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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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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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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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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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3)

DUMMY

“들어가도 되나?”


린데가르드의 손엔 술과 잔이 들려있었다.


“들어오세요.”


토론토가 의자로 안내했다.


“한 잔 들지.”


“예.”


로드가 말없이 토론토의 잔을 채웠다.

둘은 말없이 술을 들이켰다.


“탈옥수 잡으러 왔습니까?”


“탈옥했나?”


“간수의 실수죠.”


“다르토를 혼내야겠군.”


“일을 대충 하긴 했죠.”


그리고 이어지는 정적.

린데가르드가 말없이 술을 따랐다.


“왜 오셨습니까?”


토론토가 물었다.

탈옥수를 잡으러 온 게 아니라면 로드가 자신을 찾으러 온 이유가 뭔지 당최 알 수 없었다.


“율리안이랑 언제부터 알고 지낸 사이지?”


“감옥에 떨어졌을 때요.”


“정말 그게 다인가?”


“네.”


린데가르드가 토론토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그의 눈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


“내기 내용은 들었겠지?”


“처참하게 밟히는 건 봤습니다.”


“공명을 쓰지 않았다면 나도 위험했어.”


“하지만 로드는 공명을 쓸 수 있고 율리안은 마나를 쓸 수 없죠.”


“그래서 더 의문이야. 왜 나한테 내기를 걸었을까? 녀석의 요구가 뭐였는지 아나?”


토론토로서는 당연히 알 리 없었다.

린데가르드가 다시 한번 술을 따라줬다.


“자네 아버지의 무덤.”


무덤이란 말의 토론토의 손이 흠칫 떨렸다.


“무덤의 위치를 옮겨달라 하더군.”


“왜요?”


“그건 내가 묻고 싶군. 도대체 왜 그랬는지.”


린데가르드가 술을 따라 단번에 들이켰다.


“나는 이만 가보겠네. 애초에 자네가 시위하듯 들어간 감옥이니 돌아가든 여기서 지내든 말리지 않겠네.”


로드가 떠난 뒤


“......”


토론토가 말없이 연장 하나를 챙겨 대장간을 나섰다.


***


“율리 괜찮아?”


대결이 끝난 뒤, 로레인이 상처약을 들고 나에게 찾아왔다.


“포션이면 되는데.”


“그거 모르지? 내 손은 약손이라 이렇게 발라주면 더 빨리 낫는다?”


로레인이 내 상의를 벗겼다.


“으이구! 이 멍청이!”


예상은 했지만, 몸 여기저기 멍투성이였다.

로드의 즐거워 미치겠다는 표정에 취해

나도 모르게 전투를 즐겼나 보다.


“아! 아! 아파!”


“참아!”


로레인이 멍이 난 곳에 정성스레 약을 발라줬다.

약을 다 바른 뒤,

그녀의 손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다.


딱.


“아! 이 바보가 눈치 없게!”


“로드. 강해 보이더군.”


문 앞, 카리스가 팔짱을 낀 채 나에게 물었다.

그의 눈은 많은 걸 내포하고 있었다.

로드를 보고 치솟은 호승심.

노을을 시험해 보고 싶다는 욕망.

혹시나 자신에게 대리 출전을 부탁하는 건 아닐까 하는 희망.


“강해. 너무 강해. 상대가 안 돼!”


“그렇긴 하더군.”


“야! 그럴 땐 위로해 주는 거야!”


로레인이 호통쳤지만, 카리스는 영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보면 알고 저러는 거 같기도 한데···.


“율리? 계속할 거야?”


“당연하지. 그거 때문에 여기 온 건데.”


“도대체 무슨 내기를 했길래 그래? 나라라도 달라 그랬어?”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그거 팔면 듀발론 수도에 우리가 살 집도 구할 수 있겠다.”


“나 황궁에 사는데?”


“나도 언니 말에 동의한다. 왜 질 싸움을 기어코 하려는 거지? 기물과 주술 없이 넌 로드를 절대 이길 수 없다.”


