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이기는 역대급 바둑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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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쿠키
작품등록일 :
2024.08.0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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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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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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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미래

DUMMY



“첫 복귀전을 이렇게 대패하다니, 기자들이 신나서 기사를 써대겠군”


이태석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사실로서 참담한 패배다.


하지만 의도한 바.

웃으면서 즐거운듯 얘기하셨다.


“최고의 한수만이 가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최정상의 프로기사.

항상 증명해야 하는 자리.


“압도적인 승리, 누구도 생각지 못한 묘수, 준비된 포석, 가벼운 행마, 뛰어난 수읽기”


승리를 위한 요소들.


“바둑은 승리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만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승부사의 길이란 고독한 것이다.

언제나 이기는 승부사 라고 할지라도 앞으로도 언제나 이기는 것은 아니다.


“미안하다”


일평생을 바둑과 살아온 사람이다.


“내 잘못된 선택이었어”


바둑을 너무 사랑했기에 저지른 잘못. 신의 한수를 꿈꾼자의 과오였다.


“아닙니다”

“아니야. 내 잘못이다”


성공은 찬란하기만 하지 않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다음 올림픽에 나오지조차 못할 수 도있고,

천만배우의 다음 영화가 손익분기점조차 못 넘길 수 도 있다.

히트곡 제조기라 불리던 작곡가는 더 이상 소식이 안들리고,

혁신적인 성과를 만들어낸 회사도 항상 혁신적일 수 없으며,

프로기사도 언제나 정상의 자리에 위치할 수 없다.


“실패가 무서웠다. 최고였기에. 신의 한수만이, 실패 없는 완벽한 정수만이 바둑의 추구라고 여겼어”


하지만 이 바둑은.


“그런데 지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 엉망진창이 되고 박살 나고 굴러 떨어지는데도, 즐거운 건 처음이었어”


계속되는 전투와 수싸움.

그리고 이어지는 작고 큰 패배속에서도 사범님은 계속해서 두셨다.

패배가 확정된 다음에도 끊임없이 수를 찾고, 또 찾았다.


이 바둑에서 최고의 이태석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최선의 이태석은 이곳에 있었다.


“다음에 또 둬주겠니”

“물론입니다”


의미 없는 한수는 없다.

나아가는 한수만이 있을 뿐이다.


“고맙구나..”


탄식과도 같은 감사 인사는 어딘지 후련해 보였다.



정상의 길은 정상에 서본자 만이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길은 이제 내가 가야 하는 길이다.


“또 대국 할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이태석 사범님은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시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다음 대국이 쉬는 시간 이후 곧바로 이어질 테지만 이태석 사범님은 출구로 몸을 향하셨다.


하지만 잠시 멈칫하시더니 고개를 돌리셨다.


“바둑은 즐거운거야. 정상에서도. 그렇지?”


이젠 사범님의 죄책감을 덜어들여야지.


“그럼요”


환하게 웃는 얼굴로 답했다.








이태석은 다시 몸을 돌려 천천히 출구로 향했다.


‘잘못된 환상에서 시작된 인연이었지만, 다르구나’


기재도, 마음가짐도 다르다.


‘최고로 아름다운 바둑이었다’


도전자로서의 마음가짐, 하지만 전혀 상대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


이제 내가 할 일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나아갔다. 내 잘못에 대한 속죄이자 선배로서의 의무.


진한수와의 대국, 하나 만을 위해 참석했을뿐이다. 신세대를 위한 자리. 자신의 역할은 따로있다.


출구의 문을 열었을 때, 수많은 기자들이 이미 이태석을 따라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후배의 앞길을 닦아줘야지”


50집이상의 대패.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자, 이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후련한 얼굴의 이태석이 기자들 앞에 당당히 마주했다.


“..이태석 프로님. 프로기전에서 유례없는 50집 이상의 이 대패가 의미하는게 대체 무엇인가요?”


기자들은 이 당혹스러운 결과에 굉장히 난감해 하고 있었다.

대국 결과를 그대로 써야 하는지, 이태석은 왜 불계패를 선언하지 않고 계가까지 뒀는지, 이태석을 압도한 진한수가 정말로 그정도의 강자인지.


혼란스러운 결과에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이태석이란 이름 석자엔 많은 것이 담겨있었기에 더욱.


“보이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 기자들을 달래듯, 이태석은 차분하고 여유있게, 웃는 표정으로 얘기했다.


“진한수 선수의 실력이, 저 이태석은 상대도 되지 않을 만큼 아득히 높은 곳에 있다는것. 그것 뿐입니다”


또 다른 의미. 그건, 신세대를 밀어주기 위해 이태석이 일으킨, 작은 바람이었다.



***



50집 이상의 대패.

아니 50집 이상의 대패 뿐만이 아니라 10집 이상의 대패도 나올 수 없다.


