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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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최근연재일 :
2024.09.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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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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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DUMMY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살.

계절은 겨울이건만 햇살은 퍽 따듯했다.

밝은 햇살이 아드리안을 깨운다.


“으으~”


그녀가 기지개를 쫙 켰다.

아드리안이 일어나자, 옆에서 몸을 말고 자던 우타도 일어났다.


“잘 잤어?”


“앙.”


우타가 아드리안을 따라 기지개를 쫙 켰다.

율리안이 떠난 후, 그녀에게 한 가지 일과가 생겼다.


휘이이이이잉.


창문을 열자, 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들어왔다.

아드리안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을 바라봤다.


“에휴. 나쁜 자식.”


율리안이 떠난 후

자신에게 잘 지낸다 소식 한 번 보내줄 만 하건만 그는 전서 한번 띄우지 않았다.


“괜찮겠지?”


아드리안이 우타를 껴안았다.

율리안이 아드리안에게 부탁했다.


“얘가 도와줄 거야.”


그녀가 해줘야 할 일은 하나.

날아오는 전서의 내용을 바꾸는 것.

율리안이 떠나고 3일 뒤,


‘율리안 황자, 도착 안 함.’


이라는 전서의 내용을


‘율리안 황자, 버려진 땅 진입.’


그녀는 매일 똑같은 전서를 받았다.


‘율리안 황자, 도착 안 함.’


그녀는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버려진 땅엔 마물이 살고 있다.

죽으러 가느니 도망치는 게 100번 잘한 일.


‘그래. 죽지만 마라.’


아드리안은 율리안이 잘 살길 바랐다.

그가 생각날 때면 우타를 쓰다듬으며 그를 추억하기로 했다.

하지만 율리안은 아드리안에게 끝까지 나쁜 남자였다.

그녀에게 날아든 전서 하나.

그 전서가 그녀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율리안 황자, 경계 초소에 들른 후 버려진 땅에 재진입.’


“뭐?!”


아드리안은 기겁했다.

어디 별장에서 조용히 숨죽이고 있을 줄 알았던 율리안이 정말로 버려진 땅에 진입했다.


“뭐?!!?!?!?!?!?!?!”


이 소식에 잠 못 드는 또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아이번 슬레인이었다.


“진짜? 진짜로 갔어?”


아드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번의 생각도 아드리안과 같았다.

그저 한 달간 어디 먼 곳에서 적당히 휴양이나 즐기다 올 거라는 게 그의 생각.

하지만 아니었다.

이 미친놈은 기어코 카리스와 동반 자살을 택했다.


“아버지. 들어가서 쉬세요.”


소식을 접한 후, 아이번은 눈에 띄게 늙어갔다.


‘저 망나니 황자 새끼가 우리 딸을 건드리면 어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찢어진 옷을 부여잡고 자신을 구해달라 외치는 카리스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내는 유난 떨지 말라 호통쳤지만 딸의 미모가 좀 예쁜가?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는 생존의 문제다.

아이번이 사병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자중하세요. 아버지.”


아드리안이 아이번에게 자신의 위치를 상기시켰다.

그는 슬레인 가의 가주.

중립을 고수하는 입장에서 사병을 모으는 건 어떤 식으로든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번은 눈엔 뵈는 게 없었다.

결국 도노반이 나섰다.


“어찌 가주라는 놈이 제 딸아이 하나 때문에 이리도 경거망동이냐! 슬레인 가문에 딸린 식솔들을 생각해라! 그들도 누군가에겐 부모고 자식이다. 네가 이러면 그들이 무너진다!”


도노반이 아이번을 호되게 질책했다.


“지금부터 한 달. 딱 한 달만 기다려보자꾸나. 그 이후엔 네가 뭘 하든 내 신경 쓰지 않겠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갔다.

누군가에겐 희망찬 새해가 밝았지만

아이번에겐 절망만 가득한 새해였다.

그리고 다음 날, 율리안은 복귀하지 않았다.


“결국 죽기 전 마지막 발악이었구나.”


토마스는 떠나기 전 율리안을 떠올렸다.

예전과 다르게 여유로운 모습.

의기양양하게 떠나던 뒷모습.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 광기에 불과했다.


똑똑똑.


“들어와라.”


토마스를 찾은 이는 가이렌이었다.


“별일이구나. 네가 날 먼저 찾아오고.”


“동생이 형 찾아오는데 별일까지야.”


“무슨 일이지?”


“율리안. 아바마마께 사망했다 보고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벌써 시작했구나.’


언뜻 보면 당연한 얘기.

하지만 토마스는 이 말에 교묘한 함정이 숨어있다 생각했다.


