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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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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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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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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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 (2)

DUMMY

'역대급 대승절’


사람들이 평가하는 올해의 대승절이었다.

그리고 그 평가의 중심에 있는 인물.


‘카리스 슬레인’


그녀를 두고 벌써부터 차기 황궁 7검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카리스가 사람들의 뇌리에 박혔다면

슬슬 입방아에 오르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로레인이었다.


“자네들 이 얘기 들으면 기절할걸? 이번에 율리안 저하가 갔던 버려진 땅. 그곳에 카리스와 로레인도 함께 갔었다는구먼.”


카리스와 로레인의 인기가 오르자 율리안의 인기도 자연스레 올랐다.


“이걸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황궁 제2 회의실.

가이렌과 그의 추종자들은 난감했다.

사람들의 이목은 스텔라와 하이닉에 집중돼야 했다.

하지만 그들이 그린 그림은 카리스에 의해 초장에 박살 나 버렸다.


“이렇게 되면 저하께서 지략 토너먼트는 무조건 선점하셔야 합니다.”


토마스는 궁술 토너먼트에 참가해 패왕의 자질을 선보일 것이다.

가이렌은 지략 토너먼트에 참가해 현명함의 자질을 선보여야 동률.


‘첫 단추부터 꼬일 줄이야.’


회의실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때


똑똑.


“들라.”


“저하. 하이닉이 기권한다고 합니다.”


가이렌을 비롯한 모든 귀족이 의아해했다.


“이유는?”


“하이닉의 말로는 황궁 7검이 아니면 검을 맞댈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그녀의 말을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절묘하다. 절묘해.”


이때 가이렌을 따르는 최측근.

시몬 몬태규가 수염을 어루만지며 그녀의 선택을 칭찬했다.


“몬태규 백작. 이게 왜 절묘한 선택입니까?”


“저하.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는 실력에선 앞섰다고 하나 결과는 패배입니다. 반면 하이닉은요? 그녀의 기권은 카리스가 무서워 도망치는 게 아닌 강자의 여유로 해석될 겁니다. 그러니 절묘하지요.”


다음 날, 실제로 하이닉의 기권은 사람들 사이에 그렇게 해석되고 있었다.


“에이! 카리스랑 하이닉의 대결도 기대하고 있었는데.”


“황궁 7검이 아니면 상대할 마음이 없답니다.”


“카리스 정도면 황궁 7검에 준하지 않나?”


“말은 바로 해야죠. 카리스가 실력으로 이겼습니까? 스텔라의 실수로 이긴 거지.”


“어쩌면?”


사람들은 슬슬 기대하기 시작했다.

이제 카리스는 떠오르는 다크호스가 아니라 떠오르는 우승 후보가 됐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궁금해졌다.

이런 카리스와 함께 원정을 떠났던 율리안은 어떤 인물일까?


***


대망의 결승 날이 밝았다.

시합 순서는 궁술, 검술, 마법, 지략 순.

원래대로라면 검술이 제일 마지막이다.

하지만 지략 대결 결승에 2, 3황자가 오르니 대회 순서를 변경한 것.

아무리 카리스의 인기가 드높다 해도 황실보단 아래였다.


모든 결승은 황제의 참관 아래 진행됐다.

경기장 가장 드높은 곳에 다이크 듀발론이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결승에 진출한 두 남녀가 경기장에 입장했다.


“토마스 저하!!!!!”


“토마스!!!!”


“날 가져요!!!!”


“토마스! 토마스! 토마스! 토마스! 토마스!!!”


사람들이 토마스를 연호했다.

국민들은 토마스를 열렬히 지지했다.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대업.

토마스는 항상 선봉에 섰었고

국민들에게 그는 영웅이자 무신(武神)이었다.


“와아.....”


토마스가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면

로레인은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


하늘하늘한 의상.

활을 든 희고 고운 손가락.

달을 품은 듯한 은발.

타오르는 붉은 눈.

몇몇 평론가들은 그녀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녀가 엘프였다면 신궁의 재림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척.


두 남녀가 서로를 마주 봤다.


‘율리보다는 작네.’


로레인이 토마스를 위아래로 훑었다.


“황가의 핏줄을 이리 불경하게 보다니. 건방지구나.”


“얘야. 누나가 생각보다 나이가 많단다.”


“관리를 잘했구나. 내 또래라 해도 믿겠다.”


“내가 재밌는 사실 하나 알려줄까?”


로레인이 토마스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입술이 토마스에게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관객들은 흥분했다.


“내가 반은 벰파이어거든. 그래서 안 늙는 거야.”


로레인이 토마스를 보며 송곳니를 드러냈다.


“율리안 옆에는 죄다 미친년들뿐이구나.”


“율리가 날 미치게 만드니 미친년이 맞긴 하지.”


