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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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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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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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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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와 달리 뜨거운 여자 (1)

DUMMY

“내 자리가 욕심나느냐?”


“네. 욕심납니다.”


황제의 반응이 궁금했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피식.


황제가 웃었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진짠데요.”


“예나 지금이나 거짓말은 참 서투르구나.”


긁적긁적.


“궁금증이 풀렸으면 가도 됩니까?”


“바쁜 거 아니면 차 한잔하고 가라.”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수 찻잔을 가져왔다.

두 형 놈들이 봤으면 감격하고 질투할 모습.

하지만 그건 토마스와 가이렌일 때 얘기.

원하는 걸 얻었으니 일어나고 싶은데 황제가 손수 차를 따라주니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황제가 안 되면 뭐 하려고?”


질문 다음은 진로 탐색.


“그전에 질문하나 해도 됩니까?”


“해보거라.”


“만약 제가 네크로맨서라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내치겠지.”


황제는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았다.


“드워프, 벰파이어, 엘프, 드루이드, 나라를 잃은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랑 어울린다고 하면요.”


“내치는 그 순간 듀발론이라는 성도 회수하겠지.”


“저는 그런 사람들이 사는 나라를 만들 생각입니다.”


항상 여유로웠던 황제의 얼굴이 처음으로 굳었다.


“나라를 만들겠다?”


“네.”


“이 통일된 국가에서?”


“그렇습니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알고 하는 소리냐?”


“알고 하는 소리니, 독대 때 하는 말 아니겠습니까?”


황제가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나도 황제를 지그시 바라봤다.

우리는 서로의 눈빛에서 무엇을 읽었을까?


“제가 황제에 관심 없는 이유입니다. 황제가 되더라도 이 나라의 문무 대신들이 제 뜻을 막겠죠. 그렇기에 처음부터 시작할 생각입니다. 이제 어떡하시겠습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절 끌어내 죽일 건가요?”


황제의 침묵이 길어졌다.


“마시려무나.”


황제는 대답 대신 찻잔을 건넸다.


호록.


“향이 깊습니다.”


“벌써 차의 향을 알 나이는 아닐 텐데.”


“제 나이 앞에 1이 더 붙어있다 생각하세요.”


“그래.”


그렇게 어색한 티타임이 이어졌다.


“내 앞으로 달아두겠다던 빚. 불가능할 거 같다.”


“제국을 통일한 황제께서 한 입으로 두말 하십니까?”


“제 아비 앞에서 나라를 세우겠다 말하는 아들내미면 그럴 수 있지. 지금 당장 말하거라. 원하는 게 무엇이냐?”


사실 이런 경우도 예상했다.

만약 황제가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바라는 소원은 하나.


“제가 무슨 일을 하든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식을 방치하는 아비가 돼라?”


“믿고 맡겨주는 아비가 되라는 뜻이지요.”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황제가 파안대소했다.


“그건 불가능하다.”


표정이 구겨졌다.

이럴 거면 도대체 왜 부른 건지.

그런 내 표정을 읽은 걸까?

황제가 뒷말을 덧붙였다.


“오해하지 말거라. 너에게 보상을 주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그건 나조차 불가능한 일이라는 뜻이다.”


황제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나는 지그시 그를 바라봤다.

설명을 바라는 눈빛으로.


“나에겐 신기한 능력이 하나 있다.”


‘안 궁금한데.’


“사람의 운명을 볼 수 있는 능력이지.”


“제 운명은 어떻습니까?”


“너는 방에만 틀어박혀 있어도 사람들이 모일 거다. 사람이 모인다는 것은 필시 사건도 불러온다는 뜻이지.”


“편하게 살긴 글렀다는 의미처럼 들리네요.”


“나라를 건국할 운명이 어디 잔잔한 파도 같겠느냐.”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었다.


“이 방을 나가는 순간 전 어떻게 되는 겁니까?”


“여전히 내 아들이다.”


“이미 뱉은 말이 있는데도요?”


“잊고 살아야지.”


“잊히지 않을 겁니다.”


“들어도 못 들은 척, 알아도 모르는 척. 그렇게 사는 게 황제의 삶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황제도 많이 배려해 준 게 느껴졌다.

하지만 짚고 넘어갈 건 넘어가야 한다.


“이건 아버지가 저 부른 겁니다. 독대 기회는 아직 남은 거예요.”


“네놈이 황자인지 장사치인지 구분이 안 가는구나!.”


“아버지가 자식 진로 궁금해 불렀으니 엄밀히 따지면 이건 제가 손해보는 장사였습니다.”


“그 말도 일리가 있구나.”


“허락한 걸로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문고리를 잡고 나가는 순간까지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황제는 나한테서 어떤 운명을 본 걸까?


***


좋다면 좋고 찝찝하다면 찝찝한 대화였다.

황제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제법 사람 냄새 나는 아비였다.

그와 동시에 위엄 넘치는 황제였고.


[너는 방에만 틀어박혀 있어도 사람들이 모일 거다. 사람이 모인다는 것은 필시 사건도 불러온다는 뜻이지.]


