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최근연재일 :
2024.09.19 19:00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935
추천수 :
22
글자수 :
364,706

작성
24.09.15 12:00
조회
7
추천
0
글자
12쪽

시험 (5)

DUMMY

우타는 지붕을 타고 질주하고 있었다.

길 안내는 걱정 없다.

길고양이들이 이 바닥을 지배하고 있으니까.


‘저쪽으로’


우타가 들고양이의 뒤를 따랐다.


‘이제 거의 다 왔어.’


율리안에게 쪽지만 전달하면 자신의 임무는 끝난다.

그때 하늘을 날던 갈매기가 빠르게 날아왔다.

갈매기가 우타에게 전했다.


‘아드리안! 위험!’


‘아드리안 누나가?!’


우타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방향을 틀었다.

가슴이 터져라 달렸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외딴 지역에 있는 한 별장.


“누나!”


괴한이 아드리안을 어깨에 짊어진 채 별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우타는 망설임 없이 달려들었다.


“뭐야 이건?”


하지만 괴한은 강했다.


“바쁘다. 꺼져라.”


퍽!


괴한은 축구공 차듯 우타를 차버렸다.

그게 우타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우타! 우타!”


우타는 로레인이 포션을 부어주고 나서야 눈을 뜰 수 있었다.


“우타? 무슨 일이야?”


우타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울기 시작했다.


“나 때문이야! 내가 지켜야 했는데!”


“어떻게 된 거야. 진정하고 말해봐.”


율리안과 로레인은 우타가 진정될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렸다.

진정된 우타가 입을 열었다.

아드리안이 뭔가를 알아내 쪽지를 건넸고

자신은 그걸 건네주기 위해 지붕을 내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아드리안이 위험하단 얘길 들었고

자신이 왔을 땐 괴한이 아드리안을 납치한 뒤였다.


“괜찮아. 우타. 다행히 늦지 않았어.”


율리안이 주변을 살폈다.

무성한 수풀 사이, 붉은 혈흔이 보였다.

율리안이 혈흔을 살폈다.

혈흔은 별장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율리안이 그때를 추측해 보았다.


아드리안이 납치된 뒤,

호위가 납치범을 쫓았을 거다.

그리고 여기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호위들은 모두 죽었고

납치범은 호위 시체를 저 건물 안에서 처리했을 거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가자!”


별장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율리안이 벽에 걸린 이름을 쳐다봤다.


‘바코스 레인웨일즈’


이번 일의 흉수일 거다.


“닫혀있는데 어떡하실 겁니까?”


두포의 의도는 분명했다.

안내는 끝났으니 보내달라는 뜻.

하지만 그리 쉽게 보내줄 율리안이 아니었다.


뎅겅.


율리안이 새벽으로 잠금장치를 깔끔하게 잘랐다.


“로레인. 우타를 부탁해.”


“아니야! 나도 갈 거야.”


우타가 여우로 변신해 율리안의 어깨 위에 올라탔다.

작은 아이는 투쟁심에 불타고 있었다.


“녀석. 남자 맞네.”


율리안과 로레인이 빠르게 별장으로 달려갔고


“하... 진짜!”


두포도 어쩔 수 없이 뒤를 쫓았다.

건물은 조용했다.

율리안은 혹시 모를 기습에 대비해 천천히 움직였다.


“뭔가 이상한데?”


“그렇지? 조용해도 너무 조용해.”


“두포. 여기서 우타랑 있어.”


“알겠습니다. 형님.”


“무슨 일 생기면 네가 몸으로 막아서라도 우타 지켜. 안 그러면 넌 나한테 죽는다.”


“명심하겠습니다.”


율리안은 우타와 두포를 시야에 보이는 곳에 둔 뒤 본격적인 탐색을 이어갔다.


‘나는 오른쪽. 너는 왼쪽.’


율리안이 로레인에게 수신호를 내렸다.

성은 고요하다 못해 숨 막힐 정도로 적막했다.

