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이기는 역대급 바둑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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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쿠키
작품등록일 :
2024.08.05 11:03
최근연재일 :
2024.09.0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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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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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국가대표 선발전

DUMMY


“내가 잘못생각했어”


22년의 겨울이었다.


이동진은 묵묵히 빈 술잔을 따라줬다.

이태석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오직 그뿐이었기에.


“왜그랬을까. 왜 말도 안되는 환상에 빠져서..”


이태석은 후회하고 있었다.

잠깐 정신이 나가 바둑의 미래를 제 손으로 부숴버린 과거를.


“아냐. 어차피 형 아니면 바둑 시킬 수 없던 애야. 잘 지내고 있을거야. 너무 마음쓰지마”

“나보다도 훨씬 대단한 기재를 가진 녀석이었어. 바둑기사가 됐으면 지금쯤 기전을 휩쓸며 재능을 펼치고 있었을텐데”

“그만해 형..”


이동진은 자책하는 이태석을 위로했지만 사실 그 역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나라도 잡았어야 하는데..내가 해줄 수 있는건 많지 않지만 작게 나마 지원해줬어야 했는데”


바둑 학원을 막 차린 그 시점에서 이동진에게는 마음의 여유도, 자금적 여유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마음의 짐을 떨쳐낼 순 없었다.


너무나도 빛나는 기재였기에.


쾅!!


그때, 이태석이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온 가게의 시선이 집중됐지만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동진아. 나..다시 찾아볼래 한수. 이제부터라도 온갖 방법을 다 써서 찾아내고, 그때 잘못한 선택, 다시 되돌릴거다”


온갖 바둑 학원에도 가보고, 기원에도 가보고, 어린이 바둑 대회에 자청해서 게스트로도 나가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본다.


그게 이태석의 다짐이었다.





***




‘끝내 못찾았지’


마지막에 와서 생각해낸 방법이 이것이었다.


바둑 잡지에 문제를 내는것.

한수만이 알아낼 수 있는 방법으로.



이 문제는 정확하게는 답이 없는 문제다.


바둑 AI는 계산을 통해 가장 높은 승률의 수를 추천해준다.


AI의 수, [블루스팟]


하지만 블루스팟은 AI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키타고에서 나온 블루스팟과 절정에서 나온 블루스팟이 종종 다른 곳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리고 이 문제의 정답. 15의 11은 다른 인공지능으론 찾을 수 없는 수다.


‘베타고 인피니트만이 다른 블루스팟을 표시한 문제’


그러니까 이 문제는 오직 한수와 이태석만이 같은 답을 볼 수 있다.

한수역시 베타고 인피니트를 가지고 있으니까.




“괜찮으세요?”


정현주 편집장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아!..아아 괜찮습니다”

“혹시 정답이 적혀있었나요?”


반응을 보고 유추한 듯 편집장도 기대하며 물었다.


“네. 오랫동안 찾던 사람을 찾은 것 같네요”


잡지에 문제를 실은 지도 10년.


이제는 거의 포기했음에도 실낱같은 희망 때문에 문제를 내리진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찾게 될 줄이야.


‘다시 바둑계에 데려올 순 없더라도, 만날 수 있다는게 어디야’


기억을 더듬었을때, 지금 한수의 나이는 30대 초반이다. 바둑기사로서의 전성기는 지난 나이.

이 나이까지 입단을 안했으니 바둑과는 완전히 관련 없는 삶을 살고있겠지.


‘어쩌다 이 문제에 답을 보내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바둑계에 돌아오지 않았는데 바둑 잡지를 왜 보게 됐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진짜 한수가 맞는지 어서 확인해 봐야한다.


“혹시 이 우편 보낸 사람이 - “


띠리링 - !


편집장에게 물어보려던 때,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오랜만에 연락 온 익숙한 번호였다.


“형”

“어. 동진아. 내가 지금 바빠서 나중에 다시 하자”


짜증이 조금 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지금은 전화를 오래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에 그런 마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수 만났어”



머리에 망치를 맞은듯한 충격이었다.


