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님 피티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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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빙환상
작품등록일 :
2024.07.3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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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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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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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화재

DUMMY

# 21화











"칠순아, 너 정도면 동탄에서 모르는 트레이너는 없다고 봐도 되겠지?"


최칠순은 긴장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형님."


백도진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칠순아, 혹시 동탄에 이름이 천마... 인 트레이너가 있나? 성은 모르겠고."

"천, 천마요?"

“그게 별명일 수도 있어. 아니면 '천'이 성씨고 '마'가 이름일 수도 있고."


백도진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의 눈초리가 칼날처럼 최칠순을 향했다.


"그래, 천마. 이름이 천마인 트레이너 말이야. 들어본 적 있니 칠순아?”


최칠순은 식은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동탄 지역의 모든 트레이너들을 떠올려 보았지만, 천마라는 이름은 없었다.


"죄송합니다, 형님. 그런 이름의 트레이너는 처음 듣습니다. 천씨는 몇 명 알고 있습니다만. 이름이 천용찬, 천지희, 천준서... 대충 이렇습니다."


"그래? 흐음, 정말 이상하군... 그 놈이 분명 자기 이름이 천마라고 했다는데."

"형님, 혹시...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백도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의 눈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그 놈 때문에 우리 코어원의 예산지부가 박살 났다. 블랙 코어가 하루아침에 무너졌어! 제길, 우리 코어원의 명성에 금이 갔다고!"

"네? 그게 무슨? 그... 무투(武鬪)집단인 블랙 코어가 전멸했다구요?"


최칠순은 잠시 숨을 멈출 정도로 놀랬다.

코어원 하부 조직 중, 가장 전투력이 뛰어난 블랙 코어가 무너졌다고?

그것도 하루만에? 이건 군경이 나서지 않는 이상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칠순아. 너도 믿기지 않겠지. 나도 처음엔 그랬어. 하지만 현실이야. 한 놈이 해냈어. 단 한 놈이!"

"궤멸이요?"

"그래, 모든 멤버들이 뭐에 씌였는지 스스로 자수했다. 그 덕에 예산 경찰서에 박아 놓은 우리 끄나풀들도 모조리 잡혔고. 제길! 이제 우리 조직은 예산에는 발도 붙일 수가 없게 되었어! 예산의 모든 경찰들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우릴 쫒고 있다고!"

"형님, 그게 가능한가요? 네? 전원이 자수를 한다고? 혹시... 그 정도 실력자라면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 아닙니까?"


백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함께 묘한 흥미가 깃들어 있었다.


"그게 더 화나는 일이지. 알 수 없는 놈이야.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일 등록으로 온 젊은 트레이너였다고 하더군. 그리고... 자기 이름을 천마라고 소개했다고 하고.”

"일일... 등록이요?"

"그래,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야.”


백도진은 분한 듯 주먹을 꽉 쥐었다.


"그 사람에 대해 더 아시는 건 없습니까?"

"이 미친놈이 애들을 전부 병신 만들어 놓고 자신은 동탄에서 트레이너로 일한다고 말했다더군. 자신에게 오면 PT를 싸게 해주겠다고 말하며 애들을 비웃었고. 큭!"

“동탄?”


잠시 생각에 잠겼던 최칠순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형님. 그런 이름은 처음 들어봅니다."

"그래? 칠순아. 설마, 너 만일 그게 거짓이면..."

"아, 아닙니다! 전 형님을 속일 생각은 꿈에도 없습니다!"


백도진은 잠시 최칠순을 노려보았다.


"알았어.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최칠순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저기... 형님."

"그래, 칠순아."

"죄송하지만... 이제 저 좀 놔주십시오. 제가 손 털고 나온 지 벌써 10년입니다. 10년."


백도진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가 이내 누그러졌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아, 알고 있어. 네가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것, 잘 알고 있지. 하지만... 칠순아."

"네?"

"마지막으로 딱 한가지만 부탁하자. 혹시 그 천마란 놈 말이다. 찾으면 내가 섭섭치 않게 사례할 테니까. 꼭 찾아라. 알겠니?"


