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이기는 역대급 바둑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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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쿠키
작품등록일 :
2024.08.0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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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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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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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DUMMY



중국 대표팀은 승리한 것과는 별개로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조별리그가 끝난 직후 회의를 소집했다.


“3 대 2 ? 이게 말이 되나?”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이게 말이 돼? 말이 되냐고?”


중국의 목표는 상하이 대첩의 복수.

한국바둑의 위상을 중국바둑의 발밑에 두는게 목적이다. 그런데 이런 아슬아슬한 승리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왕 강. 말해봐 이 결과가 뭐냐”

“죄송합니다”

“말 해보라고!!!”


대답할 수 있을리 없다.

대국 전엔 5 대 0 승리. 강천주를 존중해서 4 대 1 까지는 예상했다. 하지만 3 대 2 는 생각도 못했다.


“중국의 주장이 아마추어 기사 따위한테 져?”

“죄송합니다. 다시 붙으면 절대 지지 않습니다”

“그 말 꼭 지켜야 할거다. 지켜보는 눈이 많아”

“네!!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왕강의 단호한 말투에 감독도 조금은 누그러졌다.


“이번 올림픽은 절대 져선 안된다. 높으신 분들께서 지켜보고 계시는걸 명심해라. 반드시 이겨야 한다”

“네!!!”


중국 국가대표팀 전원이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아. 준비 잘 해라. 해산!”

“감사합니다!!”


각이 서있는 모습에 감독은 일단 대표팀을 해산시켰다.

하지만 왕강은 아니었다.


“전원 내 방으로 모여”


감독이 빠지자 왕강은 대표팀을 따로 소집시켰다.

어떤 이유일지 뻔했기에 팀원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절대 안진다..이제 절대 안져”


감히 나를 태국 주장 따위와 비교를 해?

지금까지 나한테 그딴말을 한 놈은 아무도 없었다.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

중국바둑의 기둥.

그게 나다.


‘반드시 되갚아준다’


그건 기적이었다.

강천주도 아닌 다른 놈에게 내가 질리가 없다.


“기적은 두 번 일어나지 않아”







아침이 되고 중국 대표팀은 짐을 챙겨 대국장으로 향했다.


결승전.

올림픽 바둑 최초의 메달을 가져온다.


시간이 다가왔다.

경기장에 나서기 전 감독님앞에 일렬로 모였다.


“이기고 와라. 지고도 살아서 돌아올 생각하지 말아라”

“네!!”


중국 국가대표팀이 일제히 입장했다.

각자의 자리에 앉아 대국 시작 신호를 기다렸다.




‘포석은 좋았어. 진한수의 강점은 포석. 저번 대국도 중반부에 실수하지 않았으면 내가 이긴 바둑이었다’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나 역시 포석이 약점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오히려 강점이었지.

그리고 정자에서의 대국 이후 포석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포석을 넘기고 시간을 충분히 쓰면서 두면 절대 지지 않는다.


[절정] 은 현존 최강.

키타고로 공부했을 한국 대표팀과는 격이 다르다.


‘절정으로 강천주도 꺾었어. 당연히 내가 이긴다’


올림픽이 있기 1년 전 대국.

절정과 키타고가 형세 판단을 다르게 한 국면이 있었다.


절정으로 공부했기에 내 쪽이 우세란걸 확신할 수 있었고, 반면에 키타고로 공부한 강천주는 형태가 호각이라고 봤었다.

결과적으로 그 대국에서 강천주를 꺾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포석과 전투 진행까지 지난 석달간 완벽하게 준비했어. 초반 우세만 가져가면 끝이야’


생각을 정리하고 고개를 들어 상대를 마주봤다.


“안타깝겠지만 내가 두 번 질 일은 없습니다. 한번이라도 이긴 걸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세요”


최소한의 존중을 담았다.

그래. 어쨌든 한번은 날 이긴 상대다.

오늘 이기고 중국이 우승함으로써 모두 괜찮아진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내 고통스럽던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내게는 한참 떨어지지만 너도 범재들 사이에선 훌륭한 편이라고 끝나고 위로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패자에게 베풀어 주는 것이 승자의 마음가짐이지. 침착하게 마음을 정리한 오늘의 나는 이미 승리를 확정했으니까.


차분히 대답을 기다렸다.

오랫동안 국제기전에서 한국기사와 둬왔고 중국 리그에서 용병으로 뛰는 한국기사들도 많다. 그렇기에 듣는 것도 어느 정도 가능했다.


“재밌네요”


웃기다는 듯이 대답하는 진한수.


지금은 당당하겠지.

하지만 대국이 끝난 뒤엔 다를거다.

그러나 이어진 말에 평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기자회견에 한 말, 답하셨나요?”

“..정신이 나갔군”


그딴 말을 면전에서 다시 꺼내다니.

당시에는 실력도 없는게 멋만 들었다고 생각해, 어이가 없어서 무시했는데.


