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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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최근연재일 :
2024.09.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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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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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7)

DUMMY

“율리! 괜찮아?”


정신을 차렸을 땐 모든 게 원상태로 돌아온 후였다.

걱정 어린 눈으로 날 바라보는 로레인.

혼란스러운 아드리안과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는 우타까지.


“카타리나는?”


“죽었어.”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말하자면 길어. 나가서 얘기하자. 로레인. 아드리안을 부탁해.”


“이런 것만 나 시키지.”


“그래서 내가 널 좋아하는 거야.”


“말이나 못 하면.”


밖으로 나오자 생각이 많아졌다.

크게는 익손부터 작게는 아드리안까지.

아드리안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의 충격을 잠재울 시간과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할지 생각할 시간.


아드리안이 지하에서 나왔다.

그녀는 떠나는 순간까지도 나와 눈을 맞추지 못했다.

우타가 다가왔다.

녀석은 아드리안이 아닌 내 곁에 있는 걸 선택했다.


폭.


우타가 내 다리를 토닥토닥했다.

그 모습에 마음이 퍽 안정됐다.


“형. 괜찮을 거예요.”


“우타. 그거 알아? 혐오에도 등급이 있다.”


우타 같은 드루이드는 그래도 심리적 거부감이 적다.

하지만 벰파이어와 네크로맨서는 다르다.

한쪽은 피를 빨아먹고

한쪽은 영혼을 빨아먹으니까.


“아드리안 누나는 다를 거예요.”


이 작은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나도 어렸을 땐 믿었다.

실제로 편견을 깨고 다가오려 노력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역사와 교육으로 뿌리 깊게 박힌 인식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믿어볼 수밖에.


***


밤이 찾아왔다.

오늘따라 달이 창백했다.

대전쟁 시절 보던 그런 달.

쓸쓸한 걸까?


“아드리안은?”


“잠들었어.”


“네 비밀은?”


“왜 말해줘. 어차피 멀어질 아인데.”


“아드리안은 다를 수도 있잖아.”


로레인이 헛웃음을 뱉었다.

이런 면에서는 한없이 현실적이고 차가운 그녀였다.


“그러게 더 냉정하게 내쳤어야지. 왜 붙잡아둬서 일을 크게 만들어.”


“유능한 애잖아. 영혼도 맑고.”


“하! 답답해! 증말!”


그녀는 나를 위해 나를 다그쳤다.

사람을 너무 깊게 믿지 말라고.

깊게 믿는 만큼 배신당했을 때 상처도 크다고.

로레인 다 컸네.

다른 사람도 걱정해 줄 줄 알고.


“그래서 같이 다니는 거 아니야?”


“말이나 못 하면!”


“로레인 누나. 너무 그러지 마. 아드리안 누나가 떠나지 않을 수도 있잖아.”


우타의 염원이 이뤄지길 바랐다.

우릴 위해서.

이 아이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조금 걸을까?”


성내가 여간 어수선한 게 아니었다.

그럴 만도.

안주인이라는 여자가 남편을 살해함은 물론 제 혈육마저 죽였다.

결국 수습은 질리언 친부의 몫이었다.


“우타는 어떡할래?”


여우로 변한 우타가 로레인의 어깨에 올라탔다.

우리는 달이 뜬 언덕 위를 걸었다.

싱그러운 꽃내음이 바람에 섞여 있었다.


“많이 정들었나 보네?”


로레인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무래도 얼굴에 티가 났던 모양이다.


“날 위해 애쓰던 여자니까.”


“여기 같이 애쓰는 여자 너무 섭섭하네.”


“넌 안 떠날 거잖아.”


“그렇긴 하지.”


로레인이 소녀처럼 웃었다.

그녀에게 고마운 점이다.

마음이 울적해지고 힘들어질 때

내 옆을 함께 걸어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힘이 된다.


“앙!”


우타가 앞발로 내 볼을 퍽퍽 밀었다.

녀석이 말하고 있었다.

나도 있다고.


“그래. 고맙다.”


언덕에 앉아 우리는 굽이치는 파도를 바라봤다.

나는 최대한 지금, 이 순간을 누리기 위해 노력했다.

옆에 있는 소중한 이들과 함께.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는 것만큼 미련한 게 없다.

지금 이곳에서 행복을 찾는 거다.


절그럭. 절그럭.


하지만 행복을 방해하는 소리가 들렸다.

기괴한 갑옷 소리는 그렇다 쳐도

너무 노골적이었다.

우리를 향한 적의가.


“우타. 아드리안한테 가.”


“앙.”


“가서 전해. 위험하니까 빨리 떠나라고.”


우타가 어깨에서 뛰어내려 질주하기 시작했다.


절그럭. 절그럭. 절그럭.


갑옷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노골적인 살기와 함께.


“아. 밤바다 소리 좋았는데 낭만을 모르네.”


“그러게. 모처럼 율리랑 둘이 됐는데. 이래서 눈치 없는 남자란.”


어둠 속에서 갑옷 하나가 걸어 나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갑옷.

