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이기는 역대급 바둑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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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쿠키
작품등록일 :
2024.08.05 11:03
최근연재일 :
2024.09.0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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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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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주

DUMMY



옛 기억이 떠오른다.


탁 -


탁 -


“천주야. 바둑은 무엇보다 냉철한 판단이 중요하단다. 몰아붙이고 있다고 해서 흥분해선 안되고 언제나 국면을 넓게 보고 정확한 한수를 두어야 해”

“네!!”


아버지는 프로기사였다.


무명의 프로기사.

이제는 승부에 나서지 않는 프로기사.

하지만 아버지의 꿈이 끝난건 아니었다. 내가 있었으니까.




탁 -


탁 -


탁 -


시간이 어느덧 오후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미 공부한지 7시간이 넘었다.


“아빠 이제 그만..”

“아냐. 아직 시간 많아. 12시까지는 둬야지”


속상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아빠와의 이 시간이 좋았으니까.


탁 -


탁 -


평일 열시간. 주말 열두시간.

내가 바둑을 두는 시간이었다.


“천주야 너는 바둑기사를 해야 할 운명이야. 아빠가 얘기했지? 너는 돌잡이 때도 바둑돌을 잡았고 두살때부터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고”

“..네!! 그럼요!!”

“절대 공부를 멈춰선 안돼. 네가 가지고 있는 재능에 노력을 더하면 최고의 기사가 될 수 있어”

“걱정마세요!! 제가 잘할게요!!”


나는 최정상 바둑기사가 될 사람이다.

아빠가 믿어 주시고 나도 믿는다.


그렇게 내 시간이 흘러갔다.

1년, 2년, 3년..


초등학교 2학년이 되고 여느 때와 같이 하교 후 바둑 공부를 하던 어느날이었다.


탁 -


탁 -


주르륵


“어..?”


갑자기 바둑판에 코피가 떨어졌다.


“아우 뭐야 이거”


우선 일어나서 급하게 휴지로 코를 막고 옆방의 아빠에게 찾아갔다.


“아빠!! 나 코피..”


옆방에서 아빠는 티비를 보고계셨다. 계속해서 불렀지만 아빠는 들리지 않는 듯 티비만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계셨다.


티비에선 해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태석九단이 마침내 베타고에게서 소중한 1승을 따냅니다!!!]


이태석 프로의 승리.

아버지도 인간 프로기사의 승리에 기뻐하시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냐아냐. 말도안돼”



아빠는 티비를 붙잡고 미친 듯이 흔들어대며 중얼거렸다.



그럴 리가 없어. 이럴 순 없잖아. 이제껏 해왔던 노력들이 다 물거품이야. 지금껏 해왔던게 다 쓸모가 없어졌어. 말도안돼. 이건 말도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


“시발 나한테 이러면 안되는거잖아..아아아아!!!!!!!!!!!!!!!!!!”


인류의 1승은 아무 상관 없었다.

AI가 이제 인류를 바둑으로 이긴다는 명백한 사실만이 있을 뿐.







무서웠다.

처음으로 아빠가 무서웠다.


그때 아빠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발견하셨다.


“천주야. 아직 할 수 있어. 그렇지?”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으웅!! 나 잘할게!! 잘할 수 있어!! 나 바로 공부하러 갈게!!”

“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 이제까지 배운건 이제 잊어. 새로운 바둑의 시대가 올거야. 조금만 기다려 아빠가 방법을 찾아올게”


아빠믿지?

아빠가 다 해줄게.

아빠가 천주 최고의 프로기사로 만들어줄게.

아빠만 믿어.



아버지는 그말만을 반복했다.








시대는 변했다.

AI의 등장과 함께 기존의 바둑 상식이 무너졌다.



“체험학습이랑 병가 되는대로 다 내고, 나가는 날도 조퇴해서 와”

“으응!!”


학교에 나가는 날이 줄었다.


탁 -


탁 -


탁 -


AI의 정석.

AI의 사고.

AI의 방식.


공부를 재정립했다.

사고와 판단이 아닌 흉내를 시작했다.


‘그래도 아빠가 힘내주니까 나도 아빠 위해서 잘해봐야지!!’


갑작스럽게 찾아온 변화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그러던 중, 어린이 바둑 대회를 나가게 됐다.


“이제 천천히 프로기사가 될거야. 너라면 9살때부터 프로가 될 수 있었지만 탄탄한 기초를 마련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나중에 최고가 될 수 없어. 아빠 마음 알지?”

“응응!! 걱정마 아빠. 잘하고 올게!!”


어린이 바둑 대회는 그저 경험.

타인과의 대국 경험이 적은 내게 연구생에 들어가기전 긴장을 풀고 오라는 아버지의 뜻이었다.


탁 -


탁 -


‘쉽네! 역시 아빠는 틀리지 않았어’


손쉽게 결승전까지 올라왔다.

전국 규모의 대회. 초등학생끼리의 대국이었지만 어쨌든 강천주의 상대는 없었다.


‘이대로면 우승도 쉽겠네’


그리고 결승전이 시작됐다.


