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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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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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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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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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3)

DUMMY

비릿한 짠 내음.

싱싱한 물고기.

내리쬐는 태양과

윤슬이 부서지는 바다.

갈리포드의 첫인상은 퍽 아름다웠다.


‘이런 곳도 있었구나.’


대전쟁 시절, 참 여러 곳을 누볐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매력적인 도시는 또 처음이었다.


“아~ 따듯해.”


갈리포드는 남부에 있는 지역답게

한겨울인 솔로몬과 달리

봄과 초여름 사이에 따듯한 기후였다.


“잠깐! 언니!”


“너도 벗어! 더운데 뭘 꼭꼭 껴입고 있어.”


“앙!”


“잠깐! 언니! 잠깐!”


두 사람의 관계는 친하다를 넘어섰다.

아드리안은 언제부턴가 폭주하는 로레인을 막기에 급급했다.


“귀족 영애라고 딱딱하게 굴지 마. 땀 뻘뻘 흘리면서 뭘 꽁꽁 싸매고 있니. 나 봐봐. 얼마나 시원해.”


“언니. 그렇게 입을 거면 차라리 벗어요.”


“그럴까?”


“언니!!!!”


“낑.....”


이 와중에 아쉬워하는 우타.

이거이거 진짜 여우네.


“그래. 더우면 시원하게 입어야지. 바깥 사람한테 잘 보이려다 내 몸에 밉보이면 그게 무슨 손해야.”


“율리안. 너 가끔 보면 되게 할아버지 같은 거 알아?”


“나 사실 19살 아니야. 119살이야.”


“그래도 언니보다 많은 거 아니에요?”


“아드리안. 닥쳐줄래? 얘는 꼭 잘 가다가.”


그렇게 왁자지껄 떠들다 보니 어느덧 의뢰를 넣은 귀족가에 도착했다.


“살벌하네.”


귀족성의 경계는 삼엄하다 못해 영지전 발발 일보직전처럼 보였다.

병사들 하나하나의 눈빛이 매서웠다.


“그럼 지들이 어쩔 건데!”


로레인의 말대로였다.

그럼 지들이 어쩔 건가?

우리는 황가의 문양을 달고 있는데.

그렇게 로레인이 쓸데없이 병사들과 눈싸움하는 사이, 내성 입구에 다다랐다.

마차에 내리자, 귀부인이 우리를 맞이해줬다.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스위렌타 가문의 가주를 맡고 있는 카타리나 남작이라고 합니다.”


“율리안 입니다. 이쪽은 제 동료고.”


“아.... 황자 저하를 뵙습니다.”


그녀는 나의 등장에 살짝 당황한 듯 보였다.

아무래도 토마스나 가이렌이 올 거라 예상한 모양.


“크흠.”


“방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먼 길 오느라 힘드셨을 텐데 오늘은 여독 푸시고 내일 얘기하시죠.”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비교적 순탄한 여정이었다.

풍찬노숙 하지 않고

꼬박꼬박 여관에 머물렀고

산적들도 안 만났으니까.

그럼에도 방에 들어오니 피로가 창가의 파도처럼 몰아쳤다.


“우와~ 율리! 전경 봐! 너무 예뻐.”


“그러게. 여기 이런 도시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앙!”


“너희들도 방 있잖아. 왜 내 방으로 모이는 거야?”


“나는 네 시녀잖아. 당연히 와야지.”


“나는 네 파트너니까. 당연히 와야지.”


우타를 지그시 바라봤다.

너는 뭐라고 대답할래?


“나는 누나 지켜야 되니까!!”


웃음이 났다.

녀석 말이나 못 하면.


“율리. 침대에 퍼질러있지 말고 빨리 일어나!”


로레인이 창가로 이끌었다.

그녀가 호들갑떨만했다.

갈리포드의 전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갈리포드는 왜 귀족들이 이곳을 찾아야만 하는지 전경으로 증명했다.


파도가 굽이친다.

