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이기는 역대급 바둑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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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쿠키
작품등록일 :
2024.08.05 11:03
최근연재일 :
2024.09.0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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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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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폭풍

DUMMY



“바둑..계속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이동진은 이태석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걸 차분히 설명해줬다.


“솔직히 한수 앞에선 말이 잘 안나와서..따로 찾아봤어”

“나라도 그랬을거다. 내가 무슨 염치로”


이동진은 단순히 정진호와의 대국만을 가지고 판단하지 않았다.


바둑을 다시 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서울에 연이 닿아있는 기원에 소식을 돌렸다.


그 중 한 기원에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 진씨?”

“아세요???”

“알지~알고말고!”


자신감 넘치는 어르신의 태도에 화색이 돌았다.


“하..근데 이걸 얘기해 줘 말아”

“어르신!!!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원장님한테만 특별히 얘기 해주는 거니까 어디가서 비밀 꼭 지켜야해? 알았지?”

“네!! 물론이죠!!”


기원 어르신께서 해주신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아니 글쎄..키타고를 이겼어. 그 젊은 양반.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


어르신은 굉장히 열변을 토하며 설명하셨다.

그도 그럴게 보통은 못 믿을 말이니까.


키타고를 이긴다고?

백 명의 바둑인에게 물어도

천 명의 바둑인에게 물어도

아무도 믿지 못할거다.


하지만 이동진은 믿었다.

아니, 믿었다기 보단 확인 받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짐작하고 있었던 일을 다른 사람 입으로 들으니 확신을 얻게 됐다.


‘한수는 계속해서 둬왔구나. 베타고 인피니트랑’


베타고 인피니트를 이겼을진 모르지만 인공지능과 호각의 실력을 갖췄다는건 이제 확실했다.


그리고 나서 이태석을 찾았다.




진호의 대국을 보고 태석이 형은 바로 알아봤다. 이게 한수가 둔 바둑이라는걸.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알려줬다.


[한수의 딸이 학원에 오게 되서 어린이 바둑 대회에서 만나게 됐고 다시 바둑을 둔다는 걸 들었어.]


[기원에서 들었는데, 한수가 키타고를 이겼다고 하더라.]


[내년 일반인 입단 대회에 나갈 생각이라고 했어.]



“형 한번 한수 만나야 하지 않을까?”



태석이 형은 모든 이야기를 들었고,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

아마 머리 속이 복잡했겠지.


19년전의 결정은 실수였다.


몇 번이나 후회를 했는지 옆에서 지켜본 난 알고있었다.


괴로움에 술에 빠진 채 몇 년을 보냈고, 혹시나 어디선가 마주치지 않을까,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다.


오랜 시간 고뇌하던 태석이 형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늘이잖아”

“뭐가?”

“국가대표 선발전 회의가 오늘 아냐?”

“어..그래? 나는 모르지”


프로 생활에서 물러난지 오래다.


내가 알리가 없지만 태석이형은 아무래도 바둑계에 아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이런저런 소식을 아직도 듣는 듯 했다.


“가봐야겠다”

“어, 어디를?”

“대한기원”


갑자기 일어난 태석이 형은 급하게 학원을 나갔다.





그리고 수 시간 뒤 전화가 걸려왔다.


“한수,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시켰어”

“응?”


너무도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아, 아니 갑자기?? 그보다 어떻게? 한수 아직 프로기사도 아닌데??”


아마추어 신분으로 선발전에 참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어떤 마법을 부린 건지 이해할 수 가 없었다.


“..그냥 어떻게 잘 됐어”


뭔가 있었구나.

짐작할 순 있었지만 더 이상 묻진 않았다.


“한수가 프로를 하기로 했다면,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서 도와줘야지”


“네가 얘기해줘. 나는 아직 안돼”


마지막 말을 남기고 형은 전화를 끊었다. 전화 너머로도 복잡해 보이는 형의 표정이 보였다.




그리고 한수를 다시 만났다.


저번에 마주쳤을 땐 당황했다.


짐작했지만 설마 하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제대로 마주하고 얘기하지 못했다.


이번엔 달랐다.


각오를 굳히고 찾아갔다.


베타고 인피니트의 존재.

바둑의 신과 같은 절대적 AI.


태석이 형이 얼마나 후회했는지, 너를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그리고 다시 너가 바둑계에 돌아왔다고 알려줬을때 태석이 형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모든 걸 알려줬다.



***




생각보다 덤덤했다.


내용은 정말 충격이었는데, 정말 이상하게도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분노?


분노하는게 당연하다며 어른들의 잘못된 환상과 욕심으로 너의 인생을 비틀어서 미안하다며 연신 사과하는 원장님의 얘기를 가만히 들었다.


어느덧 얘기는 마지막에 가까워졌다.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할 수 있게 됐어”


“괜찮니?”


올림픽.


프로만 나갈 수 있는거라 아쉽지만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좋네요”


세계 초일류 기사들과의 대국.

국가의 명예를 짊어지고 펼치는 승부.


좋은게 당연하지 않은가.


“정말..괜찮니?”

“그럼요!!”


