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이기는 역대급 바둑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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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쿠키
작품등록일 :
2024.08.05 11:03
최근연재일 :
2024.09.03 22:40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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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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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돌아왔구나

DUMMY




“진짜 한수냐?”

“원장님??”


20여년 만에 보는 얼굴이었지만 흐릿하게나마 기억이 났다.


“와..”


다시 뵙게 될 줄 몰랐다.

특히 여기서 볼 줄은 더 몰랐다.


원장님도 크게 충격받은듯한 얼굴이었다.


‘20년만에 봬니까’


강산도 두 번 바뀔 시간이 지났다.

나를 기억 해주시는 것 만으로 대단한 일이지.


“진짜 한수구나..진짜 맞았어..”

“잘 지내셨어요? 여기는 어떻게 -“


쿡 -


옆구리에서 작은 통증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손가락으로 허리를 찌르고 있었다.


웃는데 언짢은 표정이 아주 무서웠다.


“여기는 차혜정 프로입니다. 아시나요?”

“아..아아! 잘 보고 있습니다. 얼른 돌아오셔야죠”

“감사합니다. 곧 다시 복귀할 것 같아요”


역시 여자 1위기사 답게 모르는 사람이 없다.


“원장님은 근데 여기 어떻게 오셨어요?”

“응? 무슨소리야. 자네 딸 수현이가 우리 학원 소속으로 나온거잖아”


엥?


“원장님 바뀐 거 아니었나요?”


인테리어도 바뀌고 시간도 20년이나 되서 바뀐 줄 알았다.


“아냐~ 계속 하고있어. 한수 그때 와서 진호랑 한판 둔거지?”

“진호? 그분이 누구죠?”

“수현이 기다리면서 한판 뒀던 애. 학원에서 일 도와주던”


그제서야 그분 얼굴이 기억났다.

사람과 두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떨렸었지.


“기억났어요 그분! 취미인데도 잘 두시는 분!”

“응?”


이해하지 못한듯한 표정이 원장님 얼굴에 잠깐 스쳤다가 돌아왔다.


“아. 맞아맞아. 크흡..그치”


왜그러시지?

웃음을 억지로 참으시는 것처럼 보였다.


“흠흠”


원장님은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그보다,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표정이 한층 진지해졌다.


잠깐 이야기가 샜지만 20년만에 만난 원장님과 해야 할 얘기는 따로 있다.

나도 묻고싶은게 많듯이, 원장님도 그럴것이다.



원장님이 조심스레 입을 뗐다.



“바둑. 계속 하는거니”




***




한달전, 이동진 바둑 학원의 방엔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


‘진호가 졌다?’


아직 미숙하지만, 그래도 뛰어난 녀석이다.

새가슴만 아니라면 나중엔 꼭 상위권에 올라올 거라고 바둑계에서도 평가하는 인재다.


[제가 백입니다]


그러면 대체 흑은 누구란 말인가.


프로기사를 상대로 압도적으로 찍어 누르는 실력을 갖춘 일반인 남성.


“수현이..아버님 이었습니다. 수현이가 아직 친구랑 대국이 끝나지 않아 기다리시기 지루할 듯 하여, 제가 권했습니다”


수현이라면 아마도 이벤트로 친구 따라 잠시 온 아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진..수현”


학원 방문때 받아논 인적 사항 카드에 적혀있는 이름.

부모의 이름도 확인하고 싶었지만 아이가 이름과 학교 외에는 아무것도 적어놓지 않았다.


“진씨 성을 가진 30대 아마추어 고수라”


너무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이제는 먼 기억 속 깊숙한 곳에 자리한 어떤 이름이 떠오른다.


“진한수..”


베타고 인피니트를 받은 열 세살의 아이.

태석이 형의 염원을 맡겼던 아이.


“이미 끝난 줄 알았는데”


인적 사항 카드를 다시 내려놓고, 학원을 정리해서 나왔다.


아직 3월이다.

밤 공기가 차가웠다.


치이익.


