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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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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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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1)

DUMMY

“에휴~”


다르토는 파리만 날리는 감옥에 앉아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아직도 그때의 감각이 생생했다. 뜨거운 화로, 모루에서 들려오는 담금질 소리, 망치의 촉감 그리고 검을 받았을 때 황홀해하던 카리스의 표정.


‘잘 있으려나.’


그는 하루 종일 카리스에게 준 검만 생각했다. 검을 만든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건만. 벌써부터 아련했다. 그때만큼 그는 장인이고 대장장이였으니까.


오직 한 작품을 위해 자신의 체력, 시간, 집중력을 쏟아부은 게 얼마 만인지. 그런 몰입은 자식들에게 받는 뽀뽀 이상의 풍족함을 주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됐다.


‘검만 휘두를 줄 알지. 손질은 잘 하나 모르겠네!’


자식과 같은 작품이 먼지가 쌓이는 건 괴롭다.

자시니 만든 작품이 격렬한 전투 끝에 손상되는 것도 못지않게 괴롭다.


‘다르토! 딴생각 그만하고 집중하자!’


집중하려고 해보지만


“........”


감옥에는 토론토 외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게다가 율리안이 다녀간 후 로드는 성문을 개방한 상태.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굳이 감옥에 찾아올 놈들은


“워후!!!!!”


있었다.


“아! 역시 폭신해!”


‘이 소리는!’


다르토가 미친 듯 뛰어갔다.

머리로는 설마라고 외치면서도

마음으론 자신의 예상이 맞길 간절히 바랐다.


‘그러다 아니면 어쩌지?’


자신이 너무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 거다.

결국 환청이 들릴 지경에 이른 거다.

애써 부정하면서도 자신이 맞길 바랐다.

그리고


“오오! 오오! 오오!!”


다르토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오! 다르토 아저씨 오랜만!”


율리안이 넉살 좋게 인사했다.

하지만 다르토의 시선은 카리스의 검집에 고정돼 있었다.


“이보게! 검! 검은 어떻던가?”


“아! 노을 말하는 건가?”


“노을? 그 검의 이름인가?”


“그래. 어떤 거 같나?”


“좋아! 아주 좋아!”


다르토는 창살에 얼굴 욱여넣다시피 하며 카리스에게 다가갔다.


‘그냥 열쇠로 문 열고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닌가?’


로레인이 그리 생각했지만, 굳이 입을 열진 않았다.


“노을! 노을을 좀 볼 수 있나?”


“아. 조금 봐주겠나? 이번에 전투가 격렬해서.”


카리스가 칼집에 꽂혀있는 노을을 다르토에게 넘겼다.


“아. 검 좀 볼 테니. 알아서 나와.”


다르토는 카리스에게 열쇠 꾸러미를 던져줬다.

그러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대장간으로 향했다.


“뭐 저래?”


감옥에서 나온 율리안이 다르토가 사라진 복도를 바라봤다.

새삼 드워프들의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가 향한 곳은


끼익.


토론토의 감옥이었다.


“들어가도 됩니까?”


“왜 또 왔어?”


“뭘 알면서 물어요. 방어구 맞추려고 왔지.”


“나 죄인이다. 돌아가라.”


율리안은 어이가 없었다.

방어구 맞춰준다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 돌아가라니. 하지만 그에겐 믿을 구석이 있었으니.


“진짜 돌아가요?”


“그래. 돌아가라.”


“아~ 아쉽다. 오우거 가죽으로 방어구 맞춰달라 부탁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처음 발견된 오우건데~”


토론토의 몸이 움찔했다.

미끼를 물었다.

다음은 낚싯대를 잡아당길 차례.


“아~ 이게 또 그냥 오우거냐 하면 그게 아니라 마족화 된 오우거란 말이죠~ 카리스. 이런 가죽 처음이었지?”


“그렇지. 그냥 오우거였으면 잘렸어야 할 피부가 흠집도 안 났으니까.”


덜덜덜덜덜.


토론토가 다리를 비정상적으로 많이 떨었다.


“진짜 갑니다~ 아 이거 누구한테 부탁해야 하나~”


율리안이 철창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문을 넘어가려는 순간


“잠깐!”


율리안이 토론토를 제대로 낚았다.


“왜요? 저 방어구 맞추러 가야 돼요.”


“근데 난 죄인 신분이다. 대장간까지 못 가.”


“지금이면 괜찮지 않아요?”


던져진 열쇠 꾸러미.

사라진 간수.

그리고 너와 나.


“아!”


토론토가 홀린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


“작업실이 집에서 머네요?”


토론토의 작업실은 파이크의 묘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우리 집에 기물 훔치러 갔었냐?”


“얘기가 왜 그렇게 됩니까?”


“집이 어딘 줄 아니까 말이 그렇게 나오지.”