“분발해주세요. 낮잠 안들게”



그때 심판이 사인을 보냈다.



“결승전 시작하겠습니다”


삐 - !!



일제히 다섯 명이 대국을 시작했다.




***



“다들 마음 편하게 둬라. 져도 괜찮아. 뒷수습은 내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너희는 대국에만 집중해”

“감독님..”

“너무 감동 받지 말고~ 어쨌든 후회 남지 않게 두고 와라”

“네!!”

“저희만 믿으세요!!”

“다녀오겠습니다!!”


감독님의 말씀을 끝으로 대국장으로 향했다.

그때,


“대표팀 파이팅!!!”

“잘할 수 있다!!”

“이따가는 소리 못 질러도 마음속으로 목 터져라 응원하고 있으니까 힘내세요!!”

“기죽지 마세요!! 한번 질 수도 있지!!”


한국 대표팀이 입장하는데 관객석에서 환호 소리가 들렸다.

그 중 가까운 좌석엔 아까 봤던 학생들도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아까보다 한껏 밝아진 얼굴로 대표팀도 손을 흔들었다.


“와아아!!!!”

“최고에요!!!”


환호 소리가 최고조를 찍고 내려왔다.

이제 대국시간이 임박했음을 관객들도 경기장 시계로 확인했다.


“편하게 둬. 다른건 신경쓰지 말고”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저번과는 사뭇 다른 얼굴들 이었다.


“가자”

“네!!”


그 말을 끝으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나 역시 가장 첫 번째 자리, 주장전의 자리로 들어갔다.


‘왕 강’


강천주와 유일하게 겨룰 수 있다는 기사.

저번 대국으로 그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잘 돼야 하는데’


곧 울릴 신호를 기다리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었는데,


“안타깝겠지만 내가 두 번 질 일은 없습니다. 한번이라도 이긴 걸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세요”


?

미친건가


왕 강은 그 말을 내뱉고는 뿌듯해보였다.

마치 자애를 베풀었다는 듯이 입가에 미소를 띄고 있었다.


‘어이가 없네’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저딴 말을 내뱉고 저런 표정이라니.

평소에 어떤 사고방식을 가졌길래 저럴 수 있는지 신기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지’


항상 그랬던 것처럼 되갚아준다.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

조롱성 발언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에 했던 말이지만, 태도를 보아하니 이젠 안되겠다.


“분발해주세요. 낮잠 안들게”


대국이 시작한다.




***



탁 -


오늘의 대국을 위해 여러가지 준비를 해왔다.


우연도 있었고 의도한 것도 있었지만, 어찌 됐든 그것들이 한데 모여 오늘의 계획을 이룬다.



탁 -


상대는 전초전으로 내 기력을 오해했고, 나는 그 오해에 불을 붙였다.


이틀 전 태국 주장과의 일전.

내가 현재의 프로에게 접어주고 어디까지 이길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했다.

태국 주장한테 죄책감이 들었지만, 내겐 한국바둑을 우승시켜야할 책임이 있다. 처음엔 가볍게 다시 시작했지만 이제 내 어깨엔 많은 것들이 달려있다.


나는 더 높은 곳으로 가야만 한다.



탁 -


오늘도 역시 포석을 잘 준비해왔다.

준비한 타이밍처럼 우변으로 침투해온다.


탁 -


보통은 한칸 띄고 협공하거나 아예 손을 돌려 좌하귀 백을 추궁하는게 정수겠지만..


뜻대로 흘러가게 둘 수 없다.

목표한 바가 있으니까.



탁 - !!


우변에 들어온 백의 바로 옆에 돌을 붙였다.


상대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예상에 없었던 수였겠지.






왕강이 오랜 고민 끝에 수를 젖혀서 받았다.


탁 -


바로 뒤쪽으로 끊는다.

복잡한 전투의 시작이다.




현대의 바둑은 상향평준화 됐다.

하지만 예전 기사의 실력이 부족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그 차이는 단지 AI일 뿐이다.


이제 연구회는 의미가 없다.

선배 기사의 수 조언도 나쁘지 않지만, 프로그램을 돌리는게 정확하고 빠르다.


그리고 포석은 AI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공부다.


나올 수 있는 여러 국면을 계속해서 두고 AI의 수를 찾는다. 그렇게 공부를 계속하고 데이터가 쌓이다 보면 포석에서는 AI와도 호각의 형세를 이룰 수 있는 경지까지 도달하게 된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공부를 부쉈다.


탁 -


우변의 전투가 계속해서 번졌다.

흑과 백 모두 생존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탁 -


“으음..”


왕강은 다시 한번 장고. 10분에 20초 룰에서 벌써 시간을 다 써간다. 아직 초반이다.


인간의 기억력엔 한계가 있다.

이런 변화는 AI의 공부로 익힐 수 없다.

이제부턴 순수한 기량이다.


탁 -

탁 -


장고 끝에 나온 수를 노타임으로 응수한다.


“스읍..하”


왕강의 시간만이 흘러간다.


