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이기는 역대급 바둑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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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쿠키
작품등록일 :
2024.08.05 11:03
최근연재일 :
2024.09.03 22:4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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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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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승부사

DUMMY


선발전도 어느덧 종반이었다.


“어이고야..”


오늘은 내 대국이 없는 날이다.

그래도 지난 일주일 연속된 대국으로 피로가 조금은 쌓였다.


“아빠 괜찮아?”


가벼운 빈혈에 잠깐 벽을 기대고 서 있었더니 그 모습을 보고 걱정됐는지 수현이가 물어왔다.


“아빠는 괜찮아. 그런데 오늘 진짜 갈거야?”

“웅!! 수현이도 보고싶어”


평일일 땐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놀았고 한번의 주말은 기원에 수현이를 맡겼었다.

그런데 오늘은 꼭 대회장에 가보고 싶다면서 갑자기 고집을 부렸다.


‘오늘은 내 대국도 아니니까..괜찮겠지?’


내 대국이 있었으면 계속해서 수현이를 봐줄 수 없어 단호하게 말렸겠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고민했다.


오늘은 제자의 대국 응원차 가는 것이다.

개방된 선발전으로 인해 쉬는 날에도 대회장에 나와 대국을 보며 공부하는 기사들이 여럿 있었다.


‘일정이 타이트 하다고는 해도 너무 타이트하네’


선발전에 참가한 594명의 프로기사.

프로 전원을 상대로 한 국가대표 선발전이기에 일정이 무서울 정도로 빡빡했다.


6명이 한조로 99개의 조.

리그를 치뤄 6명 중 상위 2명이 진출하는 방식.


그렇게 두 번의 리그를 거쳐서 남은 인원은 66명.

이 인원을 다시 22명 세개 조로 나누고 각 조의 1위와, 3개조 중 승률이 가장 좋은 2명이 마지막 한자리를 두고 다툰다.


‘이 네 명이 국가대표가 된다’


하지만 기간이 촉박한 관계로 대국수를 늘려 일정을 단축시켰다.


첫 두 리그때는 하루 5대국씩.

22명 1조 리그때는 하루 7대국씩 3일에 걸쳐서 치른다.


대신 22명의 조일 땐 하루를 보내고 이틀의 쉬는 시간을 가진다.


쉬는 날을 줄이고 일정을 나누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한계를 시험해보려는 거겠지’


아무리 바쁜 프로기사라도 3~4일에 한번 대국한다. 그만큼 한 대국에 혼을 쏟는게 원래의 기전 방식이다.

하지만 선발전에선 하루에 5~7대국씩 둔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다.


첫 한두판 정도는 준비하고 갈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대국에선 한계에 몰린채 임하게 될 수 밖에 없다.


극한의 상황에서 얼마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가?

흩어져 산산조각난 집중력이라도 붙잡고 늘어져 싸울 수 있는가?


‘이제 얼마 안 남았다’


나는 엊그제 대국을 가졌으니 어제와 오늘은 비번.


마지막 세개의조 중 나는 1조. 혜정이는 3조에 속해있다.

그러니까 오늘은 3조의 경기다.


“그럼 같이 가볼까??”

“웅!!!”


제자를 응원하러 대국장으로 수현이와 출발했다.







기운 가득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참.


“이모 괜찮아요..?”

“수현이 왔구나..”


이제는 친해진 두사람이다.

수현이를 평소 이뻐하는 혜정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사부..물..”

“어어, 여깄다. 천천히 빨리 마셔!!”


천천히 빨리라니, 혜정이의 지친 모습에 당황해서 말도 꼬였다.


“사부..혹시 초콜..릿..?”

“어 그럼~!! 내가 챙겨왔다”


이젠 나도 센스쟁이.

수현이 바둑대회때 꽃 가져오는 센스 보고 배웠다.


“사부..짱..짱짱”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짓지만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웃을 수 없었다.


‘녹초네’


탈진에 가까운 상태였다.


