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이기는 역대급 바둑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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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쿠키
작품등록일 :
2024.08.0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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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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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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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의

DUMMY



베타고 리 이후 20년.


현재의 키타고는 최강의 AI 는 아니다.

하지만 키타고보다 뛰어난 AI도 많지 않다.


대충 생각해보면..

절정. 골리앗. 그리고 베타고 제로 정도려나.



베타고 제로의 논문이 발표된 이후, 수많은 바둑 AI 가 새겨났다. 같은 논문에서 파생됐지만, 실력이 모두 같지는 않다.


그래픽 카드의 사양이라던지, 버그 관련된 점이라던지 프로그램의 방향성이라던지 등등.


하지만 중요한건, 그렇다고 해서 인간에게 지느냐고 묻는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거다.


최정상 AI 에겐 세점.

그보다 한 단계 아래는 두점.


이게 현재 일류 프로기사들의 도전이다.



“치팅하는걸까”



석호 선배에게 듣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치팅.

만약 사부에게 키타고보다 강한 AI 가 있다면 가능은 하다. 일치율이 측정 불가로 뜬 게.


한때 토이젬이 휘청거렸던 이유도 치팅이고, 입단 대회나 정식 프로 기전에서 조차 치팅논란이 있어왔다.


가장 먼저 드는 당연한 의심이었지만.


‘아냐..없었어’


치팅일리가 없다.

화장실을 가지도 않고 귀에 뭐가 꽂혀있는것 같지도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원에서 치팅을 왜 한단 말인가.


주말이라 사부가 기원에 왔음에도 저번주처럼 살갑게 대할 수 없었다.


사부한테 뭐라고 말해야할지 도무지 감이 안와 결국,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주변만 맴돌았다.


“오늘 왜 이렇게 정신사나워. 무슨 일 있어?”

“아하하..아뇨 그냥”


도무지 물어볼 엄두가 안난다.


치팅이 아니면 뭐지.

AI를 능가하는건 불가능하다. 절대로.


복잡한 마음에 입만 뻥긋뻥긋 거리다 어느새 시간이 흘렀고 그렇게 소득 없이 아저씨가 돌아갔다.


“내일은 어떻게든 물어보긴 해야하는데..”


띠리링 - !


그때 전화가 울렸다.


정아 선배였다.


“어 선배? 무슨일이에요?”

“혜정스~ 혹시 내일 너네 기원 가도 되나? 오랜만에 기원 도장 깨기 컨텐츠 하려고. 왕십리 독사 아저씨 거기 다니지?”


정아 선배는 바둑 너튜브를 운영중으로 구독자도 30만명이나 되기에 바둑계에선 상당히 유명인사다.


컨텐츠도 정말 다양한데 그중..에..서..


”아!“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


“선배”


망설이는 이 마음을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촬영 좋은데, 내일 제 부탁 하나 들어주세요”

“뭐야? 궁금한데?”

“그게 그..바둑 한판 둬주세요”






다음날이 밝았고 오늘도 역시 기원에 출근했다.

30분 뒤 선배도 약속 시간에 맞춰 기원에 와줬다.


사부가 보통 기원에 나오는 시간은 1시간 뒤. 아직 여유롭다.


“어제 말한거 진심이야?”

“네..!”

“대박이네. 방송 못할 수 도 있다고 했지만 일단은 찍어둔다?”

“네. 너튜브 관련된건 한번 여쭤볼게요”


부탁 내용은 키타고 치팅을 해서 바둑을 둬달라는것.

당연히 대국 상대는 사부다.


말도 못 꺼내고 전정긍긍한 상태로 계속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상태인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믿을 수 없으니까’


키타고보다 잘둔다는걸 믿을 수 없다.

석호 선배는 버그의 가능성은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오류 쪽으로 마음이 쏠렸다.


정말 만약 키타고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프로를 하지 않은게 말이 안된다.


‘압도적인 세계 최정상 기사가 될 수 있는데, 그냥 일반인으로 있는다고?’


납득할 수 없다.


결국 내린 결론이 이거다.

직접 본다. 키타고와 사부를 대국시켜서.


그리고 이내 승부가 정해졌다.


“진짜였구나”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어떤 치팅의 방법도 없는 상태. 원래 예정과는 달리 몰래 대국을 잡았고, AI 랑 두는 것도 비밀로 했다.


기원에 오자마자 시작했고 화장실도 가지 않았으며, 핸드폰은 테이블 옆에 놔뒀고 귀에 아무것도 없는 것도 확인했다. 그리고 바둑판은 기원 바둑판이다.


충격의 침묵이 한동안 감돌았다.




“..말도안돼”

“어떻게 키타고가”



“이게 진짜여? 아니, 보고서도 못믿겠는데”

“알려지면 바둑계가 뒤집히겠는데요?”


