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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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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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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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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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땅 (4)

DUMMY

“거절합니다.”


자고로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하지만 침을 뱉지 못할 뿐


“거절한다고?”


샤논은 내 얼굴을 후려칠 기세였다.


“네. 제가 왜 해야 하는데요? 이곳 주인은 당신이라면서요?”


“........”


“이 땅 등기 하셨습니까?”


“등기?”


사회에 등지고 산 네크로맨서가 토지의 등기를 알 리 없었다.


“이곳은 공공부지지 사유지가 아닙니다. 아니죠. 따지고 보면 이 땅은 듀발론 제국의 영토니 제 땅이기도 하죠.”


샤논의 표정이 굳었고

열려있던 팔은 자연스레 팔짱을 꼈다.

어디 계속해 보라는 눈빛.

그렇게 눈 뜬다고 멈출 내가 아니었다.


“듀발론 제국의 영토를 자기 땅이라 선언하고 마족이 나타났으니 도와달라. 이거 아닙니까?”


“네 말대로 듀발론 제국이라 치자. 그럼 저 마족 토벌도 너희가 해야 할 일 아닌가?”


“버려진 땅을 두르고 있는 장막. 샤논님이 하신 거죠?”


“......”


긍정의 침묵.


“땅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놓고 이제 와서 구해달라. 이거 너무한 거 아닙니까?”


본인이 생각해도 어이없었던 모양인지 그녀가 입을 꾹 닫았다.


“그리고 또 하나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뭔데?”


“듀발론 제국에서 몇 차례 조사대를 파견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아직 생환하지 못했는데 이게 샤논님이랑 관련 있습니까?”


이건 중요한 대답이었다.

신분상으로 난 듀발론 제국의 황자.

그녀가 만약 조사대에 위해를 가했다면 쉬이 넘어갈 일은 아니었다.


“그건···.”


그녀의 말끝이 길어졌다.


“내가 결과적으로 내가 한 게 되겠지.”


“폭식의 오우거. 샤논 님이 살린 거죠.”


그녀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하나도 빠짐없이 다 설명해 주세요.”


“먼저 이곳을 침략한 건 제국군이었어!”


그녀의 억울함으로 얘기는 시작했다.

얘기는 길었지만 요약하면 간단했다.

제국의 귀족들이 언젠가부터 이곳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목적은 사냥.

동물과 교감하며 살던 샤논은 귀족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장막을 쳤다.

그럼에도 귀족들은 사병을 통해 이 땅을 차지하려 한 것.


“그래서 오우거를 살린 겁니까?”


샤논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녀석들만 몰아낸 뒤 녀석을 없앨 요량이었어.”


하지만 폭식의 오우거를 살리는 데 주력은 생각 이상으로 많이 들었고 주력이 모자라게 되자 결국 오우거가 통제를 벗어난 것.


“근데 녀석은 동물을 잡아먹고 있었다. 장기까지 다 살린 건가?”


카리스의 물음에 샤논은 아니라고 답했다.


“녀석은 동물을 잡아먹는 게 아니야. 영혼을 빼먹는 거지.”


그녀 혼자로선 오우거를 잡을 수 없었고

결국 생각해 낸 궁여지책이 장막을 넓히는 것.


“장막을 풀고 제국군한테 녀석을 넘기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요.”


“늑대 쫓으려다 호랑이 불러들이는 꼴이지. 그래서 너희한테 부탁하고 싶다. 로레인이라면 내 마음을 알아줄 거 같거든.”


어느 정도 구색은 맞춰졌다.

조건 없이 부탁을 들어주는 것과

각자의 위치를 상기시킨 뒤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나 혼자로는 무리다. 하지만 로레인 그리고 저 여인. 이 둘과 내가 힘을 합치면 오우거를 잡을 수 있어.”


샤논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 나를 제외했다.


“왜 우리 율리는 빼! 우리 율리 섭섭하게.”


“알잖아?”


묵직한 한마디.

로레인의 입이 꾹 닫혔다.


“네크로맨서면 오러도 못 쓰고 그렇다고 주력이 많은 것도 아니고 주력을 담는 기물은?”


“없습니다.”


“스승한테 안 받았어?”


“전투 중에 박살 났습니다.”


“네크로맨서에게 주력을 저장할 기물은 생명이거늘.”


그녀가 자기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율리. 나는 율리가 안전한 게 더 좋은데.”


“등 뒤에서 응원만 하는 건 사양이야.”


이때 스프를 다 먹고 시원하게 트림한 카리스가 입을 열었다.


“꼬맹이. 전장에 참여해 본 적은?”


“구를 만큼 굴렀다.”


“그럼 알 텐데? 율리안에겐 전력을 메꾸고도 남을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게 뭐지?”


카리스의 미간이 구겨졌다.


“아. 그게.”


말로는 설명할 수 없으나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분명히 있는데 뭐라고 설명하기 애매한. 카리스는 샤논 앞에서 계속 그렇게 중얼거렸다.


“바람.”


카리스의 고민은 로레인이 단숨에 해결해 줬다.