조금 더 일찍 왔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섯 번째 대국 전에 오려고 했었는데 버스가 중간에 막혀서 여섯 번째 대국 직전에나 도착할 수 있었다.


“밥은? 점심 먹었어?”

“안 먹었어요..”

“왜??”

“다 토할거 같아서..”


적당하게 밥을 먹는게 가장 좋지만 속이 불편할바엔 안먹는게 맞다.


“잘했다. 여기 사탕 물어라. 천천히 녹여 먹어”


초콜릿보다 사탕을 물고있는게 당을 올리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를 어디서 들은 기억이 있어 같이 사왔다.


“센스없던 사부 맞나..해가 서쪽에서 뜨겠네요”

“칭찬으로 듣는다~”


이제 조금 기운이 돌아온듯 웃음이 자연스러워졌다.


“사부는 왜 이렇게 멀쩡해요? 체력도 너무 뛰어난거 아니에요?”


혜정이도 이틀 전 1조 대국 때 왔었다.

나도 힘들긴 했다. 대국장의 분위기란게 있으니까. 하지만 다른 프로기사들 상태를 보면 힘들다고 말할 수 없는 정도였다.


“나? 나야 뭐..”


그리고 나는 평생을 베타고와 둬왔던 사람으로서 이 정도는 익숙한 편이었다.


‘오히려 다른게 힘들었지’


지금은 선발전도 상당히 진행되서 기자들의 수가 확 줄었고 오늘은 아무도 없기까지 하지만, 첫 며칠은 기자들에게 잡혀 시달리는라 체력을 다 뺏다.


‘아직은 인터뷰 할때가 아니니까’


이태석 사범님이 신세대를 위해 준비한 무대다. 헛수고가 되지 않게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국가대표가 되는게 우선이다.




“근데 엄청 잘했네?”


대국장 옆 큰 화이트보드에 현재의 3조 순위가 적혀있었다.




- 최민성 11승 1패

- 차혜정 10승 2패

- 김도현 8승 4패

- 이현우 7승 5패

.

.

.

.

.

.

.

- 김시우 1승 11패


이상 3조 22명.



1위랑 1승차이?

생각 이상으로 뛰어난 성적이다.


혜정이보다 위에 있는건 국내 랭킹 3위인 최민성 프로다. 국제기전은 떨어져도 국내에선 확실한 실력자.

김도현 프로는 랭킹으론 혜정이보다 위쪽이고 이현우 프로도 근처 순위권이다.


“대단하네..”

“1위 아니면 의미 없는데요 뭐”

“2위여도 3개조 승률 2등 안에 들면 한번 더 기회 있어”

“아뇨”


칭찬에도 아직 부족하다는듯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이 조 1위로 올라갈거에요”


이길 수 있다.

이기지 못할 상대가 아니다.

혜정이의 표정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다음 대국 누구야?”

“최민성 프로요”

“오”


다음 대국에서 이긴다면 공동1위로 올라설 수 있다.


“반드시 이길거에요. 그래야 해요”


이제 각 조마다 하루, 7번의 대국씩 남은걸 생각하면 마지막 날은 순전히 집중력 싸움.

동률이 나면 승자승 원칙에 따르기 때문에 이 대국을 이기고 남은 일정을 전승한다면 혜정이가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



“이제 곧 시작하겠습니다! 기사분들께선 착석해 주시길 바랍니다!”


쉬는 시간이 종료되고 진행위원은 대국 시간이 임박했음을 알려왔다.


“사부. 가볼게요”


혜정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모 화이팅!! 잘할 수 있어!!”

“고마워 수현이~ 이모가 국가대표 되서 맛있는거 사줄테니까 기다려!”

“웅웅!!”


허리를 숙여 수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다시 일어났다.


다만, 나는 지쳐 쓰러질거 같은 얼굴의 혜정이에게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이 선발전이 시작됐을때 혜정이가 여기까지 올라올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얼굴이 왜 이렇게 어두워요 사부~”


표정에 티가 났나보다.


