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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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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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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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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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 (1)

DUMMY

황궁 7검.

듀발론 제국을 떠받치는 7개의 기둥.


“반가워요. 스텔라에요.”


그중 스텔라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녀는 여성이었는데 어느 날 불현듯 나타나 압도적인 검술 실력으로 황궁 7검 중 한 자리를 꿰찼다.


그녀가 용병 출신이라더라

몰락한 가문의 귀족이라더라

멸망한 나라의 공주라더라

소문만 무성할 뿐

아무도 그녀가 어디 출신인지는 알지 못했다.


“카리스 슬레인이다. 잘 부탁한다.”


“아름다운 검이네요. 제 검 어때요? 제 검도 예쁘죠? 운하라는 이름이에요.”


두 여인은 상반된 매력을 갖고 있었다.

카리스가 금발에 금안이라면

스텔라는 은발에 은안이었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 몇몇 문학가들은

태양과 별의 대결이라며 대서특필했다.


“그 정도 가문에 그 정도 얼굴이면 바느질만 해도 황궁의 핏줄을 낳을 수 있었을 텐데. 왜 하필 검을 들었나요.”


이 시절, 여자가 검을 드는 이유는 둘 중 하나였다.

돈이 없어 칼밥을 먹거나

뛰어난 무예 집안에 재능을 타고 나거나.

하지만 슬레인 가문은 무예 가문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런 질문이 나온 것.


“아직 오르지 못한 경지가 있어서. 그쪽은?”


“저는 단순해요. 보상이 확실하니까.”


스텔라가 손으로 동전 모양을 만들었다.


“의뢰인가?”


“그런 샘이죠. 제법 거물이 의뢰했답니다.”


스텔라는 검술도 검술이지만 정치적 수완이 좋았다.

1황자와 2황자 모두 자신에게 붙으라 제안했고

둘 중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2황자를 택했다.

그는 충성보다 거래를 선호했으니까.


“너무 깨나요?”


“그럴리가. 난 칼밥 먹는 사람을 존중하면 존중했지 무시하진 않는다.”


“마음에 드네요. 대결이 끝나면 우리 친구 할 수 있을까요?”


“내가 생각보다 나이가 많아서.”


“예쁘고 탱탱한 아이가 그렇게 말하니 조금 화나네요.”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두 여인의 눈빛도

공기의 흐름도 변했다.


“얼굴에 흉터 생기면 원망할 건가요?”


“그런 계집 같은 생각 안 한다.”


“같은 여인인데 재밌는 말을 하시네요. 얼굴은 가급적 안 노릴게요!”


선공은 스텔라였다.

그녀의 무기는 레이피어.

오러를 사용하면 찌른 공간이 별처럼 폭발한다 하여 붙은 이명이 별빛검이었다. 하지만 오러를 쓰지 않는다고 그녀가 약하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쉭! 쉭! 쉭!


레이피어가 매섭게 카리스를 노렸다.

스텔라의 검술은 아름다웠다.

마치 칼춤을 추는 무희처럼.

하지만 그 아름다움 속에 매서움을 숨기고 있었다.


일반인은 따라올 수 없는 찌르기 속도.

하지만 카리스는 어렵지 않게 반응했다.

그녀는 피할 수 있는 공격은 피하고

피할 수 없는 공격은 간결하게 쳐냈다.


스텔라의 검무가 아름다웠다면

카리스의 검술은 투박하고 견실했다.


쾅!


노을과 운하가 불꽃을 튕겼다.

탐색전이 끝난 뒤,

두 여인이 서로 거리를 벌렸다.


“.......”


“와아아아아아아!”


두 여인이 숨을 고르는 사이

관객들의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너 뭐야?”


헤실헤실 웃던 스텔라의 표정이 변했다.


“보통 아니네?”


“보통으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겠나?”


“그렇긴 하지. 검은 몇 살 때부터 잡았어?”


“까마득히 오래전부터.”


카리스가 피식 웃었다.

과연 스텔라가 믿을 수 있을까?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자신이 검을 잡았다 말하면?


“심리전을 요상하게 하네. 아까와는 다를 거야.”


스텔라의 기세가 변했다.

범부였다면 식은땀이 흐르고 마른침을 저절로 삼킬 기세.

하지만 카리스는 웃고 있었다.


“기대하지.”


지면을 박차며 스텔라가 쇄도했다.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

스텔라의 레이피어가 더욱 사납게 카리스를 몰아붙였다.


핏. 핏. 핏. 핏.


카리스의 몸에 생채기가 나기 시작했다.

고수들과의 싸움에선 미세한 차이가 결국 승패를 좌우한다.

지금 그 미세한 차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스텔라는 자신의 검술을 펼치는 반면

카리스는 여전히 힘과 유연함 사이에서 방황 중이었다.


“안 돼! 아! 어.... 엌!!! 야!!!!! 그만해!!!!”


그리고 여기

정신이 오락가락한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아이번 슬레인이었다.