발자국 소리와 나무가 삐걱대는 소리.

그 외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벌컥! 벌컥!


율리안과 로레인이 방문을 하나하나 열기 시작했다.

방은 각양각색이었다.

어지럽혀진 방.

깔끔한 방.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쌓인 방.

그렇게 돌고 돌아 두 남녀가 한 지점에서 만났다.


두 남녀가 눈빛을 교환했다.

마지막 남은 방 하나.

집무실이었다.

율리안이 새벽을 뽑아 전위를 잡고

로레인이 후방에서 활시위를 당겼다.


벌컥!


문을 열었지만


휘잉~


집무실엔 아무도 없었다.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온 바람이

책상 위에 서류들을 어지럽히고 있을 뿐.

율리안이 서류를 살폈다.


“로레인. 제대로 짚은 거 같아.”


율리안이 서류뭉치를 건넸다.

그곳엔 율리안, 로레인, 아드리안의 신상정보가 적혀있었다.


“앙! 앙! 앙! 앙!”


이때 아래층에서 우타가 짖었다.

율리안과 로레인이 단숨에 뛰어내렸다.


“왜 그래? 우타.”


우타가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고

율리안과 로레인이 뒤를 따랐다.

우타가 바닥에 코를 박고 걸었다.


“형! 이거!”


우타가 집무실로 들어와 율리안에게 쪽지를 건넸다.


“아깐 정신이 없어서. 이거부터 줬어야 하는데.”


율리안이 쪽지를 펼쳤다.

거기에는 용의자를 특정하는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이곳에 오래 있어도 의심받지 않으며

성을 의심 없이 드나들 수 있으며

영주 옆에 붙어 있어도 의심을 사지 않는 사람.


‘바코스 레인웨일즈’


여기까진 율리안도 알아낸 정보였다.

하지만 아드리안은 거기에 정보 하나를 더 추가로 적어놨다.


‘카타리나 스위랜타의 남동생’


***


율리안과 로레인이 성으로 복귀했다.


“율리안님! 로레인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드리안이 납치됐습니다.”


“정말. 그렇게 됐군요.”


카타리나는 침착했다.

그는 최대한 공과 사를 구분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아드리안 영애가 미리 얘기해 뒀어요. 2시간이 지나도 자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병사들을 풀어 남동생 집으로 가라고. 남동생은 없었나요?”


끄덕.


“아.”


아니길 바랐다.

자기 동생이 흉수였다니.


“카타리나 님!”


“추적을 보낸 병사예요!”


병사가 쪽지를 건넸다.


“여기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이에요.”


율리안이 쪽지를 건네받았다.


“말 있습니까?”


***


아드리안이 눈을 떴다.


“읍!”


머리가 울렸다.

기절하기 전 상황을 떠올렸다.

호위와 함께 별장에 진입하기 전,

압도적인 무위를 선보인 괴한이 등장했다.

나름 검 좀 쓴다는 호위들이 1초만 에 당했다.

자신은 기절했고 눈떠보니 여기였다.


철컹!


그제야 아드리안이 상황을 인지했다.

입에는 재갈이 물려있고

팔과 발목은 결박된 상태였다.


꿉꿉한 냄새.

돌아다니는 쥐.

바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그리고 하나의 철문.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려 애썼다.


‘죽이려는 건 아니야. 목적이 있는 거지.’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이때 철문 밖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아드리안은 침착하려 애썼다.

하지만 처음 겪는 상황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아무리 누르려 해도 공포라는 녀석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드리안. 진정해.]


율리안이 마차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상대와 협상할 수 있으면 협상해. 정보가 필요하면 뭐든 줘버려. 가장 중요한 건 네 목숨이야. 원하는 건 다 줘버려. 대신 너무 쉽게 주지 마. 네 목숨이 보장됐을 때. 그때 다 줘. 그거면 돼.]


율리안의 말을 떠올리자 마음이 한결 안정됐다.


