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로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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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영운
작품등록일 :
2024.07.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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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DUMMY

로건은 천천히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에 익은 곳.

블레어 성의 지하 감옥 4동 중 한 곳이었다.


‘치료는 해놨네.’

몸에서 포션 냄새가 희미하게 났다.

목에는 마나를 빨아들이는 구속구가 채워져 있고, 천장에 박힌 수정구는 희미한 빛을 뿌렸다.

그리고 맞은 편에 갇혀 있는 마법사는 물끄러미 자신을 보고 있었다.

감옥 사이의 통로는 좁은 편, 대화를 넘어 얼굴까지 잘 보였다.

같은 상황.

두 로건과 마법사는 그것만으로도 친밀감이 유대감이 생기는 중이었다.


“갇힌 사람은 그대뿐이오?”

“더 있었는데 죽었소.”

“혹시 내가 여기 갇힌 지 얼마나 되는지 아시오?”

“두 시간 정도 되었소. 그나저나 몸은 괜찮소?”

“그럭저럭······. 난 로건이오.”

“레온이오.”


로건은 그레이의 말을 떠올려 봤다.

그는 밴든 2명이라 했고 모두 마법의 재료로 쓰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하에 갇힌 마법사는 밴든 학파가 맞을 것이다.


“당신은 밴든 학파요?”

레온은 움찔했다.

“어떻게 알았소?”


로건은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저놈이 얘기해 주더군.”

“그렇군. 마법사 그레이는 오래전 돌아가신 내 스승님과 다툰 적이 있소. 그래서 난 그레이를 잘 알고, 그레이는 밴든을 잘 알지.”

잘 안다고.

로건의 눈이 반짝했다.

“이름이 그레이였군. 난 이곳의 사정을 알고 싶소, 그대가 이곳에 갇힌 이유도. 나도 얘기해 주겠소. 그리고 난 이 성을 무너뜨리고 싶소.”

레온은 로건을 빤히 보다가 말했다.

“내 사정이야 별것 없소. 밴든에 원한을 품은 그레이가 나를 잡아 왔으니까. 그런데 성을 무너뜨린다고 했소? 불가능하오. 놈은 저주에 특화된 무서운 놈이오.”


그레이는 백 살에 가깝고, 그 세월 동안 평생 저주 마법에만 몰두한 흑마법사.

설령 로건과 자신이 힘을 합쳐도 그를 이기긴 어려웠다.


“저주에 특화? 그럴 것 같았소.”

저주는 자신과 관계없다.

그레이가 저주를 쓰지도 않았지만, 기억에 남는 마법 2개뿐이었다.

파이어 실드.

그리고 마나를 빨아들이는 염력이다.

그렇게 난리를 치면서 싸웠는데도 그레이는 끝끝내 다른 마법을 쓰지 않았다.

로건은 그레이가 다른 마법을 감추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그래서 혹시 싶어서 물어보았다.

“그레이가 어떤 마법을 사용하는지 아시오? 저주는 빼고 말이오. 파이어 실드와 마나를 빨아들이는 염력은 겪어보았소”

“후후, 알지. 염력은 마나 핸드란 마법이오. 나머지는 파이어 볼과 파이어 실드가 있고.”

“달랑 3개? 다른 건 없소?”

“내 스승님의 말씀이 틀림없다면 그것 말고는 없소. 나머지는 별 볼 일 없는 마법이오.”

“흙의 마법도 사용하던데? 지하의 석벽은 보았을 테고, 입구에서도 사용하더군.”


레온은 고개를 저었다.

“그레이의 마법이 아니오. 오래전 이 성에 설치된 마법을 빌려 쓰는 거요. 지하 입구의 석벽은 한번 나타났으니 마법의 힘은 끝났소. 입구도 사용했으면 끝이고.”

로건은 기뻤다.

‘정말 그것뿐이라고? 이제 기습적인 마법에 당할 일은 없군.’

파이어 실드는 익스플로전 2방이면 되고, 파이어 볼은 맞부딪히거나 피하면 끝이다.

또 마나 핸드는 염력 종류라서 실드를 미리 치고 있으면 튕겨 나간다. 아니면 외부에 마나를 잔뜩 두르고 있거나.


레온은 로건이 말을 하지 않자 몸을 돌려 앉았다.

“그대는 10일 동안 의지를 약화하는 물약을 아침저녁으로 먹을 것이오. 그 후에는 의지를 꺾는 작업에 들어가지.”

“그럼 그 작업이란 건 아침에 받소, 점심에 받소?”

“저녁이오. 포션을 마시고 잠들면 다음 날 회복이 되니까. 몸조심하시오.”

“고맙소.”


* * *


로건은 목에 손을 대었다.

마나를 빨아당기는 구속구.

마나 보유량이 절반 이하로 내려갔으나 1/5 이하로는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 마나 회복 속도 20% 효과인 것 같았다.


‘구속구를 제거하면 마나는 금방 차올라, 구속구는 됐고. 아공간도 잘 되고······ 어디 있어?’


로건은 성 바깥의 패밀리어도 연결해 보았다.

