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이기는 역대급 바둑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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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쿠키
작품등록일 :
2024.08.05 11:03
최근연재일 :
2024.09.0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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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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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내 이름은?

DUMMY



아침부터 창 밖에서 들리는 새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아침이다.


“드디어 왔네”


많은 일이 있었던 한 달이 지나고,


선발전의 날이 밝았다.






“사부!! 여기에요!!”


혜정이가 차를 몰고 집 앞으로 와있었다. 모자를 쓰고 편한 옷을 입은 차림으로 차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둘 다 선발전에 참가하니 아침에 만나 같이 가기로 어제 약속했다.


“어후”

“괜찮으세요?”

“그럴리가”


아주 험난한 한달이었다.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내 이름이 여기저기서 언급되던 통에 생전 느껴보지 못한 주목되는 삶을 살았다.


‘아직 얼굴은 모르니 그나마 다행이었지’


프로기사로서 등록된 것도 아니고 기원도 최근에 간 것이기에 기원 사람이나 전 회사사람, 동창이 아니고선 내 얼굴을 알 방도는 없었다.


‘오늘로서 끝이지만’


지금 갈 선발전 대회장엔 기자들이 쫙 깔려있을것이다.

그러면 일반인으로서의 삶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봐야한다.


“회사는 어떻게 잘 그만두신거에요?”

“그만두긴 잘 그만뒀는데, 기사 나오고부터 피곤해 죽는 줄 알았다”

“네? 왜..아! 회사에서 물어봤겠군요?”


인수인계가 중요한게 아니었다.


팀원들은 당연하고, 옆 팀은 우리팀 자리에 와서 떠날 생각을 안하는데다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임원진 분들까지 내려오셔서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내 후임자만 불쌍하게 된거지’


틈새 틈새 열심히 했지만, 그래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잡고 물어보는 통에 완벽하게 해주진 못했다.


그건 그렇고.


‘바둑이 확실히 잠재력이 대단하네’


아무리 좋게 말하려 해도, 지금 바둑의 인기는 많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예전엔 열광적인 인기를 끌었던 적도 있었기에, 잠재되어 있던 예비 바둑팬들의 관심이 올림픽 이라는 계기로 폭발하듯 나타난 것이다.


“회사야 당연하고, 어제는 집 앞 편의점 가는데 학생 애들이 내 얘기를 하고 있더라니까?”

“푸하하!!! 뭐라고 하던가요?”

“자기네 아빠가 진한수 욕을 그렇게 하더라~ 반대편 애는, 아니다. 대한기원에서 키운 요원이라더라~”


별 해괴한 소문도 돌았다.

올림픽을 위해 정부가 준비한 유전자 개조인간이다.

국정원 요원이다.

바둑하다 죽은 귀신이다. 등등


‘그냥 평범한 애 아빤데’


선발전까지 시간은 남았는데 충격적인 기사들이 연달아 터지니 소문에 살이 붙어 점점 괴담으로 변해갔던 것이다.


“네?? 아니, 프흡. 뭔 소리에요 그건?”

“어린애들 상상력을 난들 알겠냐”


차혜정은 계속해서 웃기만 했다.

운전에 집중하라고 핀잔주고 싶어도 출근 시간이 지나 도로가 한적했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어이가 없네.


“아니 근데 너 인터뷰에서 그런 말은 왜한거야?”

“어떤거요?”

“내가 네 스승이라는말”


올림픽 선발전에 나갈거라는건 원장님께 들어서 알고있었다.


여파가 작지 않을 거라는 것도 예상했기에 별로 개의치는 않았으나,


“일부러 키우려고 한거같다?”


프로의 스승.


혜정이의 발언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이었다.

오히려 화제를 더욱 키우려는 듯한 발언.


“하하..역시 눈치채셨네요”

“맞지?”

“아니 그게..틀린말도 아니잖아요!!”

“혼날래?”


진짜 딱 초등학생 같은 변명이다.


‘아무리봐도 수현이보다 정신연령이 어린것 같은데..?’


우리 수현이.

대견하고 대견하고 또 대견하다.

아빠 올림픽 나간다니까 져도 된다고, 부담 갖지 말라고 해줬다.


어떻게 말도 이렇게 예쁘게 잘하는지 모르겠다. 오늘도 학교 혼자 갈 수 있다면서 데려다 주겠다는걸 뿌리치고 나갔다.


“아니..사부 화났어요? 그게 아니라”


근데 제자라는 이 녀석은..


반쯤 장난이었지만 얘는 내가 화났다고 생각했는지 당황해했다.


“부정 선발. 이런 식으로 포커스 잡히면 더 힘들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사부 욕먹는게 싫어서 그래요. 대중들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나중가면 다들 인정하게 될텐데 그 전까지 만이라도 어떻게 비난 좀 줄여보려 그런거죠”


오?


조금 감동이다.


“뭐야 생각이 다 있었네?”

“제가 진짜 어린앤 줄 아시나봐..”


서운했는지 입술이 뾰족 나왔다.