“그냥 어디 사나 궁금해서 그랬습니다. 제가 말했잖아요. 방어구 마치러 온 거지 기물 달라고 온 거 아닙니다.”


그는 오랜만에 오는 작업장이었음에도 마치 어제 온 것처럼 능숙하게 주변을 정리했다.


“가공하기엔 작업실이 좁을 텐데.”


“보여주고나 말해.”


“실망하진 않을 겁니다.”


내가 아공간을 열어 오우거의 시체를 꺼냈다.


“어때요? 이 정도면 쓸만하죠?”


그는 나에게 아공간 주머니라는 선의를 베풀었고

나는 희귀한 소재를 처음 가공할 수 있게 보답했다.

드워프에게 있어 희귀 소재를 처음 만져보는 건 명예이자 자부심이었으니까.


“오오!”


토론토는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해질 만큼 밝게 웃었다.

감옥에선 사막처럼 건조한 표정만 짓는 그였는데

지금은 밤하늘의 별빛을 담은 아이처럼 눈이 빛났다.


“그게 어디있더라.... 어디~ 어디~”


토론토는 한쪽 귀퉁이에 놓인 연장들을 이용해 가죽의 강도를 재기 시작했다.


“대단하구만.”


토론토가 오우거 시체에 푹 빠졌다.

나는 그가 작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줬다.

그리고 내가 향한 곳은 파이크의 무덤.

나는 그의 묘비에 다시금 술을 부어줬다.


“더럽게 비싼 술 마셨네.”


드워프 로드라 그런가?

그는 소탈한 면이 있지만

먹는 술만큼은 고급 중 고급이었다.

그렇게 술을 따라준 뒤 그의 묘비 옆에 앉았다.

적막이 감돌았다.


“당신이 살아있을 땐 뚝딱거리는 소리라도 들렸는데. 거긴 어때? 난 되도록 밝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네.”


어색함에 괜히 말을 걸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묘비는 말이 없건만

그가 나를 지켜보는 느낌이 들었다.


“로레인이랑 다리우스 알지? 아직 살아있어. 다리우스는 지금 카리스야. 무슨 뜻이냐고? 남자가 여자로 환생했단 뜻이지.”


묘비 앞에서 참 많이도 떠들었다.

어쩌면 난 이렇게 지난날의 추억을 공유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천천히 천천히 해가 떨어지는 시간에 맞춰 술을 비웠다.


“아이고.”


그의 비석 옆에 술병을 내려놨다.


“다음에는 조금 더 좋은 곳에서 마시자고.”


그렇게 묘비를 떠나 다시 토론토에게 향했다.


웅성웅성.


웅성웅성.


토론토의 작업장엔 드워프들이 가득했다.

나는 긴장했다.

명색이 탈옥.

명분이야 만들어놨지만 그들에게 먹힐지 안 먹힐지 따져봐야 했다.


“저거 오우거 아니야?”


“근데 피부가 하얀색인데?”


“저 가죽 보통 질긴 게 아닌 거 같은데? 가죽 절단용 칼로도 안 잘려.”


“토론토! 감옥엔 내가 대신 들어갈 테니 가죽 조금만 주면 안 되겠나?”


장비에 미친 종족답게 토론토의 탈옥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빡!


방심한 사이, 누군가가 내 뒤통수를 후려쳤다.


“악!!! 어떤 새끼야!”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


고개를 내리고 나서야 페리오 형제 중 첫째가 보였다.

그는 무슨 일에서인지 잔뜩 성이 나 있었다.


“왜 때려요!”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뭐가요!”


“그 반지 마음에 안 들어?”


“아니요. 덕분에 목숨 건졌죠.”


“근데 왜!!”


페리오1이 오우거를 가리켰다.

왜 자신이 아니라 토론토냐는 의미.


“아!”


나는 곧바로 토론토의 작업실로 들어가 그가 진땀 흘려 가공해낸 가죽을 덥석 집었다.


“이 가죽은 제가 가져갑니다.”


정사각형으로 예쁘게 절단한 가죽을 빼내 그에게 건네줬다.


“됐죠?”


페리오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그는 요구할 자격이 있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지금 내 몸은 산산조각났을 테니까.


“커흠. 흐흠.”


드워프들이 기침을 시작했다.

하지만 난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모두가 외면할 때 도움을 주는 사람에겐 그만큼 보답해야 한다. 하지만 나서지 않다 떡고물만 떨어지길 바라는 사람에겐 아무것도 줄 마음이 없다.


쾅!!!


작업실의 문을 닫았다.

의도는 명확했다.

너희에게 줄 거 없으니 가라.


“......”


토론토는 주변에서 드워프가 떠들고 내가 문을 세게 닫아도 자신이 할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렇게 지켜보길 한 시간. 드디어 그의 시선이 내 몸에 꽂혔다.


