굴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우스웠다.

유화는 일부러 하품 소리를 내며 지루하다는 목소리를 내었다.


“뭔데? 왜 말을 안해?”

-못 알려줘 이 새끼야. 너 복귀 안 할 거면 민간인인데 어떻게 알려줘. 알고 싶으면 복귀해!

“두꺼비다운 치졸함이네.”

-아 쓰벌 나도 멋있는 거 할걸. 아무튼, 야. 내가 너 찾아가서 말했지. 2주 있다 게이트 열린다고.

“어. 왜?”

-탑이랑 게이트 열리는 위치가 겹칠 수도 있어. 예상 위치는 강원도 양양. 물론 오차도 있고, 탑 자체가 한국에 처음 나타난 거라서 해외 데이터 가지고 예측하는 건데,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결과가 그렇게 나와. 알아둬.

“탑은 지상에 생기고 게이트는 바닷속에서 열리지 않아? 막을 거잖아. 근데 왜 호들갑이야. 이제 언제 생길지도 아는 게이트에서 나오는 거수도 못 잡을 정도로 우주군이 퇴물이 됐나?”

-이 새끼는 사람이 걱정을 해줘도 지랄이야. 혹시 모르니까 조심하라고, 조심!


버럭 소리를 지른 강재구는 킬킬대는 유화를 향해 욕설을 씹어뱉었다.

잠시 후, 진정이 됐는지 호흡을 가라앉힌 그가 말했다.


-그래 뭐, 적응은 잘 하고 있고?

“세상이 많이 달라지긴 했더라. 살기 좋아졌어. 어쩐지 독 두꺼비가 순한 토종 두꺼비가 됐나 했어.”

-하···. 헌터 일 물어볼 사람은 있고?

“어.”

-그래 뭐, 그럼 걱정할 필요 없겠지. 탑이 나름 니 나와바리라는 거지? 잘 하고 와라. 일 끝나면 밥이나 먹자.

“그래.”


전화가 끊어지자 손목 위로 떠올라 있었던 홀로그램이 사라졌다.

유화는 창가로 향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노란 보름달이 시야에 들어왔다.


‘은혜를 입은 것도 사실이니까.’


붉은 달이 뜨는 지옥. 알고 들어온 건 아닐 테지만 미지의 공간에 발을 들인 용기 있는 자들이 있었기에 자신은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그 용기 있는 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 주고 싶을 뿐.


그리고···.


유화는 고개를 돌려 식탁 위에 덩그러니 올려져 있는 쇳덩어리를 보았다.


인공 마나 코어. 검사관의 말대로 몸에서 떨어뜨려 놓으니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마나를 모두 방출했다. 저걸로 몸 상태를 컨트롤 할 수 있다면···.


‘그놈이랑 끝장을 봐도 되겠지.’




#




다음 날 오후.

간단한 신체검사와 적응 프로그램이라는 일과를 끝마친 유화는 숙소 중앙 현관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멀리서 다가오는 박성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걸었다.


“박성호 씨,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음? 가능하다.”


그는 처음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한 손에는 편의점 상표명이 걸린 봉투까지 들려 있었다.

한 가지 어색한 점이 있다면 계절이 여름이라는 점이었다. 푹푹 찌는 날씨에 뒤집어 쓴 후드가 아니었다면 그냥 편의점에서 물건 사고 온 퇴근한 직장인처럼 보일 터였다.

몸이 쇳덩이라는 것만 빼면.


“헌터 일을 하게 됐는데 현직인 사람한테 물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오호, 그런가? 근무 환경은 좋은 편이다.”

“오래 할 생각은 아니라서. 딱 한 번만 뛸 건데, 미리 숙지해야 할 게 있나 해서.”

“흐음···.”


특유의 이모티콘 같은 표정을 지은 박성호가 물었다.


“간결하게 설명하겠지만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다. 괜찮은가?”

“당연히 괜찮지. 내가 물어보는 입장인데.”

“그런가. 아, 혹시 음료수 좋아하나?”

“좋아하지.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유화의 대답에 박성호는 손에 든 편의점 봉투에서 500ml 페트병 하나를 꺼내서 내밀었다.


“투 플러스 원이다.”

“아, 어. 땡큐.”

“내가 음료수를 먹는 거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지 않는 모양이군. 어떻게 그러지?”

