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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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최근연재일 :
2024.09.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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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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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절 (2)

DUMMY

최근 10년 안에 본 가장 충격적인 퍼포먼스였다.

세간 사람들이 평가한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율리안을 입에 올렸다.


“그 오우거 대가리 봤는가? 대가리만 해도 사람 몸통만 하데.”


“율리안 저하도 실제로 보니 몹시 헌앙하더구먼.”


“아이고~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어떻게 꼬셔봤을 텐데.”


“아서라 여편네야. 그 얼굴로 무슨!”


정작 얘기의 중심에 있는 율리안은 느긋하게 축제장을 걷고 있었다.


“꺅~ 율리! 나 저거!”


오늘도 로레인은 어김없이 딸기를 설탕에 조린 꼬치를 손에 들었다.


“안 질려?”


“이렇게 맛있는 게 왜 질려.”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로레인과 율리안을 쳐다봤다.


“황자 저하 아니야?”


“여자는 누구지? 진짜 예쁘네?”


“진짜 황자 저하 아니야?”


“아서라. 황자 저하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 길바닥을 활보하시나.”


“그렇긴 해.”


사람들의 말대로다.

율리안은 어째서 좋은 황궁을 놔두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을까?

때는 개막식이 끝난 직후로 돌아가야 한다.


“황자 저하.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듀발론 제국의 동·서부 지역을 다스리는 로구치아 가문에...”


“로구치아 경. 이건 선을 넘은 거 같은데? 저하에게 먼저 만나 뵙길 청한 건 나일세. 저하. 저는 메치아 가문에.....”


특별한 끄나풀이 없는 시골 변방 귀족들이 너나 할 거 없이 율리안에게 몰려들었다. 하지만 율리안의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는 소중한 사람과 지금을 누리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흥~ 흥~ 흥~ 흥~~”


로레인은 기분이 좋았다.


“귀걸이 효과 어때?”


“이럴 땐 효과를 묻는 게 아니라 귀걸이 잘 어울리네~라고 말하는 거야? 알겠어?”


마석의 반절을 지불하고 만든 아티팩트.

역시 드워프 로드답게 성능은 확실했다.


“진짜 감쪽같네.”


“하응~ 하지마. 간지러워.”


두 남녀는 알콩달콩 축제를 즐겼다.


“미안. 오래 기다렸나? 탈출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집에서 나오는데 탈출까지 해야돼?”


“아이번도 아이번이지만 엄마가 조금 까다롭다. 말로 쉬이 상대할 수 없더군.”


“그럼 모녀끼리 다정히 시간 보내지 왜 눈치 없게 나았니?”


“아드리안은?”


카리스는 숨 쉬듯 자연스럽게 로레인을 무시했다.


“허? 쟤 방금 나 무시한 거지?”


“아드리안 바빠.”


“율리! 너까지!”


“가는 길에 맛있는 거 있으면 사 가자.”


율리안이 아드리안을 떠올렸다.


“난 괜찮으니까 천천히 놀아.”


파묻힌 서류 더미.

짙어진 다크 서클.

그럼에도 다녀오라며 밝게 웃는 모습.

율리안은 아드리안도 함께 축제를 즐기자 했지만 그녀는 거절했다.

없던 보고서를 인과성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이건 역사에 기록될 일이야. 절대 대충한 순 없지!”


“그래도 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건 불편한데.”


“카리스도 조사에 참여했잖아. 이건 우리 가문 일이기도 해.”


아드리안이 율리안의 등을 밀었다.

물론 보고서 내용 중엔 사실과 다른 내용도 있었다.

숨쉬기 힘들 정도로 오염된 토양과 대기.

폭염과 폭설 등, 극과 극을 오가는 날씨.

사나운 맹수들까지.

샤논을 위한 배려였다.


“힘들었겠다.”


아드리안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율리안은 이대로 있으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거 같아 보고서를 부탁한다며 길을 나섰다.


“너무 신경 쓰지 마! 나중에 맛있는 거 사가면 되지! 즐기자!”


로레인이 율리안에게 팔짱을 꼈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게 율리안이었다면

사람들의 시선을 뺏는 것도 율리안이었다.

왼쪽엔 로레인, 오른쪽엔 카리스.

두 미녀를 낀 헌앙한 미남이 걸어 다니니

그곳이 무대여 그들은 배우였다.


[와~ 룬디아! 우리 뭔가 셀럽 된 거 같아!]


[셀럽? 그게 뭔데?]


[사람들 모두가 우리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유명인.]


[그건 감시 대상자잖아.]


[쯧쯧.]


나타샤가 룬디아를 보며 손가락을 흔들었다.


[감시는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거잖아. 저 사람들을 봐.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


율리안이 나타샤의 말을 떠올렸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지금 사람들은 우리를 선망의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로레인이 귀걸이를 집으면 아낙들이 그 상점을 향했고

카리스가 무구점에 들르면 모험가들이 무구점으로 향했다.


‘나타샤. 너도 참 대단하다. 이 시선을 어떻게 즐길 수 있어? 난 거북한데.’


