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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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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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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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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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땅 (2)

DUMMY

로레인은 사방이 보이지 않은 밀실에 끌려온 상태였다.


‘뭐야 이게?’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침대에 꽁꽁 묶인 상태.


“자~ 따끔~”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

목에 꽂히는 주삿바늘.

그리고 암전되는 시야.


번쩍!


얼마나 지났을까? 로레인이 눈을 떴다.

그녀는 누운 자세 그대로 눈을 요리조리 굴렸다.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려봤다.

올라갔다.

다음은 다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체.


어느샌가 꽁꽁 묶여있던 몸이 풀려있었다.

다음으로 피부를 살폈다.

여전히 하얗고 윤기 나는 피부.

다음은 얼굴이었다.


‘얼굴에 무슨 짓 했으면 진짜 죽인다!’


그녀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방 안에는 침상과 책상, 책장만이 소소하게 있었다.


‘거울. 거울. 거울.’


그녀가 미친 듯이 거울을 찾았다.

지금 중요한 건 자신이 누군가에게 납치됐다는 사실이 아니다.

예쁜 얼굴이 그대로 있어야 한다는 것.

그녀가 누운 침대 옆.

얼굴을 씻을 수 있게 대야에 물이 한 바가지 퍼져 있었다.


“후우! 후우! 후우!”


로레인의 심장이 격하게 뛰었다.

정체 모를 괴수에게 잡혀 올 때도 얼굴만은 필사적으로 지킨 그녀였다.

그렇게 세 번의 호흡을 끝으로

그녀가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었다.


“어머! 너무 예뻐!”


그녀의 황홀한 얼굴에 반한 지 5분.


짝!


“정신 차려 로레인!”


그녀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살피기 시작했다.


‘흉터 생기면 죽인다. 주름 생기면 죽인다. 기미 생기면 죽인다.’


자신을 납치해 온 이를 저주하며 얼굴을 살피길 30분.


“휴우!”


얼굴이 무사하다는 사실에 로레인이 안도했다.

그렇게 마음이 놓이자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디야 여긴?”


그녀가 본격적으로 방을 살폈다.

실험실이라 하기엔 아늑했고

가정집이라 하기엔 우중충한

뭔가 둘 사이 어디쯤인 곳에 로레인이 있었다.


끼익.


로레인이 문을 열어봤다.

잠겨있지 않았다.


빼꼼.


그녀가 얼굴을 내밀고 주변을 살폈다.

인기척은 없었다.


뒤적, 뒤적.


그녀가 몸을 더듬었다.

자신의 몸을 지켜줘야 할 단도가 보이지 않았다.

차고 있어야 할 갑옷도 모두 벗겨진 상태.

다행히 손가락에 낀 반지는 그대로였다.


지잉.


그녀가 마나를 주입해 은신했다.


벌름벌름.


가장 먼저 반응한 건 그녀의 후각이었다.


“어머. 이거 뭐야?”


긴장했던 신경을 무장해제 시키는 맛있는 냄새.


꼬르르륵.


그리고 반응하는 몸.

그러고 보니 밥을 못 먹었다.

야영지를 찾다 이곳에 끌려왔으니 배고플 만도.


“흠흠흠~ 흠흠흠~”


복도 너머에서 콧노래가 들려왔다.

어느덧 다다른 주방 앞.

로레인이 문고리를 잡고 고민했다.


‘습격인가? 인사인가?’


양자택일의 순간.


벌컥!


로레인이 문을 격하게 열어젖혔다.

그리고


“안녕?”


격렬한 인사.

맛있는 밥을 얻어먹기 위해서는 일단 웃고 봐야 한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지만 웃는 얼굴엔 침 못 뱉으니까.

요리하고 있던 여인이 고개를 돌렸다.


“로레인?”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는 로레인을 알아봤다.


“누구?”


“이야~ 너 진짜 많이 컸다.”


“나 알아?”


“그럼. 알다마다. 나야.”


로레인의 경계는 풀리지 않았다.


‘많이 컸다?’


그럼 내가 어릴 때부터 봤다는 소린데.

그럴수록 그녀는 더욱 긴장했다.

그 뜻은 그녀가 100년 넘게 살았다는 뜻이니까.

로레인의 눈에 적의가 차오르자

그녀가 자신을 소개했다.


“샤논이라고 기억나?”


“샤논? 샤논.... 샤논?!!!!!”


로레인의 동공이 확장됐다.

두 여인이 서로를 바라봤다.

샤논은 성숙한 여인의 얼굴에서 앳된 모습을 추억했고

로레인은 앳된 아이의 얼굴에서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기억했다.


“어떻게 된 거야?”


많은 의미가 담긴 질문.


“뭐 그렇게 됐어.”


많은 의미가 담긴 대답.

그렇게 그들은 많은 것을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이유를 넘겼다.


‘사연이 있겠지.’


이 한마디면 서로를 이해하기에 충분했다.


“여기 살아?”


“응. 어쩌다 보니.”


“언제부터?”


“대전쟁이 끝난 뒤부터 쭉.”