거리에 나와 담배를 하나 물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피지 말라고 했지만 그럴 수 가 있어야지.


“후우..”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바둑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인 기재를 가지고 있었던 아이.


만나서 얘기해봐야 한다.

어떻게 지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러기 위해선 수현이를 학원으로 데려오는게 우선이다.


진호에게 문자를 하나 날렸다.



[진호야. 수현이, 학원비 안 받을 거니까 학원 오도록 권유 해보렴]



정말 한수가 맞다면 금방 다시 보게 되겠지.


피해선 안될 일이지만.

원망할까 싶어, 두려웠다.






***








“어린이 바둑 대회 우승자는 진수현 어린이 입니다. 다들 박수로 축하해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축하멘트가 나오고 여기저기서 박수로 축하해줬다.

이어서 폐막식을 진행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어이가 없네요. 한달 다녔다고 하지 않았나요?”

“응. 그렇지?”

“근데 우승해요?”

“그러게. 울 때 달래줄랬는데”


진한수에게도 의외인 상황이었다.

그리고 차혜정은 다른 의미로 심술이 났다.


“그거 꽃다발 줘요”

“으잉? 왜?? 축하의 꽃다발 줘야지!!”


진짜로 가져갈 생각이었던 건 아니었는지 잠깐 당기더니 금세 힘을 풀었다.


‘나도 어린이 대회 우승하는데 6개월 걸렸는데..’


단순 비교는 불가능 하지만, 그래도 여자 랭킹 1등인 차혜정의 어렸을 적 보다도 압도적인 기록에 잠깐 질투를 느꼈다.


작은 실랑이를 벌이던 중 상패를 받은 수현이가 돌아왔다.


“아빠!!”

“우리딸!!! 대단하다!!!”

“나 잘했찌??”

“그럼~ 너무 잘했네! 고생했어!!”


준비해뒀던 꽃다발을 등 뒤에서 꺼냈다.


“자!!”

“우와!!”


수현이는 크게 놀랐는지 눈이 땡그래져서는 꽃다발에 시선이 고정됐다.


“이쁘다..”


색색이 예쁜 꽃다발에 금방 눈이 촉촉해졌다.


‘엄청 좋아하네. 자주 해줄걸’


옆에선 우쭐한 표정으로 차혜정이 흐뭇하게 웃고있었다. 확실히 여자 마음은 여자가 잘 안다.


“근데 언니는 누구에요?”


수현이는 혜정이를 처음본다.

이상한 사람이 아빠 옆에 있으니 신경 쓰였는지 째려보고 있었다.


“아! 전 사부님 제자에요. 프로바둑기사고. 요즘은 기원에서 지내니까 다음에 한번 놀러와요”


자연스러운 혜정이 말에 말은 없었지만 수현이도 조금은 경계가 풀린듯했다.


“그래. 그럼 이제 돌아가볼까?”

“응!!”

“다음주에 보자 혜정아”

“넵! 조심히 들어가세요 사부”


인사를 마치고 대회장을 빠져나왔다.

인파가 많았지만 다행히 돌아오는 길이 막히진 않았다.


오는 길엔 수현이가 열심히 푸는 무용담을 경청했다.


“진짜 첫 대국은 엄청 떨렸다!!? 그래서 막 실수도 엄청 하고..시계도 몇 번 까먹고 안 눌러서 진짜 당황했어!!”

“결승전은 진짜 지는 줄 알았어!! 상대가 엄청 잘뒀어!! 심지어 나보다 어려 보이고 또 일본애서 온 애 같았는데!!”

“아빠 나 다음에 또 대회 나가도 돼?? 괜찮아?”


대회의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금방 또 새로운 얘기를 꺼내기 바빴다.


“그럼~ 즐겁게 해봐!! 우리 딸 멋있다!!”


하고싶어하는건 응원해줘야지.


그동안 수현이가 아빠 생각해서 하고싶은거 참아왔던걸 생각하면 이젠 다 해주고싶다.