최칠순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습니다, 형님."


레스토랑을 나서는 최칠순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밤공기가 차갑다 못해 서늘했다.

찾겠다고 한 이상, 찾지 않으면 칠순 자신이 위험했다.


"천마? 대체 누굴까. 그리고 왜 하필 천마란 이름을 쓰는 거지? 미친 놈인가?"



##


예산 백중원 시장.

넓은 주차장 한켠에 마련된 가설무대.


『올해 용감한 시민상 수상자, 설현우 님!』


환한 조명과 함께 이름이 호명되자, 설현우는 긴장한 듯 심호흡을 내쉬며 무대에 올랐다.


“감사합니다. 시장님.”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 숙여 인사하는 그의 모습에, 곳곳에서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설현우 군,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불법 약물 판매 조직 검거에 결정적 도움을 주셨다고 들었어요. 우리 예산 시민들을 대표해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예산 시장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주차장에 울려 퍼졌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미약하나마 예산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설현우는 단답형의 멘트로 간결하게 답했다.

자랑스러운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박영숙은 조용히 눈시울을 적셨다.


"아이구, 영숙아. 네 아들, 어쩜 저렇게 말도 잘하니! 아이고, 늠름하다 늠름해."


코찔찔이에서 어느덧 당당한 어른이 되어버린 자신의 아들.


"그래, 그 조그맣던 녀석이 어찌 저리 큰 인물이 되었을꼬.”


예산시장 박경택은 시민들을 향해, 다시 한번 박수를 유도했다.


“자! 다시 한번 청청도시 예산을 지켜낸 이 아름다운 젊은이에게 다 같이 박수를 보냅시다!”


[짝짝짝짝짝]


모두들 박수를 치고 있는 바로 그때.

갑자기 설현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아니? 이게 뭐지? 이 이상한 냄새는?'


갑자기 퀴퀴하고 매케한 냄새가 설현우의 후각에 읽혔다.

코끝을 스치는 매운 맛의 칼칼한 냄새.


‘이건 설마··· 가스?’


내공을 되찾은 후로 설현우의 후각은 개의 코에 비견할 만큼 무척 예민해져 있었다.


'아니? 이 정도면 상당한 양일 텐데?’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설현우는 침착하게 남은 식순을 마쳤다.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무대를 내려오며 현우의 가슴은 점점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냄새가 더 퍼지고 있어. 불길하군. 내려가자 마자 당장 이 냄새의 근원지를 살펴 봐야겠어.’


바로 그때.


『콰앙!』

“으아아아악!”


미로처럼 설계된 예산 백중원 시장 건물 안쪽.

갑자기 그 곳에선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시뻘건 화염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이게 무슨 일이지?”

『콰과과광!』


다시 한번 굉음이 울렸다.

이어, 예산시장의 광장의 하늘이 검붉은 연기로 가득 찼다.


“으아아아악! 불이야! 불! 불이 났어요!”

“꺄아아아악! 어서 이 곳을 나가야 해!”


한 눈에 보기에도 무척이나 급박한 상황.

예산시장의 골목 사이 사이엔 이미 불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었다.


"살려주세요! 내 옷에 불이!"

“엄마! 엄마아!”


귀를 째는 비명소리, 아이들의 울음 소리.

사방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화르르르르-』


1분밖에 안 지났음에도 화마(火魔)는 예산 시장의 모든 가게들을 연속해서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가게, 우리 가게가!"


붉은 불꽃은 기어이 건물의 지붕을 타고 올라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건물 전체가 이글거리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모닥불을 연상케 했다.


『쨍그랑!』

『퍼엉-』


불길에 휩싸인 건물의 유리창이 차례로 깨지며 더욱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마치 헐리우드 재난영화에서나 볼 법한 엄청난 양의 불꽃이 마치 화산재처럼 하늘 높이 치솟았다.


“도와주세요! 우리 가게가, 다 타 버리고 있어요!”


이 거센 불길은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지옥을 방불케 하고 있었다.


