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이기는 역대급 바둑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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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쿠키
작품등록일 :
2024.08.05 11:03
최근연재일 :
2024.09.0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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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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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정호

DUMMY


“이태석프로?”


순식간에 회의장이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너무나 의외의 인물이 등장했기에.


게다가 이태석 프로와 대한기원은 사이가 좋지 않다.


대한기원은 이태석 프로가 바둑의 상징으로서 오랜 시간 프로 생활을 이어가주길 바랬지만, 이태석은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때문에 바둑계의 몰락이 가속화됐다고 보는 사람들도 꽤나 있었기에, 사이가 좋을 수 없었다.


“여긴 어쩐 일입니까?”


어수선한 분위기를 잡고 한대현 총재가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후..그 죄송하지만 지금 회의가 국가대표 선발에 관한 회의 맞습니까?”


숨을 겨우 고른 이태석이 대답했다.


“예. 맞습니다. 그래서요?”

“죄송하지만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이요?”


부탁이라는 소리에 다시 한번 여기저기서 볼멘 소리가 들려왔다.


- 지가 무슨 염치로..

- 다짜고짜 너무 예의없는거 아닙니까?

- 설마 올림픽 국가대표 자리 하나 차지 하겠다는건 아니겠지.

- 그래도 일단 들어보죠. 그 이태석 아닙니까.

- 아직도 대중에게 바둑은 이태석입니다.


중립적인 입장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바둑의 위기가 이태석 때문에 찾아온 건 아니다. 하지만 대한기원의 일부 사람들은 원망할 대상이 필요했고, 그 대상이 이태석이 됐을 뿐이다.


하지만 한대현 총재만이 차분한 말투로 적절하게 분위기를 중화시켰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바로 내쫓았을 거에요. 이태석프로니까 얘기까진 들어보겠습니다. 부탁이 뭔가요?”


이태석의 명예를 지켜 주는 동시에 [당신은 지금 무례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라고 짚어 주는 발언.

이 발언에 회의장의 위원들이 모두 조용해졌다.




“국가대표 선발대회, 한 명만 더 참가시켜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한명?

회의장엔 의아함이 감돌았다.


위원 중 한 명이 참지 못하고 마이크를 켰다.


“프로기사는 전원 참가입니다. 자신이 희망하지 않거나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 모두가 참가하는데 누구를 참가시키겠다는 겁니까?”


“이태석 프로가 말하지 않아도 프로기사면 다 참가할 수 있으니까 그만 돌아가세요”


다른 위원도 합세해서 대답했다.


모든 프로기사가 참가 가능하다는걸 몰라 이 자리까지 와서 부탁한다고 착각한 위원들은 신경질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상식적으로 프로가 아닌 사람의 참가를 부탁할 거라고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제가 부탁 드리고 싶은건, 아직 프로가 되지 않은 아마추어 기사입니다”


이태석은 폭탄이 될 말을 내뱉었다.











“야 이새기야!!!!”


쾅!!


책상을 내리치는 소리가 울렸다.


“미친거 아냐? 경비 불러서 얼른 쫓아내세요”

“바둑이 우스워? 장난해?”

“넌 선배들이 여기서 소꿉장난 하고 있는 걸로 보여?????”


중립파도 이 발언엔 편을 들어주지 못했다.


“이태석 프로. 아무래도 그건 아닌 듯 하네요”

“그냥 돌아가시는게 낫겠어요”


또 다른 한 위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태석에게 다가갔다.


꽈악!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이태석의 멱살을 잡았다.



“야 이 또라이 새꺄. 당장 안나가??”



그런데 이태석은 반발하지 않았다.


가만히 멱살을 잡혀 고개를 옆으로 떨구고 있었다.


저항하지 않는 이태석의 자세에 오히려 놀란 위원이 멱살을 천천히 풀었다.


“아니 이게 뭔-“


그때,





털썩



아무도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믿지 못했다.




이태석이 무릎을 꿇었다.





***




이태석은 태생이 불같은 성격이었다.


부당하다 생각되는건 참지 않았고 들이받았다.

바둑도 그의 성격과 닮았다.


상대의 집이란 집은 다 부숴놓고, 말도 안된다고 보이는 지역까지 침투했으며 언제나 전투를 걸어왔다.


인터뷰에선 자신감 넘치는 시원시원한 말들로 상대를 박살냈다.


그런 사람이 무릎을 꿇었다.


그를 알고 있다면 누구도 이 장면을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적이 감돌았다.








도대체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


아마 이태석 자신도 알것이다.

사이가 안 좋은 대한기원에서 이 부탁이 받아들여지기 힘들 거라는 것을.


‘그런데 왜 그러는 거냐 태석아’


안타깝지만 이 부탁은 기각이다.

프로가 아닌 선수를 선발 대회에 포함 시켰다가는 어떤 후폭풍이 올지 모른다.


