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먹주작겜 빌런 독재자의 세계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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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주
그림/삽화
아카루
작품등록일 :
2024.08.04 14:55
최근연재일 :
2024.09.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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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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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황금의 씨앗 (1)

DUMMY

-서버 정상화 해줬잖아~

-본서버 완화도 해줬잖아~

-컨텐츠 출시도 해줬잖아~

-씨발 다! 그냥 다 해줬잖아!


“...아.”


한우현은 눈을 떴다.


아침에 맞춰놓은 알람이 시끄럽게 귀를 울려서.


“...시끄러워.”


회귀 전에는 이런 음악을 좋아했었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서는 알람을 끈 그는 빠르게 샤워를 마쳤다.


“컨디션은 좋아. 모습도··· 나쁘지 않고.”


거울을 보며 나직히 중얼거렸다.


나르시시즘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그랬다.


그가 10년간 섬세히 조율한 커스터마이징 아바타 때문에, 인세를 초월한 외모를 가지게 되었으니까.


머리칼이 살짝 젖은 채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면 그 어떤 사진작가라도 탄성을 내지를 만한 장면이었다.


“은행부터 가야겠어.”


-촤아악


옷장을 열어 본 그는 침음을 흘렸다.


“...그 전에 백화점부터.”


어제야 어차피 플레이어들 간의 전투를 염두에 둔 활동이었기에 대충 아무거나 주워 입었었다.


그러나 앞으로 나다닐 때마다 갑옷을 입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충 편하게 입을 것들이랑··· 양복도 맞춰야겠는데.”


월드 오브 이그드라실은 아주 오래된 게임이었다.


그래서 판타지 풍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스러운 의복도 있다.


문제는 한우현은 코디네이팅에 투자할 돈이 많지 않았던 플레이어였다는 것이다.


세상이 게임이 되고 나서는 더더욱이 패션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으니, 그런 의복 아이템은 그다지 챙기지 않았다.


“앞으로는 격식도 차려야 하니···”


무엇보다도 의복은 단순한 겉모습만을 나타내는 장치가 아니다.


오늘부터 한우현은 수많은 대외활동을 이뤄야 한다.


재벌, 대기업, 자본가들과 만나 미래의 아이템들에 대한 연구와 투자 계획을 세우고.


민간 군사 기업의 탈을 쓴 군벌이라는 길드의 모양새를 잡고.


금괴를 합법적인 자산으로 세탁하는 준비를 하고.


해외 플레이어들에게도 가이드라인을 잡아주고 그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몇이나 되는 전문가들을 만나야 할까.


얼마나 많은 사회 고위층들을 설득하고 협박하고 구슬려야 할까.


“...일단은 이거라도 입자.”


인벤토리를 뒤진 끝에 예전에 무료 코디네이팅 이벤트로 얻은 멀끔해 보이는 후드티와 슬랙스 바지를 찾았다.


물론 그냥 후드티와 바지는 아니었다.


거기에 월드 오브 이그드라실 20주년 기념 문양이 덕지덕지 붙어있었으니.


그래도 그게 옷장에 있는 넝마 같은 옷들이나, 판타지스러운 옷들보다는 나았다.


-철컥


옷을 입고 최대한 빨리 근처의 백화점으로 들어왔다.


오늘 할 일이 많았으니, 빨리 끝내야 했다.


“어서 오세···요?”


백화점 입구에 선 직원의 눈빛이 몽롱하게 풀어졌다.


“양복은 몇 층에 있습니까?”

“7층입니다!”


-와, 미친. 뭐야? 얼굴 봤어?

-한국어 잘 하네.

-연예인인가?

-저 정도면 할리우드 배우 아닌가?

-야, 영화에도 저 정도는 안 나와.


“...의왼데.”


한우현은 그 말을 엿들으며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요즘 사람들은 뉴스라고 꼭 모두 챙겨보는 것은 아니다.


자기 관심 분야의 정보만 보는 파편화의 시대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기까지 오는 길에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너무 적었다.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분명히 그의 얼굴을 보고 길드장이라고 수군대던 사람도 봤으니까.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잘생긴 외모를 힐끔대는 정도만 있었을 뿐.


“언론 통제라도 한 건가.”


아주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겠지만, 청와대 습격 사건은 확실히 통제에 성공한 모양이다.