사실 크게 상관 없었는데 괜시리 핀잔준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달래줬다.


“아아 - 아니지~!! 우리 제자님께서 생각이 다 있었는데 내가 오해해서 미안하다!!”

“하! 됐네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대회장에 도착했다.






“어우 사람 장난 아니네”

“미쳤는데요”


대회장엔 생각보다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카메라와 기자증으로 볼 때 그 중 상당수가 언론 관계자로 보였다.


“원래 대한기원에선 비공개로 진행하려고 했는데 일이 너무 커져서 기자들에게 공개하는 걸로 바꿨대요”


한달을 기다렸다.

대중과 언론의 참을성이 한계에 이미 다다랐을 시간이다.

이런 형국에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했다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어쩔 수 없지. 대한기원도 무리했더만”


파격적인 발언에 sns와 포탈 사이트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세계 최강 기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개인전 뿐만이 아닌 단체전도 있는 올림픽인 만큼, 강한 기사를 다수 보유한 중국을 이기긴 무리라는 것이 대다수의 시각이었다.


‘금메달 석권 선언이라’


초강수.

물론 이미 돌이킬 수 없었던 상황이긴 했다. 정면돌파를 선택할 수 밖에 없던 것도 이해하지만 지나친 감도 있다.


“바둑인들은 수읽기가 습관인가봐”


총재 역시 전 프로기사.

그 역시 승부의 세계에서 싸웠던 승부사였다. 궁지에 몰렸을 때 취해야 하는 최선의 수단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내 옆에 있던 승부사도 내 생각을 읽은 듯 하다.


“그런데 어쩔 수 없었을 거에요”

“그렇겠지. 대중을 설득할 뭔가가 필요했으니까”

“맞죠. 그런데 사실 저는 오랫동안 바둑계에 있어서 그런가 다른 의도도 보여요”


혜정이가 왜인지 갑자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선배. 살면서 바둑 관련된 얘기 들어본적 있어요?”


바둑이라..들어본 적 없다.

학원에 다닐 때를 제외하면 한번도 없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까지 한번도 다른 사람에게 들어본적 없었다.


‘과장님이 처음이었지’


남편분이 기원에 다닌다고 했던 그 얘기가 처음이었다.


“없네”

“그쵸?”


무슨 말을 할지 짐작이 갔다.


“솔직하게 말하면 바둑은 망했어요”


속상하지만 이미 털어버린 듯한 표정으로 혜정인 말을 이었다.


“사부도 대회 방식이랑 올림픽 경기 방식 아시죠? 피셔 방식”


피셔 방식은 체스에서 가져온 방식이다.

기본으로 시간을 제공하고, 그 이후의 시간에 대해선 둘 때마다 추가적인 시간을 적립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대국 시간이 10분에 피셔 20초라면, 10분은 기본으로 주어지고 한수마다 20초가 주어진다. 20 초 중 수를 8초에 두었다면 남은 12초가 가지고 있는 시간에 추가된다.


시대에 맞춰 속도감을 높여 재미를 붙이기 위한 바둑계의 선택이었다.


“알지”

“예전에는 한두기전에만 적용됐어요. 여전히 바둑은 장고가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원로분들이 많았거든요”

“그럴만 하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고집 피지 못하세요. 이제도 아니죠 꽤 됐죠”


고집 피울 수 없다.

더 이상..


“더 이상 선택지가 없었거든요. 바둑이 정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싶지 않다면 말이죠”

“슬프네..”

“네. 무척이나요. 저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편이에요. 여자 바둑 리그도 있고, 여자 기사만 나오는 기전도 있죠. 거기서 우승을 많이 해서 그나마 여유가 있으니까”


대회장은 아직 준비중이었고 우리는 사람이 많지 않은 구석 쪽에서 얘기를 나눴다. 다행이었다.


딱히 대회장엔 볼게 없었지만, 일부러 정면만을 응시하며 얘기를 들었다.

고개를 돌리면 혜정이의 얼굴이 보일테고, 혜정이라면 눈물 글썽이는 얼굴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을테니까.


“그런데 제 후배들은 어떡해요, 해마다 기전이 줄어들고, 축소되는데. 또 남자 후배애들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요. 걔넨 정말 더, 더 힘들거든요. 투잡뛰는 애들은 부지기수고 결국 포기하고 다른 분야로 가기도 해요.”


훌쩍이는 소리가 커졌다.

모자를 더욱 깊게 눌러쓰고 소매로 눈가를 닦는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전 학원 애들한테 절대로 프로기사 하라고 안해요. 최고가 아니면 생계조차 힘든 일을 어떻게 하라고 해요. 열정으로, 패기로, 그런 말 저는 절대로 못해요. 차라리 못된 마녀 선생님 되고 말지”


현직에 있는 프로기사가 이런 말을 해야한다는게 상당히 씁쓸했다.



돈 없는 삶이 얼마나 피폐하고 사람을 궁지로 모는지 나 역시 잘 안다.