“어디서? 어떻게? 아니, 아니지. 혹시 전화번호는 받았어? 아니면 지금 내가 -“

“학원으로 와 형. 얼굴 보고 얘기해야 할 것 같네”


즉시 핸드폰을 닫고 짐을 챙겼다.

한시라도 빨리 듣고 싶었다.


“아, 아니 어디 가세요?”

“급한일이 생겨서요. 나중에 연락할게요”


말을 다 끝마치기도 전에 이태석은 문을 열고 나갔다.


“이게 뭔”


퍽 당황스러운 정현주였다.






***




쾅!!


문을 격하게 열면서 학원에 들어갔더니 이동진은 이미 와서 자리에 앉아있었다.


가쁜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바로 이동진의 앞에 다가갔다.


“얼른 말해봐. 한수 어디서 본거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오는 길에도 오만가지 생각을 한 이태석이다.


“이거부터 봐봐”


반면에 이동진은, 그런 이태석을 눈앞에 두고도 태연하게 바둑판을 가르켰다.


바둑판엔 한 대국이 놓아져 있었다.


얘기를 얼른 듣고 싶었지만 바둑판을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수순과 형세에 분석이 들어갔다.


‘흑이 압도적으로 이겼네. 백은 힘 한번 못썼군. 아니지, 힘을 쓸 환경조차 만들어주지 않았다고 해야하나?’


이태석은 어느새 놓여진 대국을 분석하고 있었다.


두터운 듯 보이지만 자세히 파고들면 실리에서 전혀 뒤쳐있지 않다. 실리는 호각인데 세력이 비교가 되질 않는다.


나머지 수순은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어떻게든 침입해 타개하려고 하는 백과 너무나 여유롭게 막아선 흑.


절묘한 위치에 놓여있는 흑돌들을 보면서 초반의 국면에서 이곳까지 수를 읽어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찝찝하네’


익숙한 느낌이다.

가장 먼저 떠오른건 인공지능 치팅.


인공지능의 수와 거의 흡사하다. 프로그램을 당장 돌려볼 순 없지만 그동안의 경험이 얘기해주고 있었다.


다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뭔가 달라..이게 뭐지? 분명 본적 있는 수인데’


인공지능 치팅이라고 단정 짓고 지나쳐선 안된다고, 흐릿한 기억이 말하고 있었다.


“알 거 같아?”


이 정도면 시간을 충분히 주었다고 생각했는지 이동진이 물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한수를 만났다고 했다.

그리고 이 익숙한 느낌.


베타고 인피니트다.



“이거..한수구나”



익숙한 느낌.

그건 베타고 인피니트의 수에서 오는 느낌이다.


다른 인공지능과는 다른 베타고 인피니트의 수. 지금은 아니지만 과거엔, 나 역시 오랜 시간 분석하기도 했었다.


“역시. 알아보네 형은”


내 대답을 들은 이동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맞아 한수가 둔거야. 우리 학원에서. 상대는 올해 프로가 된 진호. 정진호”

“이게 무슨..”


정진호라면 들어봤다.

오랜만에 나온 연구생 전승 입단자.


이제 와서 입단하는 프로들한테 관심은 없지만, 매년 습관처럼 한수의 이름이 없나 찾아보았기에 스치듯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머리가 복잡했다.

천천히 주어진 정보를 정리한다.


‘전승입단자를 상대로 압도적인 바둑, 인공지능의 느낌이 나는 수, 그리고 10년 만에 찾아온 베타고 인피니트의 블루스팟”



설마.







“한수가..인공지능의 실력을 갖췄다?”


결론은 한가지로 귀결됐다.



잡지에 투고된 정답을 봤을때, 당연히 프로그램을 돌려서 찾은 답일 줄 알았다. 다른 가능성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과거, 베타고에게 패하고 무력감에 빠져 광기에 휩싸인 자신의 잘못된 선택.


