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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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최근연재일 :
2024.09.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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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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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바람 한 자락 (3)

DUMMY

누군가는 얘기한다.

말도 글도 쓰지 못하는 동물들은 미개하다고.

하지만 난 그들을 존경한다.

그들만큼 살기 위해 투쟁하는 이들이 있을까?


태어날 때부터 포식자에게 쫓기고

여름의 무더위를 맨몸으로 버티고

겨울의 살얼음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그러면서도 매일매일 생존해 가는 그들을

어찌 무시할 수 있단 말인가?


용맹한 사자는 오우거의 몽둥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리핀의 발톱은 오우거의 눈알을 맹렬히 공격했으며

말들은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며 우리를 전방으로 안내했다.


하지만 야생은 잔인한 곳.

그들이 용맹하다 해서 먹이사슬이 바뀌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슬슬 한계가 드러났다.


“안 돼 얘들아!!”


오우거의 몽둥이에 코끼리의 두개골이 박살 나고

놈의 발길질에 재규어가 날라갔다.

오우거의 손에 그리핀의 날개가 찢겼다.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터전을 지킨다.’


오직 이 사명 하나만으로 그들은 죽음을 불사했다.

난 거기에 한 문장을 더 덧붙이고 싶었다.


‘샤론이 일구고 이뤄낸 터전을 지킨다.’


동물들은 샤론을 위해 싸웠다.

그들의 힘은 미약하지만

바위에 구멍을 내는 게 물방울이듯

그들의 작은 공격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성과를 이뤄냈다.


“으어어어!!”


오우거가 처음으로 고통에 신음했다.

고통의 진앙지는 눈알.

독수리와 매, 까마귀와 그리핀이 합세해 녀석의 왼쪽 눈알을 찢어버렸다.


“좋았어.”


하지만 기쁨도 잠시.

녀석의 눈이 분노로 시뻘게졌다.


퍽! 퍽! 퍽!


녀석의 몽둥이질이 더 사나워졌다.

땅을 찢고 새들을 터트렸다.


“아! 아! 제발 그만!!”


평야에 동물에 피라 쌓였다.

동시에 샤론의 눈에 눈물이 흘렀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이 기회는 무조건 살린다.”


동물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오직 앞만 보고 달렸다.

우리의 앞으로 코끼리 두 마리가 치고 나갔다.

녀석들의 포효가 말해주고 있었다.


‘녀석의 앞까진 우리가 어떻게든 데려다줄 테니 마무리를 부탁한다.’


로레인과 카리스는 말이 없어졌다.

그들도 느꼈다.

동물들의 진심을.


쾅!!!


코끼리들이 그대로 오우거를 들이받았다.

하지만 오우거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우거가 양팔에 코끼리의 얼굴을 휘감았다.

하지만 코끼리는 멈추지 않았다.

코끼리들이 포효하며 오우거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오우거의 몽둥이질이 이어졌다.

코끼리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다.

그들의 헌신에 피가 끓었다.


쿵!!!


코끼리들이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오우거가 바위에 처박혔다.


쿵!


코끼리들은 제 임무를 마친 뒤 바닥에 쓰러졌다.

동시에 두 여인이 치고 나갔다.

로레인의 단에 오러 블레이드가 발현됐다.

카리스도 노력하고 있었다.

그녀의 노을에 희미하게나마 마나가 일렁였다.


로레인과 카리스가 오우거의 몸에 올라탔다.

그리고 시작되는 난도질.


서걱!


오우거의 피부가 갈라졌다.


“그어어어어어어어!”


녀석이 성난 포효를 뱉었다.

그 순간


“지금!!!!”


카리스와 로레인이 섬광처럼 녀석의 턱관절을 베었다.


뚝.


녀석의 아가리가 추락하듯 툭 떨어졌다.


“하!”


백마의 엉덩이를 걷어찼고

녀석이 속도를 올렸다.

천천히, 천천히 안장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순식간에 도약했다.


나는 다이빙 하듯 녀석의 아가리 안으로 들어갔다.

냄새나는 아가리 속

나는 그 속에 답이 있다 확신했다.


***


율리안의 기행에 전장이 고요해졌다.


“그워?”


제 입안으로 율리안이 뛰어들자 오우거도 당황했다.

카리스와 로레인도 난감하긴 마찬가지.

작전을 듣고 실행하는 지금 이 순간까지 두 여인은 이게 맞나 싶었다.

그리고 전장의 뒤편


“미친 새끼 아니야!!!”


샤론이 절규했다.


***


“이건 내가 생각해도 미친 새끼다.”


인간은 본능에 지배당하는 존재.

나는 계속해서 녀석의 튀어나온 복부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우리는 살다 보면 이성보다 본능에 판돈을 거는 경우가 있다.

지금이 그때였다.


“진짜 좆같네.”


오우거의 뱃속은 지옥을 방 하나에 압축한 느낌이었다.

