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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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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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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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절 (3)

DUMMY

‘나는 다짐을 지키며 사는 남자.’


아이번의 신조다.

하지만 요즘 그 신조가 흔들리고 있다.

딸이 무사히 병상에서만 일어난다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겠다는 다짐.

그 다짐이 흔들리고 있다.


“대승절 검술 토너먼트에 참가하겠다고?”


“그렇습니다.”


아드리안에게 처음 얘길 들었을 땐 귀를 의심했다.


‘허튼소리를 하는 아이가 아닌데.’


그래서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봤다.

병상에서 일어나 건강한 건 좋은 일이지만

건강을 주체하다 못해 계속 위험한 곳에 뛰어드니 아비 된 자로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게 어떤 대회인지는 알고 하는 말이냐?”


“검술을 겨루는 대회라고 알고 있습니다.”


“참가하는 이유는?”


“다리우스 브래드포트. 그자를 혼내줘야 합니다.”


“그놈이군.”


버려진 땅에서 귀환한 이후,

아이번은 사람을 붙여 카리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받고 있었다.

거기서 들은 이름이다.

가문의 위세를 등에 업고 딸과 마찰을 일으킨 철부지 놈.

그놈이 다리우스였다.


“꼭 참가해야겠느냐?”


“위험해서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 놈한테 지지 않습니다.”


“단순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슬레인 가문은 중립 가문. 너의 참가 의도가 다리우스를 꺾기 위해서라면 우리 가문은 자칫 1황자의 반대편에 선다는 정치적 해석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의도 따윈···.”


“네 의도가 어떻든 해석은 그들이 하겠지.”


이런 치사한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이번은 여기서 딸이 의견을 꺾길 바랐다.


“......”


카리스는 말이 없었다.

얼굴엔 여전히 고집이 가득했지만

카리스도 아이번의 말에 동의했다.

그녀도 돌아가는 정세는 알았다.

하지만 부녀간에 차이가 있다면 카리스는 이 토너먼트가 가문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는 점.


“이번 토너먼트는 두 황제의 세력 다툼의 장이 되겠죠?”


“정확히 봤다.”


“1황자뿐만 아니라 2황자 쪽도 강자를 내보낼 거고.”


“정확하다.”


아이번은 마음이 놓였다.

이 정도만 파악해도 된다.

그렇다면 그녀가 낄 자리가 없다는 것도 알 테니까.


“그럼 문제는 간단하군요.”


“그렇지.”


“대결에서 1등 하면 그만입니다.”


“롸?”


아이번이 그게 왜 그렇게 되냐는 눈빛으로 카리스를 바라봤다.


“내가 잘못 들었나? 다시 한번 얘기해주겠니?”


“1, 2황자의 진영을 모두 밟으면 공평하지 않습니까?”


아이번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토너먼트는 애들 장난이 아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소드 마스터가 참전한다더구나.”


“그럼 더더욱 참가하겠습니다.”


스스로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남자.

그게 아이번 슬레인이었다.

그 철칙을 철저히 지켰기에 이 자리에 올랐고.

하지만 자식만큼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여보. 도와주시오.’


결국 아이번이 아내에게 도움을 청했다.

자신으로선 딸을 도저히 설득할 수 없었다.

몸만 근육질이 된 게 아니라 뇌까지 근육으로 변한 느낌.


호록.


옆에서 차분히 차를 마시던 카리스의 생모.

유플리아 슬레인이 카리스를 바라봤다.

카리스의 미모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


“카리스. 꼭 하고 싶니?”


“네. 어머니.”


“그럼 하렴.”


“여보!”


아이번의 눈에 배신감이 스쳤다.

자신이 참가를 막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허락하다니.


“여보. 약속했잖아요. 카리스가 병상에서 일어나면 무슨 일이든 다 들어주기로.”


“그렇지만.”


아이번은 속이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유플리아가 손을 들어 철부지 남편을 진정시켰다.


“카리스. 묻고 싶은 게 있다.”


“말씀하시죠.”


“율리안 황자 저하를 어떻게 생각하지?”


“그는 훌륭한 전우입니다.”


“그렇구나. 전우구나.”


유플리아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혹시 그를 연모하고 있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칼같은 대답.


“그래~”


유플리아도 이 부분에선 마음을 놓았다.


“네 의지가 이 정도인데 내가 어찌 너를 막을 수 있겠니. 대신 조건이 있다.”


“무슨 조건입니까?”


“아까 말했지? 1,2 황자의 진영을 모두 밟을 수 있다고.”


끄덕.


“그래. 이왕 나갈 대회라면 1등을 차지해 보렴. 단!”


얼굴에 화색이 돌던 카리스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원래 이렇게 순순히 호의를 베풀며 뒤에 조건을 다는 사람이 더한 법이다.


“만약 1등 하지 못하면 앞으로 율리안 저하와는 어울리지 말거라.”


