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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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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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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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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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4)

DUMMY

“자기야 빨리!”


깊숙이 더 깊숙이

율리안과 로레인은 갈리포드의 뒷골목을 내달리고 있었다.


‘함정일까?’


하지만 알면서도 가야 했다.

쥐를 잡기 위해 쳐진 덫이라도 상관없었다.


‘우리가 보통 쥐새낀가.’


도망자와의 거리가 빠르게 좁혀졌다.

아무리 발이 빠르다 한들

엘프의 핏줄을 이어받은 그녀보다 빠를까?


“잡았다 요놈! 어라?”


드디어 6일간 자신을 미행하던 녀석의 정체가 드러났다.

로레인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로레인을 미행한 사람은 너무나도 앳된 소년이었다.


“로레인? 잡았어? 어라?”


율리안이 로레인을 따라잡았을 땐 그녀와 같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로레인이라니 자기야? 자기는 나랑 신혼여행 와서 딴 년 이름 말하고 싶어?”


“어? 그렇지. 미안 미셸. 얘야?”


율리안이 소년을 바라봤다.

꾀죄죄한 몰골.

앙상하게 패인 볼.

다 떨어진 슬리퍼까지.

전형적인 빈민가 소년의 모습.


“헛다리네. 돌아가자. 미셸.”


“오빠! 지금 나 못 믿는 거야? 얘가 6일 동안 우릴 감시했어. 처음엔 내가 예뻐서 그런가 했는데 아니었어.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계속 우릴 감시했다고.”


율리안은 로레인을 바라보는 소년을 살폈다.

확실히 로레인을 흠모해서 따라다닌 표정은 아니었다.


“잠깐 얘기 좀 할까?”


율리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소년이 허리춤에서 작은 단도를 꺼냈다.


“갈리포드는 대화를 칼로 하나?”


“으아아아아!”


소년이 율리안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눈먼 단도에 상처 입을 만큼 율리안은 무르지 않았다.


따콩.


“악!”


소년을 제압하는 데는 손가락 하나면 충분했다.


“친구야. 하나만 물어보자. 왜 도망간 거야?”


“.......”


“네가 입을 닫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의심은 커진다.”


그럼에도 소년은 대답하지 않았다.


“자기야.”


로레인의 귀가 쫑긋했다.

“이쪽으로 오고 있어.”


“몇 명?”


“5명. 아니. 10명. 15명. 더 늘어나고 있어.”


율리안이 소년을 바라봤을 때 녀석을 피식 웃고 있었다.


“미끼 맞았네.”


치즈는 던져졌고 쥐를 사로잡을 덫이 오고 있었다.


“아이고~ 거 우리 동네 귀한 아이를 괴롭히면 어떡합니까?”


질 나쁘게 생긴 왈패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꺅! 자기야 나 무서워.”


로레인이 율리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후욱. 후욱. 후욱.”


이틈에 사심을 챙기는 로레인.


찌릿.


아름다운 여인이 잘생긴 남자의 품에 안긴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깡패인 나.

주위를 둘러보면 땀내 나는 남자뿐.

그들은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화나면서 슬프다.’


“당신들 뭐야?”


“우리? 이 동네 주민.”


“우릴 여기 부른 이유는?”


왈패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녀석이 율리안과 로레인을 천천히 뜯어봤다. 목에 걸린 금목걸이며 귀에 걸린 귀걸이, 팔찌까지. 팔면 며칠은 놀고먹을 장신구들이 즐비했다.


“뭘 어째? 죽여야지. 얘들아.”


왈패들이 달려들었다.


“누나. 일할 시간이야.”


“어머! 오빠도 참. 누나라니. 누가 보면 오해하겠다.”


“누나.”


“하. 진짜 너는 여자한테 맞춰주는 법부터 배워야 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로레인이 허리춤에 걸린 단도를 뽑았다.

왈패들이 날아들었다.

그럼에도 율리안과 로레인은 여유로웠다.


“친구야. 잘 봐라. 나쁜 짓 하면 어떻게 되는지.”


율리안도 새벽을 뽑았다.


***


율리안과 로레인이 6일간 밖에서 활동했다면

아드리안은 6일간 방에 파묻혀 자료만 파고들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카타리나는 아드리안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남편이 죽기 전까지의 일정, 주변 관계, 특이 사항, 다른 귀족들이 죽은 날짜와 죽인 방법, 사인까지. 아드리안은 이 모든 자료를 검토했다.


‘도대체 뭘까? 무슨 연관이 있을까?’


아드리안은 자료를 읽고 또 읽었다.

그녀는 기록의 힘을 믿었다.

보고 또 보다 보면 보이지 않던 단서가 튀어나오곤 하니까.


“아악!”


하지만 어디 그 길이 쉽겠나?

아드리안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자신이 제 발로 걸어온 자리다.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6일이 지나도록 자신은 율리안에게 그 어떤 도움도 되지 못했다.