인맥바둑이다. 비리다. 누구 친척이냐 부터 해서 각종 논란이 나올테고, 언론들은 신나게 공격할 것이다.


물론 바둑계처럼 작은 협회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른 걸 떠나 공정하지 않다.


마음을 정리한 한대현 총재가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그 부탁은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 이만 돌아가 주세요”


더 이상의 얘기는 무의미하다.


총재의 결정으로 상황이 종료가 되는 듯 했지만, 갑자기 한 곳에서 마이크가 켜지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만요”




위원회에 속해있던 단 한명만이 다른 의견을 내세웠다.


“이태석 프로가 저렇게까지 부탁하는 사람이라면, 아마추어여도 받아보는게 어떻습니까?”


평범한 위원이었다면 이미 총재가 기각을 결정한 사안에 대해 다시 논하는 것이 불가했을 것이다.


“올림픽이잖습니까. 금메달 따야하는”


하지만 그는 평범한 위원이 아니었다.


중국의 천적이자 이태석 이전 세대에 군림했던 최강자.



이정호였다.




***





치익 -


담배 연기가 피어오른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회의는 끝났다.

진이 다 빠진 이태석을 데리고 기원 뒤쪽 잘 모르는 흡연장으로 이정호가 이태석을 데리고 나왔다.


“됐다. 괜찮냐?”

“..예”

“이 맛도 없는 걸 왜 피는거냐”

“맛있습니다..”

“스승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대단하다”

“이거 안 피면 수 안보여요..”

“푸하하!! 흡연자들은 맨날 그소리야”


오랜만에 듣는 꼴초 바둑인들의 공통적인 주장에 이정호가 크게 웃었다.


“제가 만약에 바둑판 보면서 담배 필 수 있었으면 베타고, 한판은 더 땄습니다”

“하하!! 임마 이거 지랄하는거 보니까 살아났네”


가벼운 핀잔과 농담을 주고받았더니 무거웠던 이태석의 분위기가 조금 풀어졌다.






“처음봤다. 그런 네 모습”


오랜 시간 알고 지냈지만 오늘 본 모습은 굉장히 낯설었다.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물어본 사람도 답을 바라고 한 말이 아니었다.


“잘하냐 걔?”

“엄청납니다”

“기대한다”


어깨를 두드리고는 이정호는 다시 대한기원 건물로 향했다.

비흡연자인 이정호는 단지 대한기원이 불편할 이태석을 배려해서 데리고 나와 준 것이었다.





“하..”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이 파랗다.


“다행이네 일단은”


자존심을 버리고 온 성과가 있었다.



[이정호 프로의 의견이 그렇다고 하니, 이정호, 이태석, 두 프로가 바둑계에 공헌한 바를 존중해 이태석 프로가 추천한 진한수에 한해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를 허락하겠습니다]


바둑계 전반의 신뢰가 두터운 이정호九단의 지지 덕분에 이태석의 부탁이 통과되었다.



대신, 한가지 더 조건은 있었다.



[대한기원이 무리한 부탁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니 조건을 하나 걸겠습니다.]



하하..이제 다신 안하려고 했는데.



[이태석. 프로기사로서 복귀하세요]



이태석의 프로 복귀가 결정됐다.


프로 복귀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불만스럽진 않았다.

자신의 결정을 받아 준 것에 대한 대가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찾으러 가지 않아도 곧 만나겠구나”



미리 받게 된 선발전 대진표

그곳에 적혀있었다.



[이태석 - 진한수]




“밀린 대화는 바둑으로 하자꾸나”




***






올림픽을 앞둔 대한기원으로선 최선의 결정. 이태석이 복귀하는것으로 바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최대한 끌어온다.


한대현 총재의 결정은 현명했다. 그렇기에 대한기원내의 반발도 최소한으로 줄어들 수 있었다.


하지만 후폭풍의 크기를 대한기원은 제대로 짐작하지 못했다.










며칠뒤, 오늘의 바둑 편집실은 새로 보도할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다.


“대한기원으로부터 받은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리스트입니다. 확정이에요”


직원에게 리스트를 건네받은 정현주가 서류를 살폈다.

어느덧 선발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방금 막 왔습니다. 아직은 보도 불가입니다. 다음 주 초에 보도해도 된다고 확인 받았습니다”

“오케이. 수고했어. 너네도 돌아가서 리스트 확인해보고 기사 될 껀덕지 있으면 정리해서 보고해”

“네!!”


리스트를 건네준 직원에게 돌아가라고 손짓을 하고 다시 시선을 돌렸다.


“박우진 프로 여깄고”


박우진 프로가 확정되지 않고 대회 참가자로 진행된다는 정보는 이미 입수했다.


다른 프로 중엔 딱히 눈여겨볼 만한 선수는 없으니 대회 결과가 끝나고 부리나케 움직이면 될 일이다.