인공지능은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철없던 한때의 환상에 불과했다고.


나중에서야 깨닫고 후회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결정은.



“정답이야”



괴물을 만들어냈다.



***



대한기원은 하루 종일 분주했다.


“오늘 회의에 들어갈 자료 정리 다 했지?”

“네! 거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명단 리스트만 확정하면 끝입니다!”


올림픽.


바둑이라는 종목이 들어가는 사상 첫 올림픽.

그 역사적인 올림픽이 한국에서 열린다. 한가지도 실수 없는 완벽한 준비를 위해 대한기원은 최근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오늘은 올림픽 준비를 검토하는 회의가 있는 날이다.


“다들 모이셨죠?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한국 바둑계를 이끄는 중추적인 인물들이 모두 모인 회의가 시작됐다.









“—그럼 마지막으로 선발전 리스트에 관한 안건입니다”


사회자가 스크린에 자료를 띄우고 참석인 인원들도 미리 배포 받은 자료를 훑었다.


“랭킹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강천주 프로는 선발전을 거치지 않고 진행하기로 저번 회의에서 정해졌습니다”


지난 회의에서 정해진 내용을 한번 확인시켜 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박우진 프로는? 아직도 슬럼픈가?”


박우진.

한국랭킹 2등 세계랭킹 9등에 위치한 기사다.


“아무래도 잘 안풀리는듯 합니다. 얼마 전에 있던 기전에서도 16강 탈락했어요”

“아이고야..이거 큰일이네”


랭킹 2등의 실력이 최근 좋지 않았다. 올림픽 기간까지 회복하기를 바래왔지만 안 좋은 소식에 여기저기서 탄식이 들렸다.


“박우진 프로는..우선 대회참가쪽으로 기울겠네요”

“요새는 박우진 프로 보단 차라리 최민성 프로가 낫지 않나요?”

“최민성 프로 세계랭킹은 알고 하는 말이에요? 중국 기사들한테 맨날 지기만 하는데”

“그럼 대책이 있으십니까? 그래도 국내 랭킹 3위기사에요!!”

“그게 뭔 상관이야!! 세계만 나가면 벌벌 떨어대 가지고 랭킹 30위권 하는 기사 아니야!!”

“말 다했어?!!??”


다들 날이 서 있었다.

모두가 예민한 시기.


톡톡 -


마이크를 두드리는 소리에 이목이 쏠렸다.


뛰어난 기사가 많았다면 수월했겠지만, 지금의 한국 바둑은 이례적으로 인재가 적었기에 선정에 난항을 겪었다.


위원들끼리도 높은 소리가 오가며 설전이 벌어졌다.


“자자, 진정들 하세요”


대한기원의 총재, 한대현이 회의를 주도했다.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닙니다. 이번 올림픽은 온 힘을 쏟아서 반드시 결과를 따내야 합니다”


총재의 발언에 다투던 두 위원은 민망한듯 헛기침을 하곤 다시 차분한 상태로 돌아왔다.


“확정은 강천주 프로만입니다. 나머지 네 자리는 이전에 얘기했듯이 선발전으로 결정하겠습니다”


만약 박우진 프로가 슬럼프를 탈출했다면 두 자리를 확정할 수 도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그럴 순 없어졌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내야해’



한중일은 항상 바둑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이번 올림픽은 단순한 노력의 결과로 이뤄진게 아니다.



바둑을 올림픽 종목으로 선정하기 위해 중국은 대규모 로비와 다방면적 압박을 가했고, IOC는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하지만 IOC 역시 그냥 당한건 아니었다. 첫 개최지를 중국이 아닌 한국으로 한 것.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기사들은 모두 한국 프로기사입니다. 지금도 랭킹 30위권에 26명이 중국기사이지만, 1등만큼은 언제나 한국기사였죠. 그래서 IOC 에선 이번 서울 올림픽을 바둑 첫 올림픽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겁니다.]