햇빛 한점 들지 않는 어둠.

사방에 가득한 시체.

코를 찌르는 악취.

그리고 거지 같은 승차감.


궁! 궁! 궁!


밖은 여전히 전투 중이었고

오우거가 공격받을 때마다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나는 그대로 바닥에 앉았다.

바지가 축축해지고 악취가 올라왔다.

하지만 확신이 들었다.


‘내 생각은 옳았다.’


***


“히히. 히히히. 히히히히히. 히히히히히히히.”


로레인은 미친년처럼 웃고 있었다.

어찌 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웅장한 돌진.

모두의 시선이 쏠린 그 순간.

입속으로 들어가다니.


“잘 골랐어. 역시 내가 선택한 남자.”


난감함도 잠시, 로레인은 율리안을 믿었다.

그는 잡아먹힌 게 아니다.

제 발로 들어간 거다.

그렇다는 건 무슨 생각이 있다는 뜻.

그녀가 할 일은 하나였다.


“카리스! 샤론! 변하는 건 없어! 공격만이 살길!”


카리스도 샤론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율리안을 꺼내올 게 아니라면

율리안이 노림수를 펼칠 수 있게 시간을 끌어야 했다

카리스가 노을을 고쳐잡았다.


“모두 정신 바짝 차려. 이제는 버티기 싸움이야.”


샤론도 눈물 닦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로레인은 말했다.

율리안은 전황을 바꾸는 바람.

율리안은 소용돌이를 일으키려는 거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들이 시간을 벌어줘야 했고


“그워어어어어어!”


심경변화가 있는 건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오우거가 포효했다.

가장 껄끄럽던 4명의 인간.

그중 한 명이 너무 손쉽게 처리됐다.


“크르르르르르.”


녀석의 눈이 악의로 가득 찼다.

눈이 말하고 있었다.


‘너희에게 있는 건 죽음뿐.’


변하는 건 없었다.

드넓은 평야.

벰파이어, 인간, 네크로맨서, 맹수, 오우거까지.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혈투를 펼쳤다.


할퀴고 물어뜯는 사자.

나머지 한쪽 눈을 쪼는 맹금류.

다리를 뒷발로 차는 말.

목 뒤를 연식 쪼아대는 딱따구리까지.

하지만 티끌을 모아도 티끌이었다.


후웅! 퍽!


여전히 오우거의 가죽은 두꺼웠고

오우거가 몽둥이를 휘두를 때마다 동물들의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결국 마지막에 남은 건 로레인, 카리스, 샤논이었다.


“얘들아 수고했다.”


샤론이 다시 한번 주문을 읊조렸다.

그의 주변으로 검은 손이 튀어나왔다.

검은 손이 노리는 대상은 동물들이었다.


“크아아아앙!”


“히이이이잉!”


검은 손이 동물들을 감싸 안은 뒤

그들을 전장에서 대피시켰다.


“어리광 받아주는 것도 여기까지야.”


동물들이 있던 자리, 샤론이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그녀의 손이 몹시 떨리고 있었다.


“늙은이 힘들면 들어가서 쉬어.”


“할망구 하나가 관절이 나가도록 열심히 하는데 내가 어찌 그래.”


“둘 다 집중해라. 그럴 상황 아니다.”


“야! 너 언니한테!”


“그러게. 어린 게 건방지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둘은 다가오는 오우거에게 집중했다.

선공은 샤논이었다.

그는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사방의 시체를 폭파했다.


푹. 푹.


미리 난 생채기 사이로 뼈 파편이 박혔다.


쿵!


오우거가 드디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육중한 몸에 비해 날렵했던 걸음걸이도 이제는 절뚝였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전투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전위를 맡겠다. 보조를 부탁한다.”


먼저 치고 나간 건 카리스였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너무나 싫고 끔찍했던

하지만 너무나도 익숙했던

그녀는 삶과 죽음 위에서 위태위태 줄타기하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즐거웠다.


그녀는 벌어진 상처를 지독하게 공략했다.

베고 베고 또 벴다.


“상당히 호전적인 아이구나.”


“평소에는 모자란 앤데 전투 때 되면 나름 믿음직해.”


“싸우는 모습이 옛날의 누구와 몹시 흡사하구나. 누구였지?”


“아. 그 누구였지? 노노아가 맨날 얘기했었는데. 검만 아는 병신?”


“그래. 다리우스! 다리우스 브라이어를 닮았구나.”


로레인이 빤히 카리스를 바라봤다.

카리스는 온몸에 오우거의 피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하지만 개의치 않고 웃었다.

로레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까 한 말 취소. 다리우스는 저 정도로 미친년은 아니었어.”


“이제 다 쉬었으면 움직이지?”


“이 정신 나간 할망구년이! 그러려고 했어!”


카리스가 아래서 이목을 끌면

로레인은 위에서 눈알을 집요하게 노렸다.


“우어어어어!”