집에 오는 길 내내 바둑에 대해 얘기하던 수현이는 도착할 무렵 깊은 잠에 들었다.







곤히 자는 수현이를 침대에 올려놓은 다음, 문을 닫고 나왔다.


치익 - 팟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 한 캔을 꺼내 마셨다.


“크으 -“


시원하다.

오랜만에 마시는 맥주였다.


수현이가 오고 나선 혼자서 술을 마신게 처음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낮에 있던 일 때문인지, 유독 맥주가 땡겼다.


‘이태석 사범님..’


원장님과 아까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 바둑 계속 하는 거니


아까까지 웃으셨던 분이 갑작스레 진지한 말투로 물어오셨을때, 퍽 당황스러웠다.


질문하시는 그 자세가 상급자로 볼 수 없을 만큼 굉장히 조심스러웠고 긴장한듯, 발음조차 안정되지 않고 떨리고 있었다.


- 네. 원장님 학원에서 뒀을 때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내 답은 간결했다.


- 그래..


원장님은 계속 입을 열었다 닫으셨다.

할 말이 있어 보였지만 쉽사리 얘기를 꺼내지 못하셨다.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말을 뱉으셨다.

하지만 그 말이 원래 하려던 말이 아닌 다른 말이었단 걸 알 수 있었다.


- 태석이형을 한번 찾아가보렴


이태석 九단

AI 를 이긴 최초이자 최후의 프로기사.

그리고 내게 베타고 인피니트를 건네주신 분이고 내 동경의 대상이다.


“결국 궁금증을 풀려면 만나러 가야하는건 변하지 않았네”


안그래도 만나고자 했고 지금도 만날 순 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적어도 내년 프로 시험을 합격하고 만나러 가고싶다. 그게 동경의 대상을 만나러가는, 내가 생각한 최소한의 자격이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게 있었다.


“원장님이 하려던 말..그건”


[원망하고 있진 않느냐]


소리 내어 나오지 않았고, 단순히 입 모양으로 읽어낸 것이었지만, 분명 그 말이었다.







***



오늘의 바둑 잡지 편집실은 요새 한창 바쁜 시기였다.

사상 처음으로 바둑이 올림픽 시범 종목으로 선정됐고, 한국이 그 올림픽 주최국이면서, 개막이 어느새 세달 앞으로 다가왔다.


7월 중순이면 올림픽이 개최되기에 전 국민의 관심이 벌써부터 집중되고 있었고 한국 바둑계도 아주 오랜만에 활기를 띄고 있었다.


“5월호에 들어갈 기사들 다 추려 냈나요?”

“네. 6월 초부터 들어갈 선수 선발 대회에 관한 기사랑 유일하게 테스트를 보지 않고 선정될 것으로 유력한 강천주 프로기사 인터뷰도 이번 호에 실었습니다”

“박우진 프로 쪽은 어떤가요?”

“박우진 프로가 요새 부진하고 있기도 하고 선수 쪽도 지금은 곤란하다고 해서 인터뷰는 나중으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의 바둑 편집장 정현주가 한번 더 최종 검토를 하면 회의는 마무리된다.


“5월호는 이렇게 마무리 하기로 하고, 박우진 프로 인터뷰랑 중 - 일 프로기사 분석은 다음 6월호에 배정하는 걸로 합시다. 다들 기사 검수해서 올리세요”


5월호를 확정 짓고 정현주는 회의실을 나왔다.

문을 열고 나오는데 인기척이 느껴졌다.




회의실 바깥에는 항상 이때쯤 오는 단골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치지도 않으시네요”

“하하! 적응하실 때도 지나셨는데 항상 그러시네”


오늘은 3월호 바둑 문제의 투고가 회수되는 날이다. 매월 둘째 주 월요일에 회수된 과월호 잡지를 모아 문제를 확인하곤 한다.


이것도 사실 단 한 문제 때문이다.


바둑 문제는 사라진 지 오래였지만 한 후원자 때문에 이 문제만을 10년동안 잡지에 실었다.