“2일은 아직 많이 남았다. 그리 경거망동할 필요 없지.”


아직 시간은 남았다.

그런데 율리안을 사망 처리하자고 당장 찾아간다?

이건 황제인 아버지에게 있어 좋지 못한 일이었다.


“마음대로.”


짧은 만남, 짧은 대화였지만 형제들은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다.


‘후계 구도가 다시 시작됐다.’


그리고 또다시 1주일이 지났다.

두 형제는 또다시 같은 생각을 품었다.


‘변수 하나가 제거됐다.’


결국 자식을 기다리는 황제마저도 율리안을 사망 소식을 공식화했다.


“장례는 이틀간 진행될 것이며 대승절은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다.”


토마스가 황제의 뜻을 전했다.

이 소식을 들은 아이번은 결국 몸져누웠다.

토마스와 가이렌은 동생이 비록 사망했지만, 시체를 회수하기 위해 병력을 꾸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장례는 장례였다.


장례 절차는 빠르게 진행됐다.

황궁에서 전 국민에게 공표했다.

3황자 율리안이 사망했다고.

국민은 애도했다.

애도 기간은 고작 하루에 불과했다.

황제의 다음 선언 때문이었다.


‘대승절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


대승절.

대전쟁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솔로몬을 기리는 축제.

그 의도는 명확했다.

국민에게 있어 전쟁의 고단함을 씻어내는 것이요

토마스와 가이렌에겐 율리안의 죽음을 씻어내기 위함이었다.


***


솨아아아아아아.


하늘에서 비가 쏟아졌다.


“저하. 날이 찹니다. 들어가시지요.”


토마스에게 호위가 다가왔다.

그는 거대한 몸집에 거대한 검을 찬 황궁 기사단 단장이었다.

그의 이름은 다이러스 브래들리.

황궁 7검 중 하나였다.


“다이러스 님.”


“예. 저하.”


“아무래도 전 괴물이 된 거 같습니다.”


“그게 무슨????”


토마스가 율리안의 분향소를 바라봤다.

슬프지 않았다.

형제가 죽었는데 소름끼치게 담담했다.

죄책감이라도 느껴야 하건만 그렇지도 않았다.

분향소가 하나씩 철거되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곳이라곤 이곳뿐.


“그래도 형제가 죽었는데 애도는 해야죠.”


분향소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엔 선객이 있었다.

가이렌이었다.


“늦었네.”


그가 율리안의 그림 앞에서 기도하고 있었다.


“일찍 왔구나.”


토마스가 가이렌 앞에 나란히 섰다.

그리고 잠시 동안 손을 합장하고 그를 애도했다.

토마스가 고개를 돌렸다.

가이렌의 표정도 담담하긴 마찬가지였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길래?’


토마스는 갑자기 슬퍼졌다.

율리안이 죽어서 슬픈 게 아니라

자신도 가이렌도 지금 이 상황에 눈물이 흐르지 않는 게 슬펐다.


“가끔 생각한단다. 지금이라도 멈춰야 하나? 이게 당최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가이렌이 피식 웃었다.

이제 와서 왜 이러냐는 웃음.


“알잖아. 돌아오기엔 너무 멀리 온 거.”


“폐하는 무슨 생각으로 우리 제안을 받아들였을까?”


“글쎄. 자기 핏줄이니 율리안도 사자라 생각했겠지.”


정말 그랬을까?

토마스는 알 수 없었다.

아버지가 결정한 이 조사 임무가

율리안에게 있어 처벌인지 시험인지.


“엇!”


이때 그들 뒤로 한 여인이 들어섰다.

추모하러 왔는데 황자가 있어 당황한 모양.


“괜찮다. 들여보내라.”


분향소를 지키던 다이러스와 스텔라가 여인을 들여보내 줬다.


“죄송해요. 이렇게 높으신 분이 있는 줄도 모르고.”


“아닙니다. 이렇게 동생을 애도해 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가이렌이 그녀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토마스는 말없이 길을 터졌다.


“1황자 저하?”


로브를 걸친 여인이 토마스를 보며 물었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쪽이 2 황자 저하시겠네요. 이렇게 높은 분들을 뵙고. 영광이에요.”


두 황자가 가볍게 인사한 후 분향소를 나서려 했다.


“두 형제분은 정말 동생분이 죽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여인의 질문에 형제의 발걸음이 멈췄다.


“돌아와야 할 시기에 돌아오지 않았으니 죽었겠죠.”


“2 황자 저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아쉽게도.”


“아직 살아있을 수도 있잖아요?”


토마스와 가이렌은 그러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그렇게 떠나려 할 때


척.