특징을 꼽으라면 투구 위에 달린 빨간 갈기 정도.


“익손이냐?”


척.


검은 갑옷은 대답 대신 검을 뽑아 들었다.

나도 새벽을 뽑았다.

대답 대신 검을 뽑는 상대에게 대화는 무의미한 법.

로레인도 단도를 뽑아 들었다.


“나도 검날이 검은색인데. 인연인가?”


녀석은 침묵했다.

그 침묵이 말해주고 있었다.

악연이면 악연이지 인연은 아니라고.


“그래. 시작하자.”


휘영청 밝은 달 아래

율리안과 검은 갑옷에 검날이 충돌했다.


***


“율리안! 로레인! 우타!”


아드리안은 길게 난 복도를 걷고 있었다.

걷고 또 걸어도 길게 뻗어있기만 한 복도.

얼마나 걸었을까?

아드리안 앞에 커다란 철문이 나타났다.


끼익.


아드리안은 망설이지 않고 문을 열었다.

철문 넘어, 율리안이 등을 보인 채 서 있었다.


“율리안. 여기서 뭐 해?”


아드리안이 율리안에게 다가가려 했다.


“오지 마!”


“왜?”


“올 수 있겠어? 이걸 보고도?”


그제야 아드리안의 시선이 율리안의 발밑으로 향했다.

바닥에 흐르는 핏물.

그것보다 더욱 그녀를 놀라게 한 건 발밑을 빼곡히 채운 해골들이었다.


“흡!”


지독한 악몽에서 깨어나 눈을 뜨는 아드리안.

주변을 둘러봤을 땐 온통 낯선 풍경뿐이었다.

그곳은 갈리포드에 위치한 한 여관이었다.


끼익.


“헉!”


바닥에 나무 삐걱대는 소리만 들어도 그녀는 기겁했다.


“아무도 없어? .... 로레인. 우타.”


율리안의 이름을 쉬이 부를 수 없었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두려웠다.

모두가 자신을 버리고 떠난 건 아닐까?

이 문고리를 돌리면 그게 사실이 될 것만 같아 그녀는 문고리를 돌릴 수 없었다.

결국 아드리안은 침대에 누워 율리안 일행이 돌아오길 바랐다.


아드리안은 침대에 누워 자신에게 벌어졌던 일을 복기했다.

돌발상황이 생겨도 의연하게 대처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자신은 나약했고 겁쟁이었다.

그리고 오만했다.


탁. 탁.


이때 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꺅!”


그녀가 기겁했다.

이불 속에서 얼굴만 빼꼼 내밀고 소리가 난 곳을 바라봤다.


“앙!”


그곳에 우타가 있었다.


“우타!”


창문을 열자, 우타가 아드리안 품으로 폴짝 도약했다.

아드리안이 우타를 품에 꼭 껴안았다.

아드리안은 한참 동안 우타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진정됐을 때 우타를 내려놨다.


“우타 무슨 일이야?”


우타가 인간 모습으로 변했다.

우타의 표정은 다급했다.


“누나. 가야 돼.”


“어딜 가?”


“솔로몬으로 갈 거야. 율리안 형이 성에 말해뒀어. 스위랜타 가문에서 마차랑 호위를 붙여줄 거야.”


“갑자기 왜 가야 되는데?”


“설명은 마차에서 해줄게. 우선 짐부터 싸. 빨리!”


우타의 다급한 표정을 본 아드리안이 움직였다.

그녀가 빠르게 짐을 싸기 시작했다.

율리안과 로레인이 어딨는지 물을 정신은 없었다.

아드리안에게 여유는 없었다.


***


그 시각, 율리안과 로레인은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검은 갑옷은 두 사람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율리안과 로레인은 전투에 있어서는 백전노장.

검은 갑옷에 실력을 확인하고 난 뒤 그들이 전략을 바꿨다.


율리안과 로레인은 수적 우위를 확실히 이용했다.

검은 갑옷이 율리안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율리안이 검을 피한 사이,

로레인이 공격으로 열린 옆구리에 단도를 찔러 넣었다.


깡!


하지만 단검은 갑옷을 뚫지 못했다.

도리어 로레인의 손목이 시큰했다.


“율리. 저 갑옷 보통 갑옷이 아니야.”


“그래 보여.”


율리안과 로레인이 전략을 바꾸자

검은 갑옷도 전략을 수정했다.


파앗.


검은 갑옷의 검에 오러 블레이드가 매쳤다.

그의 오러 블레이드는 몹시 기괴했는데

마나가 액체처럼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치이이익.


바닥에 떨어진 액체가 언덕에 난 잡초를 녹였다.


“로레인. 조심해. 독이야.”


“여기 사람들은 왜 이리 독을 좋아하는지.”


로레인이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소드 마스터인 것만으로도 까다로운데 독이라니.

거기다 율리안까지 지키며 싸워야 하니 그녀의 머리가 점점 더 복잡해졌다.


“로레인. 화살로 엄호해 줘.”


“괜찮겠어?”


율리안이 새벽을 붕붕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여줄게. 기물이 왜 기물인지.”