『설현우씨. 여기서 뭐합니까? 위험합니다. 어서 빨리 피하세요.』


누군가 화재현장을 지켜보던 설현우의 팔을 강하게 낚아챘다.


"정경위님?"


설현우를 제지하며 불쑥 나타난 건 예산경찰서 소속 정경수 경위였다.

두 사람은 지난번 헬스클럽 사건이후, 꽤 가까워져 있는 상태.


“설현우씨! 위험해요. 지난번처럼 괜한 공명심 발휘하지 말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요! 여기는 우리 공무원들이 해결할 테니.”


예산의 최고 베테랑 경찰 정경수. 하지만 지금, 이 베테랑의 눈동자엔 공포가 가득했다.


“어서 돌아가요. 지금 소방차가 지금 진입을 못하고 있어요. 여기 정말 위험합니다.”

“네? 소방차가 진입을 못하고 있다구요?"

“접근조차 못 하고 있어요. 저 망할 놈의 불법주차 차량들 때문에.”


『쿠쾅!』


갑작스러운 폭발음이 한 번 더 시장 안을 덮쳤다.


"김 순경, 어서 남은 시민들을 대피시켜! 시민 여러분, 지금 여기서 이렇게 한가하게 폰으로 동영상이나 찍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다들 주차장 밖으로 이동하세요!”


정경장의 지시를 받은 순경들이 허둥지둥 뛰어다니며 시민들을 제지했다.


『여보세요? 네, 여기 예산시장인데요. 큰 폭발 사고가 났습니다』

『대전서죠? 당장 소방헬기를 띄워 주세요. 급합니다!』


시민들과 상인들의 전화가 119에 빗발쳤다.

하지만.


"팀장님, 저 불법 주차된 차들 좀 보세요. 완전 도로를 막아버렸습니다”

"저런 미친 놈들 같으니, 이 좁아 터진 길거리에 초대형 캠핑카를 박고 사라져 버리면 어떻게 해! 야, 빨리 본부에 연락해서 대형 견인차 있는 데로 다 차출 하라고 해!”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의 차들로 인해 꽉 막혀버린 골목을 보며 소방관들은 그저 애만 태우고 있었다.


“저기 저 차들, 더 이쪽으로 못 들어오게 해. 화재가 났으면 차를 돌려야지. 왜 계속 이쪽으로 오고 지랄인데 지랄이! 불구경이 무슨 예산의 특산품 관광 코스야?”


불법주차 된 차뿐만 아니라, 백중원 시장에 가기 위해 도로 위 빼곡히 늘어선 관광객들의 차들이 구조 현장으로의 접근을 이중으로 방해하고 있었다.


"김 소방관, 저기 저 불법 주차 차량 그냥 이 소방차로 밀어붙여!”

“안 됩니다! 그럼 저희가 돈을 물어내야 할 텐데요?”

“정신 차려! 지금 그게 문제야? 이대로는 살수차 단 한 대도 못 들어 간다고. 너 임마, 저 시장안에 대형 고압 가스통이 매설되어져 있는 거 몰라? 그게 터지면 예산 시장 자체가 아예 사라져 버릴 거야!”


대부분 예산 출신인 소방관들은 고향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불법 주차한 차량이 워낙 많았던 탓에 시장을 지킬 수 있는 골든타임은 점점 더 줄어들어만 갔다.


바로 그때.


"도와주시오. 제발, 제발. 저기, 내 손녀가!"


한 노인의 애끓는 절규가 예산시장에 울려 퍼졌다.


"우리 지혜가, 우리 지혜가 저 골목안에서 못 나왔습니다! 누구라도 제발, 제발 도와 주시오!"


노인은 마치 실성한 듯, 바닥에 주저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애원했다.


"할아버지, 여기 계시면 위험하십니다. 얼마 안 있어, 시장 지하에 매설된 고압 가스통이 폭발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당장 피하셔야 합니다!"


어디선가 다급히 달려온 소방관이 그 노인을 일으켜 세웠다.


"어르신, 손녀분은 저희가 책임지고 구해드리겠습니다. 자. 어서 대피 하십시요."