다이러스와 스텔라가 또다시 입구를 막았다.

이번엔 막힌 이 또한 로브를 쓴 여인이었다.


“들여보내라.”


토마스가 입장을 허락했다.


“저하. 검을 차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이러스는 황자의 호위에 있어선 타협이 없었다.


“검을 맡기고 가라.”


“거절하지.”


“그럼 입장할 수 없다.”


“다이러스. 거기까지.”


“저하 하지만···.”


토마스가 손을 들어 다이러스의 말을 끊었다.


“지나치다. 그대는 이 거리에서 날 지킬 수 없나?”


“아닙니다.”


“그대는?”


토마스가 스텔라를 보며 물었다.

스텔라는 ‘말이라고?’라는 의미를 어깨를 들썩했다.


“들어오세요.”


토마스의 허락이 떨어지고 나서야 칼을 찬 여인이 들어섰다.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분향소 바닥.

그녀는 우두커니 서서 율리안의 초상화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말없이 서있길 5분.

토마스와 가이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곳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렇게 우두커니 서 계시면 하늘에 있는 율리안도 민망할 겁니다. 그를 위해 기도해 주시죠.”


결국 마지못해 가이렌이 나섰다.


“기도할 수 없다.”


“네?”


“이분은 듀발론 제국의 황자시다. 말을 높이거라.”


이번에 나선 건 스텔라였다.

가이렌은 손을 들어 괜찮다며 그녀를 제지했다.


“아직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이를 죽여놓고 기도하라니. 너무 잔인하다 생각하지 않나?”


“죽여놓고라니. 말이 심하십니다.”


성격과 행동거지가 개망나니이긴 하나 외모 하나는 가장 훤칠한 율리안이었다.

황자의 사생활을 모르는 여인 중엔 율리안에게 흠뻑 빠진 여인도 더러 있었다.

가이렌은 그녀가 율리안의 열성 추종자라 생각했다.


“편하게 있다 가세요.”


이런 이들과는 말을 섞지 않는 것이 상책.

토마스와 가이렌은 이번에는 진짜 분향소를 떠나려 했다.

하지만


척!


이번에도 다이러스와 스텔라가 길을 막았다.

토마스와 가이렌이 한숨을 퍽 쉬었다.

이런 날이 있다.

그들은 천장 넘어 하늘을 바라봤다.

그들은 신에게 묻고 싶었다.


‘왜 계속 붙잡아 두시는 겁니까? 아직 율리안이 살아 있다 말씀이라도 하시는 겁니까?’


“들여보내 줘.”


“이번엔 곁에 있겠습니다.”


“저도.”


다이러스와 스텔라가 각각 토마스와 가이렌 옆에 섰다.

그들이 이러는 이유.

이번에 입장한 남자 또한 검을 차고 있기 때문.

로브를 쓴 남자가 율리안의 초상화 앞에 섰다.

그러고는 분향소를 쓱 둘러봤다.


“원래 이렇게 생겼나?”


그가 왼쪽에 선 여인을 보고 물었다.


“조금 더 잘생기지 않았어?”


여인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훨씬.”


다음엔 오른쪽으로 고갤 돌렸다.


“근데 황자가 죽었는지 분향소가 너무 초라한 거 아닌가?”


결국 참지 못한 토마스가 나섰다.


“내 동생 앞에서 그딴 말 할 거면 나가라.”


“내 동생?”


남자가 몸을 돌리며 피식 웃었다.


“내 동생?”


남자가 로브를 벗었다.


“!”


토마스와 가이렌은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하지만 최대한 의연하게 버텼다.


“나 그래도 살짝 기대했거든. 내가 제때 복귀하지 않으면 내 시체라도 찾기 위해 조사단을 꾸리진 않을까? 근데 그냥 바로 죽여버렸네?”


“조사대라면 꾸리고 있었다.”


가이렌이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반박했다.


“이제 와서?”


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말도 율리안에게 통하지 않았다.

두 형제는 율리안을 본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얘들아. 가자.”


로레인과 카리스가 분향소를 먼저 떠났다.

비가 쏟아졌다.

분향소 안은 빗물 떨어지는 소리만 들릴 뿐.

어색한 적막 속 율리안이 입을 열었다.


“나는 죽었던 동생이 나타나면 다행이라면서 얼싸안고 울 줄 알았는데. 내 동생? 허.”


율리안도 자리를 떠났다.

적막한 분향소 안, 들리는 소리는 빗물 떨어지는 소리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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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이변 (3) 24.09.10 8 0 12쪽
55 이변 (2) 24.09.09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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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대승절 (2) 24.09.05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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