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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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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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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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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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2)

DUMMY

토론토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즐겁다! 너무 즐겁다!!’


그는 지금 즐거워 미칠 지경이었다.

질긴 가죽을 가공하고

머릿속으로 율리안의 몸을 기억해

자신이 만든 갑옷을 입혀줄 상상을 하니 힘든 게 뭔지도 몰랐다.


“어이! 토론토! 잠 좀 자고 해! 밥도 좀 먹고!”


오죽하면 로레인이 말릴까?

그는 지금 이틀간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화장실도 안 가며 갑옷 제작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만큼 그리웠던 작업공간이기도 했다.


“후~”


5일이 지나고 나서야 토론토는 엉덩이를 의자에 붙였다.


“후아~ 후아~ 후아!!!”


복근운동으로 식스팩을 만들고

저금과 투자로 집을 사고

수련 끝에 경지에 도달한 듯

그에겐 충만함이 가득했다.


‘조금 자야겠구먼.’


수마가 밀려왔다.

그는 이동하는 시간도 아까웠다.

작업장에 간이침대를 펴고 이불도 없이 잠을 청할 심산.


“드르렁! 퓨우우~ 드르렁! 퓨우!!”


하지만 간과한 사실이 있었으니

이불이 없을 뿐 작업장은 퍽 잠이 오기 좋은 온도였다.

따스한 화로 온도.

간이침대지만 내 집 같은 편안함.

목을 보호해 주는 경추 베개까지.

그렇게 토론토는 숙면했다.


“어우~ 역시 잠은 쪽잠이지.”


눈 부신 햇살이 그의 얼굴을 비췄다.

새벽에 잠을 청해 정오에 일어났으니, 그가 생각하기엔 쪽잠.

하지만 그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다.

새벽과 정오 사이, 24시간이 더 포함돼 있었다.

30시간을 넘게 잔 것.


‘몸이 지나치게 개운한데?’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

하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 몸 상태라면 작업에 더욱 몰두할 수 있으니 오히려 좋았다.


‘자! 다시 시작하자!’


하지만 한번 쉬기 시작한 몸이 말썽을 부렸다.


꼬르르르륵!


배에서 천둥이 쳤다.


“이건 인정.”


무슨 작업을 하든 든든히 먹어야 한다.

토론토가 공방을 둘러봤다.

발길이 끊긴 작업장에 먹을 게 있을 리가.


“쩝.”


작업실 밖은 한산했다.


“오늘부터 시작이지? 자네 갈 건가?”


“가야지! 무조건 가야지! 그냥 갈 뿐인가! 맥주도 사서 가야지!”


“그렇지. 로드가 도끼를 드는 날인데 오크통 째 사서 가야지!”


식당으로 가는 길.

드워프들이 들떠있었다.

이 분위기는 마치 축제.

하지만 토론토는 그러거나 말거나였다.

그가 식당으로 향했다.


“그 황자놈도 대단하지! 설마 광물을 넘겨주는 대가로 대결을 요구하다니.”


“로드의 가르침은 값진 걸세. 그 어린 나이엔 패배도 자양분이 되는 법이지.”


식당의 주제도 오직 율리안과 로드의 대결뿐이었다.


“어? 자네 언제 석방됐나? 탈옥인가?”


단골 사장님이 담담하게 토론토의 안부를 물었다.

시간이 지나며 토론토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진 모양.


“뭐 그렇게 됐습니다.”


“그런가? 늘 먹던 걸로?”


“네.”


반들반들한 웍.

그 위에 영롱하게 뿌려지는 기름.

웍 위에서 파도치는 쌀알들.


“자~ 볶음밥 곱빼기.”


토론토 앞에 볶음밥이 고봉밥으로 쌓였다.


“석방기념으로 많이 했네~”


“네.”


토론토는 듣는 둥, 마는 둥 밥을 집어넣었다.

머릿속엔 오직 갑옷에 대한 생각뿐.


‘검을 쓴다고? 그럼 겨드랑이 쪽은 여는 게 좋겠지? 어깨는 감싸되 움직임에 제약은 주지 않는 쪽으로. 심장과 복부는 가죽을 덧댈까? 그 편이 확실히 안전하긴 하지.’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몰랐다.

그의 몸은 밥을 삼키고 있지만

영혼은 이미 작업장에 가 있었으니까.


“근데 자네는 안 가나?”


주인장의 질문에 토론토의 정신이 돌아왔다.


“어딜 말입니까?”


“드워프들이 하는 얘기 못 들었나? 사방이 지금 그 얘기로 난린데.”


“무슨 난리요.”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구먼.”


주인장이 토론토에게 설명해 줬다.

오우거에게 마석이 나왔고

율리안이 마석을 판돈으로 로드와 내기를 한다고.


“로드는 뭘 건다 했답니까?”


“그걸 모르겠네.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


“뭐 말도 안 되는 거 걸었겠죠. 어차피 안 질 테니까.”


“자네 여전히 먹는 속도 하난 기가 막히는구먼. 술은?”


