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이기는 역대급 바둑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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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쿠키
작품등록일 :
2024.08.05 11:03
최근연재일 :
2024.09.0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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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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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일치율

DUMMY



이 여자 뭘까.


실력은 나쁘지 않았다.

저번에 바둑 학원에서 만난 청년보다도 잘뒀다.

비슷하긴 하지만 굳이 나누자면 그랬다.


‘근데..프로라고 했는데‘


생각하던 프로의 수준이 아니었다.

프로면 나를 이기거나 아니면 최소한 비등비등 해야 하는데.


하남에서 간 기원 아저씨의 말이 떠올랐다.


예전 프로와 요즘 프로.


요즘 프로는 수준이 낮다더니.

정말인걸까.


아무래도 이것저것 물어봐야겠다.

나보다 나이도 많이 어려 보이고 하니 상대적으로 편하게 물어볼 수 있을 듯 하다.


그런데 상대 표정이 좋지 않다.


대국을 마치며 인사를 나눴는데 돌을 치우려고 하는 낌새가 없다. 그 뒤로 계속 생각에 잠겨있는 얼굴이다.


‘충격이 컸나?’


아까 분명 비웃었던 걸 생각해보면 충격이 큰 게 맞는 거 같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겠지.


바둑 프로기사가 쉬워졌다고 어르신이 말해주셨지만 솔직히 정말 믿지는 못했다. 내 기억 속의 프로는 19년전 그 어르신 뿐이고. 쉬워져도 프로는 프로라고 생각했으니까.


“괜찮으세요?”


걱정이 되서 물어봤다.

그래도 답이 없길래 돌아가려고 하던 때,




“제자로 받아주세요!!“



너무 어이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오늘 처음 본 사람 보고 제자로 받아달라니?

게다가 프로라고 하지 않았나.


그때 그 아저씨 같은, 태산 같은 기사들을 놔두고 나한테 가르쳐 달라니, 이해가 안된다.


결과는 당연히 거절이다.


”제가 왜요?“


그리고 나 직장도 다녀야하고, 학부모로서도 바쁘다. 누구를 가르치고 있을 시간은 없다.


물어볼 것만 물어보고 가려고 했는데 상대 입에서 믿기 힘든 말이 나왔다.


시발


응?

잘못들었나?

거기에 한술 더.



흐아아아앙!!!!!!!



“내가 부탁하는데 거절하는게 어딨어요??!!??! 안돼. 나 받아줘요. 제발요. 자존심 다 버리고 부탁하는건데. 바지끄뎅이 잡고 안놔줄거에요!!”


거절당한것이 의외였는지 방금까지도 차분하던 상대는 갑자기 울며불며 떼쓰기 시작했다.



뭐 이런 막무가내가 다 있어?

이게 말로만 듣던 알파세대인가?


하..세월이여.

요즘 애들은 너무 막무가내다.

어른들이 우리 제트세대 보고 뭐라고 하던 게 이런 기분이었을까?



하지만 울고 있는다고 해서 딱히 부탁을 들어줄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소리를 듣고 다른 어르신들이 관심을 가졌다.


“누가 우리 젊은 사장님을 울렸어!!”

“차프로 왜그래?”


온 기원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리고 나는 이런 상황이 몹시 부담스럽다.


“저기요”

“흑.흐극...제, 제자로 받, 받아주실거에요?”


집착도 강하다.

내가 뭐가 대단하다고.


“그래요. 받아줄게요. 그러니까 그만 좀 울어요”


내 시간을 너무 뺏기지 않는 선에서면 괜찮겠지.

가르쳐주는것 자체가 힘든 일은 아니니까.


내 대답에 금세 울음을 뚝 그치더니 표정이 확 바꼈다.


“정말이죠??”

“네..시간 뺏기지 않는 선에서요”

“감사합니다!! 스승님!!”



애나 어른이나 떼쓰는 데엔 장사가 없다.





‘스승님은 무슨’



에휴

팔자에도 없는 제자가 생겼다.