“왜?”


“일단 앉아서 얘기할까?”


샤논이 식탁으로 손짓했고

로레인은 헤헤 웃으며 식탁에 앉았다.


“어렸을 때 모습 그대로네~?”


“100년이 지났는데 그대로라고?”


“응. 그래서 짜증 나. 나쁜 년. 나만 늙지~”


“어우~ 무슨 소리야~ 너는 더 어려졌으면서~ 미친년~”


두 여인이 화기애애하게 농담을 주고받았다.


“먹어봐. 긴장이 풀릴 거야.”


샤논이 로레인 앞으로 스프를 내어왔다.


“샤논이 괴수한테서 나 구해준 거야?”


“아니. 우선 널 데려온 애는 괴수가 아니야. 거대한 새지.”


‘그걸 괴수라고 하지 않나?’


로레인은 좋은 분위기를 깨기 싫어 굳이 태클을 걸지 않았다.


“납치한 게 아니라 데려온 거라고?”


“응. 우선 먹으면서 얘기하자. 많이 배고프지?”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로레인이 수저를 들어 올렸다.


“으음~~~”


“맛있어?”


끄덕끄덕.


“그래서 어떻게 된 건데? 대전쟁이 끝난 뒤부터 여기 정착했다고?”


“그냥. 방황하다 보니 도착한 게 여기더라.”


로레인이 대전쟁 시절 그녀를 회상했다.

샤논 가르엔.

특수부대에 있던 네크로맨서 중 하나.

로레인은 전쟁이 끝난 뒤 그녀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걸로 기억하고 있었다.


“느낌이 왔어. 귀족 놈들이 우릴 가만히 내버려둘 것 같지 않더라고. 그래서 떠났어. 그러다 여기 정착했지. 너는? 룬디아랑 있었지. 룬디아는 어떻게 됐어?”


로레인이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 했다.


“그렇구나.”


“샤논은 어떻게 지냈어? 자세히 얘기해줘. 샤논이 여길 가꾼 거야?”


“응. 시체는 널려있고 나는 시체를 다루는 사람이니까.”


샤논은 시체들을 이용해 땅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100년이 지났지.”


갈라졌던 대지야 붙지 않는다지만

상처에 새살이 나듯 식물이 자랐고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 야생동물들은 제 나름의 터전을 짓고 공존했다.


“근데. 얼마 전부터 문제가 발생했어.”


“그 하얀 괴물?”


“맞아. 폭식의 오우거. 나는 그렇게 불러.”


***


녀석은 일반 오우거와는 달랐다.


“온다! 긴장해라! 카리스.”


“나보다 네가 더 조심해야 할 거 같은데.”


녀석의 무기는 칠흑처럼 어두운 몽둥이였다.


후웅!


녀석의 몽둥이는

생각보다 빨랐고

생각보다 강했다.

하지만 피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준도 아니었다.


“생각보다 많이 강하다. 긴장해라. 율리안.”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흩어지자. 늘 하던 대로.”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룬디아였고 다리우스였다.


“맨날 이런 역할이지. 야이 못생긴 새끼야! 여기 봐라!”


세상엔 해선 안 되는 여러 가지 일이 있다.

때린 데 또 때리기.

화장실에 휴지 없는 애 협박하기.

그리고 못생긴 애한테 못생겼다고 말하는 일이다.


“크륵? 큭?”


녀석이 귀를 의심한 듯 눈을 찌푸렸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느낌.

녀석은 말하고 있었다.


‘누구? 나?’


“그래! 너! 이 못생긴 자식아!!!”


“그어어어어어어어어어!”


관리는 안 하는 주제에 자기애는 있는지 녀석이 사납게 포효했다.


“입냄새 난다! 이 못생긴 자식아!!!”


쿵! 쿵! 쿵! 쿵!


녀석의 기세가 살벌해졌다.

얼마나 살벌하냐고?

몽둥이로 나를 다져버릴 기세 정도?

나는 뛰는 와중에 녀석의 타액이 잔뜩 묻은 동물의 사체를 집어 들었다.


“이거나 먹어라!”


내가 사채를 녀석에게 던졌다.

그리고


“펑.”


시체 조각이 녀석의 얼굴 앞에서 폭발했다.

오우거의 머리 위로 구름이 피어올랐다.

못생긴 얼굴이 더 못생겨진 건 아닐까?

궁금증을 해답으로 만들기 위해선 더욱 몰아붙여야 했다.

내가 시선을 끈 사이

카리스가 녀석의 뒤를 잡고 날아올랐다.


“이런 감각 오랜만이구나!”


카리스의 얼굴에 희열이 느껴졌다.

높게 치켜드는 노을.


“하압!!!”


그녀가 쟁반의 옥구슬 같은 미성으로 기합을 내뱉었다.


깡!!!


기합이 약해서 가죽을 뚫지 못한 것일까?


“깡?”


깡이라니.

서걱이 아니라 꽝이라니.


“쉽지 않군.”


카리스는 담담했다.

그녀는 오우거를 통해 지금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아가려 했다.