카리스의 말이 비수가 돼 내 가슴에 꽂혔다.


“그건 해봐야 아는···.”


나는 말을 다 끝마칠 수 없었다.

로레인과 카리스가 동시에 무기를 잡았다.

문밖, 거대한 살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쿵! 쿵! 쿵! 쿵!


로레인과 카리스가 빠르게 눈빛을 교환했다.

두 여인이 문 옆에 등을 붙였다.


‘누구지?’


살기의 대상을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토마스가 보냈다기엔 살기가 너무 정직했고

드워프가 보냈다고 하자니 원한 살 일이 없었다.


쾅!!


단단했던 문이 순식간에 찌그러졌다.


쾅! 쾅! 쾅!


세 번의 망치질 만에 문의 경첩이 날아갔다.




문이 떨어짐과 동시에 로레인과 카리스가 달려들었다.


쾅!!!!!


묵직한 충돌음.


“뭐야?”


“무슨 일이지? 당신은 우리한테 이런 살기를 내뿜어선 안 될 텐데?”


먼지가 걷히자 살기의 원흉이 드러났다.

그는 다름 아닌 토론토였다.


“네가 뭔데 우리 아버지 무덤을 건드려?!”


토론토가 나를 향해 망치를 던졌다.


콰직.


고개를 옆으로 돌리지 않았다면 그대로 즉사할 위력.

그 사이


쿵!


로레인과 카리스가 토론토를 제압했다.

토론토는 한참이나 발악했다.


“로레인. 카리스. 괜찮아.”


“그치만.”


“옆에 있으면 되지.”


로레인과 카리스가 토론토의 제압을 풀어줬다.

로레인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허튼짓하면 죽여버린다.’


그녀는 살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나는 토론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로드가 내 요구사항을 토론토에게 말한 모양.

나와 파이크의 관계를 모르는 그로서는 기물을 얻기 위한 개수작으로 보일 터.


“앉으시죠.”


그의 눈에 살기는 여전했지만

지금 당장 주먹을 날릴 기세는 아니었다.


“어디서 개수작이야.”


문제는 그를 어떻게 이해시키느냐.


‘내가 사실 100년 전에 너희 아버지랑 친했는데 지금 몸을 갈아타서 그 은혜를 갚으려는 거란다. 사실 그 무기도 내가 말해서 만든 거고.’


라고 말할 수는 없고.


“개수작 아닙니다.”


“개수작이 아니라고?”


“제가 기물 하나 얻겠다고 목숨을 걸겠습니까?”


“그럼 왜 그러는 건데?”


“그 남자는 그런 변방에 묻히면 안 되니까요.”


토론토가 움찔했다.

이런 대답이 나오는 걸 예상하지 못했던 걸까?

그의 표정이 금세 냉소적으로 변했다.


“네가 뭘 안다고.”


나는 내가 기억하고 있던 파이크의 모습을 말해줬다. 그가 등 뒤에서 아비의 등을 보며 전장을 누볐다면 나는 그와 마주 보며 대화하고 생각을 나누며 있었던 일을 내가 느낀 그대로 얘기해줬다.


“......”


그는 잠자코 듣고 있었다.


“앞서 얘기했듯 제가 내기를 건 이유는 하나입니다.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해서죠. 그깟 기물? 안 줘도 됩니다.”


이게 나의 진심이었다.

나의 말 한마디에

로드들만 묻히는 무덤이 아닌

변방에 잡초가 자란 땅에 묻힌 파이크.


“그가 갑옷을 손질해 준 덕분에 목숨을 구한 특수부대 병사가 100명이 넘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그런 남자가 저런 취급 받는 건 제가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내 진심이 통한 것일까?

토론토가 말없이 일어났다.

그가 방에서 나가려 했다.

하지만


“잠깐만요.”


내가 그를 붙잡았다.

나는 나대로 말할 게 있었다.


“앉아.”