카리스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치를 볼 유플리아가 아니었다.


“흠모하지 않는데 굳이 붙어 다닐 필요가 있니? 황궁과 엮인 일은 모두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단다.”


“하지만.....”


“너와 율리안이 계속 붙어 다니면 서로한테 좋지 못해.”


유플리아는 맞는 말만 했고

카리스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가문의 번영을 위한 정략적인 결혼은 강요하지 않으마. 단! 1등 하지 못하면 앞으로 귀족가 영애로서의 행동거지와 마음가짐을 이 어미한테 배워야 할 거다. 그래도 대회에 참가할 거니?”


아이번의 표정이 눈 녹듯 녹았다.

그가 연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내 아내야. 결혼 참 잘했어.’


“앞으로는 검 대신 찻잔과 뜨개질을 해라.”


반대로 카리스의 표정은 돌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그녀가 누구인가?

마왕을 앞에 두고도 물러서지 않던 기사단의 단장.

그 사람이 바로 카리스였다.


“참가하겠습니다.”


유플리아는 말없이 차를 호로록 마셨다.

아이번도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후식을 짚었다.

부모는 생각했다.

그녀가 1등 할 확률은 0퍼센트라고.


***


방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렸다.

나와 카리스는 심각했다.

하지만 로레인과 아드리안은 담담했다.


“왜 그렇게 분위기가 심각해?”


사실 아드리안의 반응은 당연했다.

카리스는 명망 있는 귀족가의 영애.

귀족가의 영애는 그에 맞는 교양과 지식을 배우는 게 흔한 일.

감옥에 갇히거나 버려진 땅에 조사를 가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아드리안은 그렇다 치고.


“로레인. 표정이 밝은데? 앞으로 카리스를 못 볼 수도 있어.”


“왜 못 봐. 놀러 가면 되지.”


“앞으로는 어딜 가든 우리 둘밖에 없다고.”


“어머! 그거 완전 좋은 일이잖아!”


로레인의 눈이 빛났다.


“하... 너는 정말.”


“근데 율리안. 꼭 카리스가 필요해? 너라면 카리스 이상의 실력자도 충분히 구할 수 있잖아.”


“아니. 난 카리스여야만 한다.”


“얼씨구?”


로레인의 표정이 싸하게 굳었다.


“로레인. 너도 알잖아.”


내가 네크로맨서인 거 알면서도 곁에 머무를 수 있는 강자가 얼마나 되겠어.


“몰라!!!”


또 12살로 돌아온 그녀였다.


“근데 카리스. 같이 할 팀원은 구했어?”


“팀원?”


그녀는 카리스는 아무것도 몰라효~ 뀨~ 라는 눈빛으로 눈을 깜빡였다.


“하... 내가 이럴 줄 알았지.”


아드리안이 머리를 쓸어 넘겼다.


“나는 그냥 검술 토너먼트만 참가하면 되는데 굳이 팀으로 참가해야 할 이유가 있나?”


“용사 파티를 아우르고 지휘했던 솔로몬의 위대함을 기리기 위해 무조건 팀으로 참가하는 거야.”


“아 그런 거였나? 그렇다면 팀으로 참가하면 그만.”


카리스가 우리를 빤히 바라봤다.


“싫어. 안 해.”


로레인이 격렬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언니.”


“뭐?”


“부탁한다.”


“싫어.”


“우승하면 상금이 어마어마하다 들었다.”


“참가할게.”


로레인의 고개가 천천히 나를 향해 돌아갔다.


“하아.... 알겠어. 근데 문제가 또 있어.”


“거 참. 대회 한번 참가하는데 문제가 더럽게 많군.”


모처럼 보이는 카리스의 짜증.

대승절 토너먼트 대회는 총 4개다.

카리스가 검술.

로레인이 궁술.

내가 지략 대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남은 건 마법.


“뭘 걱정하나. 우리 언니가 있는데.”


여기서 말한 언니는 아드리안이었다.


“나? 나 마법 못 쓰는데?”


“주변에 아는 마법사는?”


“뭐 구하라면야 구할 순 있지만 우승은 못할걸?”


“그럼 아드리안이 참가하는 걸로 하자.”


“에?”


“부탁한다. 언니.”


이렇게 팀이 정해졌다.

아드리안은 처음에 거부했지만

첫 라운드에 기권하는 조건으로 참가를 수락했다.


“근데 카리스. 이길 자신 있어?”


사실 진짜 문제는 이거였다.

그녀는 아직 길을 찾는 중이었다.

이미 걸어온 길은 그녀와는 맞지 않는 길이었으니까.


“자신 있고 없고에 문제가 아니다. 무조건 이긴다.”


“좋은 마음가짐이다.”


그녀가 우승하길 진심으로 바랐다.

카리스를 잃을 순 없었으니까.