"저리 비키게. 이 손 놓으라고!"


소방관의 권유에도 노인의 절규는 멈출 줄 몰랐다.


"내가 그걸 어떻게 믿어? 소방차가 아직 이 근처에 도착도 못했잖아. 흐흐흑. 제발 누구라도 좀 도와주시오. 우리 지혜가 저 골목 안에 있다니까!"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불길을 향해 뛰어가려는 노인을 소방관들이 간신히 제지하고 있는 바로 그 때.


"아니? 저 분은?"


모친을 안전하게 귀가시킨 설현우는 다시 예산 시장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그의 시야엔 노인과 소방관들의 실랑이가 보였다.


"아니? 저 분? 지난번 수덕사에서 뵈었던 그 할아버지?"


『누구라도 좋으니 우리 지혜를 좀 살려주시오! 안 되겠네. 나라도 들어가야겠어. 아이고, 우리 손녀 죽는다. 이 놈아! 이 손 놓아. 놓으라고!』


현우가 보기에 노인은 이미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뭐지? 시민들이 모두 대피한 것이 아니었어? 뭐? 저 할아버지의 손녀가 저 불길 속에 있다는 건가?"


설현우는 그 즉시, 불길 안의 여성을 구하기로 결심했다. 이건 단순히 공명심이나 의협심 같은 것이 절대 아니었다.


"나에겐 이젠 내공이 있으니까."


설현우는 십 분의 일이나마 내공을 찾은 상태. 그는 최소한 죽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제가 구하러 가겠습니다. 할아버지, 손녀분이 어느 쪽에 있나요?"

"저 쪽, 골목 안 술 파는 거기, 상점 부근에 있을 거야."

"이름은요?"

"지혜, 지혜라고 하네! 천지혜!"


경찰들과 소방관들은 즉시 설현우를 제지했다.


“설현우씨, 안 됩니다. 지금은 소방관들도 들어 갈 수가 없어요. 불길이 너무 강합니다. 게다가 조금 있으면 지하에 매설된 고압 가스가 터질 지도 모른다구요.”


“네? 뭐요? 고압 가스?”


고압가스란 말에 설현우는 더욱 주저 없이 불길 속으로 다가갔다.


"천지혜씨를 구하려면 지금밖에 시간이 없습니다."

"이봐요. 젊은이, 안 돼요!"

“저 사람 잡아. 저러다 죽는다고!”


소방관들의 제지하는 소리가 멀어지는 가운데, 현우는 날렵한 움직임으로 불길과 연기 사이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천지혜씨!”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방관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아연실색.


"저 사람? 뭐야? 미친 거야? 방화복도 없이? 제 정신이야?"

"저 젊은이는 도대체 누구야? 소방관도 아닌 것 같은데?"


한편.


“으윽, 불길이 너무 강하군.”


뜨거운 열기가 설현우의 얼굴을 계속해서 때려 댔다.

설현우는 팔로 이마를 가린 채, 실눈을 가늘게 뜨고 계속해서 골목안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골목 어딘 가에... 천지혜씨가 있다고?"


백중원 시장 내부는 이미 거대한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특유의 좁고 미로 같은 구조 탓에 불길은 순식간에 가게와 가게 사이로 번져 버린 상태.


“그래. 이 정도 거리면 이젠 내 모습이 저들에게 보이지 않겠지?”


현우의 몸이 경찰관들과 소방관들의 시야에서 사라졌을 바로 그때.


“그래. 이런 거대한 불길을 상대하려면.”


순식간에, 설현우는 전신의 내공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열화풍진(熱火風塵)!"


외마디 외침과 함께 현우의 주먹에서 푸른빛 기운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 강렬한 기운은 마치 불길을 잡아내는 소화기의 분사처럼, 설현우 앞을 가로막은 화마를 거꾸로 밀어냈다.


“당장, 내공을 최대로 써야 해!”


이 기운은 순식간에 설현우의 전신을 휘감았다.

마치 투명한 갑옷이 그를 감싼 듯한 모습.