“..열심히만 하고 와”

“아뇨? 이기고 올거에요”


녹초지만, 눈빛이 살아있다.


살인적인 일정과 연속된 진흙탕의 승부 속에서도 빛나는 승부사의 눈빛이.



“제가 누구에요. 신의 제자에요”



코미디 라더니.



“저 안집니다. 편하게 보고계세요”



싱긋 웃고는 몸을 돌려 자리로 향했다.

우리도 이제 외곽으로 물러나야 한다.


“이모 잘할 수 있겠지?”


수현이도 걱정됐는지 불안한 어조로 물어왔다.


‘알 수 없지만’


선발전이 시작되기 전, 혜정인 한단계 성장했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이미 그 과정을 넘어낸 사람들이 혜정의 위에 있는 기사들이다.


한번 더, 한번 더 넘어서야 겨우 잡을 수 있다.


“이모 응원해줘. 그러면 잘할 수 있을거야”

“..우웅!!”

“아빠도 같이 응원할게”

“이모 빠이팅!!!”


국가대표의 한 자리를 결정지을 대국이.


삐이이이 - !!!


시작됐다.




***



대국 초반은 잔잔했다.


초반은 서로가 정석을 챙겨가며, 깔끔한 교환을 이뤘다.


준비된 포석같은건 없다.

연속된 대국에 생각 없이 두지 않으면 다행인 수준이다.


하지만 긴장감은 날서있었다.


양쪽 다 실리 중심의 바둑.

그래도 따지자면 혜정이보단 최민성 프로가 더 실리파였다.

혜정인 전투로 상대를 잡아먹는걸 좋아한다. 수읽기 싸움에 자신이 있어하는 타입이라 두터움이든 타개든 가리지 않았다. 따라서 두터움을 쌓는 바둑에도 경험이 많다.


흑의 실리와 백의 두터움.


바둑은 어느새 중반에 도달했다.


‘여기서 잘해야 한다’


세 귀의 실리를 흑에게 내준 대신 백은 우변과 하변, 중앙에 두터움을 쌓았다.

하변의 흑돌 석점과 좌변에 들여다본 백의 맛.


‘이걸 어떻게 잡느냐가 관건이다’


혜정이가 잡으러 가고 최민성 프로가 살기를 시도한다.


탁 -


탁 -


!!


첫 번째 승부처다.


여기서 정확한 곳으로 끊으면 백이 확연하게 좋아진다.


대국 시간은 이미 바닥.

서로가 피셔 20초로 시간을 번지 오래됐다.


각자가 1분, 2분 남짓한 시간이다.


‘제발, 제발’


찾아야 한다.

손을 꽉 잡고 기도했다.


혜정이도 중요한 국면인걸 아는지, 부족한 시간에도 짜내서 고민을 했다.


탁 -




하지만 틀렸다.

바둑은 더 길어진다.







탁 -


탁 -


“아빠 괜찮아..?”

“응? 그럼~ 아빠 괜찮아”


수현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봤다.


[나이스..!!]

[아 - 안돼]

[나쁘지 않아]

[오케이, 오케이]

[눈치채지 마라, 눈치 절대 채지마]


기분이 롤러코스터였다.


흑도, 백도, 경기를 끝낼 찬스가 수차례 있었지만, 한번도 서로 찬스를 못 잡고 백중지세가 이어졌다.


“아빠, 얼굴이 너무 빨개”

“더워서 그런가봐. 이제 여름이 오잖니!!”

“여기 에어컨 시원한데..”


날씨 때문은 아니었지만, 여름이 오고있는 것도 거짓말은 아니니까.


아무래도 너무 열을 올렸나보다.

우선 조금 진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게 안됐다.


“으아..!!”


방금 또 한번 정수를 놓쳤다.


“아빠 가만히 좀 있어봐!!”

“응? 아아 미안해. 아빠가 조금 차분해져볼게”


수현이한테 혼날 정도로 야단이었나 보다.