***


토너먼트의 날이 밝았다.

국민들은 흥분했다.

대대로 토너먼트는 황궁에 들어갈 수 있는 등용문.

소문이 무성한 강자들이 세상에 이름을 떨치는 날이자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원석이 발굴되는 행사기도 했다.


“후... 어떡하지. 나 너무 떨려.”


광장 한 켠

아드리안은 긴장하고 있었다.


“앙!”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우타가 아드리안의 뺨을 핥았다.

이제는 로레인보다 아드리안을 더 따르는 우타였다.


“그냥 기권하는데 뭐가 그렇게 떨려.”


“나 때문이냐! 얘 때문이지!”


아드리안이 카리스를 노려봤다.

정작 카리스는 흥분하느라 아드리안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오늘은 전부 예선이고 내일부터 본선이라니까 다들 떨어지지 마!”


“너만 떨어질걸?”


찰싹!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농담을 날린 율리안이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드리안의 매운 손바닥이었다.


“갔다 올게.”


“율리. 빨리 끝나면 광장 앞 카페로 와~ 거기 디저트 맛있다더라.”


“다녀오겠다.”


“다들 다치지 마.”


“앙!”


4명의 남녀가 동서남북으로 흩어졌다.


‘길군.’


토너먼트 중에서도 단연 인기 있는 토너먼트가 검술 토너먼트였다.

그렇기에 참가자도 많았고

그만큼 대기 줄도 길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카리스 슬레인.”


“178번이네요. 우측으로 가시면 됩니다.”


올해 검술 토너먼트 참가자 수는 280명.

그중 152명이 오늘 탈락하고 내일부터는 128강 토너먼트로 시작된다.


“1번 2번 앞으로!”


토너먼트 예선은 본 경기장이 아닌 경기장 밖에 있는 야외 훈련장에서 진행됐다. 작은 원을 여러 개 그린 후 번호대로 나와 대결해 빠르게 사람을 거르는 방식.


“진짜 왔네? 도망치는 줄 알았더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때

대검을 등에 멘 다리우스가 카리스에게 다가왔다.

그가 카리스의 가슴에 달린 번호판을 봤다.


“운 좋네.”


그가 자신의 번호판을 보여줬다.

카리스와는 만날 일 없는 99번.


“쪽팔리게 예선에서 탈락하지 마라.”


“너야말로.”


“아. 그리고 하나 더. 난 여자라고 안 봐줘.”


다리우스가 은밀하게 속삭였다.


“대가리 좀 치워줄 수 있나? 입냄새가 심하군.”


도발로 기선제압 하려던 다리우스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때마침


“99번 100번 앞으로!”


진행자가 다리우스를 불렀다.

다리우스는 씩씩대며 원안에 섰다.

그는 눈앞에 상대방이 아닌 카리스를 보고 있었다.

경기는 시작한 지 10초 만에 끝났다.

다리우스가 한 합으로 상대방을 끝낸 것.


“이게 네 미래다.”


다리우스는 퇴장하는 그 순간까지 카리스를 도발했다.

카리스는 괴로웠다.

뭘 처먹었는지 입냄새가 정말 극심했으니까.


“177, 178번 앞으로!”


이윽고 카리스 차례.

다리우스는 팔짱을 낀 채 카리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뭐야? 계집애가 왔네. 꽁승이네.”


카리스의 앞에 박도를 든 대머리가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일단 옷부터 찢고 시작해 볼까!”


대머리 남자가 카리스의 가슴을 보며 쇄도했다.

카리스가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그의 세상이 회전했다.


“어?”


대머리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다.

정신 차렸을 때 자신은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푹!


카리스의 검이 대머리의 얼굴 옆에 박혔다.


“히익!”


5초.

경기가 시작하고 단 5초 만에 시합이 끝났다.

사람들의 이목이 카리스와 다리우스에게 집중됐다.

한 사람은 한 합에 대결을 끝냈고

한 사람은 5초 만에 대결을 끝냈다.

벌써부터 그 둘이 맞붙으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기대하는 이들이 생겼다.


“부탁할 게 있다.”


카리스가 노을을 검집에 넣으며 다리우스에게 다가왔다.


“봐달라고 빌어도 안 봐줘.”


“제발 떨어지지 마라. 실력이 안 되면 반칙을 하고 위기가 오면 발악하며 내 앞에 도달해라.”


카리스가 다리우스를 보며 야릇하게 웃었다.


“그래야 벨 맛이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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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이변 (3) 24.09.10 8 0 12쪽
55 이변 (2) 24.09.09 8 0 12쪽
54 이변 (1) 24.09.08 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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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승절 (3) 24.09.06 9 0 12쪽
51 대승절 (2) 24.09.05 11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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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0 0 12쪽
46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3) 24.09.01 8 0 12쪽
45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2) 24.08.31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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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버려진 땅 (3) 24.08.25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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