“일어나봐.”


드디어 치수를 잴 시간.


“언제쯤 될 거 같습니까?”


“지금부터 빨라야 2주.”


“2주라.”


귀한 날짜가 1월 1일이긴 했지만, 꼭 그 기간에 맞춰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집중력, 이 몰입도에서 나오는 방어구가 궁금했다.


“알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밤이 찾아왔다.

그러고 보니 문제가 있었다.

아직 숙소를 안 정했다는 것.


“율리~”


그때 때마침 로레인을 만났다.


“어. 로레....”


그녀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태양이 지고 달이 떴음에도 그녀는 유독 빛나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미모가 아름다운 것도 있었지만


“이것들 다 어디서 났어?”


귀걸이, 목걸이, 반지, 팔찌, 발찌까지.

걸 수 있는 곳엔 모조리 장신구를 걸고 나타난 것.


“샀지.”


“무슨 돈이 있다고?”


“돈은 없지만 다른 건 있지.”


그녀가 샤논의 작업실에서 만든 포션을 꺼내 들었다.


“아···.”


샤논이 없는 게 다행이었다.

이 사실을 알았다면 당장이라도 그리핀을 타고 날아와 로레인을 낚아챘을 거니까.


“율리 근데 우리 어디서 자?”


“생각해 둔 곳이 있어. 카리스는?”


“아직.”


“카리스랑 합류해서 가자.”


로레인이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들릴 듯 말 듯 꼭 그렇게 셋이 가야 하냐는 둥, 역시 자기보다 가슴이 커서냐는 둥, 역시 어린 게 최고라는 둥 온갖 구시렁구시렁은 다 뱉으며 다르토의 작업실로 향했다.


“검신을 조금만 더 무겁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손잡이는 조금 얇게 해주고.”


“검신의 무게를 늘리려면 손잡이도 지금보다 더 두꺼워져야 해. 손 줘봐.”


카리스가 손을 활짝 폈다.


“네 손에 딱 맞는 크기로 손잡이를 만들려면 검신의 무게는 조금밖에 못 늘려. 선택해. 손잡이야? 검신이야?”


그녀와 토론토는 이미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있었다.


“아무래도 오래 걸릴 거 같은데~~~”


로레인이 은근슬쩍 내 어깨를 툭툭 쳤다.

확실히 저 상태면 그녀를 방해하지 않는 게 나아 보였다.


“안 되겠다. 오늘은 우리끼리 가자.”


“아이고 아쉽다! 어쩔 수 없지 뭐!”


전혀 아쉬운 여인의 발걸음이 아니었다.


“율리~ 우리 조금 둘러보다 갈까?”


로레인이 팔짱을 꼈다.

오늘밤만큼은 그녀에게 맞춰주기로 했다.


“흠흠~ 흠흠~~”


그녀가 콧노래를 불렀다.

전투가 없던 날, 그녀는 하늘하늘한 흰 원피스를 입고 이렇게 콧노래를 부르며 내 손을 이끌곤 했다.


“그래서 우리 어디가?”


“최고로 푹 잘 수 있는 곳.”


“그 뜻은 침대가 좋다는 뜻이겠네?”


“그렇겠지.”


“넓고. 2명은 충분히 뒹굴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로레인이 내 발을 재촉했다.

그리고 잠시 후


“진짜 이럴 거야?”


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나와 로레인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드워프 왕궁.


“왔는가?”


린데가르드가 버선발로 나를 마중 나왔다.

알고 있다.

그는 나를 기다린 게 아니다.


“그럼 바로 볼까?”


내가 아공간에서 오우거의 대가리를 꺼냈다.


“오오!!!!”


그가 드워프의 대가리에 박힌 마석을 보며 눈을 빛냈다.


“이거 정말 내가 가져도 되는 거지?”


나는 흔쾌히 오우거 대가리를 넘겼다.

그의 입이 찢어질 듯 벌어졌다.


“잘 곳은 정해뒀나?”


“아니요. 한 자리 주시죠.”


“여봐라. 여기 인간들에게 최고급 방을 내주거라.”


“알겠습니다.”


최고급이라는 말에 로레인의 눈이 빛났다.


“그건 그거고 약속 잊지 않으셨죠?”


“물론이지.”


“한 판 뜹시다!”


“에?”


로레인이 갑자기 무슨 개소리냐는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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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이변 (3) 24.09.10 8 0 12쪽
55 이변 (2) 24.09.09 8 0 12쪽
54 이변 (1) 24.09.08 7 0 12쪽
53 대승절 (4) 24.09.07 7 0 12쪽
52 대승절 (3) 24.09.06 9 0 12쪽
51 대승절 (2) 24.09.05 11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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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0 0 12쪽
46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3) 24.09.01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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