IOC 에 있는 한국 위원으로부터 들었던 정보다.


중국의 압박에 바둑을 넣게 됐지만, 한국 바둑이 쌓아온 업적을 이용해, 올림픽 바둑 첫 개최지 만큼은 IOC의 뜻대로 했다는 것.


하지만 이건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뒤이어 해준 내용을 듣고 난 후 며칠 밤을 걱정에 밤샜는지 모른다.


[중국은 오히려 나쁘지 않아하는 분위기 였어요. 한국의 안방에서 한국 바둑을 패퇴시킬 수 있다면 그게 최고라고 하더군요]


상하이 대첩의 복수?


서울에서, 그것도 최고의 무대인 올림픽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 날이 온다면 그날로 한국 바둑은 끝이다.


위대한 한국의 프로기사들이 쌓아온 업적들이 한순간에 부정당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절대 안돼. 그것만은 절대로’


마음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천주를 제외하면 2위부터 8위까지 모두 중국기사. 박우진도 상태가 영 좋지 않다.


‘그러니까 중국도 자신만만한거지’


강천주만 잡으면 끝.


이게 현재 한국프로바둑의 현실이다.

정상에 있는 기사는 여전히 한국기사지만, 그 밑을 지지해줄 기반이 확연하게 다르다.


그래서 생각해낸게 이 선발전.


벼랑 끝에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여는 대회다.

국가대표라는 빛나는 영광을 재료로 선수들을 각성시키기 위한 마지막 발악.


‘반드시 성공해야해’


톡톡


한대현 총재는 다시 한번 마이크를 두드렸다. 이러니 저러니 얘기해도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다.


“강천주 프로에게는 따로 연락하고 다른 모든 프로기사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여해야 한다고 공지하기로 하죠. 우선 이만 —“


쾅!!


갑자기 나는 큰 소리에 다들 깜짝 놀라 소리의 근원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헉..헉..”


문은 활짝 열려있고 문을 잡고 서있는 남자는 급하게 뛰어온 듯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잠시만..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회의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놀랐다.


들어온 사람의 정체에 첫번쨰로 놀라고.

부탁하는 발언에 두번째로 놀랐다.


눈앞에 그 인물은 부탁 따위를 하던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거침없는 발언과 그 성격이 보이는 듯한 바둑을 두던 기사.

시대를 상징하는 기사.


이태석이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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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강천주 +1 24.09.03 128 1 12쪽
32 인공지능의 수 +2 24.09.02 189 3 13쪽
31 어떤 수를 써더라도 +1 24.09.01 187 4 12쪽
30 물결 24.08.31 217 5 14쪽
29 첫번째 금메달 24.08.30 223 8 14쪽
28 주장 +2 24.08.29 219 7 12쪽
27 결승전 24.08.28 220 6 15쪽
26 더 높이 24.08.27 225 5 13쪽
25 성화 24.08.26 228 6 14쪽
24 전초전 24.08.25 258 6 14쪽
23 준비 +1 24.08.24 256 8 14쪽
22 기자회견 +1 24.08.24 263 8 15쪽
21 선발전 종료 24.08.23 278 5 12쪽
20 최민성 +1 24.08.22 266 4 13쪽
19 승부사 24.08.21 266 5 12쪽
18 바둑의 미래 24.08.20 287 4 12쪽
17 이태석 +1 24.08.19 283 5 13쪽
16 내 이름은? 24.08.18 283 3 12쪽
15 각오 24.08.17 273 3 13쪽
14 폭풍 24.08.16 294 3 13쪽
13 이정호 24.08.15 379 3 12쪽
» 국가대표 선발전 +2 24.08.14 304 5 13쪽
11 돌아왔구나 +4 24.08.13 311 5 12쪽
10 오늘의 바둑 +1 24.08.12 304 5 12쪽
9 제의 +1 24.08.11 312 5 12쪽
8 치팅? +1 24.08.10 311 6 13쪽
7 일치율 24.08.09 320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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