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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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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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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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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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6)

DUMMY

율리안은 발견했다.

카타리나의 영혼이 일렁이고 있음을.

그녀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로레인이 지나가면서 했던 말.


[저 여자 눈물. 진심 아니야.]


당시엔 무시했다.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익손이 죽인 건 사실이었다.

왜 이제 와서 거짓말을 하는 걸까?

그때 문득 든 생각.


‘만약 카타리나가 익손이라면?’


그렇다면 모든 게 설명됐다.


“하!”


율리안은 카타리나가 의심하지 않게 말을 타고 성을 나섰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말을 멈춰 세웠다.


“로레인 따라오는 놈은?”


로레인이 눈을 감고 귀를 쫑긋했다.

잠시 후 그녀가 말없이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죽일까?’


로레인이 입 모양으로 말했고

율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로레인이 활시위를 당겼다.


“끅.”


100미터 떨어진 곳에서 시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율리안과 로레인이 비명이 난 곳으로 향했다.

미간에 정확히 꽂힌 화살.

율리안이 복면을 내렸다.


“아는 얼굴이야?”


“모르겠어. 못생긴 얼굴은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라.”


율리안이 옷을 벗기고 시체를 살폈다.


“역시.”


그의 몸에 익손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로레인 성으로 돌아가죠. 단 들키지 않게. 우타. 넌 나랑 같이 가자.”


율리안은 쪽지가 적힌 장소로 달렸다.

눈치챘으나 눈치채지 않은 것처럼.

자신이 가야만이 그녀가 더욱 방심할 거다.


“하~ 정말. 연하랑 같이 다니기 힘들다.”


율리안을 떠나보낸 뒤 로레인이 말머리를 돌렸다.

그녀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아드리안을 건드린 녀석을 무사히 둘 생각은 없었다.

로레인이 말을 성 근처에 세웠다.

그녀가 반지에 마나를 주입해 몸을 은신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다.

아드리안은 어디에 감금돼 있을까?


‘생각하자. 로레인. 생각하는 거다. 내가 카타리나라면 아드리안을 어디에 숨겼을까?’


자신들이 도착했을 때 피는 굳은 지 얼마 안 됐다.

성에도 아드리안은 없었다.


‘가까운 곳. 그리고 눈에 띄지 않는 곳.’


로레인이 성의 외곽을 돌기 시작했다.

그때


“!#^@$##&”


누군가 잡담하는 소리가 들렸다.

로레인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향했다.


‘빙고!’


무기를 든 장정 넷이 허름한 창고를 지키고 있었다.


“누구냐?”


“알아서 뭐 하게?”


로레인이 순식간에 장정들을 제압하고 창고 안으로 들어섰다.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창고.


삐걱.


이때 유독 한 곳만 나무 삐걱거리는 소리가 심했다.

로레인이 나무판자를 드러냈고

그곳에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


“이년 당돌한 것 봐. 갖고 놀 사람이 없어서 우릴 갖고 놀았네?”


“이익!”


카타리나가 주사기에 있던 액체를 뿌렸다.

아니 뿌리려 했다.


뿌득.


“꺄아아아악!”


주사기를 들고 있던 카타리나의 팔이 기괴하게 꺾였다.


“감히 아드리안을 건드려?”


카타리나의 팔이 덜렁거렸고

로레인이 바닥에 떨어진 주사를 들었다.


치익.


주사기의 액체를 뿌리자, 바닥이 녹았다.


“이걸 아드리안 몸에 넣으려고 했어?”


카타리나는 일이 잘못됐음을 느꼈다.


픽!


그녀가 아드리안을 향해 단도를 날렸다.


깡.


하지만 어림없는 공격.

카타리나는 아드리안을 죽이려는 게 아니었다.

로레인의 시선을 잡아둔 사이 도망치려는 것.

하지만 카타리나는 달리기도 전에

로레인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열쇠 어딨어?”


“......”


“그렇게 나오시겠다?”


로레인이 카타리나의 얼굴을 바닥에 처박았다.

그리고 왼손 새끼손가락을 잡았다.


“해봐.”


카타리나의 눈에 광기가 서렸다.

비명을 지를지언정 함락되진 않겠단 의지.

하지만 로레인은 그런 의지 따위 관심 없었다.


뿌득.


“꺄아아아악!”


카타리나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거 알아? 난 익손에 대해선 관심도 없어. 열쇠 어딨어?”


“글쎄. 모르겠는데?”


뿌득.


똑같은 일의 반복이었다.

로레인은 차례대로 손가락을 부러트렸다.

그때마다 카타리나는 격렬히 몸부림쳤다.

하지만 비명과 비례해 눈에 광기도 점점 커졌다.


“어차피 각오한 일. 꺾어라.”


“원한다면.”


광기와 냉정의 대결.

로레인은 광기에 먹히지 않았다.

그저 직장인이 일을 처리하듯

그렇게 하나하나 손가락을 분질렀다.


“로레인! 그만! 그만!”