탁 -

탁 -


흑과 백의 전투가 중앙까지 벌어졌다.

양쪽 다 곤마였던 상황이 어느새 흑은 모두 연결되고 백은 여전히 도망치고 있다.


탁 -

탁 -


조별리그에서 둔 태국, 중국과의 일전으로 상대가 선호하는 수. 약점, 기풍, 기량을 모두 파악했다. 어디까지 수를 읽을 수 있는지, 어떤 국면에서 강한지.


반상 건너편 상대의 모든 것을 파악했다.



탁 -

탁 -


계속되는 노타임 응수에 왕 강은 식은땀을 흘렸다.

흑에게 도저히 가망이 보이지 않았다.


‘반 밖에 진행되지 않았는데 10집 이상..’


좌상은 아직 공터다.

화점은 백돌 이지만 아까 진한수가 손을 빼서 삼삼에 이미 들어와있다.

왕강은 손을 뺀걸 후회하게 해주고자 전투에 집중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다.


‘이 복잡한 수읽기를 시간도 쓰지 않고 두면서 실수한번을 안한다고?’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해할 시간도 없었다.


대국 시간은 5분 밑으로 떨어졌다. 간신히 시간을 벌면서 버틴지 벌써 3분이 지났다, 1분 이내로 떨어지면 정말 끝일거 같아 계속해서 20초의 시간만으로 착수했다.



탁 -

탁 -




‘버겁겠지’


AI 가 등장하고 접바둑을 두기 시작하면서 바둑계엔 한가지 새로운 단어가 생겼다.


계산서.


[계산서가 끊겼나?]


AI는 철저하게 승리만을 추구한다.

만약 형세가 우세하게 바뀐다면 더 이상 공격을 나가지 않는다.

지키는 것이 승리를 확정 짓는데 더 높은 확률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AI가 지키는 수를 두기 시작했을 때, 기사들이 말했다.

계산서가 끊겼다고.

패배가 확정됐다고.


나 역시 다시 바둑을 시작했을 땐 정수만을 둬왔다.


[이 수는 수읽기를 해봤을 때 끝이 안좋다]

[끊으면 교환. 상대가 선수를 가져가니까 손해]

[팻감을 계산했을 때 한개 모자르다]

[갈라치는것보다 밀고 나가는게 좋다]


모두 정수였다.


상대가 나와 같이 읽어냈을 때,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는 쪽의 수읽기는 차단했다.

하지만 그건 동수라고 가정했던 경우다.


[이 수는 네 실력에 못 본다]

[여기는 보겠지. 그러면 함정을 파놔야겠다]

[성향과 기량으로 가늠해볼 때 안전하게 두겠네]


이 대국은 다르다.

계산서를 끊지 않는다.

정수만 두지도 않는다.


철저하게 상대의 기량을 계산해서 가장 빠르고 잔인하게 승부를 끝낸다.


이미 끝난 바둑을 다시 끝낸다.

숨만 쉬고 있는 상태인 적의 목을 움켜쥔다.

박살내고 또 박살낸다.



탁 -



마지막 발악이다.



탁 -


블루스팟.

더 이상 어떤 희망도 갖지 못하게 하는 완벽한 정수.




‘끝이다’




상대의 고개가 떨어졌다.



30분이 채 안된 시점이었다.










작가의말

금일 문피아 오류가 있는듯 합니다.

해서 직접 업로드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오늘만 빠르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내일은 제시간에 올라옵니다.


제목을 한번 더 변경하고자 합니다.


[바둑, 신의한수가 되었다]

[AI이기는 역대급 바둑천재]

항상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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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첫번째 금메달 24.08.30 222 8 14쪽
» 주장 +2 24.08.29 219 7 12쪽
27 결승전 24.08.28 219 6 15쪽
26 더 높이 24.08.27 224 5 13쪽
25 성화 24.08.26 227 6 14쪽
24 전초전 24.08.25 257 6 14쪽
23 준비 +1 24.08.24 256 8 14쪽
22 기자회견 +1 24.08.24 262 8 15쪽
21 선발전 종료 24.08.23 278 5 12쪽
20 최민성 +1 24.08.22 265 4 13쪽
19 승부사 24.08.21 265 5 12쪽
18 바둑의 미래 24.08.20 286 4 12쪽
17 이태석 +1 24.08.19 282 5 13쪽
16 내 이름은? 24.08.18 282 3 12쪽
15 각오 24.08.17 272 3 13쪽
14 폭풍 24.08.16 293 3 13쪽
13 이정호 24.08.15 378 3 12쪽
12 국가대표 선발전 +2 24.08.14 303 5 13쪽
11 돌아왔구나 +4 24.08.13 311 5 12쪽
10 오늘의 바둑 +1 24.08.12 303 5 12쪽
9 제의 +1 24.08.11 311 5 12쪽
8 치팅? +1 24.08.10 311 6 13쪽
7 일치율 24.08.09 31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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