“후후후후후후~”


대진표를 본 순간, 아이번은 기뻤다.

상대가 무려 황궁 7검이다.

이제 위험한 일은 안녕~

저 미친 황자 놈과도 안녕~

라고 생각했거늘


“카리스!!!!”


카리스의 몸에 생채기가 날 수록 아이번은 피가 말랐다.

처음엔 잠깐의 고통이라 생각했다.

이 고통만 지나면 카리스는 얌전한 귀족가의 영애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변했다.

스텔라와 대화하며 입꼬리를 올린 그 찰나의 순간 딸아이의 눈을 본 것이다.


태양처럼 타오르는 눈빛.

즐거움을 주체할 수 없다는 입꼬리.

아이번이 유플리아를 바라봤다.

그녀도 같은 표정이었다.


“이러려고 내기를 한 게 아닌데.”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진심으로 딸을 응원했다.


“카리스! 힘내라!!!”


덜덜덜덜덜덜덜.


그리고 여기 제정신이 아닌 자가 있었으니 바로 율리안이었다.

그는 옆에 사람이 대화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다리를 심하게 떨었다.


“율리안! 쫌!”


아드리안이 율리안의 허벅지를 손으로 눌렀다.


‘이년 봐라?’


그 모습에 로레인의 눈에 쌍심지가 켜졌다.


“손톱 뜯지 마!”


로레인이 율리안의 손을 가슴팍으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율리안은 두 여인이 무슨 짓을 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초조한 마음으로 카리스를 바라볼 뿐이었다.


스텔라는 공격을 쉬지 않았다.

마치 밤하늘의 무수히 떨어지는 유성우처럼.

카리스가 속도에서 밀렸다.

모든 공격을 막을 수 없다 판단한 그녀는

급소만 내주지 않는 선에서 대결을 이어갔다.


“아이고.”


관객들의 심정도 빠르게 변했다.

처음엔 두 여인의 미모에 감탄.

다음엔 두 여인의 대결에 흥분.

지금은 한 여인의 일방적 공격에 탄식.


“힘내라! 할 수 있다!”


“일어나! 카리스!”


“카리스! 카리스! 카리스!!”


관중들은 포기하지 않고 땅에 발디디고 있는 카리스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저 졸지에 악당 된 것 같네요.”


스텔라가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얼굴에 흐른 땀에 머리카락이 달라붙었지만

그녀의 호흡은 크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턱.


반면 카리스의 호흡은 거칠었다.

그녀가 노을을 땅에 박으며 호흡을 골랐다.


“후~”


숨을 다 고른 뒤 카리스가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와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꽈악!


아이번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 그거다 카리스!”


스텔라가 관객들을 둘러봤다.

분명 자신을 보러 온 사람들이었는데

지금은 모두 카리스를 응원하고 있었다.


“안 되겠어요. 더 나쁜 년 되기 전에 빨리 끝내야지.”


“와라.”


섬뜩.


카리스의 눈빛을 본 스텔라가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당황했다.


‘내가 뒤로 물러났다고?’


그건 이성을 뛰어넘는 본능의 영역.

자신의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물러나라고.

하지만 스텔라는 당황했다.

황궁 7검 중 그 누구를 봐도 물러나지 않는 그녀였다.

근데 이런 무명 검사를 두려워했다고.


“후후후후후. 좋구나.”


스텔라는 카리스에게서 광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 광기가 순전히 피에 젖은 옷을 입고 있어서만은 아니었다.


“조금 더 몰아쳐도 된다.”


스텔라는 그 말이 이렇게 들렸다.


“아직 배고프다. 그러니 더욱 먹이를 던져다오.”


검의 길을 걷는 그녀이기에 알 수 있다.

카리스는 지금 막혀있던 벽을 깨부수려 하고 있었다.


‘방심하지 말고 빠르게 끝낸다.’


스텔라의 몸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을 때는 이미 카리스의 코앞.

스텔라는 카리스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해 줬다.

그녀가 레이피어를 미친 듯이 찔러댔다.


핏. 핏. 핏. 핏.


희고 고운 얼굴에 상처가 늘어났다.

옷은 찢어지고

안에 입은 속옷이 훤히 비쳤다.

하지만 카리스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즐겁다. 너무 즐겁다.’


죽을 수도 있다는 긴장감.

패배하면 끝이라는 절박함.

이 두 감정이 카리스의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삐이이이이.


귀에 이명이 들렸다.

관중들의 함성이 묻히고

보이는 건 오직 스텔라였다.

카리스가 몰입의 영역에 들어왔다.


후웅!!!


본능적으로 휘두른 일검.


“!!!!”


스텔라가 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그녀의 옷이 찢어졌다.

처음으로 허용한 공격.


“와아아아아아!!!”


관중들이 환호했다.


“......”


스텔라가 찢어진 앞섶을 바라봤다.


“너 진짜 뭐야?”