로레인과 달리 아드리안은 광기를 버티지 못했다.

로레인이 아드리안을 바라봤다.


“이래서 오지 말라는 거였어.”


구해주는 것과는 별개의 일.

로레인은 아드리안의 선택을 질책하고 있었다.


“이게 우리가 걷는 길이고 앞으로 걸어갈 길이야. 네가 잘했다고 생각해? 아니. 잘할 거였으면 애초에 잡히지 말았어야지.”


아드리안이 고개를 숙였다.

나도 할 수 있다고.

보란 듯이 증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됐어. 로레인. 거기까지만 해.”


광기와 냉정이 충돌하기를 한참.

철문 너머로 율리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고했어. 로레인.”


“뭘 이 정도 가지고~ 율리가 현명하게 대처해서 그런 거지.”


“아드리안 잠깐만 눈 감아줄래?”


아드리안이 눈을 감음과 동시에 눈물이 쏟아졌다.

율리안을 보자 참아왔던 감정이 폭발한 것.


서걱.


아드리안을 결박하고 있던 족쇄가 두 동강 났다.


“앙!”


우타가 아드리안에게 달려들었다.

우타에게도 미안했다.


‘결국 나만 짐이었구나.’


아드리안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이번엔 우타가 그녀의 곁을 지켜줬다.

우타가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아드리안의 눈물을 핥아줬다.


율리안이 카타리나를 바라봤다.

그녀는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웃고 있었다.

율리안은 느꼈다.


‘보통 미친년이 아니구나.’


대전쟁 시절에도 이런 놈은 많이 경험했다.

대전쟁이 힘든 이유는 마족을 상대함과 동시에

연합군에 원한을 갖고 있는 동족도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가끔은 마족보다 이런 잔당들을 처리하는 데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아드리안.”


아드리안은 두려웠다.

고개를 들었을 때 또다시 질책 어린 눈빛이 담겨있을까 봐.


“고개 들어.”


이럴 땐 따듯한 위로 한마디면 되건만 율리안의 목소리는 건조하기만 했다. 아드리안이 고개를 들었다. 이상하게도 그의 눈엔 슬픔이 담겨있었다.


“내가 황궁에 돌아갔을 때 얘기했지? 다른 자리 알아보라고.”


아드리안이 꿀 먹은 벙어리가 돼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일에 휘말릴 거라 생각하지 못했어?”


“각오했었어.”


“실제는 어때?”


“훨씬 더 무서웠어.”


“날 떠나라고 한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어.”


아드리안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율리안은 로레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카타리나를 일으켜 세워 율리안과 눈을 맞췄다.


“고통으론 널 함락시킬 수 없을 거 같아.”


“잘 아네요. 범하든 고문하든 마음대로 해보세요. 내가 굴복하나. 아 죽이면 내 승린가? 킥킥.”


율리안이 카타리나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새벽에서 나온 주력이 연기가 돼 카타리나의 코와 입, 귀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뭐야 이게?”


당황한 건 카타리나만이 아니었다.

아드리안이 처음 보는 율리안의 모습에 경악했다.


“네크로맨서?”


아드리안이 로레인을 바라봤다.


끄덕.


“너도 알고 있었어?”


우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이해가 갔다.

왜 율리안이 자신을 밀어내려 했는지.

왜 지금 그렇게 슬픈 눈을 했는지.

한편, 율리안은 주술을 통해 그녀의 기억으로 침투하고 있었다.

다른 익손들을 찾아내 뿌리 뽑을 심산.


“이거 보통 일이 아닌데.”


그녀의 기억 속으로 들어온 순간,

율리안은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기억 속으로 들어오면 그간 있었던 장면들이 눈앞을 지나가야 했다.

하지만 이곳은 기억 대신 새카만 어둠뿐이었다.


철컹.


그는 지금 거대한 새장 속에 갇혀 있었다.

문에는 거대한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율리안은 당황하지 않았다.

예전에도 겪었던 일이었으니까.

이 일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다.


‘익손에는 네크로맨서가 있다. 그리고 녀석은 네크로맨서를 상대할 줄 아는 놈이다.’


이제야 이해가 갔다.

손가락이 꺾이는 그 순간에도

카타리나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직 하나의 목적에만 미친

식욕만을 탐하는 구울과 같은 상태.

네크로맨서의 세뇌라면 가능한 일이었다.


짤랑. 짤랑. 짤랑. 짤랑.


사방에서 맑은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둠과는 어울리지 않는 맑은소리.

잠시 후, 어둠 속에서 사람 하나가 나타났다.


“어? 이상하다. 여기에 이렇게 올 리 없는데.”


“그러게? 쟤도 네크로맨선가?”


“그러니까 여기 불려 왔겠지.”


“네크로맨서? 키키키키키키. 어떡할까? 죽일까? 재밌겠다!”


“고문이 먼저지.”


하나의 목소리.

그리고 서로 다른 말투.


다중인격.

그것도 2개 이상의 다중인격이었다.