불계패 不計敗


[집 수의 차가 많은 것이 뚜렷하여 계산할 필요도 없이 짐]


승부가 결정됐는데 의미 없이 시간을 끄는 것은 비매너로 간주되었기에 프로기전에선 큰 집 차이의 패배가 나올 수 없었다.


바둑인에겐 당연한 상식이다.

하지만 그건 바둑인에게만 당연한 상식이다.


“50집 차이? 뭐야. 왜 돌을 안거두고 계속 두셨대?”


바둑인에겐 의문만이 따라오는 결과.


그러나 바둑을 잘 모르는 일반인에게 다가오는 내용은 달랐다.


- 아마추어가 프로를 50집 넘게 이겼대.

- 50집이면 엄청 대단한거 아냐?

- 엄청 잘하나봐.

- 나도 어렸을때 진짜 잠깐 뒀는데 100집 넘게 이겨본적 있었다?

- 어 나돈데? 한판 둬볼래?

- 좋아!!


야구를 안보는 사람은 사이클링 히트, 퍼펙트 게임이 무엇인지 모르고, ERA, OPS, WHIP가 어떻다, 얼마나 대단하다, 설명해봐야 알 수 없다.


축구를 안보는 사람은 파이널 서드 패스가 뭔지, 게겐프레싱은 뭐고 인버티드 풀백, 토털풋볼이 뭔지 역시 알 수 없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에게 이 대국이 얼마나 깊고 심오했는지 설명해봐야 힘들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야구를 모르는 사람도 홈런과 삼진은 들어봤고, 축구를 모르는 사람도 패스와 골은 안다.


바둑을 잘 모르는 사람도 바둑이 집을 만드는 경기란건 알고있다.


그렇기에 의미가 있다.


바둑팬들 뿐만이 아닌, 바둑을 잘 모르는 사람조차 흥미를 가지게 만드는 인터뷰.

바둑의 상징이기에 할 수 있었던 행동이다.


[베타고의 이태석, 50집 대패]

[이태석 - “도전자로서 마주할것” 발언]

[국가대표 선발전, 이태석과 진한수]

[AI 를 이긴 최후의 기사. 이태석이 말했다. 진한수는 자신보다 아득히 높은 곳에 있는 기사]

[바둑 썰썰썰. 선발전 첫날의 현장]


대한기원의 대국민 선언.

김정아의 진한수 언급.

차혜정의 스승 발언.


기류가 바뀐다.



[진한수. 이태석에게 바둑의 미래를 넘겨받다]



이제 여론은 우호적으로 돌아섰다.


진한수와 이태석의 기보가 공개되고 바둑인들도 진한수의 실력을 인정했다.


“이거 실력이 괴물인데”

“수읽기가 말도 안돼. 중앙의 삭감을 뛰어나왔을 때부터 절단과 후속 전투까지..사람 맞아?”

“대단하네. 이태석 프로님도 생각보다 훨씬 잘두셨어. 그렇게 오래 쉬셨으면 감각이 많이 떨어지셨을텐데, 오히려 노력함 측면에선 더 늘으신거 같기도 해”

“그런데도 이렇게 완벽하게 진건”


바둑의 상징이었던 이태석.


실로 오랜만의 복귀지만 그래도 여전히 날카로웠다.

휴식기간 동안에도 바둑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공부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날서있는 수였다.


하지만 그런 상대를 마주하고 완벽한 바둑을 선보였다는건.



“그래. 진한수 실력이야”




한계단씩 쌓아 올린 노력으로 인해 뒤바뀐 여론.

그리고 9시 뉴스에서 여론의 마지막 점정을 찍었다.


“네. 다음 전해드릴 소식은 올림픽 바둑 국가대표 선발전에 관한 내용입니다”


화면엔 이태석과 진한수의 대국이 잡혀있었다.


“20년전, 신의 한수로 불렸던 백의 68수를 기억하십니까? 오늘 인류 최고의 기사였던 이태석 프로와 화제의 중심, 진한수 아마가 첫 대국을 펼쳤습니다”


그동안의 크고 작은 논란들이 화제를 몰았다. 평소 바둑계에서 볼 수 없는 양의 기사들이 쏟아졌고 일반인들에게 까지 소식이 닿을 정도로 커졌다.


화제는 이제 9시 뉴스에 등장할 정도로 커졌다.

그러나 9시 뉴스는 그동안의 기사들이 우스울 정도로 차원이 다른 파급력이었다.


“20년전, 인류의 1승으로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이태석 프로. 이제는 새로운 세대에게 그 몫을 건네주었습니다”


“두달 뒤 진행될 올림픽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바둑 대표팀의 선전을 기대합니다”


똑똑똑


“상무님, 접니다”

“들어오세요”



삑 -


리모컨을 눌러 황급히 채널을 돌렸다.


“무슨일이신가요?”

“결재서류입니다”


윤부장님 손에는 서류가 한 뭉텅이 들려있었다.