굽이치는 파도 소리를 듣자, 피로가 조금은 씻겨나간 기분.


“다들 안 돌아갈 거지?”


끄덕.


“그럼 지금부터 역할을 정하자.”


“역할?”


“우리가 익손을 조사하러 온 건 극소수 관계자 말고는 몰라. 대놓고 바닷가 걸으면서 우리 황궁에서 조사 왔어요! 익손 여러분? 뒤지기 싫으면 나오세요! 한다고 애들이 나오겠어?”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위장 신분을 만들어야지.”


“오? 뭐야? 나 뭔가 흥분돼.”


호의적인 로레인과


“나는 안 해도 될 거 같아.”


회의적인 아드리안.


“음. 율리. 기다려봐. 나는. 나는.”


로레인은 이미 역할 놀이에 빠졌다.


“아드리안. 역할을 정하진 않아도 신분은 숨기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슬레인 가문은 제국을 받치는 대귀족 가문이야. 날 건드린다고? 익손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슬레인 가문을 건드릴 정도는 안 될 거야.”


나는 그럼에도 그녀가 신분을 숨기길 바랐다.

카타리나에게 그녀들을 소개해 주지 않은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드리안은


“나는 성에서 자료 수집이랑 너희 서포팅만 해줄 거니까 걱정 안 해도 돼.”


굳이 이름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다.


“율리! 나 정했어! 이름은 미셸. 나이는 스물두 짤. 역할은 율리와 함께 여행 온 신.혼.부.부. 율리는 뭐 할 거야?”


“음. 그럼 나는 마이클. 나 몇 살로 보여?”


“23살.”


“응?”


“23살이라고.”


“...... 알았어. 23살. 마이클.”


“성. 성은 어떤 걸로 할까?”


“음. 모건 어때? 마이클 모건.”


“그럼 난 미셸 모건이겠네. 그치 자기야?”


로레인은 벌써부터 역할에 몰두하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업무 모드에 들어간 아드리안은 로레인을 보며 한숨을 푹푹 쉬었다.


“아드리안. 할 때 하더라도 밥은 먹고 하자. 휴양지에 왔는데 성에만 처박혀있는 건 너무 아깝잖아.”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아.”


“그래. 모건. 아드리안은 할 게 많다니까 우리끼리 나가자.”


“그러지 말고~”


아드리안을 억지로 일으켰다.

방 속에 처박혀서 일만 할 거면 황궁과 이곳이 뭐가 다르겠나?


“하....”


결국 그녀가 안경을 벗고 따라나섰다.


“너. 그거 일중독이야.”


“알잖아. 중독 고치기 어려운 거.”


“그러니까 내가 고쳐줘야지.”


그렇게 우리는 갈리포드 시내로 향했다.


“꺅~ 오빠. 이거 봐봐. 이거 먹어보자. 맛있겠다.”


“그러게. 향 좋네.”


우리가 즉석 조개구이집 앞에 멈췄다.

상인이 우리를 쓱 보더니 손을 활짝 펼쳤다.

나는 그에게 5 루크를 건넸다.

나는 당연히 감사하다는 말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50 루크입니다.”


돌아온 건 바가지요금이었다.


“저기요! 솔로몬에서 10루크면 먹는데 50루크라뇨!”


“여긴 귀족들이 휴양하러 오는 곳이라 가격이 비쌉니다. 안 살 거면 가쇼.”


로레인의 표정이 확 구겨졌다.

모처럼 분위기를 내고 싶었는데 바가지 물가가 그녀의 신경을 긁은 것.

우리는 계속해서 출출한 배를 달랠 식당을 찾았다.

하지만


“50 루크요.”


“70 루크는 줘야돼요.”


“40루크에 자리세 40루크 붙어요.”


휴양지의 중심지로 갈수록 가격은 더욱 높아져만 갔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하네! 돌아가자! 오빠! 자기야! 허니! 달링!”