로레인이 토마스를 보며 씩 웃었다.

초반 신경전은 무승부였다.


“양 선수는 폐하를 향해 예를 취하시오!”


토마스와 로레인이 다이크를 보며 예를 취했다.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짐은 아비로서 실격이다. 첫째가 검술은 물론 궁술에도 이렇게 뛰어난 걸 이제야 알았으니. 자식을 볼 면목이 없구나.”


“과찬이십니다.”


“로레인이라고 했나?”


“예. 폐하.”


“그대는 어느 집안의 영애인가?”


율리안의 눈이 빛났다.

만약 결승에 오르게 되면 사람들은 의아해할 것이다.

로레인 그녀는 어느 집안의 여식일까?


“저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졌습니다.”


로레인이 미리 준비한 말을 읊었다.

부모의 얼굴은 알지 못하고

로레인이란 이름은 자신을 거둔 나무꾼이 지어줬다는 얘기.

그녀가 5살이 됐을 때 역병으로 나무꾼이 죽고 용병단에 들어가 칼밥을 먹으며 살아온 얘기. 그리고 종국에는 율리안을 따르게 됐다는 얘기까지.


“비록 부모 없이 자랐지만 능력이 출중하니 칭찬할 만하고 가문의 배경보다 능력으로 인재를 모으니 이 또한 셋째의 복이다.”


토마스의 눈썹이 꿈틀했다.

로레인이 결승에 진출한 것만으로

율리안은 황제의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궁술이 뛰어난 그대들을 위해 내 친히 무대를 준비했네.”


황제가 손짓하자 곁에 있던 마법사들의 지팡이가 빛났다.

빛이 로레인과 토마스를 감쌌다.

잠시 후, 두 여인이 사라졌다.

동시에


팟!


관객들 앞에 마법으로 송출된 화면이 나타났다.

로레인과 카리스는 거대한 밀림에 있었다.

나무가 빽빽이 자리 잡고 주변엔 개울이 흘렀다.


“이곳은 나의 위대한 선조. 솔로몬 듀발론 님이 신궁의 활약을 기리기 위해 만든 대수림이다.”


“허.”


로레인이 코웃음쳤다.

대전쟁 시절, 대수림에 있었던 그녀다.

그때를 떠올리면 이곳은 너무 얌전했다.

마물들의 적의도, 연합군의 질투 어린 시기도 없었으니까.


‘괜히 감상적으로 변하네.’


그리고 떠오르는 한 인물.

룬디아 네크로.

대전쟁과 관련된 모든 진영이 그와의 추억이었다.

이곳에서도 그는 쏟아지는 마물로부터 자신을 지켰다.


“대회의 규칙은 간단하다. 발밑에 갑옷이 보일 거다. 착용해라.”


토마스와 로레인이 발밑에 갑옷을 착용했다.


“세 발. 갑옷에 먼저 세 발을 꽂는 사람이 승자다.”


“단순한 규칙 아니야?”


“실상은 마냥 그렇지도 않아.”


율리안의 설명이 이어졌다.

움직이는 상대를 맞춰야 하기에 정확성을 요하고

갑옷을 방어할 걸 알기에 단순한 공격은 피해야 하며

상대방의 예측을 뛰어넘어야 하니 지략이 필요하다는 것까지.


“폐하는 그 모든 걸 예상하고 이런 규칙을 만든 거야?”


율리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지. 그냥 단순히 그러고 싶었을지도.”


“네가 참 부럽다. 아버지니까 이렇게 얘기하지. 우리가 그렇게 얘기했으면···.”


아드리안은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활과 화살통을 들어라.”


대수림에 황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로레인과 토마스과 활을 들었다.


“지금부터 대회의 시작을 알리노라.”


황제의 외침과 함께


“와아아아아아!”


관객들도 환호했다.


“음.....”


로레인이 주변을 둘러봤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곤 반짝반짝 빛나는 마석뿐.

로레인은 이 마석을 통해 자신들의 모습이 송출될 거라 예상했다.


씨익.


그녀가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는지 웃었다.


스슥.


로레인의 신영이 흔들었다.

잠시 후, 그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우와~”


관객들은 감탄했다.

마법사들은 그녀의 모습을 찾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모두가 로레인의 신영이 바람보다 빨라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걸 여기서 쓰네.’


율리안은 보았다.

로레인의 신영이 흔들린 찰나의 순간,

그녀의 손에 걸린 반지가 빛났다.


한편, 토마스는 정석적으로 행동했다.

그는 사방이 잘 보이며 자기 몸을 숨길 수 있는 장소를 찾아 헤맸다.

돌을 뛰어넘고 냇가를 건너 찾아낸 장소.

그곳은 지대가 높아 아래가 한눈에 보이고 몸을 숨기기도 좋은 장소였다.


