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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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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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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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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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한 자락 (2)

DUMMY

“방법은 있어?”


사실 나도 생각 중이었다.

작전의 첫 단계는 제대로 먹혔다.

녀석의 몸은 예전보다 훨씬 홀쭉해졌고 움직임은 느렸으며 방망이의 위력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깡!!!


녀석의 피부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오우거 공략의 성패는 저 두꺼운 가죽을 벨 수 있느냐, 없느냐로 나뉜다. 일반적인 오우거라면 소드 익스퍼트 초급만 돼도 연합해 잡을 수 있지만, 녀석은 달랐다.

변수는 또 있었다.


“우욱!”


로레인은 생각 이상으로 악취에 힘겨워하고 있었다.

카리스는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은 자신에게 화난 것 같았고.


‘솔로몬이 있었다면.’


문득 대전쟁을 승리로 이끈 최고의 전략가가 그리워졌다.

대전쟁이 끝난 후, 그의 업적은 폄하되고 훼손됐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 모두가 인정했다. 그의 작전과 비상한 머리가 없었다면 연합군은 승리하지 못했을 거라고.


하지만 이미 잠든 이를 그리워한다 해서 그가 살아 돌아오진 않는다.

물론 살릴 순 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눈앞에 이 마물조차 해치우지 못하면 앞으로 내 미래는 없다.


‘미안하다. 솔로몬.’


언제나 전투가 끝난 뒤 그를 노려보곤 했다.

조금 더 좋은 전략은 없었을까?

그랬다면 우리 병사들의 희생이 줄었을 텐데.

하지만 그 자리에 서보지 않으면 그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법이다.


‘너 뭐하니?’


샤론의 시선이 느껴졌다.

이제야 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동료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 순간,

나는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끌 전략을 세워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떠오른 생각.


‘저 뱃속엔 뭐가 있을까?’


나의 시선은 계속해서 저 볼록 튀어나온 배에 향해있었다.

다른 곳은 다 줄어들었는데 어째서 배는 줄어들지 않았을까?

어쩌면 저곳에 해답이 있을 수도 있었다.


“뭔가 떠오른 눈빛인데?”


“방법보단 도박에 가깝죠.”


“전장에선 그 어떤 작전도 도박이야.”


“오우거. 무력화시킬 수 있겠습니까?”


“노력해볼게.”


샤론이 주문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배낭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놀랍게도 그녀의 기물은 배낭이었던 것.


주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공기에 기괴함에 스미기 시작했다.

잠시 후,


쩌적.


땅이 갈라지며 보라색 불빛이 올라왔다.


쿵!


불빛이 사라지고

우리 눈앞에 거대한 기사가 나타났다.


‘우와. 설마 저 녀석을 여기서 볼 줄이야.’


2미터가 넘는 거구.

등에 메고 있는 거대한 할버드.

빈틈 하나 없는 풀 플레이트 아머와

얼굴을 가린 투구에서 새어 나오는 형형한 안광.


‘성스러운 학살자 테리욘.’


“음?”


잠깐의 소강상태 속 카리스가 뒤를 돌아봤다.

그녀도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대전쟁 시절, 다리우스가 이끄는 제2 기사단에 속해있던 성기사이기도 했으니까.


“오랜만이군. 테리욘.”


“너냐? 자고 있던 나를 불러낸 게?”


“약속했잖아. 내가 위험해질 때 한 번은 도와주겠다고.”


테리욘이 잠시 턱을 괴고 고민했다.

그리고


“뭐야? 샤론이야? 키가 왜 이리 줄었어? 푸하하하하하하.”


물론 그의 명성이 드높다 해서 성격마저 멋진 건 아니었다.


“오구~ 나이 먹고 뼈가 삭으셨어요? 키가 요만해? 얘들아 보여? 푸하하하하하!”


테리욘의 성격은 죽어서도 어디 안 갔다.


“여전하네. 남 놀리는 거 좋아하고. 남 눈치 안 보고.”


“살아서도 눈치 안 봤는데 죽어서는 오죽할까?”


“그워어어어어어어어!”


오우거는 두 사람의 만남을 느긋하게 볼 마음이 없어 보였다.

새로운 강자의 등장에 녀석이 긴장했다.

웃고 있던 테리욘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서서히 돌아가는 몸.


“쟤야?”


끄덕.


“네가 좋아하는 마족 사냥이다.”


“호오~? 마족이야?”


테리욘의 눈빛이 바뀌었다.

마나가 요동쳤다.

공기가 긴장감을 머금었다.

오우거는 방망이를 고쳐잡았고

테리욘은 할버드를 고쳐잡았다.


“..... 태양신 님. 여기 한 놈 더 보냅니다. 불태워 주소서.”