까마귀와 야생마는 로건이 마련한 비밀 장소에 있었다.

블레어 성과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꽤 은밀한 곳이었다.


‘부를 때까지 거기 있어.’

완전하게 패밀리어 화는 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사오일 정도는 패밀리어를 안 건다고 마법이 끊어지지는 않는다.

카반을 떠나면서부터 계속 마법을 걸어서, 패밀리어가 어느 정도는 진행이 되어 있었다.


로건은 천장을 바라보았다.

은은한 빛을 내는 수정구가 박혀 있었고, 그 주위를 날벌레들이 날아다녔다.

벽을 기어 다니는 이름 모를 벌레들도 제법 많다.

그는 날벌레 몇 마리에게 패밀리어를 걸었다.


‘살펴봐.’

자물쇠로 잠긴 지하 창고의 안을 탐색하지는 못해서, 잠긴 창고에 틈이 있는지 다시 찾아보게 했다.

또 1, 2, 3층의 움직임도 확인해 나갔다.


로건은 아예 돌아누워 있는 레온을 바라보았다.

유일하게 남은 밴든 학파의 마법사. 그렇다면 밴든에 가담해도 크게 구속당할 일이 없었다. 기본이 서열 2위니까.

‘이렇게 되면 어지간하면 들어가야지?’


로건은 레온을 불렀다.

“안 자면 얘기 좀 합시다. 난 탈출할 방법이 있소. 마나구속구도 제거할 수 있고.”

레온은 움찔하더니 일어나 앉았다.

“그게 정말이오?”


로건은 자세하게 얘기했다.

블레어 성의 구조, 인원.

바깥에서의 탈출로와 몸을 숨길 여러 장소.

외부와 내부에 다 있는 패밀리어.

포노 농장의 비밀.

그리고 그레이의 마법까지 다 알았으니 이제 그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까지.


‘로건의 말이 사실이면 탈출은 어렵지 않아. 그러나 그레이는 고급 수준의 저주를 익히고 있어. 절대로 못 잡는데. 그래도 꼭 잡겠다면······.’


레온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했다.

그레이가 뺏어간 스승의 스태프를 되찾고, 그 기능을 활성화해서 로건과 힘을 합친다면 반드시 이긴다.


‘무슨 수로 스태프를 되찾는다고. 설사 찾아도 어떻게 기능을 활성화해. 실력 부족이잖아.’


“레온, 그리고 난 이런 것까지 되오. 탈출은 쉽다니까.”


레온은 얼굴을 붉히고 있다가 로건이 아공간에서 포션과 회복제를 꺼내자 눈이 확 커졌다.

“허공에서? 방금 아공간 마법을 썼소? 아공간은 마나가 없이는 못 여는데, 그대의 목에 찬 마나 구속구는 고장이란 말이오? 아공간은 밴든만이 알고 있는 마법. 그대는 다른 왕국 사람이오?”


로건은 회복제와 포션을 레온 쪽으로 굴려주었다.

“밤이 길어질 것 같군. 일단 드시오.”


* * *


그렇게 이틀이 흘러갔다.

그사이 로건과 레온은 굉장히 가까워졌다.

두 사람은 탈출할 방법에 대해 의논했고.

쓰는 마법이 비슷해서 마법 토론도 자주 했다.

그럴 때마다 레온은 감탄했다. 실력과 기초 지식이 자신을 훨씬 능가하고 생각하는 모든 방식도 신선했다.


“레온, 기분이 어떠시오?”

“후후······ 나간다고 생각하니 속이 다 후련하오.”


감옥 탈출은 내일이었다.


“그대를 고문하는 남자가 꽤 봐주는 것 같던데. 그 남자는 살려줘야지 않겠소?”

“그래야지. 그는 나에게 잘해 주오. 우습지만 넉 달이나 부대끼다 보니 그렇게 되더군.”

레온은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그 남자가 그레이는 내일 포도를 수확하러 간다고 했는데 정말 사실일지 모르겠소. 이 정보가 틀렸으면 우린 낭패를 볼 거요.”


로건은 수확이 코앞인 포도 농장을 직접 봤기에, 정보가 사실임을 알았다.

“사실일 거요. 내 패밀리어는 그레이가 성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아무 걱정하지 마시오.”


레온은 자신을 위로하는 로건을 물끄러미 보았다.

학파의 스승들이 죽고 20년 이상을 혼자 지내다가 이런 호의를 받으니 마음이 쏠린다.

로건을 학파로 끌어들여 함께 커가고 싶은 마음이 무척 컸다.


‘우연히 공간 마법과 아공간을 얻었고 학파가 없다라······. 더구나 목숨까지 구해주는데 이런 사람을 밴든으로 안 끌어들이면 누굴 끌어들여.’


지금 상황에서 탈출은 쉽다.

그러나 로건은 그레이를 잡으려고 한다.

레온은 그레이의 무서움을 잘 알기에, 놈을 제어할 다른 방법도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정말 그레이를 칠 거요?”