“전장의 분위기를 바꾸는 바람. 혹은 행운이라고도 하지.”


로레인이 나를 보며 찡긋했다.


“발목 잡지 않을 자신 있지.”


“물론. 그리고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뭐?”


“전리품 분배.”


“그 시체? 너희 가져라. 오히려 치워줘서 고맙다.”


“잘 부탁합니다.”


협상은 여기서 끝이었다.

협상의 끝은 언제나 악수.


“그래. 부탁하지.”


그녀가 내 손을 맞잡았다.


“조금 더 오세요.”


“이게 다 뻗은 거다.”


“아.......”


***


“1주일 후 레이드에 들어가겠습니다.”


모두가 동의했다.

카리스와 로레인은 수련을 시작했고

샤논은 준비할 게 있다며 사라졌다.

지금의 나로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백마야.”


휘파람을 부르자 녀석이 달려왔다.


“가보자고.”


내가 할 일은 정찰이었다.


[룬디아.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이게 뭔 뜻인지 알아?]


[몰라.]


[생각하는 척이라도 해줄래?]


[나타샤. 너희 나라말은 너무 어려워. 그래서 답이 뭔데?]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어때?]


그녀가 허리에 손을 올리고 콧김을 내뿜었다.

그 모습이 퍽 귀여워 웃음이 났다.


[좋네.]


[그렇지! 그러니까 정찰이다!]


[조심히 갔다 와라.]


[무슨 소리야! 같이 가야지.]


나타샤.

그때 함께 했던 정찰을 이젠 이름 없는 백마와 함께하고 있어.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푸르르르르.”


나는 녀석의 서식지로 천천히 전진했다.

저 냄새나고 못생긴 녀석에게 한 가지 장점이 있다면 몸에서 풍기는 악취 덕에 위치를 파악하는 건 쉽다는 거였다.


“오랜만이네.”


녀석의 행동거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높은 절벽 위에 야영을 준비했다. 앞으로 3일간은 이곳에서 먹고, 자고, 싸며 녀석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계획이다.


“우웩. 율리안 그새 감 잃었네.”


대전쟁 시절, 시체가 썩고 오물이 올라오는 전장에서도 퍽이나 잘 자던 나였는데 시간이 지나긴 지났나 보다. 본격적으로 야영 준비를 마친 뒤 나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녀석을 살폈다.


까드득. 까드득. 퉤!


우걱 우걱.


“하루 종일 처먹기만 하네.”


녀석은 3일이 되도록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아침에 사냥감을 구하고

잠들 때까지 처먹기만 했다.

밤에는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흠.”


원래대로라면 돌아가야 할 시간.

하지만 이대로 돌아가기엔 건진 게 너무 없었다.

그래서 슬슬 움직여보기로 했다.


“다들 도망가! 어서! 와아악!”


녀석의 사냥터를 기점으로 동물들을 멀리멀리 대피시켰다. 하지만 숲에 터를 잡은 포식자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게 제명을 재촉하는지도 모르고. 반대로 상대적 약자인 초식동물들은 내 말을 따라 숲에서 최대한 멀어졌다.


그렇게 4일 차.


“낄낄낄.”


녀석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예전엔 양손 한가득 동물의 사체가 있었는데

이번엔 한쪽 손이 비어 있었다.

어떤 전투든 보급이 차단되는 건 치명적이다.


“그워어어어어어어어!”


녀석은 잔뜩 성이 났다.


“아오 시끄러!”


녀석의 성난 포효는 밤이 되도록 계속 이어졌다.


5일 차.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어?”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기분 탓인가?

녀석에게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나만의 착각일 수 있다.

더욱 객관적인 정보가 필요했다.


“함께 갈 곳이 있다고?”


녀석의 변화를 확인해 줄 사람이 필요했고

그 적임자는 카리스였다.


“무슨 일이지?”


“카리스. 오늘은 야영이다.”


“뭐? 야영? 둘이 같이 잘 거야? 안 돼! 안 돼! 나도 데려가!”


로레인이 다급하게 야영 물품을 챙기기 시작했다.


“우리 율리 지켜! 우리 율리 지켜!”


“너도 나이 먹고 참 대단하다. 쯧쯧.”


“그게 할망구가 할 소린가?”


“한 번만 더 할망구라고 하면 네 피부 다 녹여버린다.”


“꺅~ 율리 나 무서워~!!!”


그녀가 내 등 뒤로 숨었고

샤논은 어이없는 눈으로 로레인을 쳐다봤다.


“지랄 염병을 한다. 염병을 해.”


“베~~”


하지만 로레인도 지지 않았다.


“로레인. 3명이 가기엔 백마도 힘들 거 같아.”


“쟤 타고 가.”


샤논이 절벽 위에 둥지를 튼 거대한 그리폰을 가리켰다.

말로는 투덕대지만 내심 챙겨주는 샤논.


“로레인 거기 냄새도 심하고 지역도 험해서 야영하기 힘들어. 그래도 갈 거야?”


로레인이 냄새에서 뜨끔했다.

하지만 카리스의 가슴을 빤히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후회하면 안 돼!”