“보조할게.”


활시위를 당기면서도 로레인은 불안했다.

율리안은 겁도 없이 검은 갑옷에 쇄도하고 있었다.


후웅!


검은 갑옷이 검을 휘둘렀다.

물장구가 튀듯 독성 마나가 율리안을 습격했고

율리안이 몸을 비틀어 마나를 피했다.

하지만 마나 다음은 검이었다.


팡!


로레인이 화살로 검의 궤도를 틀려 했다.

하지만 오러 블레이드 앞에 화살은 무용지물.

결국 믿을 건 율리안의 새벽.


우웅.


새벽이 울었다.

그리고


쾅!


로레인은 경악했다.

마나도 없는 네크로맨서가 오러 블레이드를 막아냈다.


‘이거라면 할 수 있어.’


율리안이 기세를 탔다.

검으로 검을 막을 수 있다면 다음은 검술의 영역.

율리안의 검술을 검은 갑옷을 압박해 갔다.


쾅!


이윽고 성과가 나타났다.

새벽이 검은 갑옷의 투구를 후려쳤다.

투구가 벗겨졌음에도 검은 갑옷의 표정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


머리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듯

검은 갑옷은 표정 변화 없이 자세를 고쳐잡았다.

율리안도 검을 고쳐잡았다.


율리안이 집중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검은 갑옷에게선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감정을 읽을 수 없다는 건 상대를 파악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뜻.


팡!


이번엔 검은 갑옷이 율리안에게 쇄도했다.

검은 갑옷은 자신의 상처는 두렵지 않다는 듯 검을 휘둘렀다.


치이이익.


물처럼 튀는 독성 마나가 율리안의 갑옷을 녹여갔다.

오우거의 가죽이 아니었다면 이미 맨살을 드러냈을 위력.


“율리!”


로레인이 결국 단도를 뽑아 들었다.

거기서 위기가 찾아왔다.

율리안을 공격하려던 검은 갑옷이 급격히 몸을 틀었다.

로레인의 몸이 두 동강 날 위기.


“로레인!”


율리안이 달려들며 그녀를 껴안았다.

동시에 율리안의 반지가 빛났다.

그리고 생겨나는 보호막.


쨍그랑.


보호막이 검은 갑옷의 오러 블레이드를 상쇄시켰다.

하지만


쾅!


“커헉!”


나무에 처박히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팟!


검은 갑옷은 한번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그가 율리안과 로레인을 압박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선택이 필요했다.


후웅!


검은 갑옷이 검을 휘두르는 율리안이 몸을 밀어 넣었다.

그가 검은 갑옷에 허리를 꽉 잡았다.


“으아아아아!”


율리안은 검은 갑옷과 함께 절벽 아래 바다로 떨어질 계획이었다.

하지만 검은 갑옷은 침착했다.

그가 검을 역수로 잡았다.

율리안의 등에 검을 꽂아 넣을 심산.

하지만 로레인도 그냥 있지 않았다.


푹.


로레인의 단도가 녀석의 목에 박혔다.


꽉.


검은 갑옷이 남은 손으로 로레인의 목을 잡았다.


“얘..., 뭐야?”


분명 녀석의 경동맥을 찔렀다.

하지만 녀석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지도 쓰러지지도 않았다.

인간이 응당 보여야 할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검만 휘두르는 기계.


퍽!


“컥.”


검은 갑옷이 무릎으로 율리안의 명치를 걷어찼다.

로레인이 검은 갑옷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검은 갑옷의 힘은 줄어들 생각이 없었다.

검은 갑옷의 검이 로레인의 허리를 노리고 들어갔다.


“안 돼!”


그녀의 허리가 반으로 베일 위기.

그 순간,


팡!


하늘에서 유성 하나가 떨어졌다.


“아. 모처럼 휴가였는데 이게 뭐람.”


별빛검 스텔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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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시험 (5) 24.09.15 7 0 12쪽
61 시험 (4) 24.09.14 8 0 12쪽
60 시험 (3) 24.09.14 6 0 12쪽
59 시험 (2) 24.09.13 7 0 12쪽
58 시험 (1) 24.09.12 6 0 12쪽
57 이변 (4) 24.09.11 9 0 11쪽
56 이변 (3) 24.09.10 11 0 12쪽
55 이변 (2) 24.09.09 11 0 12쪽
54 이변 (1) 24.09.08 10 0 12쪽
53 대승절 (4) 24.09.07 10 0 12쪽
52 대승절 (3) 24.09.06 11 0 12쪽
51 대승절 (2) 24.09.05 14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4 0 12쪽
49 복귀 24.09.03 12 0 12쪽
48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5) 24.09.01 12 0 13쪽
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2 0 12쪽
46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3) 24.09.01 11 0 12쪽
45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2) 24.08.31 12 0 12쪽
44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1) 24.08.31 11 0 12쪽
43 바람 한 자락 (4) 24.08.30 12 0 13쪽
42 바람 한 자락 (3) 24.08.29 12 0 12쪽
41 바람 한 자락 (2) 24.08.28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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