***



“아니지. 그걸 왜 받아요”

“하지만 이거 안 받으면 손해가 - ”

“아냐 우선순위가 틀렸어요. 어차피 밑 쪽으로 손 돌렸을 때 상대는 받아야해요”

“아니..아닌거 같은데요..”

“이득 맞아요. 모양도 좋고 집으로 따지면 1집 반 이득이에요”


1집 반 이득이라니, 지가 키타고야?


일단..제자로 들어가긴 했는데, 조언이 특이하다.

이런 초반 수순에서 집을 계산하는 사람은 처음봤다.


키타고를 돌려볼 때나 나오던 말을 사람 입으로 들으니까 어이가 없다.


이 극 초반의 전투에서 집 계산이 중요한가. 전투가 중요하지. 게다가 이 정석은 ai가 새로 재정립한 정석과도 다르다.


현대 바둑에서 ai가 정립한 정석은 정답이다. 그런데


‘괜찮은거 맞나?’


물론 이 사람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내 실력이 아닌 ai정석에 대한 반박은 고민에 빠지게 하는 행동이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전 이제 가봐야 해서“

”어? 그러면 언제 다시 오세요?“

”아마도 다음 주 주말에 올거에요”


아쉽다.

이 사람과 몇 번 더 대국 해보면 슬럼프 탈출의 실마리를 찾을 것 같기도 한데.


“아 그리고 혹시 다른 프로분들이랑도 둘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다른 프로들과의 대국.

프로는 어쨌든 리그나 기전이 우선이라 행사도 제한적이고 탑프로는 바쁘기도 해서 둘 기회가 잘 없다.

또 행사들도 지방에서 열리는게 많아 하나 씩 쫓아다닐 수 도 없다.


”하나 있어요“


하지만 2036년인 지금에서 쓸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뭔데요?“

”토이젬 이라고 아세요?“

”토이젬?“


토이젬.

국내 최대 인터넷 바둑 사이트다.

바둑을 사랑하는 동호인은 모두 여기서 둔다.

비록 프로들은 많이 이용하지 않는 추세로 바꼈었지만, 최근 다시 돌아왔다.


’인공지능 치팅을 그동안 검거할 수 없었으니까‘


지금도 완벽한건 아니다.


다만 최근 출시된 정밀한 일치율 프로그램을 통해 어느 정도 걸러내는게 가능해졌다.


중간 중간 도움 받는 경우라도 후반부에 가면 밑천이 드러난다. 또 한 프로기사의 발언으로 다시 재 점화된 영향도 있었다.


인터넷 바둑의 치팅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는 바둑 기자의 질문.


”치팅이요? 연습되고 좋던데요. 어차피 얼굴 대고 못 두는 놈들이잖아요“


세계 랭킹 1위의 대답이었다.


이 대답에 대한 반응은 다들 호평일색이었다.


[대단하네. 실력에 자신이 없으면 쉽게 할 수 없는 말인데]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기사.]

[치팅하는 쓰레기들과는 법접할 수 없는 마인드다, 비교할 수 가 없다.]


이 발언은 꽤나 화제가 되어 초록창 메인 포탈에 올라가기도 했다.

그 뒤로 프로들이 다시 인터넷 바둑을 조금씩 찾기 시작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간간히 보였다.




“토이젬이 뭐죠?“


짐작했지만 역시 모르고 있었다.


근데 진짜 토이젬도 모르면서 이 실력이 말이 되나?


잘 보니까 바둑 용어도 잘 모른다.

진짜 두는 것밖에 모른다.


어떻게 바둑에 대해 하나도 모르면서 막상 실력은 출중한지 의문이었지만, 실력은 정말 의심할 여지가 없었기에 넘기기로 했다.



”인터넷 바둑이에요. 넷 상에서 사람들이랑 두는”

“오! 좋은데요?”



그나마 다행인건 골수파는 아닌 듯 했다.

가끔 돌을 잡지 않는 바둑은 바둑이 아니라면서 인터넷 바둑을 싫어하시는 선배님들도 있다.


