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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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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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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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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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절 (1)

DUMMY

“카리스!! 으어어어! 예쁜 내 새끼!!! 살아 돌아왔어! 살아왔어! 으어어어어!!!!”


“이것 좀 놓고 얘기하시지요. 아버지. 하마터면 벨 뻔했습니다.”


카리스는 복귀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복귀하지 않으면 더 귀찮아진다는 말에 그녀의 말을 따른 것.


“어디! 다친 곳은?”


“없습니다.”


“다행이야. 진짜 다행이야.”


아이번이 다시 한번 카리스를 따듯하게 안아줬다.

카리스는 지금 이 상황이 어색했다.

하지만 그의 진심 어린 눈물을 보며

그녀도 말없이 아버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이렇게 조금씩 변하는 거지.’


카리스는 자신의 방이 영 어색했다.

땀내 나는 수련장이 자기 인생의 전부.

거울이니, 화장대니, 화장품이니.

자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다리우스! 진짜 30대 맞아? 40대 아니고?]


[내가 너한테 거짓말 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다리우스 넌 진짜 피부 관리 좀 해야겠다. 뭐야 이게! 우리 세계에선 남자도 화장품 바르고 다 관리한다고!]


[화장품은 계집들이 치장을 위해 바르던 거 아닌가?]


[하~ 그래 말을 말자. 네가 뭘 알겠니.]


다리우스가 화장품으로 손을 뻗었다.


‘나타샤였다면?’


검성이었다면 이 화장품을 썼을까?

그녀가 화장수를 손에 덜었다.


챱챱챱챱.


‘한결 낫군.’


거울을 본 카리스가 흠칫했다.

다리우스 브라이어에게선 볼 수 없던 아름다운 미소.

거울 속 여인은 지금 해사하게 웃고 있었다.


‘위험하군.’


그의 혼은 남자였지만

그녀는 서서히 여성스러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카리스가 황궁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디 원정 안 가나?’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나타샤가 선보였던 일격을 위해 여성의 몸을 선택했건만

이렇게 여성스러워지는 걸 원하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그녀는 율리안이 또다시 사건을 물고 오진 않을까 기대했다.


***


황궁은 재밌는 상황이었다.

길을 걷던 대신들이 눈을 비볐다.


“저하?”


죽은 줄 알았던 3황자 율리안이 떡하니 황궁을 걷고 있었다.


“아~ 다들 수고.”


목소리, 표정, 풍채, 잘생긴 얼굴까지.

누가 봐도 율리안이었다.


“저하?!?!?!”


처음엔 의문.

다음엔 경악.

마지막은 공포.


“율리. 도대체 어떤 생활을 하고 다닌 거야. 대신들이 다가오질 못하네.”


율리안의 옆은 로레인이 차지했다.

율리안이 방을 잡아주려 했지만

한사코 반대했다.


“나도 갈 거야!!!!!”


아이가 바닥에 누워 땡깡을 부리듯

그녀는 길바닥에 누워 황궁에 데려가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럼 나랑 가자. 언니.”


“너 나랑 대련할 거지? 싫어. 무슨 여자가 분 냄새보다 땀 냄새가 더 많이 나! ”


“대련이 어때서 그러나 언니? 대련은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고 발전하는 아주 좋은 수단이다.”


“꺼져. 나 율리랑 안 가면 당장 떠날 거야!”


그녀의 초강수에 이번엔 율리안이 양보했다.


“정체 안 들키게 조심해. 엄밀히 따지면 너 탈옥수야.”


“알았어~ 이게 있잖아.”


로레인이 귀걸이를 가리켰다.


“저하? 옆에 분은?”


율리안이 간과한 사실 하나.

로레인의 신분은 숨길 수 있어도

로레인의 미모를 숨길 순 없었다.

율리안의 곁에 있어 쉬이 말을 걸진 못했지만

지나가는 남녀노소 모두가 로레인에게 시선이 뺏겼다.


“이쁜 건 알아가지고~”


“안 되겠다. 빨리 방으로 가자.”


“그러자~ 나 진짜 씻고 싶어. 머리 떡진 것 좀 봐.”


율리안이 로레인을 잡아끌었다.


“어머! 손잡았어.”


로레인이 얼굴을 붉혔고

지나가던 대신들도 얼굴을 붉혔다.

로레인은 수줍음에

대신들은 질투심에.


“율리안!!!”


“앙!!”


율리안은 안도했다.

문을 열자, 아드리안과 우타가 있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할 이들이 있다는 건 퍽 감사한 일이었다.


“잘 있었어? 업!”


아드리안이 율리안 품에 안겼다.


“내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거긴 왜 들어갔어! 그냥 어디 적당히 숨어있다 1달 뒤에 돌아오지!”


“황자 체면이 있지.”


율리안이 아드리안의 등을 부드럽게 쓰러졌다.


“앙!!!”


우타는 로레인의 품에 안겼다.

작은 여우는 로레인이 자신을 그리워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고오오오오오오.


로레인의 시선은 아드리안에게 쏠렸다.