율리안은 말 그대로 피리 부는 남자였다.

느긋하게 그녀들과 축제를 즐기려 했지만

인파가 몰려들어 그마저도 할 수 없었다.


“로레인. 이제 돌아가면 안 돼. 나 너무 힘든데?”


“그래. 갈 거면 가.”


“응?”


로레인은 지금 이 상황을 더 즐기고 싶었다.

그걸 모를 율리안이 아니었고

하지만 율리안도 기가 빨릴 대로 빨린 상태.

결국 카리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비용 제시요.’


‘도와주면 황궁 소환.’


‘며칠?’


‘하루?’


‘잘 가라.’


카리스가 냉정하게 돌아섰다.

사실 카리스도 돌아가고 싶었다.

이러고 있을 시간에 어디 틀어박혀 수련하는 게 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일이었으니까.


“카리스!”


“나는 가보겠다.”


그렇게 카리스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그 순간


“나와.”


거구의 장정이 카리스를 옆으로 밀어버렸고

카리스가 바닥에 쓰러졌다.


“카리스!!!”


율리안과 로레인이 쓰러진 카리스에게 급히 달려갔다.


“괜찮아?”


“저기요!”


로레인이 사내를 노려봤다.


“지나가는데 길 막은 건 그쪽이야.”


로레인의 고개가 점점 올라갔다.

2m가 넘는 거구에 거대한 덩치.

거기에 몸집만 한 대검까지.

사내는 전혀 미안한 마음이 없어 보였다.


“옆으로 비켜주면 되잖아요. 그게 뭐 어렵다고?”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뭐?”


“내가 왜 그래야 되냐고.”


“너 뭐 돼?”


남자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냉큼 입을 열었다.


“브레드포트가의 장남. 다리우스 브레드포트. 그게 나다.”


브레드포트란 이름이 나오자 지나가던 행인들이 널찍이 뒤로 물러났다.


“봤지? 이게 나야.”


그때였다.


퍽!


카리스가 다리우스의 다리를 냅다 걷어차 버렸고

다리우스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았다.


“이게 미쳤나!!!”


“아. 미안하다. 걸어가는데 네가 길을 막고 있어서.”


다리우스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스릉.


그가 대검을 뽑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네가 누굴 건드렸는지 알려줄게.”


카리스가 율리안과 로레인을 차례대로 바라봤다.

내가 나서도 되냐는 의미.

율리안과 로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율리. 우리도 도망가자. 나 너무 무서워~”


“안 돼. 카리스가 사람 죽이기 전에 말려야지.”


“하... 진짜.”


로레인이 다리우스를 노려봤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율리안과 단둘이 있을 수 있었는데 갑자기 거북이 등껍질처럼 생긴 놈이 튀어나와 모든 계획을 망쳤다.


“알려줄 수 있다면.”


카리스도 검을 뽑아 들었다.


“풉.”


다리우스가 카리스의 검을 보며 웃었다.

그녀의 몸집만큼이나 가녀린 검신.

다리우스는 자신이 검을 내려치는 것만으로도 검신이 박살 날 거라 확신했다.


“선공은 양보하지.”


다리우스가 손을 까닥했다.


“선공은 강자가 약자에게 베푸는 관용. 먼저 들어와라.”


빠직.


카리스가 다리우스를 제대로 긁었다.


“그래. 사람 하나 죽이고 중앙 감옥에서 머리 좀 식히고 오지 뭐.”


다리우스가 대검을 내려쳤다.

카리스는 내려오는 대검을 담담히 바라봤다.

그리고


사뿐.


몸을 살짝 돌려 검을 피했다.


쾅!


사방으로 돌 파편이 튀었다.


‘끝이다.’


다리우스는 땅에 박힌 검을 뽑아 바로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우뚝.


검이 뽑히지 않았다.

검의 끝, 카리스가 다리우스의 대검을 지그시 밟고 있었다.


“뽑아라. 뭐 하는 거냐?”


다리우스가 이를 악물었다.

검을 뽑으려 하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이해할 수 없는 일.

이 모든 건 카리스의 검에 대한 이해 덕분이었다.

힘이 검에 전달되는 지점.

카리스는 그 지점을 정확히 눌러 밟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다리우스가 제 성질에 못 이겨 얼굴이 붉어졌다.

그가 마나를 끌어올렸다.

거기서 이미 승패는 정해졌다.

카리스가 밟고 있던 검을 놓아주며 공중제비를 돌았다.

다리우스가 맹렬히 돌진했다.

하지만 분노에 눈먼 공격은 그녀의 옷자락 끝도 벨 수 없었다.


후웅. 짝. 후웅. 짝. 후웅. 짝.


경쾌한 바람 소리.

그리고 따귀 맞는 소리.

두 개의 소리가 어우러져 리듬감을 만들었다.


후웅.


다리우스가 휘두르면


짝.


카리스는 때렸다.


후웅.


다리우스의 공격은 빗나가지만


짝.


카리스의 공격은 계속 명중했다.

다리우스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그의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일까?

