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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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최근연재일 :
2024.09.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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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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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8)

DUMMY

아드리안은 마차 안에 있었다.

짐을 싸고 마차에 오르기까지.

이 모든 것이 신속했다.

마치 미리 안배한 것처럼.

아드리안은 이 모든 것이 율리안의 안배임을 알았다.

그가 걱정됐다.


“이걸 보고도?”


아드리안은 꿈을 곰곰이 곱씹었다.

흐르는 핏물.

가득 메운 해골.

정작 바닥을 보느라 보지 못한 게 있었다.


‘그때 넌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았다.


쾅!


꿈을 곱씹고 있을 때 마차가 덜컹거렸다.


“악!”


“괜찮으십니까? 죄송합니다. 바퀴가 돌부리에 걸린 모양입니다.”


“!”


머리를 박는 순간 떠올랐다.

율리안이 짓고 있던 표정.


“말머리 돌려요.”


“예?”


“갈 곳이 있어요!”


그녀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휴가자 명부를 빠르게 복기했다.

그리고 떠오르는 한 명의 이름.


‘별빛검 스텔라’


마차가 빠르게 달려 스텔라의 별장에 도착했다.


댕! 댕! 댕! 댕!


아드리안이 대문에 달린 종을 울렸다.

그녀는 울리고 또 울렸다.

스텔라가 나올 때까지.


“누구야!”


스텔라는 화가 잔뜩 나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

대충 걸쳐 입은 속옷.

달아오른 얼굴까지.

하지만 아드리안은 그런 걸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도와주세요.”


“네가 누군데?”


“제 이름은 아드리안 슬레인이에요. 슬레인 가문에 빚 하나 달아둘 수 있는 기횐데. 어떡할래요?”


“그 정도면 남는 장사지.”


스텔라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


‘이게 남는 장사 맞나?’


스텔라의 생각은 순식간에 뒤집혔다.

검은 갑옷의 모습은 실로 기괴했다.

경동맥에선 쉴 새 없이 피가 쏟아져 나왔다.

안색은 창백해지는데

그의 표정은 사막처럼 건조했다.


“너? 이름이 뭐야?”


검은 갑옷은 대답 없이 검을 겨눴다.

그에겐 상대가 바뀌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눈앞을 가로막는 상대는 제거하면 그만.


“조심해요. 녀석의 오러 블레이드는 맹독을 품고 있습니다.”


“지랄 맞은 오러네요.”


투구가 날아가고 목이 찔리는 혈투였건만

검은 갑옷은 지치지 않고 싸웠다.

스텔라가 레이피어를 찌르며 들어갔다.


쾅!


갑옷 앞에서 유성이 폭발했다.

정타로 들어간 공격.

하지만 검은 갑옷은 비명 하나 지르지 않았다.

바닥에 널브러져도 다시 일어나 검을 겨눴다.


“쟤 뭐예요?”


“익손.”


“익손이요?”


스텔라가 아드리안을 떠올렸다.

처음엔 자신이 남는 장사라 생각했는데

실상은 아드리안만 이득 본 장사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저하.”


“네?”


“카리스한테 전해주세요. 저 이긴 거. 자부심 가져도 된다고.”


스텔라가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녀는 토너먼트에서 보여주지 못한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줄 심산이었다.

스텔라의 레이피어 끝에 마나가 응축되기 시작했다.

그 순간


휙. 절그럭. 절그럭. 절그럭! 팟.


검은 갑옷이 절벽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풍덩!


바다로 뛰어들었다.


“어딜!”


화살이 날아가듯 레이피어 끝에 있던 유성이 검은 갑옷을 향해 날아갔다.


쾅!!!!!


유성이 폭발했다.

사방의 암초가 박살 났고

물은 절벽 위까지 튀어 올랐다.

스텔라가 레이피어를 집어넣었다.

전투는 여기서 끝이었다.