“그렇소. 이젠 나 혼자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레온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레이는 내 원수요. 함께 하겠소. 말했다시피 스승님의 스태프에는 봉인 공간이 달려 있소. 난 수준이 낮아서 아직 활성화할 수 없지. 그대가 그 기능을 열어주시오. 그러면 당신이 그레이를 붙잡고 있는 동안 내가 그레이를 스태프에 가두겠소.”


스태프에 달린 공간은 독특했다.

일단 그 속에 갇히면 스스로는 절대 빠져나올 수 없었다.


“스태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마법을 가르쳐 주겠소. 그대라면 바로 이해할걸? 스태프를 개방해서 그레이를 잡읍시다. 뭐하러 힘들게 잡는단 말이오. 쉽게 갑시다.”

“그러면 좋지. 그런데 내가 밴든의 마법을 배워도 되겠소?”

로건은 조심스러웠다.

마법이 귀하다는 것을 체험하며 살았던 터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레온은 어깨를 으쓱했다.

“안 될 게 뭐요? 밴든은 나 혼자뿐인데.”


* * *


감옥에 갇힌 지 사흘째.

나른한 오전이었다.

로건은 패밀리어와 감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까마귀를 블레어 성에서 멀리 떨어진 숲속에 두고, 그레이가 포노 농장으로 출발하는지만 확인하려는 것이다.


레온은 초조한 표정으로 손을 쥐었다 폈다 했다.

그때 1층에서 은은한 소음이 들렸다.

“아.”

“이건.”

로건과 레온은 서로를 동시에 쳐다보았다.

레온이 씩 웃었다.

“1층 입구 철문이 열리는 소리요. 드디어 나가는군.”


그레이는 노예 5명과 함께 블레어 성을 떠났다.

로건은 10여 분 동안 가만히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북쪽으로 가는군. 길도 맞고. 포노 농장으로 가는 게 확실하오.”


그렇게 두 사람은 묵묵히 기다렸다.

포도 농장까지는 마차로 대략 3시간.

그 시간에 맞추어 움직이려는 것이다.

그렇게 한 시간쯤이나 더 지났을까.

로건은 날벌레로 주변 상황을 파악한 후 아공간에서 단검을 꺼냈다.

“2층까지는 조용하군. 그럼 시작하겠소.”


레온이 마른침을 삼켰다.

마나 구속구는 비교적 두껍고 거의 통짜로 된 철이다. 마나가 없이는 자를 수 없는데.

챙.

그런 걱정이 허무하게 마나구속구가 잘려 나갔다.

레온은 가볍게 손뼉을 쳤다.

“우리를 이렇게 내버려 두다니. 그레이는 정말 자신의 마나 흡수 마법을 너무 맹신한다니까!”


‘언락!’

로건은 감옥 철창에 달린 자물쇠를 마법으로 풀고, 건너편 레온의 감옥도 마찬가지로 열어주었다.

레온의 구속구도 단검으로 잘라냈다.

그러자 레온의 마나 홀이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건은 아공간에서 스태프 2개를 꺼내어 그중 하나를 레온에게 주었다.

그것은 멀링가의 내성에서 얻은 것들이었다.

“스태프까지! 멋지군!”


로건은 웃으며 말했다.

“마나부터 보충하시오. 난 4층에 가서 마법 물품을 가져오겠소.”

그의 귀속 아이템들은 그레이가 가져갔다.

5㎞ 바깥에 있으면 눈앞에 나타나는데, 나타나지 않는다.

그건 아이템들이 아직 블레어 성에 있다는 뜻이었다.


“마나 보충? 아니오. 내 마나가 생각보다 빨리 차오. 같이 갑시다.”

“하하, 괜찮겠소?”

“잔챙이들쯤이야. 물론이오.”


로건과 레비테이션으로 날아 지하 입구에 도착했다.

레온도 염력으로 따라와서 그의 옆에 섰다.

“함정이 없겠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봅시다.”

파앙.

레온의 스태프에서 작은 에어 볼이 튀어 나가 입구의 공간을 휘저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안심하고 지하를 벗어나 1층으로 올라왔다.

성 내부는 이미 날벌레가 다 파악해 놓았다.


1층은 입구에 바깥에 경비 2명이 있고 홀은 텅텅 비었다.

2층, 3층은 10명씩.

4층에는 20명 정도가 계단 입구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었다.


1, 2, 3층까지의 정리는 순식간이었고.

바로 4층이 시끄러웠다.

로건과 레온.

마법사들이 나타났으니, 양 떼 속에 사자가 뛰어든 꼴이었다.

곳곳에서 석벽이 내려오고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효과가 없었다.

석벽이 시간을 버는 사이 적을 막을 능력자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도 없는 것이다.

두 사람은 4층을 발칵 뒤집다시피 하며 조사에 들어갔다.

이 와중에 로건은 저주받은 단도를 든 노예 3명을 찾아내고, 단도들을 파이어 볼로 지져서 고철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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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17 24.09.16 11,590 35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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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화 +25 24.09.14 13,370 347 13쪽
48 48화 +64 24.09.13 14,370 36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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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23 24.09.06 17,506 4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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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21 24.09.04 18,481 49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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