짤랑.


그의 앞으로 남자 하나가 등장했다.

검은 로브에 동방의 나라에서 건너온 석장을 들고 있는 사내.

액면가는 40대 초반.

얼굴부터 목까진 기괴한 문신이 가득하고

머리는 짧으며

눈은 암흑처럼 어두웠다.


“어린데?”


“그러게? 어린 네크로맨서네?”


“죽일까? 키키키키키. 재밌겠다!”


“우선 대화부터.”


처음 보는 이가 본다면 실로 기괴한 장면.

남자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했다.

순진한 아이 같다가 미친 사람 같다 고문관 같다 근엄한 장군 같았다.

한 가지 신기한 점은 각자의 인격이 사방에서 당기듯 얼굴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는 점.


“너. 이름이 뭐야?”


“이름을 묻는데?”


“그러게? 키키키키키. 건방지네? 죽일까?”


“다들 조용!”


이때 우두머리로 보이는 인격이 선포하듯 말했다.

그의 외침에 인격이 사라진 듯 얼굴은 평온해졌다.


“네크로맨서?”


“익손이냐?”


“내 질문 먼저.”


“대답해 주면 너도 대답해 줄 거냐?”


새장 밖 남자가 재밌다는 표정으로 율리안을 바라봤다.


“그래. 익손이다.”


“이름은?”


“내 차례.”


“내 이름은 율리안이다. 율리안 듀발론.”


“듀발론?”


율리안의 성을 들은 네크로맨서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설마 듀발론 제국의 황자가 네크로맨서라니. 제국도 망조가 들었구나.”


“망조는 너 때문에 들었지. 이름이 뭐야?”


“내 이름이 중요한가?”


율리안의 얼굴이 구겨졌다.

짐작되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대전쟁 시절, 마왕군도 연합군도 아닌 제3세력의 존재.

율리안이 본격적으로 상대를 떠보기 시작했다.


“죽지도 않고 오래 살아있군.”


“자네보단 오래 살았지.”


“주력을 얼마나 흡수한 거지?”


“보다시피.”


눈앞 남자는 율리안의 질문을 애매모호하게 넘겼다.


“익손의 목적이 뭐야? 왜 귀족들을 죽이고 다니는 거지.”


루인이 말을 꺼내려 했다.

그 순간


“그건 알아서 뭐 하게?”


“맞아! 곧 죽을 놈이. 키키키키키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


루인의 얼굴이 다시 공 튀기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격들이 날뛰었다.

그건 부작용이었다.

네크로맨서의 체내에는 100명분의 영혼을 저장하는 게 원칙이자 한계다. 그 이상을 흡수하면 부작용이 발생하고 그중 하나가 루인이 갖고 있는 다중인격이었다.


“아 다들 조용히 해! 대화하고 있잖아!”


“나도 대화 중이다! 네가 뭔데 껴들어!”


“넌 뭐야! 내가 먼저 대화했어.”


“대화가 뭐가 중요해! 죽이자! 죽여! 킥킥킥킥.”


루인의 양손이 본인의 멱살을 잡고 싸웠다.


“다들 들어가라.”


하지만 루인 본인의 인격이 말을 하면 다른 인격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듀발론이라. 재밌어지겠어.”


남자가 미소 지으며 등을 돌렸다.


짤랑~ 짤랑~ 짤랑~ 짤랑~


그가 석장을 치며 율리안에게서 멀어졌다.


“기다려! 너희 익손의 목적이 뭐냐고!”


“너라면 알 수 있을 텐데?”


“뭐?”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멀어졌다.

율리안은 남자를 붙잡으려 계속 소리쳤다.


“돌아가라. 네크로맨서는 죽이기 싫거든.”


짤랑~


석장이 울리자 공간이 뒤틀리며 율리안이 흡수됐다.


번쩍.


율리안이 눈을 떴을 때 카타리나는 이미 죽어 죽은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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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시험 (5) 24.09.15 7 0 12쪽
61 시험 (4) 24.09.14 7 0 12쪽
60 시험 (3) 24.09.14 5 0 12쪽
59 시험 (2) 24.09.13 5 0 12쪽
58 시험 (1) 24.09.12 6 0 12쪽
57 이변 (4) 24.09.11 9 0 11쪽
56 이변 (3) 24.09.10 10 0 12쪽
55 이변 (2) 24.09.09 10 0 12쪽
54 이변 (1) 24.09.08 9 0 12쪽
53 대승절 (4) 24.09.07 10 0 12쪽
52 대승절 (3) 24.09.06 10 0 12쪽
51 대승절 (2) 24.09.05 14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4 0 12쪽
49 복귀 24.09.03 11 0 12쪽
48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5) 24.09.01 12 0 13쪽
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1 0 12쪽
46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3) 24.09.01 11 0 12쪽
45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2) 24.08.31 12 0 12쪽
44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1) 24.08.31 10 0 12쪽
43 바람 한 자락 (4) 24.08.30 1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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