죄인처럼 고개를 못 드시는 원장님이 이젠 내가 더 신경 쓰여 더욱 기운차게 대답했다.


실제로도 정말 좋았고.


“신경써주셔서 감사해요”

“아니..아니다. 우리가 미안하지..”

“아니에요. 이제 그만 하셔도 괜찮아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올림픽. 나갈 수 있게 해주셔서”


원장님은 내 말을 듣고 말없이 있으셨다.

눈물을 참으시는 듯 눈가가 촉촉해 보였다.


“고맙다..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고맙다..”


두 손으로 내 손을 잡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나 역시 감사하다고, 이제 괜찮다고 원장님께 말씀드렸고, 한참이 지나서야 조금 괜찮아 지신 원장님을 보낼 수 있었다.







“불행했었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조금은 멀리 돌아갔다.


“아니야”


행복했었다.


힘든 순간도 있었고, 슬픈 순간도 물론 있었다.


바둑을 일찍 시작했다면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프로기사로서 기전에 뛰어들고, 타이틀을 따내고, 여러 사람들과 바둑을 두며 지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삶이 더 행복했을까 라고 물어본다면 잘 모르겠다.


대학교에도 갈 수 있었고, 첫 친구도, 첫 사랑도 만날 수 있었다.





어느덧 집에 도착했다.


“아빠!!! 얼렁와!!”


그리고 무엇보다 수현이를 만날 수 있었다. 내 삶의 가장 큰 행복.

지금의 삶이 아니었다면 수현이를 만날 수 없었겠지.






위이잉


수현이를 재우고 늦은 밤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전원 버튼을 누르고 가만히 기다렸다.

곧이어 화면이 들어오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베타고 인피니트를 실행했다.


오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베타고와의 대국은 정말 재밌었다.


정말 너무나 대단한 녀석이라 10년을 넘게 둬도 한번도 이기지 못했고, 가끔은 속상하기도 했지만.

진심으로 원망한 적은 없었다.


오래된 고목처럼 언제나 그곳에 있었고, 언제나 내 도전을 받아줬다.


부모님은 아프셨고, 친구는 없던 내게, 베타고는 그 자리를 채워줬다.





열정이 식는 때는 언제인가?


절대로 넘을 수 없을듯한 벽을 마주쳤을때, 절망할때 열정이 식는다고들 한다.

하지만 한가지 더 있다.


이제 오를 곳이 없을때.


더 이상 나를 고무시키고, 자극 시키고 발전시키는 목표가 없을 때도 열정은 사라진다.


베타고 인피니트는 내게 언제나 목표가 되어주었다.


아득하게 높은 곳에서 항상 나를 이끌어줬다.




띠링 -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베타고 인피니트의 창이 켜졌다.



[The result “W+Resign” was addicted to the game information]

[The result “W+Resign” was addicted to the game information]

[The result “W+Resign” was addicted to the game information]

[Congratulation. BetaGo Infinite resigns]

[Congratulation. BetaGo Infinite resigns]

[Congratulation. BetaGo Infinite resigns]

[Victory]

[Victory]

[Victory]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돌아오지 않네”


그 날 이후로 베타고 인피니트와 더 이상 둘 수 없었다.


프로그램을 실행해도 계속해서 똑같은 창 만이 뜰 뿐. 베타고와의 대국은 불가했다.


“고마웠다”


한동안 작별이다.


몇 번이고 들어와 봤지만 상태는 변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들어오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베타고와의 대국은 끝났다.


“네 제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보여줄게”


바둑의 신이라고 칭할 수 있는 AI.


그리고 나만이 베타고 인피니트의 유일한 제자다.


너와 보낸 시간이 불행하지 않았고, 네 덕분에 지금의 행복을 가질 수 있었단 걸, 앞으로의 내 삶을 통해 증명하겠다.


이제 무대는 올림픽이다.


세계에 보여 줄 차례다.

베타고 인피니트의 수를.



“언젠가 다시 볼 수 있기를”



삐빅-


작은 희망과 함께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




대회는 한달 남았다.


참가를 위해 해야할 일이 많았기에 남은 시간은 꽤나 빠듯했다.


“과장님, 저 사표내겠습니다”


우선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냈다.


과장님도 다른 팀원들도 갑작스러운 내 사표에 당황했지만, 내 답변을 듣고 다들 아무 말이 없었다.


“저 올림픽 나갈거라서요”


아직 여름은 오지 않았는데, 더위를 먹었나? 같은 생각을 하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든 곧 중계를 통해 알게 될 테니 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람을 구하고, 대회 직전까지 인수인계를 해주는 조건으로 사표가 수리됐다.


[못믿겠지만 티비에 나오면 응원할게요]

[..파이팅입니다! 진선임님]


다들 좋은 분들이었다.

미친 소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응원은 해주셨다.


[..혹시나 다시 돌아오고 싶으면 말해. 내가 상부에 잘 말해줄게. 진선임처럼 일 잘하는 사람이 요새 어딨다고]


과장님은 유독 걱정되는 듯, 후일까지 걱정해주셨다.