서류를 받아 들고 가볍게 훑었다.

다음 분기 상영 예정인 영화들의 일정 관련 서류였다.


“바둑이 요즘 핫하죠?”


윤부장님께 보이지 않으려고 했지만 들어오시면서 살짝 보였나보다.


“그런가봐요”


티 내지 않으려 가볍게 대답했다.

윤부장님은 눈치가 빨라 더욱 조심해야했다.


부장님은 입사 때부터 나를 가르쳐 주신 팀장님 이셨기에 상사 부하 관계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사이였다.


로열 패밀리의 사수를 맡는게 여러모로 힘든 일일 터인데도 내색 한번 하지 않은게 참으로 감사했었다.


“9시 뉴스까지 나왔네요. 요즘 바둑리그가 힘들다고 들었는데 올림픽으로 회복되면 좋을텐데요”

“바둑리그가 많이 힘든가요?”

“네. 다성은행에서 철수를 결정했다고 하니, 이대로면 내년엔 폐지될 확률이 높습니다. 다성은행 회장님도 바둑사랑으로 후원을 지속했던 거니까요”


철수는 확정적.

올림픽에서 다시 일으켜야만 하는구나.


“저도 그분은 어렸을 때 몇 번 봰적이 있어요”

“다성은행 회장님을요?”

“네. 엄청난 애기가셨어요. 어려서 잘은 몰랐지만 틈만 나면 바둑 얘기를 꺼내시고 또 어찌나 열변을 토하시던지”

“기원에서 삶을 배웠다.. 예전 자서전에서 바둑에 대해 말씀하신걸 저도 본 기억이 나네요”


바둑에 관한 대화를 회피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흥미로워 대화가 길어졌다.


“부장님은 바둑..잘 아시네요?”


조심스럽게 여쭤봤다.


찾아보지 않으면 모를 정보를 알고 있으신걸 보니, 평소에 챙겨보시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베타고때 관심을 가져서 가끔 찾아보는 정도입니다. 제 대학생 때였거든요”

“그렇게 대단했나요?”

“그럼요. 인류의 위대함을 증명한 1승이었으니까요”


그 시절은 내 시절이 아니었기에 잘은 모르지만, 당시의 사람이 저 정도로 얘기한다면 정말 대단했던 일이었나 보다.


“상무님은 바둑에 관심있으신가요?”

“네??”


쿨럭!


생각지 못하게 들어오는 질문에 숨을 잘못 쉬어 기침이 나왔다.


“아, 아뇨? 관심 없는데요?”

“그러신가요? 제가 잘못 짚었나 봅니다”

“네, 네네. 관심 없습니다”

“상무님께선 예전부터 이것저것 관심이 많으셨지 않습니까. 소박한 것들도 좋아하셨구요. 바둑도 관심 가지신 줄 알았네요”

“아니에요 그런거”


황급히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눈을 마주치고 있으면 다 들킨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네네! 먼저 퇴근하세요! 저도 이제 갈거라서요”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부장님이 문을 닫고 나가신 다음에야 긴장을 풀고 의자에 기대 늘어졌다.


“어후”


갑자기 오셔서 당황스러웠다.

내가 질문하긴 했지만 길게 얘기하게 된 것도 예상에 없었다.


삐빅 -


다시 리모컨을 잡고 티비를 틀었다.


“ - 프로는 진한수 아마를 상대로 도전자로 임하겠다 밝혔는데요 -“


다른 채널에서도 비슷한 뉴스를 방송하고 있었다.

방송 화면에는 이태석 프로의 인터뷰가 나왔고 곧이어, 대국 장면으로 바뀌었다.


“멋있네”


화면은 진한수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고 있었다.


언젠가 한번 얘기해준 적이 있었다. 바둑을 둔다고.


‘이렇게 잘한다는 말은 없었는데’


심술이 나기도 했지만 기분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좋았지.


바둑계의 기대.

진한수 아마추어.


옆에 있으면 기대고 싶어지는, 그런 사람이니까, 지금 같은 기대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지.


“얼굴이라도 봐서 좋다”


첫사랑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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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주장 +2 24.08.29 21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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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승부사 24.08.21 266 5 12쪽
» 바둑의 미래 24.08.20 287 4 12쪽
17 이태석 +1 24.08.19 283 5 13쪽
16 내 이름은? 24.08.18 283 3 12쪽
15 각오 24.08.17 273 3 13쪽
14 폭풍 24.08.16 294 3 13쪽
13 이정호 24.08.15 379 3 12쪽
12 국가대표 선발전 +2 24.08.14 303 5 13쪽
11 돌아왔구나 +4 24.08.13 311 5 12쪽
10 오늘의 바둑 +1 24.08.12 304 5 12쪽
9 제의 +1 24.08.11 311 5 12쪽
8 치팅? +1 24.08.10 311 6 13쪽
7 일치율 24.08.09 320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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