토마스가 화살통을 살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노림수가 있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총 10발.

적어도 3발 중 1발씩은 맞춰야 한단 얘기.


“후우~”


날숨을 뱉으며 토마스가 기척을 숨겼다.

그의 눈이 착 가라앉았다.

황제가 직접 보는 자리.

그는 보여주고 싶었다.

멋지게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을.


핑!!!!


이때 나무에 화살이 박혔다.

화살은 정확히 토마스 바로 옆 나무에 박혔다.

토마스는 고민했다.

이동할 것인가?

사수할 것인가?

그는 자리를 사수했다.


핑!!!!


이때 다시 한번 화살이 날아왔다.

이번엔 토마스가 숨은 곳에서 조금 떨어진 나무.


‘내 위치를 정확히 모른다.’


그렇게 판단한 토마스가 몸을 더욱 숙였다.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보건대 뒤를 잡힐 일은 없었다.


핑! 핑! 핑! 핑! 핑!!!


순식간에 5발의 화살이 바위에 박혔다.

토마스가 몸을 숨기고 있는 바위였다.

자신의 위치가 발각된 순간 토마스는 빠르게 이동했다.


핑!


토마스가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화살을 날렸다.

견제의 의미.

그는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로레인은 순식간에 7발의 화살을 소비했다.

남은 화살은 3발.

그중 한 발이라도 피하면 승기는 자신에게 기운다.


퍽!


“크흡.”


이때 토마스의 갑옷에 화살이 박혔다.

생명의 지장은 없었다.

대회용인 만큼 화살촉을 최대한 뭉툭하게 만들어뒀으니까.


핑!! 퍽!!!


이때 다시 화살이 날아왔고

토마스는 이번에도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토마스는 전략을 수정했다.

그에게 남은 목숨은 하나.

로레인에게 남은 화살도 하나였다.

그는 승부수를 던졌다.


토마스가 한 가운데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눈을 감고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핑!


활시위 튕기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척.


토마스가 날아오는 화살을 잡아냈다.


“오~~~~”


관객들은 감탄했다.

토마스가 화살을 두 발 맞았을 때 승부는 손쉽게 끝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토마스는 승부수를 던졌고 멋지게 성공시켰다.

토마스가 빠르게 움직였다.


“율리안. 어떡해!!!”


로레인은 화살이 고갈난 상태.

아드리안은 걱정했다.

반면 율리안과 카리스는 평온했다.

너무 평온해 섭섭할 지경.


“끝났네.”


“끝났군.”


“야! 로레인 언니가 누구 때문에 출전했는데! 어쩜 그렇게 무미건조하냐!!”


아드리안이 씩씩댔음에도 율리안은 그저 웃고만 있었다.


***


토마스는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목적지는 처음 자신이 은신했던 곳.

토마스는 로레인이 박힌 화살을 회수하러 올 거라 생각했고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로레인이 나무에 박힌 화살을 뽑았다.


핑! 퍽!!


그와 동시에 그녀의 갑옷에 화살이 박혔다.

토마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가 연속해서 활시위를 당겼다.

8발을 발사했고 그중 한 발이 팔에 박혔다.


“야! 아파!!!!”


로레인이 나무에 숨어 소리쳤다.

각자에게 남은 화살은 한 발.

남은 목숨도 하나.

여기서 둘의 행동이 일치했다.

두 남녀가 서로 거리를 좁혔다.


자박. 자박. 자박. 자박.


서로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콰직!


토마스의 귀에 나뭇가지 밟는 소리가 들렸다.

토마스가 빠르게 몸을 날리며 활을 시위에 걸었다.

하지만


“!”


몸을 날렸을 때 그곳에 로레인은 없었다.

있는 것이라곤 나뭇가지를 으깬 돌덩이뿐.


‘침착해라.’


그의 눈이 착 가라앉았다.

화살이 날아오면 다시 잡으면 그만.

하지만 화살은 날아오지 않았다.

대신 숲속에서 나타난 로레인이 쇄도했다.


토마스의 손이 본능적으로 허리춤에 향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검이 없었다.


씨익.


로레인이 웃었다.

그리고


푹!


화살을 직접 토마스의 갑옷에 쑤셔 박았다.

갑옷에 3발의 화살이 박히자 마법진이 형성됐다.


팟!


두 남녀가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왔다.


“와아아아아아아!”


사람들은 훌륭한 대결을 펼친 두 남녀에 환호했다.

하지만 승자와 패자는 극명하게 갈렸다.

로레인의 승리.

두 번째 이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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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변 (2) 24.09.09 9 0 12쪽
54 이변 (1) 24.09.08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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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대승절 (2) 24.09.05 11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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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0 0 12쪽
46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3) 24.09.01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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