“음료수 먹을 수도 있지. 왜?”

“내 몸뚱이가 이런데도?”

“못 먹을 건 없잖아.”


모르핀 중독으로 뱃속이 뒤집어지고 몸무게의 3분의 1이 줄었을 때도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몇 개 있었다.

며칠 전에 먹었던 딸기 스무디도 거기에 추가되지 않을까. 아무튼, 몸이 어떻든 먹고 싶은 음식은 있는 법이었다.


하지만 종족 차별 같은 것을 좀 당한 모양인지 아니면 그냥 감동 받은 것인지, 물결 기호가 많이 들어간 이모티콘 같은 표정을 지은 박성호가 눈물을 흘리는 시늉을 하면서 말했다.


“음, 그리 말해줘서 고맙군. 아무튼 설명을 하자면 먼저 게이트에 들어가는 헌터 팀은 보통 세 가지로 나뉜다. 수색, 공격 그리고 정리. 종류마다 흔히 말하는 ‘국룰’이 다르다.”

“국룰?”

“헌터는 이직이 활발한 직업이다. 어제까지 삼성 길드에 소속되어 있었던 헌터가 오늘은 한화, 내일은 국가직 헌터로 일할 수도 있지. 그렇기에 헌터 전체가 공유하는 몇 가지 룰이 있다. 국가직 헌터 팀도 보통은 이 ‘국룰’에 따르는 편이다.”

“아아···.”

“일단 그대는 정리는 아니겠지. 그 정도 무력으로 정리팀에 들어가는 경우는 잘 없으니까. 혹시 어떤 팀에 들어가는지 알 수 있겠나?”

“탑에 들어가는 거라서, 아마 수색 쪽이 아닐까.”

“······탑? 한국에 나타난 탑 말인가?”

“어.”


박성호의 모니터에 느낌표 두 개가 떠올랐다. 그는 약간 흥분한 듯 고조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그 탑의 3차 수색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다. 같이 임무 수행을 하게 될 모양이군.”

“오, 그래? 좋은데?”

“기대되는군. 아무튼 수색팀에 들어가게 됐으니 수색팀의 룰로 설명하겠다. 먼저 12방위가 있다. 1부터 12까지의 숫자를 헌터들에게 부여하여 시계 방향으로 진형을 짜고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다만 탑은 극도로 위험하기에 이보다 더 빽빽하게, 내 예상으론 숫자를 36까지 부여할 것 같군.”

“알겠어. 그리고?”

“숫자가 부여된 헌터는 그때부터 자신이나 다른 헌터를 지칭할 때 숫자를 사용해야 한다. 가령 7번을 부여받으면 호출명도 7번이 되고 호출을 할 때 자신을 7번이라고 한다. 두 번째로 수색팀은 단독 행동이 금지다. 최소한 근접한 번호를 부여받은 헌터의 시야 내에서 행동해야 한다.”


7번이면 6번이나 8번의 시야 내에서 행동하라. 말을 이해한 유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 번째로 수색팀 내에선 항상 공격보다 수비가 우선이다. 날뛰지 말라는 뜻이지. 이렇게 세 가지 대전제가 있고, 게이트의 종류에 따라 또 달라지는 게 있지만 탑은 처음이기에 국룰 자체가 없다. 해외 헌터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임무는 성격이 독특하기에 아마 위쪽에서 작전을 상세하게 구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엔 작전 계획서를 봐야 안다?”

“음. 상세한 작전 계획서가 나오면 그때 함께 검토하지. 모르는 게 있다면 그때 설명해주겠다.”

“오케이.”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간 후.

정확히 3일 뒤에 도착한 작전 계획서를 본 박성호는 모니터에 이모티콘을 한가득 띄웠다.


“이런 작전 계획서는 처음 보는데···허.”


총인원은 160명. 수색팀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인원수.

박성호의 예상대로 서른여섯 명의 헌터에게 숫자가 부여되어 있었다.

그의 숫자는 4번. 그리고 유화에게는 숫자가 부여되어 있지 않았다.


“위쪽에서 귀인에게 거는 기대가 큰 모양이군.”


유화는 A급 헌터 네 명과 함께 공격팀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그것도 유화를 중심으로 2차 수색팀의 연락이 끊긴 지점을 뚫어내는, 제일 중요한 임무가 맡겨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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