"천지혜 씨, 어디 계십니까? 제가 반드시 구해 드릴 테니 소리가 들리시면 꼭 대답해 주세요!"


현우는 열화풍진의 힘으로, 맹렬한 불길을 뚫고 나아갔다. 뜨거운 열풍에 숨이 턱턱 막혔지만 설현우는 절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콜록콜록... 천지혜씨, 어디 있어요? 들리면 대답 좀 해봐요!"


하지만.

힘겹게 전진하고 있는 설현우의 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때였다.


[콰다다다당-]


돌연 불에 달궈진 철근이 휘어지며 설현우의 머리 위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열화 풍진!』


설현우는 순간적으로 내공을 끌어올려 쏟아지는 철근과 불길을 간신히 막아냈다.


“크윽, 내 어깨. 제길, 너무 뜨겁군. 윽, 이건 또 뭐야?”


그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철근 잔해의 불똥들을 남은 내공을 모아 필사적으로 튕겨냈다.


"천지혜씨? 어디 있어요! 내 말이 들리면 제발 대답 좀 해봐요!"

『화르르르르!』


이 끝 모를 불길은 마치 살아있는 듯했다.

현우가 한 줄기 불길을 잡을 때마다, 열 개의 새로운 불길이 맹수처럼 사납게 그에게 달려들었다.


"제길, 내공만 충분했더라면 이 정도 불은 단숨에 꺼버릴 수 있었을 텐데. 콜록, 콜록. 큰일이군. 이러다간 폐가 남아나질 않겠어.”


겨우 10%만 회복된 내공을 열화풍진에 모조리 쏟아부은 탓에, 어느새 현우의 폐는 유독 가스로 인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콜록콜록. 폐가 연기로 가득 차버렸어. 제길, 이대론 이제 얼마 못 버틸 텐데!”


현우는 내공을 번갈아 가며 운용해 자신의 폐를 간신히 보호하고 있었으나.


"하아, 하아... 이제 숨을 못 쉬겠어. 어쩌지?"


설현우의 내공은 어느새 거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살려주세요.』


어디선가 희미하게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여기요, 누구라도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제발!』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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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천관우의 방문 +2 24.09.15 255 11 13쪽
48 압살(壓殺) (2) +2 24.09.14 304 13 15쪽
47 압살(壓殺) (1) +2 24.09.13 353 16 13쪽
46 디아나볼(Dianabol) +3 24.09.12 388 13 14쪽
45 연예인 라이프 +2 24.09.11 417 13 13쪽
44 CF 촬영 +3 24.09.10 451 12 15쪽
43 최칠순의 과거 +2 24.09.09 495 12 16쪽
42 코어원 +2 24.09.08 529 15 13쪽
41 팀장 회의 +4 24.09.07 567 16 13쪽
40 자객과의 데이트 +1 24.09.06 597 20 13쪽
39 금괴의 용도 +2 24.09.05 618 17 13쪽
38 팀장 승진 +1 24.09.04 659 16 15쪽
37 부산 직관(2) +2 24.09.03 698 14 15쪽
36 부산 직관(1) +1 24.09.02 735 16 17쪽
35 우수사원 +1 24.09.01 750 15 15쪽
34 선금 입금 +3 24.08.31 767 14 15쪽
33 크라이오 테라피 +3 24.08.30 784 15 13쪽
32 재활 드림팀 결성 +2 24.08.29 797 14 14쪽
31 내공 업그레이드 +2 24.08.28 806 14 13쪽
30 후폭풍 +1 24.08.27 818 13 15쪽
29 다음주 예고 +1 24.08.26 821 15 14쪽
28 혈영마선 +1 24.08.25 839 14 12쪽
27 재회(3) +1 24.08.24 843 14 14쪽
26 재회(2) +1 24.08.23 861 17 16쪽
25 재회(1) +1 24.08.22 897 15 16쪽
24 역주행 +1 24.08.21 922 15 17쪽
23 와이스틴 천지혜 +2 24.08.20 935 18 13쪽
» 화재 +3 24.08.20 942 2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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