“......”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스텔라의 눈앞엔 그저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한 괴물이 서 있을 뿐.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


하지만 그녀는 황궁 7검.

그 자리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자리다.

스텔라는 쏟아지는 별빛처럼 몰아치고

카리스는 태산처럼 버텼다.

아까와 차이가 있다면

이제는 모든 공격을 카리스가 막아낸다는 것.


‘빠르게 따라잡고 있어.’


율리안은 카리스가 스텔라라는 경험치를 먹고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같은 소드 마스터라 해도 대전쟁의 수라장을 선봉에서 헤쳐온 카리스와

약소국을 상대로 무위를 떨친 스텔라는 차이가 있었으니까.


퍽!


“커헉!”


카리스의 공격이 변화무쌍해졌다.

갑자기 검을 빼며 어깨로 그녀의 가슴팍을 가격한 것.

예측 못한 공격에 스텔라는 당황했다.

분명히 자신이 몰아붙이고 있는데

쓰러질 듯 쓰러질 듯 그녀는 쓰러지지 않았다.

정신 차려보니 쫓기고 있는 건 자신이었다.


“널 상대로 설마 이 기술을 쓸 줄 몰랐는데.”


스텔라가 검을 고쳐잡았다.

그녀의 검에 살기가 담겼다.


“죽지 마. 진심으로 할 테니까.”


그녀의 몸에서 피어난 투기가 경기장을 압도했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경기장.

카리스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그저 늘 하던 것처럼 검을 겨눌 뿐.


‘유성!’


스텔라의 몸이 일직선으로 발사됐다.

그녀의 몸 주변으로 별빛이 반짝였다.

하나의 별빛이 10개, 100개로 늘어났다.

이 모든 것이 그녀가 만들어낸 공격이었다.

퇴로가 보이지 않는 공격.


‘막는다!’


카리스가 검을 고쳐잡았다.

맞받아칠 기세.

그녀가 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카리스! 여자의 몸을 제대로 이용해!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아!’


로레인의 말이 떠올랐다.

카리스가 검을 회수했다.

그녀에게 욕심이 생겼다.

강직함이 아닌 유연함으로 이 공격을 피하고 싶은 욕심.


‘어림없지.’


카리스는 집중했다.

그녀의 검이 느리게 보였다.


‘침착해라. 어차피 검은 하나다.’


카리스는 검을 내려치기 전 한 단계를 추가했다.

아주 사소하지만 큰 변화.

검을 맞받아치는 게 아닌

피하고 반격하려는 것.


훙!!!


스텔라의 레이피어가 카리스의 옷깃을 찢으며 지나갔다.


“!”


스텔라는 아차 싶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싶을 땐 정말 늦은 거다.


후웅!


카리스의 노을이 스텔라를 집어삼켰다.

그 순간


쾅!!!!!


결투장에 폭음과 함께 돌풍이 일었다.

흙먼지가 결투장을 감쌌다.

관객들이 숨죽이며 결과를 기다렸다.

흙먼지가 가라앉았다.


“아~”


스텔라의 레이피어가 카리스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아···.”


아이번과 유플리아가 나지막이 탄식했다.


“안 돼....”


율리안도 혼이 빠지긴 마찬가지.

관객들도 아까워하긴 마찬가지였다.

카리스의 분투에 관객들은 그녀를 응원했지만

스텔라의 명성도 허명은 아니었다.

심판이 두 여인에게 다가갔다.


‘어떡하지.’


율리안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여기서 카리스를 잃는다?

이만한 손해가 없었다.

그는 벌써부터 어떻게 아이번을 설득할지 머리가 아팠다.

심판이 입을 연다.

마음 같아선 저 입을 틀어막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승자! 카리스 슬레인!!!!”


“어?!”


“진짜?!”


율리안과 아이번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지막 경합의 순간, 스텔라 경이 마나를 사용했습니다.”


심판이 스텔라의 실격패를 선언했다.


“우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 카리스!!!”


율리안과 아이번이 환호했다.

그 환호는 들불처럼 번져 관객들에게도 전염됐다.


“카리스! 카리스! 카리스!”


사람들이 카리스를 연호했다.

스텔라는 졌다는 표정으로 카리스를 일으켜 세웠다.


“결국 끝까지 난 악역이네요.”


“배려 고맙다.”


카리스는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한 줄기 빛이 보였고

스텔라는 진심을 다해 그녀의 성장을 도왔다는 걸.


“그럼 마지막은 나한테 배려 좀 해줘요.”


스텔라가 카리스의 손을 잡고 번쩍 들어 올렸다.

사람들은 카리스와 스텔라를 동시에 연호했다.

마지막 순간, 이 결투장에 악역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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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이변 (3) 24.09.10 8 0 12쪽
55 이변 (2) 24.09.09 8 0 12쪽
» 이변 (1) 24.09.08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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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대승절 (3) 24.09.06 9 0 12쪽
51 대승절 (2) 24.09.05 11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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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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