“그래. 마이클. 돌아가자. 그 가격에 맞는 서비스와 맛이 아니라면 이건 합리적인 소비가 아닌 거 같아.”


아드리안까지 그렇게 말하자 우리는 결국 남작 성으로 돌아왔다.

여기서는 밥을 공짜로 먹을 수 있는데 굳이 왜 돈을 쓰냐는 아드리안의 잔소리와 함께.


카타리나 남작은 음식을 준비한 뒤 자리를 피해줬다.

오늘은 업무 얘기는 잊고 편히 쉬라는 그녀만의 배려.

그날 밤 맛 좋은 해산물을 배불리 먹고 잠을 청했다.

무슨 일이든 잠을 푹 자야 머리도 돌아가는 법이니까.

다음 날, 그녀의 집무실.


“잘 쉬셨나요? 다시 한번 인사드립니다. 스위랜타 가문의 가주 카타리나 스위랜타 남작입니다.”


“시간도 지체됐는데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시죠.”


“이걸 봐주시겠어요.”


카타리나가 우리 앞으로 종이 하나를 밀었다.

익손의 문양이었다.


“남편이 죽은 날. 현장에 떨어져 있었어요.”


그녀가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스위랜타 남작은 영지를 사랑하고 영지민을 아끼는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항상 영지 시찰을 나갔고

그 상황에서 변을 당했다고 한다.


“호위는 대동하지 않은 겁니까?”


“대동하지만 거리를 항상 벌리셨어요. 기사들이 곁에 있으면 영지민들이 눈치 보노라 할 말을 못 한다고.”


“암살자의 무기는 뭐였습니까?”


“단도였어요. 영지민들 사이에 섞여 기회를 엿보다 경동맥을 찌른 거죠.”


“녀석이 익손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습니까?”


남작이 죽은 뒤,

암살자도 그 자리에서 사살됐다.


“애초에 도망칠 생각이 없어 보였어요.”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던 거네요.”


“네. 그 메시지가 익손의 문양이었던 거죠.”


“이 편지를 받고 며칠 만에 암살된 겁니까?”


“1주일이요.”


1주일.

그건 경고이자 조사 기간이었을 거다.

암살을 하기 위해선 그 사람에 대해 가족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한다.

평소에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지

의심은 있는지?

무예 실력은 어느 정도 인지.


“저하. 부탁드립니다. 부디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


“노력하겠습니다.”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이걸로 충분했다.

부족한 정보는 아드리안이 보충해 줄 거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발로 뛰는 거다.


***


로레인과 함께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흠....”


“로레인.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하게 해.”


“냄새가 나.”


“무슨 냄새?”


“불륜의 냄새.”


순간 너무 어이가 없어 발걸음을 멈췄다.


“카타리나 남작 못 봤어. 남편이 죽어서 울고 있던 여인이야. 그런 여인을 두고 불륜? 그게 할 소리니?”


“율리. 너는 여자를 너무 몰라. 그 얘기 못 들어봤어? 불륜으로 인한 치정살인. 저 여자 눈물. 진심 아니야.”


“그러니까 네 말은 남작 부인의 내연남이 있는데. 부군이 결혼을 가로막으니, 부군부터 제거한 거다?”


“그렇지. 이제 우리는 그 불륜 상대를.”


따콩.


“앜!”


“헛소리 하지 말고 사건 현장이나 가자.”


“율리. 내 얼굴에 침 뱉는 거 같아 안 한 말이 있는데. 100년 이상 산 어르신의 눈으로 보건대 무조건 불륜이야.”


“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찾으러 갑시다. 불륜 상대.”


우리가 도착한 곳은 갈리포드에 있는 그림자 정보상 지부.


“어서 오세요. 어떤 정보가 필요하십니까?”


“갈리포드에 자리잡고 있는 익손의 정보.”


“죄송하지만 저희는 익손의 정보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돈이라면 얼마든 드리겠습니다.”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생존의 문제지요.”


“.... 알겠습니다.”