“별빛검 스텔라가 황자 저하를 뵙습니다.”


그녀가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스텔라 경이 아니었다면 우리도 고전했을 겁니다.”


‘고전? 위험이 아니고?’


스텔라는 율리안이 자존심에 일부러 그렇게 말했겠거니 생각했다.


“고마워요.”


“여기서 신궁 로레인 바실리스 님을 뵙네요.”


“신궁이라뇨. 듣기 민망해요.”


“스텔라 님이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저하한테 빚 하나 달아뒀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율리안은 기꺼이 그러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어봤다.

여기까진 어떻게 왔냐고?

산책 중에 우연히 마주친 거냐고.


“아드리안 영애가 부탁했습니다. 저하를 구해달라고.”


“아드리안이요?”


***


아드리안은 율리안이 잡아준 숙소로 돌아왔다.

그녀는 창가에 앉아 연신 다리를 떨었다.


폭.


그녀의 불안함을 눈치챈 우타가 아드리안의 허벅지에 올라탔다.


“누나. 진정해. 스텔라 님이 갔으니까 잘 해결됐을 거야.”


“그렇겠지?”


아드리안이 우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에도 아드리안의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


꽈악.


아드리안이 불안해할수록

우타는 그녀를 더욱 꽉 껴안아 주었다.


“누나. 율리안 형 볼 수 있겠어?”


많은 의미가 담긴 질문,


“모르겠어.”


이 여정을 통해 아드리안은 깨달은 게 있다.

자신도 자신을 모른다는 거였다.


“우타. 내가 꿈을 하나 꿨어.”


“무슨 꿈?”


아드리안이 우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얘기를 시작했다.


“길고 긴 복도가 있었어. 걷고 또 걸었지. 나는 계속 너희들을 찾았어. 그러다 문을 발견했지. 그 문을 여니까 율리안이 있더라?”


“형이 기다리고 있던 거야?”


“아니. 밀어내더라고. 오지 말라고. 자기 발밑에 쌓인 시체를 보라고. 그래도 이곳으로 올 수 있냐고.”


“그래서 어떻게 했어?”


“그리고 끝이었어.”


우타는 아드리안의 품에 안겨 곰곰이 생각했다.


“악몽이었네. 율리안 형한테.”


아드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자신이 너무 놀라 율리안의 표정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처럼.


“그럼 나는?”


“누나는 망설임이었고.”


아드리안이 망설임이란 말을 되뇌었다.


“율리안 형은 오지 말라고 했어. 하지만 누나는 망설였던 거야. 선택을. 이해할 수 있어. 율리안 형이 걷는 길은 그런 길이니까.”


이때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타가 코를 벌름거렸다.


“형이랑 누나다!”


우타가 문을 열고 아래로 내려갔다.


“우타!”


저 아래서 로레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발걸음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발걸음이 지척에 다다랐다.

그때


“앙!”


여우로 변한 우타가 짖었다.

우타의 소리에 아드리안의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래. 선택하자.’


아드리안이 열린 문을 지그시 응시했다.

율리안이 처음 들어왔을 때 자신은 과연 어떻게 느낄까?

그 감정을 따르기로 했다.

율리안을 보기 불편하다?

그럼 떠나는 거다.

율리안을 위해서라도.

끼익.


나무가 삐걱거렸다.

먼저 우타가 방으로 들어와 그녀에게 안겼다.

우타가 아드리안을 바라봤다.

아드리안은 우타의 투명한 눈을 읽을 수 있었다.

누나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난 누나를 응원한다.


“안 갔네?”


퉁명스럽게 말하며 들어오는 로레인.


“.......”


아드리안은 로레인에게 인사도 못했다.

신경이 온통 율리안에게 쏠려 있었으니까.

잠시 후, 율리안의 신발이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율리안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


방에 들어오기 전 찰나의 순간,

아드리안은 율리안의 표정을 봤다.

그는 너무나도 긴장하고 있었다.