눈이 막힌 오우거가 이리저리 몽둥이를 휘둘렀다.

휘두르다 하나 걸려라 식 공격.

평소였다면 절대 맞지 않을 공격.

하지만 집중력이 끝에 끝까지 떨어진 카리스가 결국 공격을 허용했다.


퍽!


“카리스!!”


몽둥이가 닿기 직전, 검으로 가드 하며 방어 마법을 펼쳤지만


쾅!


벽에 처박힌 카리스가 그대로 기절했다.


쨍그랑.


반지는 카리스의 목숨을 지켜준 대신 그 수명을 다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컥!!!”


로레인이 바닥에 패대기쳐졌다.

저번과 같은 상황.

두 여인이 순식간에 기절했다.


“크르!”


녀석의 시선은 샤론에게 향해있었다.


쿵! 쿵! 쿵! 쿵!


샤론이 해골 병사를 소환했다.

하지만 오우거의 몽둥이 앞에

테리욘 이외에 망령은 모두 수수깡에 불과했다.

오우거의 그림자가 샤론을 덮었다.

샤논은 피하지 않고 허리를 꼿꼿이 펴고 오우거를 노려봤다.


척.


오우거가 자신의 앞에 섰다.

태양을 가리는 거대한 덩치.

그리고 본인의 몸만큼 거대한 몽둥이.

몽둥이가 서서히 올라갔다.


“약자는 죽는 게 전장의 원칙.”


오우거가 몽둥이를 내려쳤다.

그 순간


퍽!


오우거의 몸이 출렁거렸다.


멈칫.


내려오던 몽둥이도 그 자리에 멈췄다.


펑!!!


다시 한번 폭음이 들렸다.

오우거의 몸이 다시 한번 출렁거렸다.

녀석의 속이 메스꺼워 보였다.

금방이라도 안에 있는 것을 게워내려는 듯 볼이 부풀었다.


퍽! 퍽! 퍽! 퍽!


내부에서 일으키는 폭파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더 격해지고 있었다.

이윽고


“우웩!!”


오우거가 속에 있던 내용물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성인 남자 하나가 들어갈 만큼 비정상적으로 벌려진 입.

그곳에서 그간 자신의 뱃속에 들어갔던 동물들의 사체가 흘러나왔다.


소화도 못 하면서 얼마나 많은 동물을 잡아먹었는지 녀석의 토악질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율리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펑!


녀석이 입을 열어보니 안에서 나는 소리가 어떤 소린지 더 자세히 들렸다. 그건 내부에서 일어나는 폭발음이었다.


‘게워내는 시체. 그리고 폭발음. 설마?’


샤론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단 하나의 가능성.

실로 미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미친 일을 실제로 벌인 이가 있었으니.

율리안이었다.


“우웩!!!”


여전히 오우거는 속에 있는 것을 게워냈다.

그의 목적은 하나였다.

먹이인 줄 앓고 냉큼 삼켰던 그 녀석.

율리안을 뱉어내는 것.

그 녀석은 먹이가 아니라 독이었다.

그렇게 뱉어내려는 자와 버티려는 자의 줄다리기가 10분.


결국 오우거가 자신의 벌어진 아가리로 손을 넣었다.


덥석.


녀석이 율리안을 잡아 끌어내려 했다.

하지만


푹!


율리안이 혀에 검을 꽂고 버텼다.

오우거가 고통에 율리안을 놓쳤다.


“너였구나. 우리 듀발론 조사대를 처먹은 녀석이.”


샤논은 보았다.

율리안의 손에 들려있는 시체 한 구를.

율리안이 시체를 혀 위에 올려뒀다.

그리고 오우거의 아가리에서 뛰어내리며


“폭파!!!”


병사의 시체가 폭발했다.

그와 동시에


쨍그랑!!!


율리안을 감싸고 있던 보호막이 깨졌다.


“뒓!!!”


폭발로 날아간 율리안이 바닥에 처박혔다.

그는 온몸에 타액을 뒤집어쓴 채 당당하게 외쳤다.


“피부가 질기다고 내장까지 질길까!”


율리안이 샤론을 바라봤다.


“말했죠? 내가 있어야 한다고.”


율리안의 말이 끝나자마자


쿵!!!!!


얼굴의 반이 날아간 오우거가 바닥에 쓰러졌다.

바람 한 자락이 불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바람 한 자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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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이변 (3) 24.09.10 8 0 12쪽
55 이변 (2) 24.09.09 8 0 12쪽
54 이변 (1) 24.09.08 7 0 12쪽
53 대승절 (4) 24.09.07 7 0 12쪽
52 대승절 (3) 24.09.06 9 0 12쪽
51 대승절 (2) 24.09.05 11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1 0 12쪽
49 복귀 24.09.03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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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0 0 12쪽
46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3) 24.09.01 8 0 12쪽
45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2) 24.08.31 9 0 12쪽
44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1) 24.08.31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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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한 자락 (3) 24.08.29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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