카리스가 재차 녀석의 대가리를 밟고 도약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엔 오우거의 손이 빨랐다.


덥석.


녀석이 기 정수리를 밟고 도약하려는 카리스의 발을 붙잡았다.

그리고 냅다 나를 향해 던졌다.


“어? 어? 어?”


“피해라!”


카리스 말대로 날아가는 그녀를 피해줬다.


쾅!!!


그녀가 뒤에 있던 돌덩이에 처박혔다.


“카리스! 괜찮아?”


“걱정 마라. 괜찮으니까.”


그녀의 몸 주변으로 반투명 보호막이 생성됐다.

드워프의 아티팩트가 없었다면 치명적이었을 공격.


“더 할 수 있어?”


“당연하지.”


“이길 수 있는 확률은?”


“내가 소드 마스터로 각성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언뜻 들으면 개소리.

하지만 그녀는 예전 연합군을 이끌던 검술의 이인자.


“각성할 수 있겠어?”


“불가능하다.”


“이게 뭔 개소리야?”


소드 마스터가 되기 위해선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깨달음, 검술에 대한 이해 그리고 완성된 육체.

그녀의 경우 마지막이 받쳐주지 않았다.

우리가 빠르게 시선을 교환했다.


“언제든지 신호해라! 준비됐다.”


“좋아! 하나! 둘! 셋! 튀어!!!”


내가 그녀를 들쳐업었다.

그리고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워어어어어!”


오우거의 눈이 붉어졌다.

충분히 이해한다.

못생겼다고 놀렸고

자기 뒤통수를 때린 다음 도망가는데

어찌 눈이 안 뒤집히겠는가.


“율리안 더 빨리 달려라. 따라 잡힌다.”


“조용히 해줄래? 최대한 빨리 달리고 있거든!”


“생각보다 빠르구나. 못생기고 배가 나온 것 치고.”


“조심해!! 들어!!”


“온다!!!”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뒤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풍압.


‘피하기엔 늦었다.’


먼저 카리스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그리고 뒤를 이어 나도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후웅!


살벌한 파공음이 우리의 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맞았으면 즉사할 위력.


“율리안 따라와라. 빨리.”


함께 사선을 넘고 있는 전우 건만

그녀는 나를 버린 채 빠른 속도로 나와 멀어지고 있었다.


“그워어어어!”


오우거의 입냄새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10미터.

9미터.

5미터.

3미터.


오우거가 다가오는 게 아니었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살기 위해선 이 악물고 뛰어야 했다.


“.......”


갑자기 사방이 조용해졌다.

위압적으로 느껴지던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녀석의 몸에서 나는 악취도 서서히 멀어지고 있었다.


“율리안! 조심!!!!”


카리스가 경고했을 땐


후웅! 퍽!


이미 늦었다.


“커억!”


등 뒤로 묵직한 충격이 전해졌다.

온몸에 격통이 일었다.


철퍼덕.


달릴 수가 없었다.

몸을 돌려 충격의 원인을 알아봤다.


“지독한 새끼.”


난 오우거를 따돌린 게 아니었다.

녀석이 나를 가지고 놀고 있었을 뿐.

움직여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쿵! 쿵! 쿵!


오우거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좆댔네.”


“낄낄낄낄낄.”


녀석이 손을 천천히 뻗었다.

거대한 손바닥에서 추악한 악의가 느껴졌다.


‘어떻게 찢어 죽여줄까?’


도망가야 하는데.

저 손에 잡히면 죽는데.


“율리안!!!”


카리스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도망가!!!”


그녀는 여기로 오면 안 됐다.

나를 구할 수도 없을뿐더러

로레인과 합류해 녀석과 다시 전투하는 게 합리적이었다.

몸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까득.


이를 깨물었다.

잡히더라도 어떻게든 발악할 거다.

지금 여기서 죽을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몸을 돌렸다.

뒤를 바라봤다.

카리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다.’


손바닥이 점점 더 다가온다.

죽음이 날 옥죄어오고 있었다.

어디 올 테면 와봐라.

네가 날 죽이려 해도 필사적으로 버틸 거니까.

그렇게 마음먹은 그 순간


다그닥.


‘말발굽 소리?’


“뛟!”


생각이 끝나기도 전

하얗고 가는 손목이 내 뒷덜미를 낚아챘다.


“괜찮나?”


“카리스?”


사라졌던 그녀가 백마를 타고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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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시험 (1) 24.09.12 4 0 12쪽
57 이변 (4) 24.09.11 7 0 11쪽
56 이변 (3) 24.09.10 8 0 12쪽
55 이변 (2) 24.09.09 8 0 12쪽
54 이변 (1) 24.09.08 8 0 12쪽
53 대승절 (4) 24.09.07 7 0 12쪽
52 대승절 (3) 24.09.06 9 0 12쪽
51 대승절 (2) 24.09.05 11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1 0 12쪽
49 복귀 24.09.03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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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0 0 12쪽
46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3) 24.09.01 8 0 12쪽
45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2) 24.08.31 10 0 12쪽
44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1) 24.08.31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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