탁 -


탁 -


탁 -


손쉽다.

너무 쉽다.


대국은 금세 기울었다.


탁 -


탁 -


그런데 상대가 포기하질 않았다.

이미 끝난 바둑인데도 계속해서 둔다.


‘왜 이딴 바둑을 계속하는거야. 멍청한건가?’


승부가 이 정도로 기울어졌다면 돌을 던지는 것이 예의다. 그렇게 배웠는데.


탁 -


‘어..?’


수읽기를 놓쳤다.

숨기고 있는 한수가 있었다.


탁 -


하지만 이미 너무 기울어진 바둑. 한곳에서 패했다고 해서 형세는 뒤집어지지 않는다.


탁 -


다만,


탁 -


대단하네. 어디서부터 본거지?


이미 죽은 중앙의 다섯점을 하변의 전투에 사용할 생각을 하다니, 똑똑하다. 덕분에 완전 뒤집어진 바둑이 이제는 끝까지 둬볼 정도는 됐다.


순수하게 감탄했다.

이런 바둑은 처음봤다.


승부는 졌고 예의는 없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바둑을 두는 상대. 찾고 찾고 계속해서 찾아서 결국 내게 한방을 먹인 상대.


‘멋있다’


부족하더라도 최선의 바둑을 두는 상대였다.


탁 -


아름다운 바둑이었다.

최선의 상대에게 맞서 나 역시 최선의 자신을 보였다.




대국은 끝났고 나는 어린이 바둑 대회를 우승했다.







“아빠!!!”


문을 활짝 열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 이거봐봐!! 상패받았어!! 우승!!”


바깥의 대회를 나간건 처음이다.

모두가 나에게 대단하다고, 멋진 실력이었다고 칭찬해주는 경험도 당연히 처음이었다.

아빠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빠의 얼굴을 본 순간 앞선 생각은 모두 날아갔다.


“아들”

“으..으응”


아빠의 얼굴은 차가웠다.


“아아, 이런건 그냥 당연한건데!! 그, 그냥 얘기해본거야. 처음 대회에 나가보니까 신기해서 그랬어!! 나 바로 공부할게!!”

“아들 마지막에 왜그랬어?”


대회의 마지막.


“어, 어떤거??”

“마지막에 놓은 수들. 그거 정말 최고의 수였어?”


결승전의 대국.

사실 상대에게 마음을 뺏겼다.

애초에 다른 누군가랑 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자신의 바둑으로 꽉찬 상대는 처음봤다.


나의 바둑.

그의 바둑에 매료됐다.

그리고 나도 저런 바둑을 두고 싶었다.


이건 어때?

이렇게 놓으면 넌 어떻게 받을거야?


내 머릿속에 읽힌 수읽기보단 내가 두고 싶은 수를 뒀다. 조금 더 상대와 바둑으로 대화를 하고 싶었다. 내 무리한 수에는 어떻게 반응하는지, 내 감각적인 수에는 어떤 수로 맞설지 궁금했다.


나의 바둑을 뒀다.


“아니..그게..”


무서웠지만 용기를 냈다.

아빠도 말씀드리면 이해해주실거라 믿었다.


“상대가 엄청 멋있는 바둑을 뒀어!! 나한테 이미 형세가 완전히 기울었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멀리까지 수읽기를 하더라고!! 정말 멋있었어!”


아빠는 가만히 들었다.


“나도 그래서 최선의 바둑을 둔거야..!! 비록 승리를 위한 정석적인 수는 아니었지만 내 수들엔 다 이유가 -“


하지만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버지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강천주!!!!!!!!!!!!!”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최선? 최선? 최선??????”

“아, 아빠”

“최선의 한수? 하..하하하하하!!”


아빠는 마른 세수를 하며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그딴거 패배한 과정주의자들의 불쌍한 자기위로에 불과한 쓰레기 같은 말이야!!!!!!! 최선? 승부를 가르는 곳에서 최선? 천주야. 그런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쓰레기 같은 수들이라고!!! 알겠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몸이 얼어붙었다.


“최고의 한수만이 가치있는거야. 압도적인 기량으로 찾아내는 완벽한 한수만이!!! 그것만이 바둑에선 가치가 있어”


최정상의 프로기사가 되는 것.


“그것만이 목표야. 그러기 위해서 이젠 인공지능을 닮아야해. 네 감정 따위는 바둑에 담지 마. 상대가 무슨 수를 두건 너는 정수만을 두는거야”


아빠 마음 알지?


“네..”



천주야.


“네. 아빠..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천주야. 천주야.


“이제 잘해볼게요. 다시는 아까 같은 소리 안할게요”


천주야. 천주야. 천주야.


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얀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얀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얀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야천주얀천주야


“천주야”

“잘못했어요. 아버지”


















13살.


연구생에 들어갔다.


들어간 해에 곧바로 전승 입단.



바둑계에선 대서특필을 했다.

계보를 잇는 천재가 나왔다고.


14살.


입단하고 1년.

첫번째 타이틀을 따냈다.


한국 바둑의 미래가 되었다.


