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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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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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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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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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땅 (3)

DUMMY

[룬디아. 우리나라엔 이런 말이 있어. 착하게 살면 복이 와요~ 어떻게 생각해?]


[착하게 살면 병신 되는 게 전장이다. 너희 세계엔 전쟁이 없나?]


노노아는 항상 나타샤에게 날이 서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노노아~ 너 그렇게 나쁜 말 쓰다간 나중에 다 돌려받는다!]


나타샤는 그런 노노아를 항상 아이 취급했고


[어디 해보라지? 나한테 시비 거는 놈 있으면 다 얼려버리면 그만이야.]


노노아는 업보를 받았다.

무려 100년간.

나와 마리아는 말했다.

노노아가 항상 다리우스를 혼낸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다리우스가 노노아를 괴롭히는 거라고.

이 얘기를 왜 하냐고?


내가 생명을 구해줬던 백마가

지금은 내 생명을 구해줬으니까.


“미안 조금만 힘내줘.”


백마는 목숨 걸고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슬픈 사실이 있다면

오우거도 우리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는 것.


쿵. 쿵. 쿵. 쿵.


대지가 울린다.

백마의 말발굽 소리가 초라하게 들린다.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카리스! 카리스!”


녀석이 또다시 몽둥이를 투척하려 했다.

우리 둘이 말에서 도약하면 살 수 있다.

하지만 녀석은 죽는다.


“푸르르르!”


녀석은 오직 우리를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달리고 또 달리고 있었다.


탓.


이때 카리스가 말에서 내려 노을을 고쳐잡았다.


“카리스!”


“나의 검술은 태산을 찍어 누르고 연합군을 지켜주던 검술. 녀석의 몽둥이가 두려워 100년간 검을 휘두른 게 아니다.”


백마의 진심이 카리스에도 닿았다.

진심은 진심으로.


“제기랄.”


말을 멈춰 세웠다.


“뭐 하는 거지?”


“어차피 네가 못 막으면 우리도 죽어.”


“맞는 말이군.”


나도 카리스도 피식 웃었다.


“지금이라도 도망갈래?”



“푸르르르!”


백마도 대지에 네 발을 굳게 디디고 섰다.

우리와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의미.


“미안하다. 원래 전장이란 곳에 낭만은 없거든.”


카리스가 숨을 깊게 뱉었다.

그리고 검을 서서히 들어 올렸다.

집중 또 집중하는 게 느껴졌다.

랜턴 속에서 보고 또 봤던 그 자세.


“온다.”


녀석이 디딤발을 디뎠다.


‘와라!’


카리스의 눈이 빛났다.

그 순간,


멈칫.


오우거의 몸이 멈췄다.


“뭐야?”


처음엔 이곳에 거주하고 있을지 모를 흑마법사를 경계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푸슈슈슈슈.


녀석의 몸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몸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조심해! 독성 물질일지도 몰라!”


“히히히히힝!”


백마가 말하고 있다.

저게 독이라면 빨리 멀어져야 한다고.

기회는 지금뿐이라고.


“카리스! 타!”


나와 카리스는 백마에 올라 빠르게 멀어졌다.

카리스가 하늘을 보며 말했다.


“오늘은 내가 졌군.”


녀석의 목보다 태양이 먼저 떨어졌다.


***


“푸르르르.”


우리가 탈출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백마는 탈진해 쓰러졌다.


“고맙다. 백마야.”


나는 녀석의 갈기를 정성스레 쓰다듬어 줬다.


“불을 지피겠다. 말이 춥겠군.”


카리스도 녀석에게 퍽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휘이이이잉.


바람이 불었다.

겨울바람이 매서웠다.


“예쁘구나.”


바람은 매서웠지만 하늘은 퍽 아름다웠다.


타닥타닥.


카리스는 능숙하게 모닥불을 만들었다.

밤하늘을 지붕 삼아 모닥불 아래 있으니 퍽 낭만적이었다.


“몸은 괜찮아?”


“덕분에.”


카리스가 모닥불에 반짝거리는 반지를 보여줬다.


“네 덕이 가장 크다.”


카리스가 옆에서 건초를 먹는 말을 쓰다듬었다.


“그것보다 얘 이름이라도 지어줘야 하는 거 아닐까?”


“그것도 나쁘지 않지. 전장에서 사선을 함께 넘은 전운데.”


“뭐가 좋을까?”


“초원을 달리는 순백의 영혼. 어떤가?”


“푸르르르르!!!!!”


“진정해! 워! 워!”


말도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

녀석은 카리스가 이름을 뱉는 순간,

뒷발로 카리스를 날려 보내려 했다.

내가 다급하게 나서지 않았다면

카리스의 갑옷이 찌그러지거나

녀석의 다리가 잘렸을 거다.