‘이렇게 응원을 해본게 처음이니’


항상 나의 바둑만 둬왔지. 다른 사람의 대국을 응원한건 처음이었다.

응원이 이렇게나 힘든 일인지도 오늘 처음 알았다.



이제 정말 위험하다.

흑이 언제라도 튀어나와 백을 끊으면 형세는 바뀐다.


탁 -


하지만 최민성 프로 역시 놓쳤다.


“후우..”


흑을 죽이지 못하면 백은 진다. 귀의 실리를 많이 내줬으니 반드시 잡아야 해.


‘불리하지만, 아직도 수는 남아있다’


잡는게 쉽냐, 도망가는게 쉽냐 묻는다면 당연하게 후자다.


대마불사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안일한 수를 두지 않는다면 잡는 것보단 타개가 압도적으로 쉽다.


탁 -


탁 -



그러니 혜정이가 어려운 입장이다.


이젠 정말 마지막.


이 수를 놓치면 이후엔 더 이상 수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증명해야 한다.



00 : 31


시간을 마지막까지 쥐어짠다.


00 : 23


최근에 승부감이 더욱 발달한 혜정이다.

찾을 수 있다.


00 : 17


“이모 제발..!!”


수현이도 옆에서 눈을 꼭 감은 채 기도하고 있었다.


00 : 07




그때 분명히 보았다.

번뜩이는 눈빛을.




00 : 03


삼, 사초의 시간 동안 빠르게 수를 재확인한다.

실수하면 패배.


게다가 기계는 이제 계시원이 아니다. 0초가 되는 즉시 타임아웃을 외친다.


깨지기 직전의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하지만,







00 : 01





탁 - !!







살얼음판이 두려워 걸을 줄 모르는 자는 승부사를 할 수 없는 법.


딸칵



00 : 21






“그렇지!!!”






완벽하게 찾아냈다.

빈삼각의 묘수를.


그 짧은 찰나에 수상전을 읽어내고, 확인까지.


‘훌륭했다’







혜정이가 고개를 들고 이쪽을 바라봤다.


싱긋.


[저에요. 차혜정]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최고다]


나 역시 환하게 웃으며 화답했다.




이제 더 이상 승부처는 없다.

그리고 지금의 혜정이라면 마지막 3일차에서 절대 지지 않는다.


“축하해. 승부사”


국가대표의 한 자리가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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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강천주 +1 24.09.03 128 1 12쪽
32 인공지능의 수 +2 24.09.02 189 3 13쪽
31 어떤 수를 써더라도 +1 24.09.01 187 4 12쪽
30 물결 24.08.31 216 5 14쪽
29 첫번째 금메달 24.08.30 223 8 14쪽
28 주장 +2 24.08.29 219 7 12쪽
27 결승전 24.08.28 219 6 15쪽
26 더 높이 24.08.27 224 5 13쪽
25 성화 24.08.26 227 6 14쪽
24 전초전 24.08.25 257 6 14쪽
23 준비 +1 24.08.24 256 8 14쪽
22 기자회견 +1 24.08.24 262 8 15쪽
21 선발전 종료 24.08.23 278 5 12쪽
20 최민성 +1 24.08.22 265 4 13쪽
» 승부사 24.08.21 266 5 12쪽
18 바둑의 미래 24.08.20 286 4 12쪽
17 이태석 +1 24.08.19 282 5 13쪽
16 내 이름은? 24.08.18 282 3 12쪽
15 각오 24.08.17 272 3 13쪽
14 폭풍 24.08.16 293 3 13쪽
13 이정호 24.08.15 378 3 12쪽
12 국가대표 선발전 +2 24.08.14 303 5 13쪽
11 돌아왔구나 +4 24.08.13 311 5 12쪽
10 오늘의 바둑 +1 24.08.12 303 5 12쪽
9 제의 +1 24.08.11 311 5 12쪽
8 치팅? +1 24.08.10 311 6 13쪽
7 일치율 24.08.09 31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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