“끼잉.”


우타가 율리안을 바라봤다.

율리안의 목에 걸린 아드리안의 손.

그런 그녀를 쓰다듬는 다정한 손길.

뒤통수만 봐도 어떤 표정일지 그려졌다.


‘저 멍청이가!!!’


우타가 내려와 율리안의 발목을 팍 찼다.

하지만 오우거로 만든 갑옷 앞에

우타의 주먹은 하찮은 냥냥펀치에 불과했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다친 곳은?”


아드리안이 율리안의 몸을 구석구석 살폈다.


“율리~ 누구야~”


찌릿.


야생동물은 자고로 생존 본능이 발달돼 있다.

그리고 그 본능이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 율리안은 위험한 상황이라고.


“아. 이쪽은 아드리안 슬레인. 카리스 언니야. 우리가 버려진 땅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도와준 은인이지. 이쪽은 로레인. 나랑 같이 버려진 땅에 들어간 동료.”


“안녕. 내가 생각보다 나이가 많아. 말 놓을게.”


“네. 제가 생각보다 더 어려서요. 말 편하게 하세요. 언니.”


“언니?”


덜덜덜덜덜.


우타의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꼬리는 이미 내려간지 오래.


‘로레인이 졌네.’


율리안은 아드리안도 보통은 아니라 생각했다.


“욕실이 어디야? 먼저 씻고 싶은데.”


“저는 율리안이랑 의논해야 할 게 있어서요. 아~ 우타. 네가 언니 좀 안내해 드려. 얘가 얼마나 똑똑한지 몰라요. ”


우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곳엔 어떤 명령도 거부할 수 없는 위엄 서린 눈빛이 있었다.

지금 우타에게 아드리안은 하늘이며 절대자였다.


“끼잉~”


우타가 로레인의 옷깃을 잡아끌었다.


“그래. 먼저 씻어. 나도 아드리안이랑 얘기할 게 있어서.”


‘에휴. 멍청한 놈.’


우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율리안이 눈치를 밥 말아 먹었다는 걸.

어쩌면 일부러 그런 건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별일 없었지?”


“너 때문에 별일이 생겼지.”


율리안은 로레인이 자신에게서 멀어지든 말든 아드리안과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오자마자 머리 아픈 일이 생겼어. 1황자 저하께서 너한테 대승절의 시작을 맡아달라 하시더라고.”


“대승절이 뭐야?”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율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드리안의 설명이 이어졌다.


‘대승절’


위대한 대제 솔로몬 듀발론이 대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축제.


“처음 3일은 국민들을 위해 여러 가지 행사가 열려. 노점상부터 공연, 도박까지. 다양하지. 그리고 4일 차가 되면···.”


아드리안의 상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4일 차부터 대승절 마지막 날까지

검성을 기리는 검술대회

신궁을 기리는 궁술대회

대마도사를 기리는 마법대회

솔로몬을 기리는 전술 대회가 펼쳐진다는 것.


“상금도 있나?”


“당연히 있지. 왜? 참가하려고?”


“못할 이유가 있나?”


“이유는 없지만. 안 하는 게 좋을걸. 넌 하면 바로 탈락이야.”


“왜 그렇게 생각해?”


지금 황궁은 힘의 권력이 팽팽한 상태.

서로의 전력을 알아보기에 대승절의 토너먼트만큼 좋은 무대는 없었다.

그렇기에 양쪽 모두 각 분야의 최고수들을 내세울 거라는 게 아드리안의 생각.


“합법적으로 싸울 명분도 주고. 국민들한테 눈도장도 찍을 수 있고. 다들 이번 대승절에 사활을 걸 거야.”


“그래~?”


율리안의 입꼬리가 묘하게 올라갔다.

아드리안의 말이 맞다면 양쪽 모두에게 제대로 고춧가루를 뿌릴 수 있는 기회.


“그 얘기는 일단 씻고 와서 해. 서봐. 갑옷 벗겨줄게.”


“아. 부탁할게.”


율리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팔을 벌렸다.

아드리안이 율리안 앞에서 등 뒤에 이음새를 만지려는 순간


“너희 뭐하니?”


기가 막히게 로레인이 등장했다.


“에휴.”


우타가 한숨을 뱉었다.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눈빛.


“황궁은 참 재밌는 곳이네???”


로레인의 몸에 투기가 일었다.


“아. 나왔어. 그럼 이제 나도 좀 씻자.”


하지만 율리안도 만만찮았다.

그는 로레인의 투기를 너무나 자연스레 흘렸다.


‘아 형! 나도!!!’


두 여인의 어색한 침묵 사이, 우타만이 덩그러니 남겨졌다.


“이름이 아드리안이라고?”


“네. 언니.”


“카리스 언니라고?”


“네.”


별것 아닌 대화.

하지만 우타는 이상하게 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나 오늘 여기서 자도 되지?”


“따로 방 준비해 드릴게요.”


“여기서 자고 싶은데?”


“따로 방 준비해 드릴 테니 거기서 주무시죠.”


“왜 그래야 되는데?”