진지한 듯 진지하지 않은 기도문이 끝나고


팡!


그가 단숨에 쇄도했다.


“꼬맹이들은 잠깐 숨 고르고 있어.”


“정면은 위험하다.”


“너는 위험하겠지.”


오우거가 방망이를 휘둘렀다.

테리욘은 피하지 않았다.


쿵!


몽둥이와 할버드가 충돌했다.

대지가 파이고 공기가 요동쳤다.


“대단하네요. 설마 연합군 제2 기사단의 테리욘을 소환할 줄이야.”


“어린놈이 잘도 아는구나.”


“저게 원래 성격입니까?”


샤논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일류는 못 돼도 이류는 될 수 있거든.”


“테리욘의 할버드라니. 오랜만에 봐도 명품이군.”


“너? 테리욘 알아?”


로레인의 질문에 카리스가 뜨끔했다.


“대전쟁 일대기는 명작이지.”


책을 읽지 않는 로레인은 그러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미친 아저씨긴 해도 괜찮은 아저씨기도 했지. 우리 특수부대원을 차별 없이 봐줬으니까.”


테리욘의 장점은 무기의 변화무쌍에 있었다.

그의 공격은 단순히 휘두르고 찍는다고 끝나지 않았다.

봉처럼 회전하며 달려드는 그의 공격은 궤도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핏. 핏. 핏. 푹.


테리욘의 공격에 비로소 오우거의 가죽이 찢기기 시작했다.


“그워어어어!”


피를 본 오우거가 더욱 난폭해졌다.

녀석은 피를 보자 방어는 포기한 채 테리욘을 압박해갔다.


“아~ 너 가죽 믿고 까부는구나.”


테리욘의 할버드에 붉은빛 오러가 맺혔다.


“어디 지금도 까불 수 있나 보자!”


테리욘의 공격이 변화무쌍했다면

오우거의 공격은 휘두르는 게 전부였다.

그 뜻은


후웅.


궤도가 뻔하고 예측하기 쉽다는 뜻.

테리욘이 몽둥이를 피해 그의 복부에 공격을 꽂아 넣었다.


쾅!!


할버드로 공격한 부위에 폭발했고

오우거가 휘청했다.

테리욘은 이 기세를 놓치지 않았다.


쾅! 쾅! 쾅! 쾅!


오우거가 순식간에 샌드백으로 전락했다.

동시에


“가죽이 질기면 내부에서 패면 그만.”


테리욘이 오우거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는 성스러운 학살자란 칭호에 걸맞게 오우거를 패고 또 팼다. 폭음은 이어졌고 오우거는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을 뿐이었다.


“......”


“......”


하지만 우리 중 그 누구도 기뻐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샤논?”


“정확히 봤다. 로레인. 상급 마족이 아닌 이상 저렇게 버틸 수가 없는데.”


두 여인의 말을 듣자 상황이 짐짓 심각하다 느껴졌다.

얘기를 듣고 보자 오우거는 기회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가드를 올린 채 빈틈이 생기는 한순간을.


펑!!!


테리욘의 마나가 고갈 났다.

그 뜻은 샤논의 주력이 고갈됐다는 뜻.

그리고 녀석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하. 씨발. 살아생전 몸이었으면....”


테리욘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최후가 다가왔음을.


“처치하고 싶었는데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하다.”


테리욘의 인사를 끝으로


콰직!


오우거가 그의 몸을 으깨버렸다.

하지만 가는 그 순간까지 테리욘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워어어어어어어어!!!!”


오우거가 고통에 신음했다.

언제 날렸는지 모를 할버드가 오우거의 왼쪽 눈에 박혀 있었다.


“가자! 로레인.”


탓!


로레인과 카리스가 빠르게 쇄도했다.


“나머진 맡긴다.”


주력을 폭발적으로 사용한 샤론이 쓰러졌다.


쿵.


오우거가 방망이를 아래로 떨어트렸다.

뭔가 이상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자기 생명과도 같은 무기를 떨어트린다고?

순간, 나는 보았다.

녀석의 몸에서 작은 구멍들이 팽창한 것을.


“안 돼!!!”


두 여인과 오우거 사이에 거대한 뼈 방패를 세웠다.


“무슨 짓이지?”


“율리! 이건 절호의 기회라고!”


녀석은 힘이 셀 뿐만 아니라 영악하기까지 했다.

지금 녀석은 카리스와 로레인을 낚고 있었다.


푸쉬이이이이!


오우거의 몸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로레인이 카리스가 뒤로 물러섰다.

연기는 빠르게 퍼져나가 뼈 방패에 닿았다.


푸스스스스


뼈 방패를 녹여낼 만큼의 지독한 맹독.