정보상을 나오며 로레인이 물었다.

황가의 문양을 보여주면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황가가 익손을 찾기 시작했다고 알려지면 녀석은 여기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었다.


“쉽지 않네.”


“어쩌겠어. 우리가 발로 뛰어야지.”


그렇게 6일간 발로 뛰어다녔지만

사건은 여전히 답보 상태였다.

살인 현장을 조사해봐도 이렇다 할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출구 없는 미궁을 빙빙 도는 기분이었다.


“마이클. 너 지금 너무 진지해. 머리에 힘을 조금만 빼보는 게 어때?”


머리에 힘을 빼는 건 어떻게 하는 거지?


“일단 나가서 산책하는 거야.”


“하... 로레인. 지금은 그럴 기분이...”


“어허! 누나 말 들어!!! 그리고 나 로레인 아니야. 잊었어? 나는 미셸. 어머 누나라. 오빠 무슨 얘기 하는 거야.”


로레인의 뻔뻔한 표정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나가자.”


우리는 신발을 벗고 모래사장을 밟으며 들이치는 파도를 느꼈다.


“생각해 보니까 갈리포드 와서 처음으로 바다에 발 담그네.”


“그러니까! 휴양지에 와서 일이라니! 얼마나 아까워! 일단 앉자!”


로레인의 말대로 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나는 멍하니 노을을 삼키는 바다를 바라봤다.

사방에 널린 야자수.

붉은 하늘.

그 하늘을 삼키는 바다.

그리고 로레인까지.


휘이이이잉.


바람이 불었다.

솔로몬과는 달리 짠내가 가득한 바다.

하지만 이것도 퍽 나쁘진 않았다.


‘그래. 이렇게 쉬는 거다.’


적을 모르기에 조바심이 난 거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적도 나를 알지 못한다.

괜히 서두를 필요 없다.


“아. 또 왔네.”


이때 석양을 감상하고 있던 로레인의 얼굴이 구겨졌다.


“누가 와?”


“아니. 며칠 전부터 나 따라다니던 놈이 하나 있거든. 말은 안 걸어서 내비두고 있긴 한데 뭔가 계속 거슬리네.”


“그거다!”


“어?”


“로레인. 너 따라다니고 있다는 놈. 손가락으로 찍을 수 있어.”


로레인이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켰다.

건물과 건물 사이 틈.

로레인이 손짓하자 녀석이 흠칫 놀라 달아나기 시작했다.


“저 녀석이다! 잡아!”


내가 손짓했을 땐 로레인은 이미 건물 사이로 진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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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 (3) 24.09.14 5 0 12쪽
59 시험 (2) 24.09.13 5 0 12쪽
58 시험 (1) 24.09.12 5 0 12쪽
57 이변 (4) 24.09.11 8 0 11쪽
56 이변 (3) 24.09.10 10 0 12쪽
55 이변 (2) 24.09.09 10 0 12쪽
54 이변 (1) 24.09.08 9 0 12쪽
53 대승절 (4) 24.09.07 9 0 12쪽
52 대승절 (3) 24.09.06 10 0 12쪽
51 대승절 (2) 24.09.05 13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3 0 12쪽
49 복귀 24.09.03 11 0 12쪽
48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5) 24.09.01 11 0 13쪽
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1 0 12쪽
46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3) 24.09.01 10 0 12쪽
45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2) 24.08.31 11 0 12쪽
44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1) 24.08.31 10 0 12쪽
43 바람 한 자락 (4) 24.08.30 11 0 13쪽
42 바람 한 자락 (3) 24.08.29 11 0 12쪽
41 바람 한 자락 (2) 24.08.28 12 0 12쪽
40 바람 한 자락 (1) 24.08.27 11 0 13쪽
39 버려진 땅 (4) 24.08.26 12 0 12쪽
38 버려진 땅 (3) 24.08.25 12 0 12쪽
37 버려진 땅 (2) 24.08.25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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