’스승님한테 최고지. 바둑을 많이 두고싶어하시니까‘


직장인이시라 주말을 제외하면 기원에 오시지 못하기에 아무래도 공간 제약이 없는 인터넷 바둑이 딱 알맞다.


일단 오늘은 가입과 대국 하는 방법만 알려드리면 될 듯 하다.


- 여기서 회원가입 하시고

- 대국장에 들어가면 이 버튼으로 비슷한 급수와 둘 수 있어요.


다행히 회원가입과 대국 방법 이외에 알려드릴건 없었다. 기본적으로 컴퓨터는 다룰 줄 아시기에.


“스승님! 그러면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다음주에 봬요”

“네~ 다음주에 봬요”


스승님이 돌아가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아까 가르쳐 주신 부분과 처음 뒀던 대국을 복기해보고 돌아가야겠다.


‘키타고 실행하고’


AI 분석으로 수순에서 잘못된 점을 찾아가면서 복기한다. 요즘의 프로기사에겐 당연시된 공부 방법이다.


탁 -


탁 -


.

.

.

.

.


한수 한수 복기를 시작했다.

초반의 내 무리수에서 승률이 확 꺾인다.


‘이건 나도 무리인지 알았으니까’


그 뒤의 수들도 계속해서 점검했다.


‘이쪽 보다 아래쪽 수가 좋았네’

‘단수보단 늘기..왜지?’

‘여기 띄는 것보다 중앙 쪽이 우선..’



인공지능의 수는 자세히 설명하기 보단 승률이 높은 수순을 알려 주는 방식이기에 적용과 해석은 스스로에 맞게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복기가 조금 더 이어지고,



“흐아~ 끝났다”



어느덧 해는 지고 하늘은 깜깜해졌다. 기원분들도 다들 집으로 돌아가셔 아무도 남지 않았다.


‘오늘은 신기한 날이네’


생에 처음 본 아마추어 고수.

얕보다가 시원하게 대패해버린 자신.

그리고 자존심 다 버리고 제자로 들어가기까지.


“다이나믹한 하루구만”


잊지 못할 날이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다. 스승님께 배워 나가면 다시 승부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정리하고 가야지’


어지러진 바둑판과 바둑돌, 의자를 가볍게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컴퓨터 앞에 왔다.




그때, 이상한 글자가 하나 눈에 띄었다.



흑 - 일치율 62%

백 - 일치율 측정불가


“뭐야 이거”


일치율.


얼마나 인공지능과 가까운 수를 두느냐에 대한 프로그램 분석이다. 예전에는 논란이 꽤 있었지만 이제는 프로그램의 발전으로 확실한 지표가 되었다.


그런 일치율이 측정불가로 표시되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낮은 일치율도 모두 기재되는게 지금의 프로그램이다.


그러니까 지금 이 문구는


“키타고가..읽어낼 수 없다고?”


키타고의 프로그램으로 분석할 수 없다는 뜻이다.






***



“이름은 뭘로 하지”


진한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온라인 게임에서 가장 고민에 빠지는것, 그건 바로 닉네임 정하기다.


다른 사람들한테 몇 번 들어본적 있다.

센스 있는 이름을 짓기 위해 노력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아무 의미 없는 이름을 지어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게다가 진한수는 게임을 해본적이 없으니 생에 처음으로 짓는 닉네임 이었다.


‘음..베타고라고 지을까’


첫 번째 후보는 베타고.

내 평생의 바둑 친구였던 프로그램 이름이니까.


닉네임 : 베타고_


탁 -


호기롭게 엔터키를 눌렀지만.


[이미 있는 닉네임 입니다.]


“아..”


아쉽게도 안되는 듯 하다.


근데 생각해보니 베타고는 나만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인가?


별 생각이 없었는데 중복닉네임인걸 보고 떠올랐다.

애초에 나도 받은 프로그램이니 다른사람들도 베타고를 알고 있을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그걸로 프로가 될 수 있을만한 기량인지를 측정하려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넘겼다.


지금은 닉네임.


두 번째 후보는 내 이름인 한수였다.