“앙!”


폭.


우타가 아드리안의 머리를 앞발로 톡 건드렸다.

쥐어뜯지 말라는 의미.


끼익.


그리고는 머리 좀 식히라며 창문을 열었다.


휘이이잉.


바람이 불고 책상에 있던 종이들이 바닥으로 흩어졌다.


“우타!”


아드리안이 신경질을 냈다.

하지만 우타도 기죽지 않았다.


“앙!”


우타가 아드리안의 옷소매를 물어 창가로 끌어당겼다.

며칠째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어가며 자료를 본 아드리안이었다.

우타의 입장에선 걱정되는 게 당연.

잠들게 할 순 없어도 맑은 공기는 마실 수 있게 해줄 수 있었다.


펑!


“빨리!!!”


제법 고집스러운 표정을 지은 우타가 아드리안을 계속해서 잡아끌었다.


“앉아!”


“어머? 리드하는 남자야?”


“빨리!”


아드리안은 우타의 모습이 퍽 귀여워 못 이기는 척 창가에 앉았다.


휘이이이잉.


다시 한번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좋네.”


로레인이 숨을 있는 힘껏 들이마셨다.

그리고 잡념을 털어내듯 날숨을 뱉었다.

그녀가 턱을 괴고 아래를 바라봤다.


“이 좋은 곳까지 와서 이게 뭐 하는 짓이람.”


아드리안은 조금 후회했다.


‘하루쯤은 즐길걸.’


율리안의 말이 맞았다.

이 좋은 경치를 앞에 두고 방안에만 있자니 너무 아까웠다.


“우타. 미안해. 나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내 역할은 누나를 지키는 거니까!”


“그래도 나가고 싶지 않았어?”


“조금은. 여기는 마차가 없으니까. 걷기 좋을 거라 생각했거든.”


“그러네. 여긴 마차가 없네.”


아드리안이 턱을 괴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바다에 부서지는 윤슬.

해수욕을 즐기는 젊은 청춘.

조깅하는 주민까지.

정말 마차 한 대 없는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어?! 잠깐!!!”


아드리안이 갑자기 일어나는 탓에 우타가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하지만 아드리안은 우타를 돌볼 여유가 없었다.

그녀가 빠르게 자료를 훑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이곳에 오고 일주일간 마차 지나가는 소리를 못 들었어. 왜지? 귀족들이 그렇게 많은데?’


아드리안의 죽은 카타리나의 부군

질리언 스위랜타의 자료를 다시 살펴봤다.

그의 행동반경은 단순했다.

집무실에서 집무를 보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가끔씩 영지로 나가 영지민의 목소리를 듣는 게 전부.


“우타. 이리 와 봐.”


아드리안이 우타를 불렀다.

우타가 뒤뚱뒤뚱 걸어와 책상 앞에 앉았다.


“어떤 거 같아.”


아드리안이 가리킨 건 질리언의 영지 순찰 일지였다.


“음. 모르겠어. 규칙적이지가 않은데?”


“정확해!”


아드리안이 주안점을 둔 부분도 이거였다.

질리언은 정해진 날마다 영지를 나가지 않았다.

어떤 날은 1주일에 2번.

어떤 날은 1주일에 3번.

어떤 날은 1주일간 나가지 않은 적도 있었다.

아드리안이 귀족 명부를 살폈다.


‘이 사람은 아니야. 얘도 아니고. 얘는 너무 어려.’


아드리안이 소거법으로 귀족들을 걸렀다.

이곳에 오래 있어도 의심받지 않으며

성을 의심 없이 드나들 수 있으며

질리언의 옆에 붙어 있어도 전혀 의심스럽지 않은 사람.


‘찾았다!’


명단의 이름을 본 순간 아드리안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종이를 찢어 주소지 하나를 적었다.


“우타. 율리안한테 전해줘.”


***


한편, 율리안과 로레인을 습격한 20명의 왈패는 두 사람 앞에 일렬도 가지런히 도열해 있었다.


“친구야? 이름이 뭐니?”


율리안과 로레인을 유인한 소년은 율리안 옆에 차렷 자세로 서 있었다.


“맥심입니다!”


“맥심. 이 패거리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됐지.”


“한 달입니다!”


“그동안 뭘 시켰지?”


“밥, 빨래, 청소, 소매치기를 시켰습니다.”


“살인은?”


살인이란 말에 맥심이 움찔했다.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살인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건 아직 살인해 보지 않았다는 의미.


“한심한 놈이지. 살인도 못 하는 겁쟁이!”


이때 혀에 피어싱을 한 녀석이 무릎을 꿇은 채 이죽거렸다.


“넌 살인 해봤나보다?”


“당연하지. 그걸 말이라고....”


놈은 말을 채 잇지 못한 채 율리안의 새벽에 그대로 절명했다.


“히익!”


맥심이 겁을 잔뜩 집어먹었다.