갑자기 바뀐 기세에 토론토가 당황했다.


“어?”


“앉으라고.”


“앉으라고는 반말인데?”


“앉으라잖아.”


로레인이 차갑게 말했다.

토론토가 어쩔 수 없이 착석했다.


“근데 생각할수록 화나네. 아버지가 그런 잡초 무성한 땅에 묻혔는데 아들이란 놈이 뭐 하고 있는 거야? 감옥에 우두커니 처박혀 있어?”


“그건 내 나름의 시위···.”


“아니. 그건 시위가 아니라 도망친 거지. 드워프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던 건 아니고?”


“!”


본격적으로 잔소리를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열받았다.

자식새끼란 놈이 위대했던 드워프 로드가 이런 취급을 받는데 할 수 있는 일이 농성뿐이라니. 그렇게 10분 동안 잔소리가 이어졌고 토론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후욱! 후욱! 후욱!”


“율리. 진정해. 내일도 시합해야 하는데. 안정. 안정.”


“내 말 알아들었어? 알겠으면 나가봐.”


“네. 네.”


어쩐지 나에게 존대하는 토론토였다.

하지만 사실 이게 맞다.

난 아빠 친구니까.


***


다음 날, 많은 변화가 있었다.

린데가르드는 일상의 권태에서 벗어나 신나있었고

율리안은 율리안 나름대로 명성이 치솟았다.

그가 황궁을 나섰을 때

황궁 앞엔 드워프들이 바글바글했다.


“어? 나온다! 나온다!!!”


흡사 유명 인사를 보고 몰려드는 팬의 모습.


“자네. 혹시 검 필요하지 않나?”


“어허! 이 사람이! 내가 먼저일세! 이 검 어떤가? 자네 검술을 보고 만든 검이네만.”


“어허! 그 질 낮은 싸구려 철로 만든 검으로 로드의 망치를 견딜 수 있겠나?! 내 무기로 말할 거 같으면···.”


“뭐? 질 낮은 철? 너 방금 뭐라 그랬어!!!”


여기저기 후원이 쏟아졌다.

그럴 만도 했다.

로드의 무기와 자신의 작품이 대결하는 것은 드워프들에게 있어 대단히 큰 영광.

드워프들에게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았다.


“자! 자! 모두 여기 집중.”


혼란한 상황 속, 로레인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는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돗자리를 바닥에 깔며 외쳤다.


“무기는 참가자가 직접 고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일렬로 가지런히 놔주세요.”


로레인이 드워프를 순식간에 휘어잡았다.


“.........”


율리안의 눈앞에 검사라면 눈이 돌아갈 걸작들이 수두룩하게 진열됐다.


“골라봐.”


로레인의 말에


꿀꺽.


드워프들이 침을 삼켰다.

율리안이 검을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다.


“이 검으로 말할 거 같으면···.”


드워프들은 율리안이 자신의 작품을 들을 때마다 무기의 특징과 장점을 설명했다.

그렇게 2시간의 선별 작업 끝에


“저는 이걸로 하겠습니다.”


율리안이 먹빛 검 하나를 선택했다.


“좋았어!!!!”


율리안의 검을 만든 드워프는 감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찾아온 2차전.

전투 양상은 첫날과 비슷했다.


린데가르드는 처음부터 공명을 쓰지 않았다.

힘 대 힘.

기술대 기술.

그는 일부러 육탄전을 선택했다.


“좋구나!”


그는 즐길 수 있는 만큼 즐겼다.

전투는 어제보다 치열했다.

아니 율리안이 미약하게나마 밀어붙이고 있었다.


‘이 검 확실히 좋네.’


괜히 드워프제 무기가 아니다.

검이 자신에게 딱 맞으니, 기술을 구사하는 것도 전달되는 힘도 더 강해졌다.


“그 검 좋아 보인다?”


“드워프가 만든 무긴데. 당연하죠.”


핏.


처음으로 로드의 얼굴에 붉은색 실금이 생겼다.