“됐습니다. 작업해야 돼요.”


“정말 본격적이구먼.”


토론토가 테이블에 동전을 올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짧은 다리를 빠르게 움직여 식당을 나왔다. 그리고 도착한 갈림길.


“가만!”


왼쪽으로 가면 로드의 왕궁이

오른쪽은 자신의 작업실이 있었다.

토론토가 몸을 왼쪽으로 틀었다.


‘네가 100번 생각하는 것보다 그 사람의 전투 방식을 한 번 보는 게 더 도움 될 거다.’


토론토는 파이크의 가르침에 따라 왼쪽으로 몸을 틀었다. 왕궁은 모처럼 축제의 도가니였다. 처음 발견된 광물에 열광했고 로드가 도끼를 들고 싸우는 모습에 더욱 열광했다.


“자! 자! 거세요! 거세요! 로드가 1.6배! 인간 황자는 무려 40배! 거세요! 걸어!”


합법적인 도박장도 모처럼 성황이었다.

하지만 배팅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대부분이 로드에게 배팅했다.

율리안 쪽에도 몇몇 드워프가 어슬렁거리긴 했으나 결국 돈을 걸진 않았다.

토론토가 한숨을 길게 뱉었다.

배당률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

로드는 압도적인 승리를

율라안은 압도적인 패배를 당할 거라고.


“와아아아!!”


때마침 선수가 입장하고 있었다.


***


“후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만큼 린데가르드의 압박감은 엄청났다.


쿵! 쿵! 쿵!


오우거보다 한참 작건만

그가 걸어오는 모습은

오우거가 걸어오는 것만큼이나

거대하게 느껴졌다.


“와아아아아아아~”


사방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율리! 이겨라! 율리! 이겨라!”


땀내 진하게 나는 함성 속

싱그러운 꽃 한 송이 같은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렸다.


“율리~!!!!”


고개를 돌리자, 로레인이 손을 흔들어 줬다.

그녀의 옆엔 카리스와 다르토가 앉아 있었다.


“그 검으로 날 상대한다고?”


린데가르드의 표정이 굳었다.

지금 내 손에 들려있는 것은 카리스가 쓰던 철검이었다. 다르토의 손을 거쳐 몰라보게 좋은 검이 됐지만 드워프 로드의 도끼만 할까?


“왜요? 못 이길 거 같아요?”


“절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싸워야 할 때가 있다.

그게 지금이다.


“다시 한번 정리하지.”


린데가르드는 내가 행여 말을 바꿀까? 재차 못을 박았다.


“대전은 총 다섯 번. 그중 한 번이라도 내가 지면 자네의 승리. 다섯 번 다 이기면 나의 승리. 맞지?”


끄덕.


“내가 이기면 오우거의 마석은 내 거. 자네가 이기면···.”


“알아서 해주실 거라 믿겠습니다. 시작하시죠.”


“좋지.”


린데가르드가 군침을 흘렸다.

그의 말로는 광물에서 신비한 힘이 느껴진다 했다.

이보다 드워프의 마음을 자극하는 게 있을까?

거기에 또 하나.

아직 내 거인 듯 내 것이 아니기에 그는 더 안달 나 있었다.


파앙!


선공을 양보하는 미덕 따위 드워프에게 없었다.


“으랴!!!!”


저 기합 소리를 봐라.

내기 조건에 걸진 않았지만

저 기세로 달려든다는 건 날 죽이려는 뜻 아닌가?


쾅!!!


바닥이 박살 날 정도의 위력.

회피가 아닌 방어였다면?

어디 하난 부러졌다.


“왜 이렇게까지 해요!”


오우거 상대한 지 얼마나 됐다고 나는 왜 스스로 이 자리에 기어 나와 싸움하고 있단 말인가.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뱉은 말이 있는데. 나는 책임지는 남자다.


대결은 일방적이었다.

나는 피하기에 급급했고

린데가르드는 나를 이기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

파괴적인 공격과 달리 로드는 침착했다.

그의 눈이 착 가라앉아 있었다.


‘나에게 싸움을 건 데는 이유가 있다.’


딱 이런 표정이었다.

그는 나의 숨겨진 한 수를 경계했고

나는 그의 전투 스타일을 최대한 눈에 익혔다.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건가?”


“그 말 나올 때까지만 피하려고 했습니다.”


내가 검을 고쳐잡았다.


“가겠습니다!”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에게 단단한 근육이 있다면

나에겐 100년을 녹여 넣은 검술이 있었다.


쾅!!!!


“와아아아아!”


드워프들이 열광했다.

그들이 제일 좋아하는 전투 방식.

힘과 힘의 충돌이 이어졌다.


손목이 시큰했다.

어디 가서 힘으로 밀리지 않는 몸이었는데

저 우람한 근육에서 나오는 힘은 근본부터 달랐다.


쾅! 쾅! 쾅!


단 다섯 합.

다섯 합 만에 밀리기 시작했다.


“이게 다라고 하지 말게.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지니까.”


나에 대한 탐색이 끝난 것일까?