그리고 잘 생각해보면 방송국 난입도 차정훈과 김재승을 앞에 내세웠다.


한우현은 가장 뒤편에서 그가 대장인 듯 한 마디를 했을 뿐.


“뭐, 알 사람은 다 알겠지.”


어차피 대중들도 곧 알게 될 것이다.


정부가 기를 쓰고 뉴스를 틀어막아봤자, 바뀌는 세상을 막을 순 없으니까.


“어서 오세요! 휴즈 보란입니다! 어···Hello?”

“한국어 잘 하니까 영어 안 써도 됩니다. 양복 맞추러 왔습니다. 가장 좋은 걸로 부탁드립니다.”

“네? 가장 좋은··· 거요?”


점원이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예.”

“저, 양복이라는 것이 꼭 비싸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서요.”

“...?”

“몸에 맞는 부분이나, 체형에 맞지 않는 부분이 또 종류마다 다르고···”


뭐라는 거야.


세상이 게임이 되기 전에는 물론이요, 그 뒤에도 회귀 전에는 늘상 플레이어 장비만 입고 다녔다.


어느 정도 기초적인 지식이야 라일리한테 들었었지만.


“다행히 비율이 좋으시고 피부도 좋으셔서···”

“흠.”


명품이라는 것들에 대해서 한우현은 잘 모를 수 밖에 없었다.


“팁입니다. 알아서 가장 비싸고 저한테 맞는 걸로 맞춰 주십시오.”

“...잠깐만요!”


그래서 그냥 쉽게 가기로 했다.


한국 백화점에서도 팁을 줘도 되는지는 잘 몰랐지만.


“자, 이리로 오시죠! 마침 이번 달에 나온 신상이 있습니다!”


이게 왠 횡재냐는 듯한 직원의 표정을 보니 괜찮을 것 같았다.


“좀 끼는 것 같은데.”

“끼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게 체형을 보정해주는 것이거든요! 더군다나 원체 몸이 좋으셔서···”

“흠···”

“저, 그런데 양복만 사실 건가요? 양복에는 넥타이랑 구두도 어울리는 것이 필요한데···”

“그런 것도 취급합니까?”

“물론입니다! 세트까지는 아니지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어차피 모두 필요했다.


"구두는 이 갈색이 마음에 드는군요."

"눈이 높으시군요! 얼마 전에 새로 나온 건데, 손님같이 키가 크신 분들께 특히 잘 어울린다고..."


직원들이 바쁘게 맞추고 대어보고 조이던 것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모두 두 개씩 부탁하지요."

"예! 계산은 최대 6개월까지 할부로 가능하시고..."

"수표로."


어차피 지금 한우현은 통장에 돈이 거의 없다.


그 일은 은행에 가서 본격적으로 처리할 예정이었으니까.


따라서 할부는 오히려 귀찮을 뿐.


“아, 옙!”

“하나는 입고 갈 테니 주시고, 나머지는 주소로.”

“예! 그리고 저기.”

“?”

“그, 혹시 또 오신다면 제가 잘 모셔 드리겠습니다.”


브랜드 지점장 명함이었다.


지금은 이 백화점이 자취방에서 가장 가까웠지만.


어차피 곧 서울 동부 인근으로 이사를 갈 예정인데.


필요할까?


“감사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굳이 거절할 필요도 없었다.


같은 브랜드의 백화점이 잠실에도 있었으니.


나중에 소개라도 받으면 더 쇼핑이 수월해 질 것 같았다.


-딸랑


“음···”


1층으로 내려와 시계 코너에 눈이 간 한우현은 잠깐 고민했다.


당연히 전자 시계보다 정확도는 물론이요 관리도 불편한 기계식 시계에 흥미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여성 명품의 꽃이 가방이라면, 남성 명품의 꽃은 흔히 시계로 여겨진다.


사 두는 것이 보기 좋을까?


“...전투에 불편하다.”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 의복을 두른 한우현은 그대로 그의 가족들이 쓰던 은행 지점으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어제 왔던 곳이었다.


그 입구에서 그의 사진을 찍고는 좋아라 했던 여직원이 가장 앞에서 굳은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다.


“반갑습니다, 한우현님.”


아니, 그 뿐만이 아니다.


지점장이 그 뒤에 서서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한우현이 저 멀리서 걸어오는 순간부터.