감사 인사를 하고 등을 돌려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주말엔 혜정이를 찾아갔다.


“나 올림픽 나가게 됐다”

“네?”


마치 만화처럼 눈동자가 커졌다.

그리고 3초의 정적이 흘렀다.


“사부. 미쳤어요?”

“안미쳤어”


음 그래그래.

정상적인 반응이다.


혜정이에겐 대략적인 이야기를 해줬다.


베타고와 20년동안 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 만으로는 키타고를 이긴 걸 설명할 수 없다.


키타고는 베타고 리 보다 훨씬 강하니까.


어렸을 적 이태석 사범님한테 베타고 제로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받았고, 그 프로그램과 20년동안 두었다고.


혜정이는 조용히 들어줬다.


“어떻게 20년동안 그렇게 두실 수 있었어요?”

“글쎄..나는 근데 재밌었어. 바둑 둘 수 있다는게”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곧 다시 고개를 들고는,


“사부. 저랑 한판 둬요”


대국을 신청했다.






지난 기간 동안 여러 번 둬봤기에 실력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혜정이의 실력이 나아졌다고 느끼진 못했다.


탁 -


탁 -


포석이 전투적이다.

전투 지향적 스타일. 수읽기와 감각적인 묘수로 승부를 보는 게 혜정의 방식이다.


하지만 단점도 명확했다.


자신의 플랜대로 바둑이 풀리지 않는다면, 계획을 틀지 못한다.


‘두 수 이상 차이나는 상대는 절대 못이기지’


한 수 차이라면 가능성은 있다.

계획을 잘짜오고 상대를 당황케 해서 페이스를 말리게 한다면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절대로 두 수 이상의 상수에게 이길 수 없다.

그 정도의 상수가 상대의 계획에 끌려갈 리가 없으니까.


‘그런데 다르네 오늘은’


이미 플랜은 어그러졌다.


수읽기에서 압도적인 나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기에, 항상 말린 채 바둑을 시작했고 예전 기보에서 나온 실력보다도 훨씬 떨어지는 실력이었다.


오늘 대국은 달랐다.


핵심이었던 중앙 쪽 석 점 요석을 버리는 실수를 했지만, 그 석점을 이용해 주변의 세력을 쌓아 새 플랜을 짠다.


탁 -


탁 -





“..감사합니다”


대국은 마무리됐다.


“성장했네”


혜정이의 표정도 뭔가 홀가분 한듯 밝은 표정이었다.


“네. 정말요”


빛나는 원석을 본다는건 이런 느낌인가?


승부욕이 타오르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갈 어린 기사가 눈을 빛내고 있었다.





“저 이제 복귀하려고요”


여자 1위 차혜정이 바둑계에 복귀를 결정했다.




***




다음 주 월요일 드디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국가대표 선발전의 리스트와 관련 기사가 풀렸다.



[이태석, 전격 프로 복귀]

[다시 돌아온 이태석, 올림픽 나가나?]

[사상 첫 올림픽 바둑. 국가대표의 영예는 누가 거머쥘 것인가]

[강천주 프로 인터뷰. 국가대표로서의 첫 소감]

[국가대표의 중심 강천주. 그는 누구인가?]

[박우진, 최민성 프로.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 밝혀]



예상했던 대로 이태석 프로의 복귀라는 거대한 화두와 현재 탑 프로를 달리고 있는 프로기사들의 기사가 주를 이뤘다.

대중이 알고 있는, 그리고 바둑팬의 관심이 쏠리는 기사 위주였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아마추어가 국가대표 선발전?]



기사엔 벌써 댓글이 달려있었다.

수많은 추천과 함께.



ㄴ ??




폭풍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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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어떤 수를 써더라도 +1 24.09.01 192 4 12쪽
30 물결 24.08.31 222 5 14쪽
29 첫번째 금메달 24.08.30 227 8 14쪽
28 주장 +2 24.08.29 223 7 12쪽
27 결승전 24.08.28 224 6 15쪽
26 더 높이 24.08.27 230 5 13쪽
25 성화 24.08.26 235 6 14쪽
24 전초전 24.08.25 261 6 14쪽
23 준비 +1 24.08.24 260 8 14쪽
22 기자회견 +1 24.08.24 267 8 15쪽
21 선발전 종료 24.08.23 281 5 12쪽
20 최민성 +1 24.08.22 269 4 13쪽
19 승부사 24.08.21 269 5 12쪽
18 바둑의 미래 24.08.20 290 4 12쪽
17 이태석 +1 24.08.19 285 5 13쪽
16 내 이름은? 24.08.18 287 3 12쪽
15 각오 24.08.17 275 3 13쪽
» 폭풍 24.08.16 298 3 13쪽
13 이정호 24.08.15 383 3 12쪽
12 국가대표 선발전 +2 24.08.14 307 5 13쪽
11 돌아왔구나 +4 24.08.13 316 5 12쪽
10 오늘의 바둑 +1 24.08.12 309 5 12쪽
9 제의 +1 24.08.11 317 5 12쪽
8 치팅? +1 24.08.10 315 6 13쪽
7 일치율 24.08.09 32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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