“자 여기서 살인하지 않은 녀석은 일어나라.”


모두가 눈치를 보며 망설였다.

그때


“저요! 전 살인하지 않았습니다.”


머리부터 목까지 문신을 길게 한 녀석 하나가 손을 들며 당당히 일어났다.


서걱.


그 남자의 목도 떨어졌다.

율리안은 읽을 수 있었다.

그의 영혼이 격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워... 원하는 게 뭡니까?”


이때 얼굴이 고블린처럼 얍삽하게 생긴 놈 하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정보.”


“제가 아는 선에서 모두 말하겠습니다!”


“이름이 뭐지?”


“그냥 편하게 두포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아? 그래. 두포 잘 봐?”


율리안이 새벽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촤악!


두포에 양옆에 있던 장정들의 머리가 일제히 떨어졌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도합 19개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왔다.


“히익!”


두포와 맥심이 기겁했다.

사람의 몸에서 빠져나온 영혼이 새벽으로 스며들었다.


지이이이잉.


포만감을 느낀 새벽이 검신을 부르르 떨었다.


“말 안 해도 알겠지?”


“일말의 거짓 없이 전부 고하겠습니다!”


“그래. 두포. 너는 익손 소속이냐?”


“아직까진 아닙니다.”


“아직까진?”


“네. 가입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서.”


율리안이 가입 조건을 물었다.

가입 조건은 간단하면서도 어려웠다.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


“갈리포드에선 가치를 입증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귀족들을 죽이는 거고?”


두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맥심이 6일간 지켜본 이유도 그것 때문입니다. 이곳엔 부모 잘 만나 돈만 펑펑 쓰러 오는 귀족가의 자제들은 널려있으니까요.”


“너희를 관리하는 사람이 누구냐?”


두포가 손가락으로 목이 잘린 피어싱남을 가리켰다.


“얘가 그새 까먹었나 보네?”


율리안이 새벽을 뽑으며 두포에게 다가갔다.


“진짜입니다요!!”


“아니. 내 생각은 달라.”


율리안의 새벽이 두포의 목을 노렸다.


“익손에 들어가기 위해선 귀족을 죽여야 돼. 근데 귀족들을 죽이고도 너희가 버젓이 활동한다? 이 정도로 설치고 다니려면 뒤에 거물이 있어야 하거든. 그것도 상당히 머리가 좋은.”


율리안은 익손을 얕볼 수 없는 단체라 느꼈다.

놈들은 잃을 것 없는 놈들을 이용하는 법을 알았다.

배고픈 놈들에게 빵 몇 조각 주면 살인도 불사할 녀석들이 근처에 널렸다. 편하게 쓰고 죽여도 별 탈 없으니 이만한 칼이 없는 샘.


“저... 그... 그게....”


두포의 눈이 요리조리 굴러갔다.


“이름은 모릅니다. 거기 누가 사는지 모르니까.”


“어딘지는 안다는 소리네.”


“네. 얼마 전에 딱 한 번 그곳에 간 적이 있습니다.”


“얼마 전이면 영주가 죽던 그때쯤인가?”


“..... 맞습니다.”


“안내해야겠지?”


***


태양이 너울너울 지고 있었다.

나는 두포를 데리고 명령을 받았던 귀족의 별장으로 향하고 있다.

맥심은 돌려보냈다.

나쁜 짓을 하면 결국 돌아온다.

똑똑한 녀석이라면 이번 사건을 통해 알았겠지.


“저 언덕만 지나면 나옵니다.”


영주를 죽인 흉수는 갈리포드 외곽에 살고 있었다.

일을 계획하기 딱 좋은 조건이었다.

주변에 보는 사람 없고

사방이 숲으로 가려져 있으며

철문이 높아 안에서 뭘 하는지 알 수 없으니까.


“저깁니다.”


나와 로레인 두포가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으로 갈수록 작은 점이 보였다.

점은 점점 커져 하나의 금빛 뭉치로 변했다.


“우타!!!!”


작은 아이는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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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시험 (2) 24.09.13 7 0 12쪽
58 시험 (1) 24.09.12 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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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이변 (3) 24.09.10 11 0 12쪽
55 이변 (2) 24.09.09 11 0 12쪽
54 이변 (1) 24.09.08 10 0 12쪽
53 대승절 (4) 24.09.07 10 0 12쪽
52 대승절 (3) 24.09.06 11 0 12쪽
51 대승절 (2) 24.09.05 14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4 0 12쪽
49 복귀 24.09.03 12 0 12쪽
48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5) 24.09.01 12 0 13쪽
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2 0 12쪽
46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3) 24.09.01 11 0 12쪽
45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2) 24.08.31 12 0 12쪽
44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1) 24.08.31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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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바람 한 자락 (2) 24.08.28 13 0 12쪽
40 바람 한 자락 (1) 24.08.27 1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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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버려진 땅 (3) 24.08.25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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