철컹.


철문이 열리고 그곳으로 하이힐을 신은 한 여인이 들어왔다.


“저런. 괜찮으신가요?”


걱정 어린 목소리.

하지만 입에 걸린 조소.

아드리안의 동공이 확장됐다.


“읍! 읍! 읍! 읍!”


그리고 격렬한 반응.


“어머. 진정하세요. 그러다 다쳐요.”


그녀가 아드리안의 입에 걸린 재갈을 풀어줬다.


“설마 당신일 줄이야.”


“당신은 똑똑한 여자예요. 근데 그거 알아요? 똑똑할수록 속이기 더 쉽다는 거. 당신이나 율리안처럼.”


카타리나가 아드리안을 보며 웃었다.


“당신이 익손이었어?”


“네. 사실 전 처음부터 알려줬답니다.”


아드리안이 그녀와의 만남을 떠올렸다.

처음 율리안에게 쪽지를 건네주던 카타리나.

그리고 쪽지를 갖고 있던 아드리안.


[1주일이었어요.]


그녀가 했던 말까지.


“한 명 더 있었어.”


이곳에 오래 있어도 의심받지 않으며

성을 의심 없이 드나들 수 있고

영주 옆에 붙어 있어도 의심 사지 않는 사람.


“당신 처음부터!”


“네. 맞아요. 남편도 제가 죽였어요.”


“남동생은?”


“남동생은....”


카타리나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쳐져 있던 입꼬리가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당신 옆에 누워있겠죠. 가시는 길 외롭지는 않을 거예요.”


카타리나가 배를 잡고 웃었다.


“나를 건드리는 순간, 슬레인 가문이 움직일 거예요. 감당할 수 있겠어요?”


“각오하고 있답니다.”


“당신은 잡혀가겠지. 그리고 고문받을 거야.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수도 있겠지.”


“그 또한 각오하고 있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


“누군가는 익손의 위대함을 알려야 하니까.”


아드리안은 카타리나 눈에 맺힌 광기를 읽었다.

누군가는 종교를 숭배한다.

카타리나에게 익손은 종교였고

그는 종교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길도 걸어갈 수 있는 순교자의 마음가짐을 자고 있었다.


아드리안은 식은땀이 흘렀다.

협상하라는 율리안의 조언.

그 조언을 쓸 수 없게 됐다.

이런 사람은 애초에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건 익손의 위대함을 알리는 게 아니야. 익손을 사지로 내모는 거지.”


“풋.”


카타리나가 아드리안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넌 아무것도 몰라. 애송아. 흠~ 흠~ 흠~ 흠~”


그녀가 콧노래를 부르며 아드리안에게서 멀어졌다.


“방이 많이 어둡다. 그쵸?”


그녀가 품에서 성냥을 꺼내 양초에 불을 붙였다.


!!!!


아드리안의 동공이 확장됐다.

각종 연장이 보였다.

고문 도구는 물론 주사기까지.

카타리나의 손이 도구를 하나씩 훑기 시작했다.


“황자 저하에게 쪽지를 줬어요. 내 동생이 있는 곳이죠. 동생은 영문도 모른 채 황자 저하와 싸우다 죽음을 맞이하겠죠. 슬퍼요. 하지만 웃을래요. 내 동생의 죽음은 결코 의미 없는 죽음이 아니니까. 아니! 숭고하다고 할 수 있죠.”


카타리나가 무수히 많은 도구 중 주사기를 집어 들었다.


“율리안은 격렬하게 싸우다 깨닫겠죠. 아! 내 동생은 관련 없구나. 그리고 이곳에 돌아왔을 땐.”


카타리나는 생각만 해도 즐겁다는 듯 미친 듯이 웃었다.

그녀가 주사기를 누르자 바늘에서 액체가 튀어나왔다.


치익.


떨어진 액체가 바닥을 녹였다.


“카타리나 레인웨일즈. 시집가기 전 제 이름이었답니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아드리안은 저항했다.