사실 나라를 세우겠단 마음은 지략 토너먼트 때 결심한 일이었다.

이 나라의 황제가 돼봤자 대신들이 내 이념을 막아설 것이다.

황제가 사람을 모으는 운명이라니 그 사람들이 나와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길 바랄 수밖에.


“황자 저하!”


황제의 말은 얼마 안 가 바로 증명됐다.

내 방으로 들어서려 하니 문 앞에 누군가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


문을 열고 아드리안에게 물었다.


“네가 토너먼트를 우승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너를 찾아온 분이야.”


“일단 들어가시죠.”


이정도 정성이면 얘기 정돈 들어줄 수 있지.


“제 이름은 그란드 이그나라고 합니다.”


“이그나? 내가 생각하는 그 이그나 가문이 맞나요?”


“맞습니다.”


“그럼 라프타에서 왔겠네요?”


“그렇습니다.”


그란드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눈도, 머리도 타오르는 붉은색이었다.

로레인의 눈빛이 끈적한 피를 연상한다면

그의 붉음은 타오르는 불꽃이었다.


“날 찾아온 이유는요?”


“감옥에 갇혀 있던 슬레인 가문의 영애를 구해줬단 소리를 들었습니다.”


“뭐 어쩌다 보니.”


“부디 제 딸을 구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란드가 지체없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그의 뒤통수만 봐도 그가 얼마나 절박한지 느껴졌다.


“그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카리스는 1황자를 두드려 패다 어이없게 들어간 겁니다. 그녀를 빼낸다고 도덕적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죠. 하지만 당신의 딸이 정말 죄를 저지른 거라면? 사람 잘못 보신 겁니다.”


“저도 염치가 있는 사람입니다. 제 얘기를 듣고 판단해 주시지요.”


요약하면 이랬다.

이그나 가문은 불을 다루는 가문.

그에 따라 체내에 열을 품는 특성이 나타난다.


“제 딸은 저주받은 특성을 이어받았습니다.”


“저주받은 특성?”


“네. 타고나기를 방대한 마나를 타고난 겁니다.”


“그럼 좋은 거 아니야?”


“마나가 방대한 만큼 체내에 열도 높습니다.”


“그런 딸이 어쩌다 감옥에 갔습니까? 병원이나 사제에게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란드의 설명이 이어졌다.

어느 순간 딸의 마나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1주일간 고열에 시달리다 기절했고

깨어났을 땐 마나의 폭주가 그녀를 6 서클 마법사로 만들었다.


“축하할 일이네요.”


하지만 그란드는 물론 아드리안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아드리안. 너까지 표정이 왜 그래?”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망나니로 살아오셨다더니 그게 맞군요.”


‘뭐지? 맥이는 건가?’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결례를 범했습니다.”


그란드가 재차 머리를 박았다.

나는 아드리안을 바라봤다.

이런 일은 역시 아드리안이 전문.


“하~”


어디서 가져왔는지 그녀가 칠판을 끌고 왔다.

안경에 지시봉은 보너스.


“너 즐기는 거 같다?”


“조용. 지금부터 설명에 들어가니까 집중해 주세요. 왜 5 서클 이상의 마법 연성은 죄인가?”


“죄?”


그녀의 본격적인 설명이 시작하려 했다.

나는 보았다.

로레인과 우타가 슬금슬금 방을 빠져나가려 하는 모습을.


“선생님! 저기 학생 두 명 도망갑니다.”


“놔두세요. 어차피 설명해도 못 알아듣습니다.”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말.

하지만 로레인은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앙!”


그런 건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우타를 데리고 도망쳤다.


“율리안 집중!”


아드리안이 듀발론과 마법 도시 라프타의 관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듀발론은 가장 먼저 없애야 할 국가로 라프타를 선정했다. 그만큼 마법은 강력했으니까. 라프타는 듀발론을 상대로 끈질기게 맞섰다.


“저기. 선생님 죄송합니다만.”


열띤 강의 중 그란드가 손을 들었다.


“무슨 일이죠?”


“다리가 너무 저려서 그러는데 앉아서 들어도 되겠습니까?”


“허락하겠습니다.”


그란드가 의자를 가져와 내 옆에 착석했다.

아니 굳이 옆에 올 필요는 없는데.


“듀발론은 전면전이 아닌 적의 내부를 곪게 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막대한 이익을 보상으로 변절자를 만들었고 내부에서 조금씩 썩어가던 라프타는 결국 듀발론에 의해 함락됐습니다. 라프타의 왕은 선택해야 했습니다. 멸망이냐, 존속이냐.”


“그리고 라프타는 듀발론에 흡수됐다?”


“정학합니다. 이에 따라 라프타는 듀발론에 막대한 전쟁보상금을 내야 했습니다. 세금 같은 경우도...”


“저기 선생님.”


“네. 율리안 학생.”


“그런 것까진 제가 알 필요 없을 거 같고 왜 6 서클 마법사가 감옥에 들어갔는지 알려주세요.”