“다들 튀어!”


내가 샤론을 업고 빠르게 달렸다.


“안 돼! 지금 끝내야 돼!”


탈진된 그녀가 내 옷덜미를 잡아끌었다.


“저기 들어가면 다 죽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녀석은 회복할 거다. 안 돼!”


이미 몇 번이고 오우거 퇴치를 시도해봤을 그녀였다.

그녀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지만


“저는 카리스와 로레인을 데리고 도박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게 내 뜻이었다.


“멍청이들!”


샤론이 왜 이렇게 화내는 것일까?

그 이유는 잠시 뒤 알 수 있었다.

연기가 서서히 잦아들었다.

그리고 보이는 녀석의 모습.


“그어어어어!!”


“이런 미친!”


녀석의 모습에 일순 사기가 가라앉았다.


“진짜야?”


“흠.”


로레인과 카리스도 침음하긴 마찬가지.


씨익.


반대로 오우거는 웃고 있었다.

녀석은 절망으로 가득한 우리의 표정을 천천히 즐겼다.


“이래서였군요.”


“그래. 녀석이 연기를 내뿜는 건 너희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야. 회복하는 동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지.”


오우거의 단단한 가죽에

트롤의 회복력까지.

상태가 원점으로 돌아왔다.

아니. 더 최악이 됐다.

나를 제외한 세 여인이 지친 것과 달리

녀석은 언제 전투를 했냐는 듯 쌩쌩하기만 했다.


“작전은 실패다. 돌아가자.”


샤론이 전의를 상실한 목소리로 말했다.


쿵! 쿵! 쿵! 쿵! 쿵!


땅이 진동했다.


우뚝.


“뭐해? 안 가고.”


“녀석이 내는 발소리가 아닙니다.”


“뭐?”


“반대쪽에서 나는 소리예요.”


“설마?”


샤논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고

우리의 시선도 하늘을 향했다.

푸르른 하늘.

그곳에 사납게 포효하며 이곳으로 하강하는 그리폰이 보였다.


“테일스! 네가 왜! 어서 돌아가!!!”


샤논이 악을 쓰며 녀석을 돌려보내려 했다.

하지만 녀석은 그럴 생각이 없다는 듯


쿵!


우리 앞에 착지해 오우거와 대치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크아아아앙!”


사방에서 성난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들! 내가 가랬잖아!!!”


야생 동물들이 하나둘 우리 곁으로 모였다.

이빨을 드러낸 맹수부터

온순한 눈망울을 가진 코끼리.

그리고 하늘의 지배자들까지.


씨익.


오우거가 웃었다.

녀석의 표정이 말하고 있었다.

죽으러 온 거냐고.

너희가 뭘 할 수 있냐고.


“히이이잉!”


백마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이러면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겠는데.”


“방법은 있나?”


카리스가 날 보며 물었다.

나는 백마에 올라타며 말했다.


“걸어볼 만한 도박 수가 하나 있지.”


“너희들 진짜!”


샤논은 울먹거리고 있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난 동물들의 눈과 표정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결연한 의지를.

그들이 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우리 터전은 우리가 지킨다!’


그 사이, 로레인과 카리스의 곁으로도 말이 한 마리씩 다가왔다. 그중 한 마리는 낯이 익은 아이였다. 우리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구해줬던 얼룩말이.


“얼룩말은 처음인데. 잘 부탁해~”


로레인이 말의 갈기를 쓰다듬었다.


“푸르르르!”


녀석이 힘찬 투레질 소리로 응답했다.


스릉.


이젠 내가 검을 뽑을 차례였다.

맹수들이 이빨을 드러냈다.

이곳은 버려진 땅.

하지만 누군가에겐 버려진 땅이 아닌 지켜야 할 땅.


“돌격!”


말의 엉덩이를 힘껏 걷어찼다.


“크아아아앙!”


로레인과 카리스가 뒤를 따랐고

내 앞으로 사나운 맹수들이 치고 나갔다.

그리폰도 힘찬 날갯짓으로 오우거에게 돌격했다.

그 사이, 나는 카리스와 로레인에게 작전을 하달했다.


“진심이야? 안 돼! 너무 위험해.”


“로레인 말대로다. 너무 무모해.”


“아니. 믿을 건 이 작전뿐이야.”


“.... 그렇다면.”


“약속했지? 꼭 살아 돌아와야 해.”


“물론이지.”


로레인과 카리스가 치고 나가며 길을 만들어줬다.


‘그래. 여기서 끝을 보자.’


내가 손가락에 낀 판돈을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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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이변 (3) 24.09.10 9 0 12쪽
55 이변 (2) 24.09.09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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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대승절 (2) 24.09.05 12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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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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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1) 24.08.31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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