“이게 마음에 안 든다고? 어째서?”


카리스는 진심으로 이해 안 되는 기분이었다.


“카리스. 네 이름이 새장을 벗어나 창공을 자유롭게 나는 새! 라고 지으면 어떨 거 같아?”


“새장을 벗어나 창공을 자유롭게 나는 새? 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갔다.

그녀는 그 이름이 퍽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자! 자! 다시 이름 짓자. 이름!”


나는 그녀가 저 말도 안 되는 이름에 꽂히기 전에 다시 백마의 이름을 고심했다.


“흠....”


녀석의 맑은 눈망울이 나를 바라봤다.


“흠;;;;;;”


반짝반짝.


실망 시키면 안 된다는 압박감.

치열한 전투가 끝나고 나서일까?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너는 그냥 백마다.”


“푸르르르!!!!”


녀석은 말을 알아들은 듯

콧김을 거세게 내뿜었다.

녀석의 표정이 말하고 있었다.

왜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 거냐고.

우리가 함께 넘은 사선은 뭐냐고.


“내가 이름을 지어주는 순간 너는 우리랑 엮이게 된다. 우리랑 엮여봐야 좋을 게 없어. 지금처럼.”


때로는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 것으로서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다.

이름은 유대감과 동시에 사슬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은 후자였고.


“이제 다 쉬었지. 움직이자. 로레인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러지.”


버려진 땅에 마물이 있다는 게 확인됐다.

우리가 최우선으로 할 일은 먼저 로레인과의 합류.


“카리스. 지금은 너보다 로레인이 더 강하지.”


“당연하다.”


그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 정도야? 너도 명색이 연합군 이인자 소드 마스터였잖아.”


“나보다 마나를 능숙하게 다르고 살아온 세월이 다르다.”


“넌 소드 마스터고 로레인은 아니잖아?”


“애초에 블라디미르 일족은 피를 통해 강해지는 일족. 언니는 우릴 만나고 단 한 번도 흡혈을 하지 않았다.”


카리스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대전쟁 시절,

피를 흡혈한 라틴은 공포 그 자체였으니까.

그렇게 이동하고 있을 때 또다시 변수가 발생했다.

로레인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피어오르는 연기라도 보면 안심하겠건만

밤하늘엔 별만이 도도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언니가 준 물건 없나?”


“나? 없지? 넌?”


“아! 있다.”


그러더니 카리스가 다짜고짜 옷 안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 꺼내는 속옷 하나.


“뭐야?”


“언니가 차라고 하더군.”


“......”


그러고 보니 함께 생활하며 많은 게 바뀌었다.

탈의를 습관처럼 하던 로레인이

이제는 카리스의 탈의를 막았다.

그녀는 알지 못했다.

저 몸에 들어간 영혼이

100년간, 상의는 입지도 않은 채 검만 휘둘렀던 남정네였다는 것을.


“백마야. 찾을 수 있겠니?”


백마가 코를 벌름거렸다.


“얘는 개가 아닌데. 찾을 수 있겠나?”


카리스의 말대로였다.

말의 후각이 어느 정도 발달했는지 나는 모른다.

잠시 후


녀석이 머리를 틀어 어딘가로 이동하고 시작했다.


“백마가 가는 길이 맞을까?”


“믿어봐라. 야생의 감각은 인간보다 발달 돼 있으니까.”


“알겠으니까, 속옷부터 빨리 입지?”


“안 입는 게 더 편한데 안 되겠나?”


“나타샤였다면 입었을 거다.”


나타샤란 말이 나오자, 카리스가 잽싸게 속옷을 입었다.

그렇게 이동하길 10분.


“어?”


저 멀리서 거대한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오고 있었다.


“율리~!!!!! 율리!!!!!!!!”


독수리의 대가리 위,

로레인의 은발이 달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

버려진 땅과는 어울리지 않는 작은 꼬마애가 보였다.


“한 명 더 있는데?”


“어떻게 된 거지?”


“율리~~~”

로레인은 독수리에서 내리자마자 내 품에 안겼다.


“소개할게. 이쪽은 지금 내 동료 율리안 그리고 카리스.”


“누구야?”


로레인의 태도로 보아 그녀는 예전부터 이 소녀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내 이름은 샤논 가르엔. 버려진 땅의 주인이다.”


샤논 가르엔?!

순간 육성으로 뱉을 뻔했다.

대전쟁 시절, 나와 함께 전장을 누볐던 네크로맨서 동료.


‘대전쟁이 끝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했더니 여기 정착했구나.’


만약 그녀가 이곳에 터를 잡았다면 100년이 지나 이 땅이 이렇게 아름다워진 것도 이해가 갔다.


“카리스 슬레인이다.”


그녀의 담백한 인사.


“율리안 듀발론입니다.”