린데가르드가 매섭게 몰아쳤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후웅. 퍽! 후웅. 퍽!


첫 번째 나는 소리는 내 거.

두 번째 나는 소리도 내 거였다.

첫 번째는 내 공격이 빗나간 소리.

두 번째 소리는 내가 맞는 소리였다.


이대로는 일방적으로 당한다.

내가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린데가르드는 그 딴딴한 몸으로 날렵하게도 피했다.

그는 힘도 힘이지만 간격 조절과 타이밍 뺏는 걸 기가 막히게 잘했다.

전략을 바꿔야 했다.


퍽!


“읍!”


나는 일부러 복부를 열어 그의 공격을 맞았다.

동시에


퍽!!!


그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와아아아아아!”


드워프들은 열광했다.

슬슬 일방적으로 끝난다 싶을 때쯤 나온 반격.


퉤!


린데가르드가 침을 뱉었다.

공격을 허용한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도 배짱은 있는 녀석이군.”


린데가르드가 도끼를 집어 던졌다.

이에 호응하듯 나도 검을 집어 던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난타전.


내가 얼굴을 때리면

로드는 복부를 때렸고

로드가 왼 다리를 차면

나는 오른쪽 발로 그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온몸에 슬슬 피멍이 들기 시작했다.

마치 돌덩이를 때리는 느낌.


“하하하하하하하!”


린데가르드의 광기가 폭발했다.

그의 주먹이 더욱 매서워졌다.


“으아아아아아!”


하지만 수라장을 넘어온 경력이라면 그에 꿇리지 않았다.

나는 저력을 발휘해 그를 몰아붙였다.


퍽! 퍽!!


둘 모두에게 결정적인 한 방이 들어갔다.

린데가르드의 주먹은 나의 간장과 복부에 꽂혔고

내 주먹은 녀석의 코에 정확히 꽂혔다.

그의 피에서 코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퉤!


내 입에서도 핏물이 섞여 나왔다.

린데가르드가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도 내가 나이가 있으니, 핸디캡을 하나 달겠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검을 들게.”


그는 도끼를 들었고 나는 검을 들었다.


“우리 승부는 이걸로 판가름 날걸세.”


그의 도끼가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공명’


인간과 엘프가 마나를 무기에 둘러 사용했다면

드워프는 무기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냈다.


우웅! 우웅!


린데가르드의 도끼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막아보게.”


그가 도끼를 휘둘렀다.

이렇다 할 동작이 없는 간결한 휘두르기

나는 다리에 힘을 빡 준 채 대검으로 도끼를 막았다.

하지만


쨍그랑.


대검이 유리 조각처럼 박살 났고


쾅!!!!


나는 외벽에 처박히고 말았다.


“내 승리일세.”


고민이 하나 추가됐다.


‘저걸 무슨 수로 막지?’


***


“에휴.”


토론토가 객석에서 일어났다.

당연한 일이었다.


“저 정도 무기로 이 정도 했으면 선방한 거지.”


토론토가 옆에 있던 드워프의 말에 공감했다.

그의 검술은 인상깊었다.

대전쟁 시절, 제2 기사단의 단장을 연상시킬 만큼.

하지만 진 건 진 거다.

이대로라면 남은 시합도 불 보듯 뻔했다.


시합이 끝난 뒤, 토론토가 작업실에 들어와 눈을 감았다.

율리안의 전투 스타일을 복기했다.


“최소한의 방어는 하나 잔 상처는 무시하고 돌격하는 스타일. 복부에 가죽을 덧대는 게 좋겠어. 의외로 팔의 회전을 많이 쓰니 어깨는 열어놓고 팔목으로 검을 막으려던 습관이 있으니···.”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고 있을 때였다.


똑똑똑.


누군가 작업실 문을 두드렸다.

토론토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는데.


“아 글쎄 안 된다니까!”


토론토는 드워프를 쫓아낼 생각으로 문을 벌컥 열었다.


“들어가도 되나?”


그곳에 로드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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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시험 (2) 24.09.13 4 0 12쪽
58 시험 (1) 24.09.12 4 0 12쪽
57 이변 (4) 24.09.11 6 0 11쪽
56 이변 (3) 24.09.10 8 0 12쪽
55 이변 (2) 24.09.09 8 0 12쪽
54 이변 (1) 24.09.08 7 0 12쪽
53 대승절 (4) 24.09.07 7 0 12쪽
52 대승절 (3) 24.09.06 9 0 12쪽
51 대승절 (2) 24.09.05 11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1 0 12쪽
49 복귀 24.09.03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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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0 0 12쪽
46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3) 24.09.01 8 0 12쪽
»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2) 24.08.31 9 0 12쪽
44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1) 24.08.31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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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바람 한 자락 (3) 24.08.29 10 0 12쪽
41 바람 한 자락 (2) 24.08.28 10 0 12쪽
40 바람 한 자락 (1) 24.08.27 9 0 13쪽
39 버려진 땅 (4) 24.08.26 11 0 12쪽
38 버려진 땅 (3) 24.08.25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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