하지만 쇠사슬은 죽음에서 도망칠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생각해야 된다. 이대로 끝날 순 없어.’


아드리안은 냉정하려 애썼다.

하지만 상황이 그녀를 냉정하게 만들지 못했다.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그럴 때마다 팔과 다리에 피멍만 들 뿐이었다.


“귀여워라.”


카타리나는 발악하는 아드리안을 멍하니 지켜봤다.

그 모습이 퍽 기꺼웠다.

절대자 앞에서 기적을 바라는 필멸자의 나약함.

카타리나는 절대자로서의 지위를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이제 정말 시간이 없어요. 죽어줘야 돼요.”


카타리나가 아드리안의 팔을 알코올 솜으로 소독했다.

아드리안은 몸을 비틀며 저항했다.


“환자분. 몸을 움직이시면 주사를 놓을 수 없답니다.”


하지만 아드리안의 저항은 계속됐다.


“아! 씨발 진짜!”


결국 카타리나의 본성이 나왔다.


퍽!


그녀가 아드리안의 얼굴을 후려쳤다.


“거기! 누구 없어! 이년 좀 잡고 있어.”


아드리안은 여전히 저항했다.


“어이! 거기! 아무도 없냐고! 내려와 봐!”


카타리나가 철문에 대고 외쳤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환자분. 저항이 너무 심해서 몸 좀 누르고 있을게요. 들려요? 죽음이 다가오고 있어요.”


카타리나는 최고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사람처럼 양팔을 벌리고 다가오는 발소리를 감상했다.


“이년 좀 잡고 있어.”


하지만 철문을 넘은 발소리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뭐해? 이년 잡으라니까.”


“내 이럴 줄 알았지.”


카타리나는 귀를 의심했다.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게다가 목소리는 꾀꼬리 같은 미성.

아드리안의 눈물을 흘렸다.

그건 절망이 아닌 환희의 눈물이었다.


카타리나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로레인이 서 있었다.


“어휴. 율리는 여자를 너무 몰라.”


로레인이 단도를 뽑아 들며 말했다.


“여자의 눈물은 여자가 잘 알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7 보기와 달리 뜨거운 여자 (2) NEW 8시간 전 2 0 12쪽
66 보기와 달리 뜨거운 여자 (1) 24.09.18 5 0 12쪽
65 시험 (8) 24.09.17 6 0 12쪽
64 시험 (7) 24.09.16 7 0 12쪽
63 시험 (6) 24.09.15 9 0 12쪽
» 시험 (5) 24.09.15 8 0 12쪽
61 시험 (4) 24.09.14 9 0 12쪽
60 시험 (3) 24.09.14 6 0 12쪽
59 시험 (2) 24.09.13 7 0 12쪽
58 시험 (1) 24.09.12 7 0 12쪽
57 이변 (4) 24.09.11 9 0 11쪽
56 이변 (3) 24.09.10 11 0 12쪽
55 이변 (2) 24.09.09 11 0 12쪽
54 이변 (1) 24.09.08 10 0 12쪽
53 대승절 (4) 24.09.07 10 0 12쪽
52 대승절 (3) 24.09.06 11 0 12쪽
51 대승절 (2) 24.09.05 14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4 0 12쪽
49 복귀 24.09.03 12 0 12쪽
48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5) 24.09.01 12 0 13쪽
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2 0 12쪽
46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3) 24.09.01 11 0 12쪽
45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2) 24.08.31 12 0 12쪽
44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1) 24.08.31 11 0 12쪽
43 바람 한 자락 (4) 24.08.30 12 0 13쪽
42 바람 한 자락 (3) 24.08.29 12 0 12쪽
41 바람 한 자락 (2) 24.08.28 13 0 12쪽
40 바람 한 자락 (1) 24.08.27 12 0 13쪽
39 버려진 땅 (4) 24.08.26 13 0 12쪽
38 버려진 땅 (3) 24.08.25 13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