“총재님도 알고 그러신 걸 거에요. 이번 기회를 놓치면 한국 바둑은 두번다시 일어나지 못할거라는걸”


“모든 걸, 정말 말 그대로 모든 걸 걸고 이번 올림픽에 임하는거에요. 바둑계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각오하고 나서신 거에요. 다시 한번 한국 바둑이 부흥하기를 염원하면서요”


나도 지난 한달간 많이 찾아봤다.


시청률은 바닥.

바닥 밑에 지하가 없는게 다행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만큼 처참했고, 내년엔 바둑 리그를 후원하는 다성은행이 철수하기로 잠정 결정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기업이 바둑을 후원해주는것도 이익의 측면이 아닌, 오너일가의 바둑사랑에서 기인한 경우가 많았기에, 이미 오랜 기간 후원해준것 만으로 바둑계는 감사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참담하다.

이곳에 모인 수백의 바둑기사가 어떤 심정으로 이곳에 왔을까.


‘국가대표’


나는 그저 바둑이 좋았을 뿐이다.


국가의 명예나 수많은 사람의 생계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다는 일의 무게를 아직 나는 모른다.


경험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알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그런 가벼운 말 따위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하지만 수현이가 있다.


옆에서 울고 있는 책임감 넘치는 프로기사가 있다.

바둑둘때 행복해 보이시는 기원 아저씨들이 있고, 내게 바둑을 처음 알려주신 원장님이 있다.


좋은 사람들이다.

갈팡질팡하던 마음을 굳혔다.


“난세엔 영웅이 나온다고 하지!!”


여전히 앞을 본 채, 우스꽝스러운 말투로 말을 뱉었다.

이런 낯간지러운 말을 뱉는건 내 취향이 아니지만.


“..네??”

“영웅에겐 이름이 필요한데 뭐가 좋을까?”

“뭐, 뭔 소리에요?”

“왜?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다들 영웅 이름이 있잖아!!”


푸흡


웃었다.


‘울다가 웃으면..흠흠’


우는건 슬프다.

바둑을 사랑하는게 죄는 아니지 않은가. 울지 마라 제자야.


“프흡. 아 진짜 사부. 이제 그만 웃겨요”

“왜그래 나 진지한데”


수현이가 좋아하는 바둑이 망하게 둘 수 없지.

혜정이도, 아저씨들도, 원장님도 슬프지 말아야지.


이건 진심이다.



“아 정했다. 영웅이름”

“보통 히어로네임 이라고 하지 않나요?”

“임마. 한국어 써 한국어”


어느새 기분이 전환된 듯 웃는 표정으로 핀잔까지 준다.


“그래서 정한 영웅이름 뭔데요?”

“궁금하지?’

“네~ 궁금해요”


그럼그럼.

스승의 결정인데 당연히 궁금해야지.


“내 이름이 뭐냐?”

“사부이름이요?”

“그래 내 이름”


역시 난 바둑을 해야했던 운명이다.


“..진한수요”

“맞아”

“그런데요?”

“네이밍 듣고 놀라지 마라?”

“아 쫌!! 빨리 말해봐요”


바둑에서 최고의 칭찬은 무엇인가?


귀신의 수. 기계의 수. 여러 말이 있지만 역시 최고는 하나밖에 없다.



“신의 한수”



바둑의 신을 이긴 사내가 나다.


바둑이 망했다고?

팬들이 다 떠났다고?

돈이 안된다고?


다시 돌아오라고 전해라.


바둑의 신이 찾아왔으니까.



“이제부터 나는 신의 한수다”



진한수. 내 이름.

내가 바둑의 신이 되어주겠다.


바로 지금부터.


신의 한수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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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어떤 수를 써더라도 +1 24.09.01 187 4 12쪽
30 물결 24.08.31 216 5 14쪽
29 첫번째 금메달 24.08.30 223 8 14쪽
28 주장 +2 24.08.29 219 7 12쪽
27 결승전 24.08.28 219 6 15쪽
26 더 높이 24.08.27 224 5 13쪽
25 성화 24.08.26 227 6 14쪽
24 전초전 24.08.25 257 6 14쪽
23 준비 +1 24.08.24 256 8 14쪽
22 기자회견 +1 24.08.24 262 8 15쪽
21 선발전 종료 24.08.23 278 5 12쪽
20 최민성 +1 24.08.22 265 4 13쪽
19 승부사 24.08.21 266 5 12쪽
18 바둑의 미래 24.08.20 286 4 12쪽
17 이태석 +1 24.08.19 282 5 13쪽
» 내 이름은? 24.08.18 283 3 12쪽
15 각오 24.08.17 272 3 13쪽
14 폭풍 24.08.16 293 3 13쪽
13 이정호 24.08.15 378 3 12쪽
12 국가대표 선발전 +2 24.08.14 303 5 13쪽
11 돌아왔구나 +4 24.08.13 311 5 12쪽
10 오늘의 바둑 +1 24.08.12 303 5 12쪽
9 제의 +1 24.08.11 311 5 12쪽
8 치팅? +1 24.08.10 311 6 13쪽
7 일치율 24.08.09 31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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