이해할 수 없는 아주 특이한 후원자.

바둑계의 전설이기도 한 프로기사.

눈앞에 있는 남자 이태석이다.



“팀장님. 이번에 온 투고 여기 모아놨습니다”

“아 고마워요”


직원도 익숙한 듯 투고 우편을 모아 정현주에게 전달했다.


“후..같이 해보시죠”

“저야 언제나 감사하죠”


투고 확인도 어엿한 일이기도 하고, 다음 호 회의가 완료된 시점엔 일이 비기도 해서 종종 도와줬다.


‘몇년째 아무 소득 없는 일이었지만’


친분이 있는 프로기사에게도 슬쩍 물어봤었다. 이 문제 풀 수 있냐고.


하지만 그들이 알려 준 답을 이태석 프로에게 물어봐도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프로기사도 모르는 바둑 문제를 누가 투고해서 맞춘단 말인가. 몇 번을 생각해봐도 헛수고인 일이였다.


이태석 프로와 휴게실에 들어가 하나 씩 투고 용지를 열고, 정답이라고 알려 준 위치를 확인해갔다.


“이번에도 꽝인가 보네요”

“..아쉽게도 그런 듯 하군요”


걸린 시간은 10분 남짓, 10년째 같은 문제를 실고 있다 보니 투고도 많지 않았다.


이태석은 씁쓸한 표정이었다.

한두 달도 아닌 수년 동안이나 항상 같은 표정.


‘도대체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 없었다.

표정의 너머에서 엿보이는 그가 자책하고 있었기에.


- 벌컥!


그때 투고 용지를 가져왔던 직원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행입니다. 아직 계셨군요”

“어머. 어쩐 일로 다시 왔어요?”

“그게 하나 누락된게 있었네요. 박스 사이에 껴서 안보였나봐요”


책임감 있게 누락된 하나를 발견하자마자 뛰어온 듯 숨을 가쁘게 쉬었다.


“여깄습니다”

“고마워요~”


마지막 한장을 건네준 직원은 다시 문을 닫고 돌아갔다.


‘어차피 똑같겠지만..’


지금껏 확인해온 우편이 몇천장이었는지 모른다.

이태석 프로도 기대하지 않는 듯 힘없이 마지막 우편을 뜯었다.


천천히 우편에 적힌 답을 확인한 순간.


이태석의 프로의 눈이 달라졌다.


“어..이태석 프로? 왜 그러세요?”


이태석 프로의 전신이 떨리고 있었다. 어딘가 아픈게 아닌지 걱정될 정도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말을 들은 건지 못들은건지, 이태석 프로는 계속해서 마지막 우편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작은 혼잣말을 내뱉었다.





“..돌아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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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어떤 수를 써더라도 +1 24.09.01 18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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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첫번째 금메달 24.08.30 223 8 14쪽
28 주장 +2 24.08.29 21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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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성화 24.08.26 228 6 14쪽
24 전초전 24.08.25 258 6 14쪽
23 준비 +1 24.08.24 257 8 14쪽
22 기자회견 +1 24.08.24 263 8 15쪽
21 선발전 종료 24.08.23 278 5 12쪽
20 최민성 +1 24.08.22 266 4 13쪽
19 승부사 24.08.21 266 5 12쪽
18 바둑의 미래 24.08.20 287 4 12쪽
17 이태석 +1 24.08.19 283 5 13쪽
16 내 이름은? 24.08.18 283 3 12쪽
15 각오 24.08.17 273 3 13쪽
14 폭풍 24.08.16 294 3 13쪽
13 이정호 24.08.15 379 3 12쪽
12 국가대표 선발전 +2 24.08.14 304 5 13쪽
» 돌아왔구나 +4 24.08.13 312 5 12쪽
10 오늘의 바둑 +1 24.08.12 304 5 12쪽
9 제의 +1 24.08.11 312 5 12쪽
8 치팅? +1 24.08.10 311 6 13쪽
7 일치율 24.08.09 320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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