“듀발론? 황가의 핏줄이냐?”


“그렇습니다.”


“그것보다 너. 내가 누군지 아는 눈치다.”


아뿔싸!

생각해 보니 지금 그녀는 어린 소녀의 모습.

인사를 하려면 카리스처럼 하대하는 게 자연스러웠는데 간과하고 있었다.


“그럴리가요?”


“근데 왜 계속 존대하지?”


미안 로레인.

네가 싫어하겠지만


“로레인이랑 아는 사이라면서요. 그렇다면···.”


“율리. 눈치 챙겨야지.”


“언니. 신기하군. 웃으면서 살기를 내뿜다니.”


“이년아. 너 때문에 다 들켰다.”


“그러게! 할망구가 어리게 살려고 하니 그게 되겠어?”


“이 노인네가 미쳤나?”


둘이 투덕거렸다.

예전에도 그랬다.

샤논은 로레인을 귀여워했으니까.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 말 너희가 구해줬냐?”


그녀는 나의 질문 따윈 안중에도 없는 듯 자기 할말만 이어갔다.


“그렇다면?”


카리스는 샤논의 말을 듣고도 여전히 반말을 이어갔다.


“우리집에 들어올 자격은 되겠군. 따라와.”


모든 대화는 샤논의 주도하에 이어졌다.

아니, 정확히는 자기 말만 하고 다른 사람 말은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


그녀의 집은 퍽 아늑했다.

숲 안에 고즈넉이 자리 잡은 오두막.

흡사 엘프가 사는 집 같았다.

그리고 주위에서 편안하게 자는 동물들.

그리고 그런 동물들에게 가족으로 받아들여진 샤논까지.


‘잘살고 있는 거 같아 다행이네.’


대전쟁 시절, 사람들과 말 섞는 게 유독 힘들어 보이던 그녀에게 동물들과의 삶은 퍽 괜찮은 삶처럼 보였다.


“우선 이거 먹으면서 몸부터 녹이거라.”


손님이 집을 찾아왔으면 음식을 차리는 게 예의.

그녀가 끓인 스프는 향기로웠고 맛이 깊었다.


“오! 이거 할머니가 한 건가?”


카리스의 질문에 하하 호호 웃던 샤논의 표정이 굳었다.


“할머니?”


“로레인 언니랑 같은 연배면 할머니가 아닌가?”


“로레인은 언니고 난 왜 할머니지?”


“생각해 보니 그렇군.”


“카리스~ 그냥 닥치고 스프나 퍼먹을까?”


“알았다. 언니.”


샤논이 카리스를 노려봤다.

그 모습이 퍽 귀여웠다.

마치 언니를 질투하는 여동생의 느낌이랄까?


“너. 네크로맨서구나?”


하지만 여동생처럼 보인다 해서 실제로 여동생은 아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그녀도 나처럼 100년을 넘게 산 고인 물.

뭐 하나 호락호락한 게 없었다.


“네. 보다시피.”


“근데 주력이 왜 이것밖에 없어?”


“전 악인의 영혼만 흡수합니다.”


“세월이 지나도 낭만의 네크로맨서는 언제나 있구나.”


네크로맨서는 기본적으로 주력을 사용한다.

그리고 주력을 얻는 방법은 인간의 영혼을 흡수, 가공하는 것. 네크로맨서가 공공의 적인 이유는 나처럼 나쁜 녀석들의 영혼만 흡수하는 사람이 아닌 선량하고 무고한 사람의 영혼을 흡수하는 놈들도 있어서이다.


“이젠 제가 물어봐도 될까요?”


“뭔데?”


“이곳을 조사하다 더럽게 못생기고 냄새나는데 힘은 겁나 좋은 오우거를 발견했습니다.”


“폭식의 오우거. 나는 그렇게 부른다.”


“폭식의 오우거.”


녀석의 행동거지는 모양새를 봤을 때 퍽 잘 지은 이름이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너희에게 부탁을 하나 하고 싶다. 나와 함께 폭식의 오우거를 토벌해 줬으면 하는데.”


“토벌이라~”


“해줄 거지?”


샤논이 날 보며 씩 웃었다.

나도 샤논을 보며 씩 웃었다.


“히히~ 웃는 분위기네? 히히.”


물론 로레인도 씩 웃었다.


“웃어.”


카리스까지 뻣뻣하게 웃자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웃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답.


“거절입니다.”


이 말을 뱉은 순간

웃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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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이변 (2) 24.09.09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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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대승절 (3) 24.09.06 9 0 12쪽
51 대승절 (2) 24.09.05 11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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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0 0 12쪽
46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3) 24.09.01 8 0 12쪽
45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2) 24.08.31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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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바람 한 자락 (1) 24.08.27 1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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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진 땅 (3) 24.08.25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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