18살.


세계의 정상에 올랐다.


중국기사들로 가득찬 세계랭킹. 그 사이에서 1위.

한국 바둑의 자존심이 되었다.




“그래. 천주야. 훌륭하게 잘 해냈구나”

“아닙니다. 아버지. 다 아버지 덕분이에요”


아버지는 흐뭇하게 날 보고 웃으셨다.


“말했잖니. 너는 최고의 프로기사 될거라고. 돌잡이 때부터 바둑돌을 잡은 아이라고”


문득 궁금해졌다.

그날 바둑돌을 잡은건 정말 나였을까.













탁 -


‘승부가 힘들어졌다..’


우변의 가벼운 전투를 진행중이었는데 상대는 손을 돌려 상변을 밀고나왔다.


그리고 그 수가 치명적이었다.


상변을 받아야한다.

받지 않으면 상변의 생존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돌의 연결이 끊기고 상대의 집이 너무 많아진다.


하지만 그 수를 받고 이어질 전투의 수읽기를 해볼때 우변의 전투와 연결된다.

우변 전투의 맛이 순식간에 나빠졌다.


탁 -


탁 -


탁 -


‘찾아야해..찾아야해’


인공지능이라면 어떻게 둘까.

어느 쪽으로 이 상황을 헤쳐나가야 할까.


끊기는 것을 미련 없이 버리고 2선쪽으로 수를 찾아야 하나?

아니면 위태롭지만 완전히 끊기지 않은 채로 싸울 수 있나?


찾아야 한다.



탁 -


탁 -


탁 -


한국팀의 시간은 어느새 끝났다.


이제 20초 초읽기다.


탁 -


십, 구, 팔, 이, 일


..탁 -


탁 -


삼, 이, 일


..탁 -


탁 -


삼, 이, 일


···.탁 -


탁 -


이, 일







찾을 수 없다.

더 이상 뒤집을 수 없다.


탁.


사석을 올렸다.

돌을 던졌다.


시간같은건 계산 하지조차 못했다. 이 국면을 뒤집기 위해 온전히 집중했다.


하지만 결국 최고의 한수를 찾아내지 못했다.

인공지능이라면 찾아낼 수 있었을텐데.


“강천주 선수가 기권했고 따라서 슌커선수의 승리입니다”


심판의 선언.

중국팀의 대기석은 축제분위기였다.





그때 누군가 뒤에서 나의 어깨를 잡았다.


“최고였어”


주장이었다.


“아뇨..저는..”


나는 쓰레기다.

이 중요한 대회. 가장 중요한 국면.

찾아내지 못했다. 최고의 한수를 두지 못했다.


“아니. 최고였어”


하지만 주장은 내 말을 끊고 들어왔다.



“강천주가 최고였어”



고개를 떨궜다.

바둑판엔 굵은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제 남은 한국의 선수는 한명.

반대로 상대인 중국은 다섯명 전원이 남아있다.


게다가 시간은 초읽기 1회뿐.

경기를 보던 한국팬들도, 해설도 사실상 체념하는 분위기였다.


다섯 번의 연속 대국을 초읽기 1회로 이긴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 개새기들이”


진한수의 눈에 다른건 들어오지 않았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오늘 연재분을 마지막으로 연재 중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봐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리고 중간에 중단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자세한건 공지에 올려놓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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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8.26일부터 오후 11시 25분에 연재됩니다. 24.08.25 15 0 -
공지 첫 투베에 올랐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24.08.25 128 0 -
» 강천주 +1 24.09.03 128 1 12쪽
32 인공지능의 수 +2 24.09.02 189 3 13쪽
31 어떤 수를 써더라도 +1 24.09.01 187 4 12쪽
30 물결 24.08.31 216 5 14쪽
29 첫번째 금메달 24.08.30 222 8 14쪽
28 주장 +2 24.08.29 218 7 12쪽
27 결승전 24.08.28 219 6 15쪽
26 더 높이 24.08.27 224 5 13쪽
25 성화 24.08.26 227 6 14쪽
24 전초전 24.08.25 257 6 14쪽
23 준비 +1 24.08.24 256 8 14쪽
22 기자회견 +1 24.08.24 262 8 15쪽
21 선발전 종료 24.08.23 277 5 12쪽
20 최민성 +1 24.08.22 265 4 13쪽
19 승부사 24.08.21 265 5 12쪽
18 바둑의 미래 24.08.20 286 4 12쪽
17 이태석 +1 24.08.19 282 5 13쪽
16 내 이름은? 24.08.18 282 3 12쪽
15 각오 24.08.17 272 3 13쪽
14 폭풍 24.08.16 293 3 13쪽
13 이정호 24.08.15 378 3 12쪽
12 국가대표 선발전 +2 24.08.14 303 5 13쪽
11 돌아왔구나 +4 24.08.13 311 5 12쪽
10 오늘의 바둑 +1 24.08.12 303 5 12쪽
9 제의 +1 24.08.11 311 5 12쪽
8 치팅? +1 24.08.10 311 6 13쪽
7 일치율 24.08.09 31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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