“그건 듀발론과 라프타 사이에 맺어진 조약 때문입니다.”


“무슨 조약?”


여러 조약이 있었지만, 핵심은 하나였다.


‘마법사 육성에 관한 조약’


“라프타는 듀발론 제국의 감시 아래 제한적으로 마법사 육성을 허락합니다. 단 육성할 수 있는 등급은 5 서클까지이며 5 서클을 넘을 시 이것은 듀발론 제국에 대한 반란으로 판단 엄벌에 처한다.”


“엄벌의 내용이 뭡니까?”


“사형입니다.”


이 대답은 아드리안이 아닌 그란드가 답해줬다.

그제야 이해가 갔다.

그란드가 왜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찾아왔는지.


“어떡할 거야?”


고민이었다.

최근 조용히 살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만약 그란드의 요청을 들어준다면 소문은 순식간에 퍼질 거다.

이는 토마스와 가이렌은 물론 다른 귀족의 이목을 한 번에 끌어들이는 일.


“제발 부탁드립니다. 한 아이의 생명을 살리는 일입니다. 살려만 주신다면 저하를 위해 어떤 일이든 하겠습니다.”


그의 눈에 간절함이 보였다.


“일단 만나나 보죠.”


“감사합니다! 저하!”


그란드가 이마를 땅에 박은 채 오열했다.


“일어나세요.”


“감사합니다. 저하! 정말 감사합니다!”


“사형 집행까지 얼마나 남았습니까?”


“1주일 남았습니다.”


“아드리안 짐 좀 챙겨줘. 바로 출발해야 될 거 같아.”


내 부탁에도 아드리안은 멀뚱히 날 바라볼 뿐이었다.

눈으로 ‘너 뭐하냐?’라고 말할 뿐.


“뭐해? 안 움직이고.”


“텔레포트는 놔뒀다 뭐 할래?”


“아?”


***


마법사의 도시 라프타.

찬란했던 예전을 생각하면 지금은 몰라보게 쇠락했다.

건물은 낡고 곳곳에 금이 갔으며 칠도 벗겨졌다.

우리는 그 낡은 건물을 지나 감옥으로 향했다.


면회 절차는 엄청 간단했다.

내가 듀발론 제국 황자인 것도 있지만

이그나 가문이 여전히 끗발 있는 것도 컸다.

나라가 망했다고 하나 나라를 떠받치는 귀족까진 망하지 않은 느낌.


“얘기하기 전에 딸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죠.”


“딸의 이름은 노노아 이그나입니다.”


“잠깐만요. 노노아요?”


“네. 뭔가 문제라도.”


“아닙니다. 제가 아는 사람이랑 이름이 똑같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고개를 흔들었다.

이름이 똑같다고 그녀가 그녀일 리는 없으니까.

게다가 이그나 가문은 불을 다루는 가문.

노노아는 빙결 마법사였다.


“나이는 15살. 성격은 화끈하고 거침없는 편이죠.”


이그나답다면 이그나다운 성격.


“또 특별한 건 없습니까?”


“그게···.”


그란드가 말하기를 주저했다.


“저한테 숨기는 게 있습니까?”


“굳이 숨길 이유까진 아닙니다. 이건 말보다 직접 보시는 게 빠를 겁니다.”


그란드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는 그가 왜 말을 망설였는지 알 수 있었다.


“아....”


이그나 가문은 대대로 불을 다루는 마법사 가문.

하지만 지금 감옥은


쩌적.


얼음으로 꽁꽁 싸매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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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시험 (6) 24.09.15 9 0 12쪽
62 시험 (5) 24.09.15 7 0 12쪽
61 시험 (4) 24.09.14 9 0 12쪽
60 시험 (3) 24.09.14 6 0 12쪽
59 시험 (2) 24.09.13 7 0 12쪽
58 시험 (1) 24.09.12 7 0 12쪽
57 이변 (4) 24.09.11 9 0 11쪽
56 이변 (3) 24.09.10 11 0 12쪽
55 이변 (2) 24.09.09 11 0 12쪽
54 이변 (1) 24.09.08 10 0 12쪽
53 대승절 (4) 24.09.07 10 0 12쪽
52 대승절 (3) 24.09.06 11 0 12쪽
51 대승절 (2) 24.09.05 14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4 0 12쪽
49 복귀 24.09.03 12 0 12쪽
48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5) 24.09.01 12 0 13쪽
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2 0 12쪽
46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3) 24.09.01 11 0 12쪽
45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2) 24.08.31 12 0 12쪽
44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1) 24.08.31 11 0 12쪽
43 바람 한 자락 (4) 24.08.30 12 0 13쪽
42 바람 한 자락 (3) 24.08.29 12 0 12쪽
41 바람 한 자락 (2) 24.08.28 13 0 12쪽
40 바람 한 자락 (1) 24.08.27 12 0 13쪽
39 버려진 땅 (4) 24.08.26 13 0 12쪽
38 버려진 땅 (3) 24.08.25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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