로레인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


“율리. 나 그냥 돌아가면 안 돼?”


이럴 줄 알았다.


“내가 말 했잖아. 힘들 거라고.”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


“잘 수 있겠어?”


로레인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그럼 정해졌네.”


“뭐?”


“하루 종일 우리는 난동 부릴 거야.”


“난동?”


“가보면 알아.”


나는 로레인, 카리스와 함께 녀석을 굶겨 죽여버릴 기세로 동물들을 내쫓았다.


“꺅 율리~ 얘가 나 계속 쳐다봐. 위험한 거 같아.”


“언니. 장난하지 말고.”


“알았어. 쳇! 야. 기분 안 좋으니까 나가라.”


이번에는 초식동물은 물론 먹이사슬의 최상위층에 있는 맹수들도 내쫓았다. 최대한 상처를 주지 않고 쫓아내려 했지만 그럼에도 터전을 지키려는 녀석이 있다면 가볍게 두들겨 패 목숨을 구해줬다.


“율리. 우리 나쁜 짓 하는 거 아니야?”


“좋은 일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아침이 오도록 동물들을 내쫓았다.


쿵. 쿵. 쿵. 쿵.


아침이 되자 녀석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하여튼 처먹는 시간은 기가 막히게 지켜요.”


“싸울 건가?”


카리스가 검을 뽑았다.


“아니 그것보다 더 어려운 걸 할 거야.”


“율리 저게 뭐야. 우웩!”


로레인이 헛구역질을 했다.


“냄새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못생겨서 그런 거야.”


말로 녀석을 죽일 수 있었다면 녀석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거다.


“싸움보다 더 어려운 일? 뭐지?”


카리스는 지금, 이 상황을 참기만으로도 몹시 어려워 보였다.


“마지막까지 철저히 녀석의 식사 방해하기!”


작전은 간단했다.

녀석의 이동 경로를 파악,

그곳에 있는 동물들을 대피시키는 것.


대전쟁 시절, 가장 먼저 투입돼 가장 나중에 나오는 특수부대. 그중에서도 전장을 휘젓던 3명에게 야생동물 쫓는 것은 오우거 머리에 방울 달기보다 쉬웠다. 우리는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며 녀석이 사냥할 동물들을 미리 내쫓았다.


“그워어어어어어!!!”


녀석이 사납게 포효했다.

포효만으로 숲이 진동했다.


“우웩!”


저 멀리서 로레인이 구역질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 새끼 입냄새 왜 저래?”


그리고 나오는 진심.

작전은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녀석은 밤이 찾아올 때까지 개미 새끼 한 마리 얻지 못했다.


쿵! 쿵! 쿵! 쿵! 쿵!


녀석이 성질을 부리기 시작했다.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만으로 대지가 진동했다.

가히 압도적인 파워.

녀석의 몽둥이질을 본 로레인과 카리스가 긴장했다.

다시 봐도 살벌한 위력.


“율리안. 나한테 확인해 줄 게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게 뭐지?”


“저 녀석 몸집이 줄어든 거 같지 않아?”


“줄었다고?”


카리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6일 차 아침.

내가 본 녀석은 평소보다 작아 보였다.

그걸 통해 내릴 수 있는 가설.


‘녀석은 정해진 양의 영혼을 섭취하지 못하면 몸을 유지하지 못한다.’


확인이 필요했다.

녀석의 악취에 취해 내 머리가 이상해진 걸 수도 있으니까.


“확실히 작아진 것 같군. 몽둥이가 커진 게 아니라면 녀석이 작아진 게 확실하다.”


“좋았어.”


가설이 성립됐다.

이제는 마지막 단계.

난 샤논을 포함한 모두를 불러 모았다.


“한 가지 희망이 생겼어요.”


나는 샤논에게 녀석의 특성을 설명했고

그녀는 아주 유용한 정보라며 기뻐했다.


“그래. 그런 특성이 있었군. 왜 진즉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머리가 굳어서 그렇지. 이년아.”


“진짜 피부 녹여버린다.”


“자. 자. 집중.”


여기가 진짜 포인트였다.


“저는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녀석을 굶길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게 뭔데?!”


로레인의 눈이 빛났다.


“숲을 태우는 거야.”


“뭐?”


샤논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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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시험 (2) 24.09.13 4 0 12쪽
58 시험 (1) 24.09.12 4 0 12쪽
57 이변 (4) 24.09.11 6 0 11쪽
56 이변 (3) 24.09.10 8 0 12쪽
55 이변 (2) 24.09.09 8 0 12쪽
54 이변 (1) 24.09.08 7 0 12쪽
53 대승절 (4) 24.09.07 7 0 12쪽
52 대승절 (3) 24.09.06 9 0 12쪽
51 대승절 (2) 24.09.05 11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1 0 12쪽
49 복귀 24.09.03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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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0 0 12쪽
46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3) 24.09.01 8 0 12쪽
45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2) 24.08.31 9 0 12쪽
44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1) 24.08.31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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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바람 한 자락 (2) 24.08.28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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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버려진 땅 (3) 24.08.25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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