어릴 적, 자신이 없을 때 방 안에 틀어박혀 긴장하던 그때 율리안처럼.


“아드리안. 가라니까.”


말과 달리 율리안의 눈은 웃고 있었다.


“하~”


아드리안의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얼굴이 그게 뭐야?”


“소드 마스터랑 싸우고 왔거든.”


“둘 다 괜찮아?”


“우리~? 괜찮지.”


“나무에 처박혀서 몸이 아프긴 한데.”


“많이 다쳤어?”


아드리안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발이 주저없이 율리안에게로 향했고

그녀의 손이 다친 율리안의 얼굴로 향했다.


“나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어?”


“스텔라가 손해 본 장사라고 뭐라 하더라. 어떻게 된 거야?”


“용의자를 찾으면서 별장을 빌린 귀족들 명부를 조사했거든. 거기 스텔라가 있더라고.”


“잘했어.”


“아드리안아. 언니 다친 건 안 보이니? 서운하네.”


말은 퉁명스럽게 했지만, 로레인도 기쁘긴 마찬가지였다.


“언니 좋았잖아요.”


“뭐가?”


“율리안이랑 단둘이 밤바다 본 거.”


“우타도 있었거든.”


“우타는 빼야죠.”


“앙!”


예전과 똑같은 모습.

아니 예전보다 조금 더 가까워진 그들이었다.


“아드리안. 있잖아.”


“됐어.”


아드리안이 손가락으로 율리안의 입을 막았다.


“네가 네크로맨서라고 해서 지금까지 내가 알았던 율리안이 사라지는 건 아니야. 넌 그냥 너야. 여전히 칠칠치 못한, 내 손길이 필요한 율리안.”


율리안이 아드리안을 따듯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 눈빛. 마음에 안 드네.”


로레인이 둘 사이를 훼방 놓으려 했지만 우타가 말렸다.

지금은 끼어들 타이밍이 아니었다.


“너! 진짜! 아예 아드리안 쪽으로 돌아선 거야?”


우타는 위기의 순간 때마다 자신의 귀여움을 철저히 이용했다.

우타가 교태를 부리며 로레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하~! 진짜. 귀여운 건 알아가지고.”


“앙!”


“이제 돌아갈까?”


***


한 달 만에 황궁에 돌아왔다.

모든 일이 끝난 건 3주.

우리는 남은 1주를 여유롭게 여행하며 지냈다.


“그 온천 좋았지?”


로레인은 숲을 지나다 우연히 발견한 온천을 그리워했고


“난 중간에 어디였더라? 작은 마을에 들러서 먹은 닭고기 수프. 그게 진짜 맛있었어!”


아드리안은 별을 바라보며 먹었던 따듯한 수프를 추억했다.


“앙!”


우타는 아름다운 여인들의 품속에서 매일 밤을 보냈으니 더없이 행복했을 거다.


“율리는?”


“나?”


기쁜 일은 많았다.

길을 잃어 예상치 못한 절경을 발견한 것도

충동에 이끌려 찾아낸 아름다운 종유석 동굴도

소문을 따라 먹었던 돼지고기구이도 좋았다.

이 모든 좋은 순간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너희랑 함께 한 모든 순간’이었다.


“아! 뭐야 진짜!”


로레인이 내 가슴팍을 툭툭 쳤다.

그러고는 은근슬쩍 앞섶을 풀어 헤치려 했다.


“언니! 뭐 하는 거야?”


“알면서. 흠~ 그러고 보니까.”


로레인이 허리에 손을 올린 채 아드리안을 지그시 응시했다.


“왜? 왜?”


“너 남자랑 자본 적 있어?”


“자보다니.. 그... 그게 무슨!”


아드리안의 얼굴이 홍당무가 됐다.


“남자 손은 잡아봤어?”


“그!! 그럼!!! 나한테 춤을 청한 남자가 몇 명이었는데!”