우타는 열린 문틈 사이로 조용히 퇴장했다.


“율리안 황자예요. 황자가 오자마자 밖에서 데려온 낯선 여인과 동침한다? 율리안은 물론 언니한테도 좋지 않아요.”


정확한 판단에 이은 냉정한 해결책.

로레인은 반박할 수 없었다.


‘요거요거 난 년이네.’


로레인이 아드리안을 보며 씩 웃었다.

기싸움은 기싸움인 거고

율리안 옆에 이런 유능한 여인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알았어~”


로레인이 피식 웃으며 아드리안의 볼을 쓰다듬었다.


“어머~ 피부 봐. 탱탱하네. 방 어디로 가면 돼?”


“안내할게요.”


아드리안은 로레인과 걸으며 생각했다.

분명 자신이 기선을 제압했다 생각했는데

그녀에겐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연륜이 느껴졌다.

이겼는데 비긴 느낌이었다.


***


다음 날.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대승절은 듀발론 제국의 가장 큰 축제였다.

중앙 광장에 마련된 거대한 단상.

황제, 황자를 비롯해, 주요 요직의 귀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놈이 황제. 다이크 듀발론.’


율리안의 위치는 황제 바로 뒤편.


“오라버니.”


이때 자신의 옷자락을 당기는 작은 손이 나타났다.


‘얘가 루비 듀발론이구나. 예쁘장하게 생겼네.’


율리안은 왜 생전 몸의 주인이 그녀에게만은 잘해줬는지 알 수 있었다.

루비는 퍽 귀여웠다.

검은 머리에 암청색 눈까지 판박이였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율리안의 눈은 심해의 그것과 같았다면

루비의 눈은 윤슬이 부서지는 청량한 바닷빛이었다.


“안아줘.”


루비가 팔을 활짝 벌렸다.

율리안이 그녀를 안아 올렸다.


“잘 보여?”


“응!”


행사가 시작됐다.

축하 공연을 시작으로 축제를 기획한 각 귀족들의 축사 그리고 솔로몬 듀발론을 위한 헌정시까지. 율리안은 이 모든 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루비에게 푹 빠져 그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기만 할 뿐.


“율리안, 루비 집중해라.”


루비의 어리광을 눈감아주던 토마스였지만 황제가 단상에 서자 분위기를 바꿨다.


“나의 백성들아.”


그의 한 마디에 율리안의 몸이 저릿했다.

다이크 듀발론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솔로몬이 지혜로운 성군이었다면

다이크는 모든 걸 집어삼킬 패왕이었다.


‘대륙 통일은 운이 아니다?’


“힝.”


그렇게 황제를 살펴보는 것도 잠시,

루비는 토마스의 꾸지람이 속상했는지 율리안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괜찮아. 괜찮아.”


율리안이 루비를 달래줬다.


“이번 대승절만큼은 조금 특별하게 시작하고 싶구나. 내 아들 율리안. 나오거라.”


일장 연설이 끝난 뒤, 황제가 율리안을 불렀다.


“루비. 눈 막고 있어.”


율리안이 루비를 내려놓으며 작게 속삭였다.

루비는 조막만 한 손으로 자기 눈을 착 가렸다.


“기대해.”


율리안이 가이렌과 토마스를 보며 씩 웃었다.

두 형제는 궁금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가 뭘 준비했던 그건 객기요 개수작일 것이다.


아드리안이 써준 연대기를 읊으며 국민들을 속이려 들까?

어버버하다 대승절의 시작을 알릴까?

그도 아니면 땀만 삐질삐질 흘리다 이 기회를 망칠까?

토마스와 가이렌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만약 율리안이 당황하고 허둥지둥한다면?

형이 나서 동생의 허물을 덮어주는 건 퍽 괜찮은 그림이었으니까.


“긴말 하지 않겠습니다.”


토마스와 가이렌이 웃었다.

두 형제는 율리안이 마땅히 내세울 게 없어 은근슬쩍 이 상황을 넘길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쿵!!!


율리안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오우거의 대가리를 꺼냈다.


“히익!”


관중들이 경악했다.


“저는 장막을 뚫고 버려진 땅을 조사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승리했습니다.”


여기까진 그저 밋밋한 자기 자랑.

하지만 결정적인 한 마디가 분위기를 순식간에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그때 그날처럼.”


관중들이 미친 듯이 함성을 내질렀다.

그 어느 때보다 짧은 말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인상적인 대승절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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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시험 (1) 24.09.12 4 0 12쪽
57 이변 (4) 24.09.11 7 0 11쪽
56 이변 (3) 24.09.10 8 0 12쪽
55 이변 (2) 24.09.09 8 0 12쪽
54 이변 (1) 24.09.08 8 0 12쪽
53 대승절 (4) 24.09.07 7 0 12쪽
52 대승절 (3) 24.09.06 9 0 12쪽
51 대승절 (2) 24.09.05 11 0 12쪽
» 대승절 (1) 24.09.04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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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0 0 12쪽
46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3) 24.09.01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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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1) 24.08.31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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