전 직원들을 도열시키고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저는 지점장 이준범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대화가 빨라서 좋군.”

“...그저 불편함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한우현의 예상이 맞았다.


방송 납치라는 초유의 사태를 벌였지만, 의외로 한우현의 얼굴 자체를 깊이 기억하는 대중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는 동안, 그 소식은 사회의 심부 깊숙이 통제되며 퍼졌을 것이다.


따라서 한우현의 행적들 또한 모두 밤새 추적되고 분석되었을 것이다.


“방으로 가지.”

“모시겠습니다.”


한국의 금융계는 매우 후진적이다.


답답하고 아날로그적이기로 유명한 일본보다도 더.


따라서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가는 관치 금융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다르게 말하면, 한국의 모든 거대 은행들은.


사실상 정부가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금고나 다름 없다.


따라서 민간 은행이라고 해도 정부에게 이렇게 언질을 받고 한우현을 상대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아마 대충 금감원이나, 기재부 쪽에서 들었겠지만···”


방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가방에서 금괴를 하나, 둘, 셋··· 순서대로 차곡차곡 꺼냈다.


총 다섯 개의 금괴가 탁자 위에 놓였다.


한화로 60억 원 어치의 황금.


“기업을 설립하려고 한다. 이는 중국에서 그 과정으로 투자 받은 현물이지.”


당연히, 개소리였다.


한우현이 전 세계에 길드를 선포한 것이 불과 하루고, 그 사이에 누굴 만나지도 않았는데 투자는 무슨 투자?


그를 은행 지점장이 믿을 리가 없었다. 한우현도 그렇게 생각했다.


“예, 예에··· 그렇다면 금을 담보로 한 신용 투자 상품을 원하시는 걸까요?”


하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건 자기 금괴가 합법적인 것이라는 윽박지르기일 뿐이었으니.


길드의 모든 행사는 세무 거부권을 보장 받았다.


물론, 그것이 공식적인 재가는 아니다. 따라서 따지고 보자면 은행 담당자가 한우현에게 쩔쩔맬 이유도 없다.


“아니.”

“예? 그렇다면···”


아마도, 은행은.


기획재정부 장관의 명령을 받았을 것이다.


‘일단은’ 한우현이 뭔가 하려는 모든 신용, 대출, 상품 등에 대한 모든 행위에 대해 협조하되.


그 방향성을 은근 슬쩍 통제하고.


최종적으로는 모든 것을 자세히 정리해서 보고하라고.


“나는 내 법인에 투자를 받기 위해서 온 거다.”

“회사 자체에 대한 투자요?”


지점장의 표정이 기묘하게 떨렸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검토 하겠습니다만, 막 세워지는 회사에 대한 투자는 일단 전례가 없어서···”

“어이. 쓸 데 없는 얘기는 생략하자. 쉽게 가자고.”


한우현은 금이 많다.


매일 매일 억 단위로 낭비해도 수백 년을 쓸 수 있을 정도로.


“기재부가 뭐라고 하던가?”

“...”


하지만 그것은 평범하게 살아갈 때의 이야기.


한국부터 시작해, 중국, 일본, 싱가포르, 나아가 동남아시아.


뒤이어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마지막으로 미국을 넘어 전 세계를.


“뉴스도 봤겠지. 길드에 대해서는 어디까지 아나?”

“많이 알지는 못합니다만...”


자본주의와 현대 무기로 굳어진 질서를 완전히 깨부수고.


모든 것을 한우현의 통제와 지배 하에 놓으려면.


그것은 부족하다. 금괴 200톤의 극히 일부라 해도, 낭비할 수 없다.


그러니까 금은 결국 길드의 자산일 뿐, 소비에는 신중해야한다.


미끼로만 내걸고 다른 이들의 자본을 게걸스레 흡수해 자라나야 한다.


“툭 까놓고 얘기하자고. 지점장이라고 했지만··· 너. 여기 지점장 아니잖아.”


한우현이 초저주파를 담아 으르렁댔다.


그 말에 이준범의 눈끝이 파르르 떨렸다.


사실이었으니까.


작가의말

휴즈 보란은 실존하는 양복과 구두 명품 브랜드들의 이름을 적당히 조합해서 만들어낸 가상의 브랜드입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좋아요와 추천, 덧글을 부탁드립니다.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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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황금의 씨앗 (3) +12 24.08.29 1,171 6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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