아니면 손바닥 자국이 골고루 난 것일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씨발 짜증 나게 진짜!!!!”


다리우스의 검에 살기가 가득 담겼다.

동시에 몸도 더욱 크게 열렸다.

카리스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끝났다!’


두 남녀가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의미까지 같을 순 없었다.


“.......”


카리스의 노을이 정확히 다리우스의 목젖 앞에서 멈췄다.


“하늘 위엔 하늘이 있는 법이다. 항상 겸손하고 정진해라. 알량한 수준으로 자만하지 말고.”


카리스가 검을 거뒀다.


“너 내가 여자라 봐준 거야.”


다리우스도 알고 있었다.

이건 비겁한 변명이었다.

그는 실력에서 완전히 밀렸다.

하지만 여자에게 졌다는 사실이

손도 못 대보고 졌다는 사실에

그는 말싸움이라도 이기고 싶었다.


“내 이름이 왜 다리우슨지 알아? 대전쟁 시절 검성의 스승이었던 다리우스 브래들리. 그분의 검술을 이어받아서야.”


네가 여자라서 봐줬다.

내가 다리우스의 검술을 썼다면 너 따윈 이길 수 있었다.

다리우스는 이런 식의 말을 계속 내뱉었다.


“네가 다리우스의 검술을 이어받았다고?”


어지간하면 그냥 넘길 카리스였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넘길 수가 없었다.


스릉.


그녀가 다시 검을 뽑았다.


“다시 들어와라.”


고오오오오오.


그녀의 기세가 바뀌었다.


“뭐 들었어. 여자한테 쓰기엔 너무 위험한 검술이라니까.”


“전장에서도 그딴 소릴 지껄인 건가?”


이렇게 되자 곤란하게 된 건 다리우스였다.

여기서 빼자니 자존심 상하고

되도 않는 허풍을 수습하자니 패배가 자명했다.

이때 그를 구원해 준 사람들이 있었으니


삐이이익!


“거기 무슨 일입니까!”


호각을 불며 달려오는 경비대원이었다.

경비대원이 보이자 다리우스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아쉽네. 네가 검술 대회에 참가했다면 그때 제대로 혼내줬을 텐데?”


“검술 대회?”


카리스의 반응에 다리우스는 꿈틀했다.


“여기가 결투장이 아니란 것에 감사해라!”


그는 경비대원이 오자 어쩔 수 없이 물러나는 모양새로 자리를 떠났다.

다리우스는 알지 못했다.

그가 뱉은 한마디가 일으킬 파장을.


***


“후~”


아드리안이 안경을 벗고 고개를 젖혔다.

창밖을 보니 해는 어느새 달로 바뀌어 있었다.


“앙!”


그런 그녀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건 우타뿐이었다.


“율리안. 나쁜 놈.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러고 있는데.”


아드리안이 우타를 안고 창가로 향했다.


“귀신이네. 귀신이야. 자기 욕하는 건 기가 막히게 알아채.”


때마침 율리안이 입궁하고 있었다.

아드리안이 손을 흔들자

율리안도 손을 흔들었다.


“미안해. 너무 늦었지.”


율리안이 포장해 온 음식을 아드리안 곁에 뒀다.


“먹으면서 하고 있는 거야?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다. 맛있다 해서 줄 서서 사 온 건데.”


“지금은 뭘 먹어도 맛있을 거 같아.”


아드리안이 봉지를 열자 빵 냄새가 향긋하게 올라왔다.


“잘 먹을게.”


“할 말이 있다. 언니.”


“나?”


아드리안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언제부턴가 말투가 바뀐 동생.

말투가 바뀌자 대화하기가 조금 불편한 아드리안이었다.

그런 동생이 말을 건 이유는 하나다.


“나한테 부탁할 거 있어?”


카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검술 토너먼트에 참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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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시험 (1) 24.09.12 4 0 12쪽
57 이변 (4) 24.09.11 7 0 11쪽
56 이변 (3) 24.09.10 9 0 12쪽
55 이변 (2) 24.09.09 9 0 12쪽
54 이변 (1) 24.09.08 8 0 12쪽
53 대승절 (4) 24.09.07 7 0 12쪽
52 대승절 (3) 24.09.06 9 0 12쪽
» 대승절 (2) 24.09.05 12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2 0 12쪽
49 복귀 24.09.03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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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0 0 12쪽
46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3) 24.09.01 8 0 12쪽
45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2) 24.08.31 10 0 12쪽
44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1) 24.08.31 9 0 12쪽
43 바람 한 자락 (4) 24.08.30 9 0 13쪽
42 바람 한 자락 (3) 24.08.29 10 0 12쪽
41 바람 한 자락 (2) 24.08.28 10 0 12쪽
40 바람 한 자락 (1) 24.08.27 10 0 13쪽
39 버려진 땅 (4) 24.08.26 11 0 12쪽
38 버려진 땅 (3) 24.08.25 11 0 12쪽
37 버려진 땅 (2) 24.08.25 10 0 12쪽
36 버려진 땅 (1) 24.08.24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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