“오오오오오!”


드워프들이 몰입했다.

어제보다 더 쫄깃해진 상황.

결국 로드가 도끼를 높게 치켜들었다.


“공명!”


도끼가 다시 한번 거대해졌다.

이번에 율리안은 피하지 않았다.

로레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자살하는 행위였다.


“일단 지켜보지. 언니. 율리안에게도 생각이 있겠지.”


카리스가 로레인을 진정시켰다.

로레인이 잠자코 앉았다.


‘뭘 하고 싶은 건데? 율리.’


도끼가 아래로 떨어졌고

율리안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검신을 비스듬하게 눕혔다.


시이이이익.


검날이 도끼에 긁혀나갔다.

율리안은 떨어지는 힘을 역이용해 린데가르드의 도끼를 흘러내려 했다.

하지만


쨍그랑!


검이 박살 나는 게 먼저였다.


“율리!!!”


팟.


다행히도 페리오 형제가 만든 반지가 반응하며 율리안을 보호했다.


“이제 세 번 남았네.”


린데가르드의 눈엔 아쉬움과 기대감이 공존했다.

그리고 셋째 날.

결과는 어김없이 똑같았다.


쨍그랑.


이번에도 검날이 반으로 뚝 잘렸다.

어제와 달리 더 높은 밀도의 검을 붙잡았지만 흘려내는 건 불가능했다.


“천하 명검이라도 내 공명을 막긴 힘들 걸세.”


린데가르드는 말하고 있었다.

무기의 문제가 아니라고.

사람의 문제라고.


***


율리안이 로드와 치열하게 싸우는 동안

토론토는 파이크의 무덤 앞에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아버지.”


비석은 말이 없었다.


“녀석이라면. 우리 작품이 망작이 아니라 걸작이란 걸 증명할 수 있을까요?”


***


‘하 씨바. 쫄리네.’


넷째 날도 어김없이 패배했다.

로드의 말대로였다.

어떤 검을 가져가도 결국 공명을 받아낼 수 있는 무기는 없었다.

검술이 부족한가 싶었지만


“훌륭한 흘리기였다. 마나가 받쳐주지 않는 이상 나타샤가 와도 그 망치는 흘려낼 수 없을 거다.”


결국 마나의 문제였다.


“하.”


내 앞에 가득 쌓인 검들.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밀도를 선택하자니 기동성이 떨어지고

기동성을 선택하자니 검이 깨질 게 자명했다.


“끄악!!!!”


머리를 쥐어뜯으며 카리스의 노을을 바라봤다.


“어림없다.”


그녀가 노을을 몸 뒤로 숨겼다.


“안 뺏어. 부러워서 본 거야.”


결국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내가 검 하나를 집었다.

랜턴 안에서 훈련했던 시절

가장 손에 익은 모양의 검.


“자 가보자.”


대기실을 나와 복도를 걸었다.

온몸에 긴장감이 파고들었다.

마석을 넘기는 건 전혀 아깝지 않다.

두려운 건 이대로 파이크의 명예를 찾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그렇게 시합장으로 걸어가려는데


“잠깐 서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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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시험 (5) 24.09.15 5 0 12쪽
61 시험 (4) 24.09.14 6 0 12쪽
60 시험 (3) 24.09.14 4 0 12쪽
59 시험 (2) 24.09.13 4 0 12쪽
58 시험 (1) 24.09.12 4 0 12쪽
57 이변 (4) 24.09.11 7 0 11쪽
56 이변 (3) 24.09.10 9 0 12쪽
55 이변 (2) 24.09.09 9 0 12쪽
54 이변 (1) 24.09.08 8 0 12쪽
53 대승절 (4) 24.09.07 7 0 12쪽
52 대승절 (3) 24.09.06 9 0 12쪽
51 대승절 (2) 24.09.05 12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2 0 12쪽
49 복귀 24.09.03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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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0 0 12쪽
»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3) 24.09.01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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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1) 24.08.31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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