닉네임 : 한수_


[이미 있는 닉네임 입니다]


“이런”


아무래도 바둑에서 한수 라는 표현을 많이 쓰다 보니 이 닉네임도 쓰여진것 같다.


야심찬 두 번의 기회가 실패했다.


짜증난 나머지 이것저것 생각나는걸 다 입력해봤다.


한수부탁. 한수배움. 베타고제자. 베타고친구. 한수짱. 한수최고. 타고타고.


결과는 다 실패.


“아니..뭐 이렇게 많아”



이래서 사람들이 닉네임에 신경 쓰지 않는게 아닐까? 하고 싶은 이름들을 못하게 되서.


이제는 진짜 되는거 아무거나 다 한다는 마음가짐.

마침 오늘 기원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럼 이건 어떠냐’


아마도프로_


띠링


[환영합니다. 아마도프로 님]


아?


제일 대충친게 되버렸다.

이름도 이상한, [아마도프로]


“아니 하필..”


게다가 다시 보니 뜻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게 아마추어도 프로란 건지

아마도 프로급 기량을 가졌다는 건지

아마 도프로 급 이라는 건지


‘마지막은 아닌가?’


뭐가 됐든 시비 걸리기 좋은 닉네임이 만들어졌다.


‘몰라 바둑만 두면 되는거지’


아까 혜정이한테 어떻게 두는지 배웠으니 이제 천천히 대국할 일만 남았다.


대기방에서 대국 목록을 보니 프로 기사의 대국 중계도 보이고 급수에 맞는 사람끼리 대국하는것도 보였다.


‘여기있는건 다 사람들이란 말이지..’


프로그램이랑만 두던 내가 이제는 사람들이랑도 둔다. 여기에는 은둔 고수부터 초보까지 모두 모여있으니까 여러가지 대국을 둬볼 수 있다.


재밌겠는데


그때 알람이 울렸다.


띠링 -


[대국신청이 도착했습니다.]


“오!”


일단 수락!


버튼을 누르니 곧바로 바둑판이 펼쳐졌다.

대국은 호선. 덤은 6집반.


버튼을 누르는 것만 배웠지 대국이 오는 줄은 몰랐는데 이것도 좋다.



돌은 내가 백. 상대가 흑.


상대의 선수라 천천히 기다리는데,


띡 -

또 한번 알림과 함께 오른쪽 아래 채팅창에 채팅이 올라왔다.



- (dhkdrjs) : 건방진 녀석. 혼쭐난다.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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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강천주 +1 24.09.03 134 1 12쪽
32 인공지능의 수 +2 24.09.02 194 3 13쪽
31 어떤 수를 써더라도 +1 24.09.01 192 4 12쪽
30 물결 24.08.31 222 5 14쪽
29 첫번째 금메달 24.08.30 227 8 14쪽
28 주장 +2 24.08.29 223 7 12쪽
27 결승전 24.08.28 224 6 15쪽
26 더 높이 24.08.27 230 5 13쪽
25 성화 24.08.26 235 6 14쪽
24 전초전 24.08.25 261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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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기자회견 +1 24.08.24 267 8 15쪽
21 선발전 종료 24.08.23 281 5 12쪽
20 최민성 +1 24.08.22 269 4 13쪽
19 승부사 24.08.21 269 5 12쪽
18 바둑의 미래 24.08.20 290 4 12쪽
17 이태석 +1 24.08.19 285 5 13쪽
16 내 이름은? 24.08.18 287 3 12쪽
15 각오 24.08.17 275 3 13쪽
14 폭풍 24.08.16 298 3 13쪽
13 이정호 24.08.15 383 3 12쪽
12 국가대표 선발전 +2 24.08.14 307 5 13쪽
11 돌아왔구나 +4 24.08.13 316 5 12쪽
10 오늘의 바둑 +1 24.08.12 309 5 12쪽
9 제의 +1 24.08.11 317 5 12쪽
8 치팅? +1 24.08.10 315 6 13쪽
» 일치율 24.08.09 32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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