리스트를 보던 중 한가지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다.


“이태석 프로. 진짜 복귀하시는 구나”


이건 확실하진 않았는데 소문이 돌았다.

이태석 프로가 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복귀한다는 소문.


‘괜히 반갑네’


매달 초, 같이 우편 뜯던 우정이 쌓인 사이로서 괜스레 코가 시큰해졌다.


그의 현역 시절 큰 팬이기도 했기에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잘했으면 좋겠다’



근데 왜 갑자기 복귀하시는거지?


의문이 들었다.


올림픽 때문이라기엔 이태석 프로의 기량은 이제 정상급 기사랑 싸울 수 없다.


‘저번의 일이랑 연관되어있나?’


우편을 보고 오랫동안 찾던 사람을 찾았다고 했고, 전화를 받고는 다급하게 어디론가 가셨다.

항상 여유로워 보였는데 그렇게 급해 보이는 모습은 처음봤다.


‘별일 아니겠지? 찾던 사람 찾았으면 좋은 일이니까’


잠깐 고민했지만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라 금세 접고 다시 이어서 리스트를 살폈다.





“뭐 별로 볼 거 없네. 그럼 이..거..”


그떄, 이상한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어우씨 요즘 피곤했나’


항상 한가하던 바둑계가 최근 너무 바빴기에 정현주도 상대적으로 일하는 시간이 늘었다.


눈을 비비고 다시 글자를 확인했다.

여기 있으면 안되는 글자인데.



“보자보자”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자 목록]

.

.

.

이정호 九 단

권정수 九 단

박우진 九 단

최민성 九 단

이태석 九 단

.

.

.

차혜정 九 단

.

.

서미래 三 단

.

.

.

.

정진호 初 단

임성민 初 단

.

.

.

진한수 아마추어




이상하네



눈을 비비고 다시봤다.

머리를 때리고 다시봤다.

볼을 꼬집고 다시봤다.


근데 글자가 변하질 않는다.


“아..마..추..어..?”


이번엔 서류가 다른 서류인가 확인했다.

하지만 제목에 분명히 국가대표 선발전 이라고 적혀있었다.


“아마추어가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온다고?”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이걸 보도했다가는 바둑팬들이 어떤 쌍욕을 할지 모른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태석 프로의 복귀가 어느 정도 뉴스를 장식하겠지만, 이건 올림픽이다.

한계가 있다. 분명히 누군가 문제 제기를 할 것이다.


“하..하..거짓말이지?”


국가대표 비리는 절대 있어선 안된다.


양궁 협회 빼고 욕 안 먹는 협회를 본적이 없다.


바둑은 대한기원이 바둑 행정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렇게 일 처리를 했다가는..


국민들이 절대로 이 상황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탈락해서 선발되지는 않겠지만 아마추어 따위가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하는 것 만으로 문제가 될 여지가 다분하다.


“편집장님!!”


문이 확 열리고 당황한 표정의 팀원들이 들어왔다. 노크도 잊어버릴 정도로 패닉상태였다.


그래 너네들도 봤구나.


다른 팀원들도 뒤늦게 확인했는지 따라서 편집장실로 들어왔다.


“편집장님 이거..뭐에요?”

“나도 방금봤다”

“이거 내보내도 되는거에요? 아니 그전에 대한기원에서 잘못보낸게 아닐가요? ”

“내보내야지. 확정이래잖아. 그리고 잘못 표기할 수 도 없어. 단수도 없는 아마추언데?”

“하지만..”


벌써 댓글창이 보인다.

욕으로 도배 된 댓글창이.


“저희 어떡하죠??”


어쩌긴 뭘 어쩌니.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는데, 욕받이 말고는.





“어쩌긴, 좆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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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성화 24.08.26 227 6 14쪽
24 전초전 24.08.25 257 6 14쪽
23 준비 +1 24.08.24 256 8 14쪽
22 기자회견 +1 24.08.24 262 8 15쪽
21 선발전 종료 24.08.23 278 5 12쪽
20 최민성 +1 24.08.22 266 4 13쪽
19 승부사 24.08.21 266 5 12쪽
18 바둑의 미래 24.08.20 286 4 12쪽
17 이태석 +1 24.08.19 282 5 13쪽
16 내 이름은? 24.08.18 283 3 12쪽
15 각오 24.08.17 273 3 13쪽
14 폭풍 24.08.16 294 3 13쪽
» 이정호 24.08.15 379 3 12쪽
12 국가대표 선발전 +2 24.08.14 303 5 13쪽
11 돌아왔구나 +4 24.08.13 311 5 12쪽
10 오늘의 바둑 +1 24.08.12 304 5 12쪽
9 제의 +1 24.08.11 311 5 12쪽
8 치팅? +1 24.08.10 311 6 13쪽
7 일치율 24.08.09 320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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