“그런 거 말고! 이런 거.”


로레인이 내 손을 끌어 아드리안과 잡게 했다.


“흥! 이 정도야!”


“그럼 이건?”


다음은 깍지.


“언니!”


아드리안의 얼굴이 곧 터질 듯 빨개졌다.


“흐음~ 그러면서 안 빼네.”


“율리안이 안 놓는 거거든?”


“진짜야? 율리? 나 질투한다?”


나는 깍지 낀 손을 들어 올리며 눈으로 말했다.


‘네가 벌린 일이다.’


우타만이 이 모습을 보고 깔깔 웃었다.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나는 당연히 카리스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저하. 황제 폐하께서 찾으십니다.”


***


아직 보고서도 올리기 전이었다.

황궁에 들어온 게 어제다.

정양하고 여독을 풀어야 하는데

황제는 그럴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나의 휴식마저 통제하는 절대자.

그게 황제였다.


“왔으면 아비를 보러 와야지.”


“다 큰 아들 뭐가 좋다고 기다립니까? 그 시간에 루비랑 놀아주십시오. 아빠가 필요한 나이입니다.”


황제가 나를 빤히 바라봤다.


“어찌 사람이 이리 확 변했을까?”


“죽음을 곁에 끼고 살다 보면 변하기 싫어도 변하게 됩니다.”


“너를 부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보고 혹은 보상이겠죠. 이왕이면 보상으로 하시죠. 보고서는 제 시녀가 깔끔 명료하게 만들어서 올릴 겁니다. 필체도 아름답죠.”


황제가 껄껄 웃었다.


“아버지는 이번 임무에 대한 보상을 자신과의 독대라 말씀하셨습니다. 근데 저는 독대는 관심 없거든요.”


“그럼 뭘 원하느냐?”


“아버지가 골치 아파하는 문제를 해결한 거니 저한테 빚진 겁니다.”


넘치는 금은보화도

능력 있는 인재도

황제와의 독대도

모두 나한텐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정말 필요한 건 내가 곤란해졌을 때 그걸 무마시킬 수 있는 황제의 힘.


“빚이라. 그렇게 하자꾸나.”


황제는 기꺼이 내가 요구하는 보상을 들어줬다.


“네가 나한테 빚을 달아줬으니 나도 질문 하나 해도 되겠느냐?”


“얼마든지요.”


황제의 권력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질문 하나쯤이야.


“솔직히 말해줘야 한다.”


“한 치의 거짓도 섞지 않고 답하겠습니다.”


“내 자리가 욕심나느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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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시험 (6) 24.09.15 9 0 12쪽
62 시험 (5) 24.09.15 7 0 12쪽
61 시험 (4) 24.09.14 9 0 12쪽
60 시험 (3) 24.09.14 6 0 12쪽
59 시험 (2) 24.09.13 7 0 12쪽
58 시험 (1) 24.09.12 6 0 12쪽
57 이변 (4) 24.09.11 9 0 11쪽
56 이변 (3) 24.09.10 11 0 12쪽
55 이변 (2) 24.09.09 11 0 12쪽
54 이변 (1) 24.09.08 10 0 12쪽
53 대승절 (4) 24.09.07 10 0 12쪽
52 대승절 (3) 24.09.06 11 0 12쪽
51 대승절 (2) 24.09.05 14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4 0 12쪽
49 복귀 24.09.03 12 0 12쪽
48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5) 24.09.01 12 0 13쪽
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2 0 12쪽
46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3) 24.09.01 11 0 12쪽
45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2) 24.08.31 12 0 12쪽
44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1) 24.08.31 11 0 12쪽
43 바람 한 자락 (4) 24.08.30 12 0 13쪽
42 바람 한 자락 (3) 24.08.29 12 0 12쪽
41 바람 한 자락 (2) 24.08.28 13 0 12쪽
40 바람 한 자락 (1) 24.08.27 1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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