아저씨들도, 정아선배도 모두 감탄만 연이어 내뱉었다. 그 속에서 아무것도 모르는건 아저씨 혼자였다.


“다들 왜그러세요..?”


역시나.

바둑 지식이 실력과 달리 굉장히 부족한 점등을 미루어 보았을때 아저씨는 AI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설마했는데‘


바둑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베타고에 대해서는 안다.

내 세대의 일은 아니었지만, 그 당시 세대의 사람들에겐 굉장히 화제였다고 한다. AI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사건이었으니까.


근데 아저씨는 아무것도 모른다.

키타고를 모른다면 베타고도 포함해서 다른 AI도 하나도 모르겠지.


확인해볼 시간이다.


“사부”

“응?”

“이거 바둑 두면서 이상한거 없었어요?”


질문을 들은 사부 표정이 찡그려졌다.

뭔가 짚히는게 있는거다.


“되게 잘하시던데. 이분 혹시 연배가 좀 있으신가? 예전에 입단하신 프로?“

”네? 아뇨..아닌데요“


당황한 정아선배가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어렸을때 일주일 정도 바둑 학원에 다녔거든. 그때 뵀던 아저씨가 정말 잘두셨는데. 이 바둑은..아저씨보다도 잘둔거 같은데. 물론 20년 전이라 비교는 안되겠지만”


기대했던 대답이 아니었다.

이것 만으론 설명할 수 없다.


“그것보다 다들 반응이 왜그래? 이분 혹시 엄청 뛰어난 기사 분이셔?”

“그런건 아닌데..”


주위의 아저씨들이 채근하듯 날 바라봤다.

말해줘야 되는거 아니냐, 하고 눈으로 묻고 있었다.


“사부한테 말 안한게 있어요”

”그게 뭔데?“

”이 바둑 정아선배가 둔 거 아니에요. 키타고가 둔거에요“

”키타고가 뭔데?“


그 말에 기원 아저씨들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


”뭔소리여 그게!! 키타고를 몰라?“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거라고!! 젊은 양반 그렇게 안봤는데 지금 우릴 우롱하는거야?”

“실력이 그렇게 뛰어난데 키타고를 모르는게 말이돼??”


나는 예상했기에 아무렇지 않았지만 아저씨들에겐 아니겠지.

취미로 두는 사람이라도 지금 바둑을 두는 사람이라면 키타고를 모를 수 없으니까.


“왜, 왜그러세요. 그게 뭔데요? 베타고 친구에요?”

”어?“


순간 당황해서 숨을 잘못삼켰다.


”컥! 베, 베타고는 어떻게 아세요?“

“너도 베타고 알아?”


사람 진짜 바보 만드는 재주가 있다.

어이가 없어서 사레가 들렸다.


”콜록! 콜록! 베, 베타고를 어떻게 몰라요? 그보다 아저씨가 어떻게 아는지 빨리 말해봐요!!“


대답은 시큰둥하게 돌아왔다.




“그야..내가 20년동안 베타고랑만 뒀으니까”




괜히 물어봤나?


컴퓨터랑 20년동안 대국했다고?

믿을 수 없는 대답만 늘었다.




***




[키타고는 바둑 AI 이름이에요. 그리고 지금은 아무도 바둑 AI 를 이길 수 없어요. 근데 선배가 오늘 이겼어요]



컴퓨터 프로그램은 인간에게 닿을 수 없다.

바둑의 공활함은 인간만의 영역이다.


바둑은 그런게 아니었나?


“이게 뭔일이야..”


그리고 베타고에 관한 말.



[베타고는 인간을 이긴 최초의 AI 에요]



내가 긴 세월 동안 뒀던 녀석이 사실 프로기사도 이기는 녀석이었다니.



혼란스럽다.



띡띡띡띡 - 띠리링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걸었더니 벌써 집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집안에서 기척이 느껴진다. 수현이가 돌아왔나?


“아빠!!”


문 열리는 소리를 듣고는 방안에서 뛰어나왔다.

품으로 뛰어 들어오는 수현이를 꽉 안아올렸다.


“우리공주님 오늘 잘 놀았어~?”

“웅웅!!”

“뭐하구 놀았어!!”


요즘 너무 열심히 놀고 집 와서는 자꾸 잠들어서 대화를 나눠볼 시간이 없었다.


오늘은 나도 기원에서 일찍 돌아왔으니 수현이 생활이나 들어볼까 해서 물어봤다.


“아빠 나 사실 학원 다닌다?”

“학원? 무슨학원??”


뜻밖의 대답이었다.

학원에 다니려면 수강비를 내야 하니까 모를 수 가 없는데.


“그게..사실 그때 체험 삼아 가봤던 학원다녀”

“바둑학원?”

“웅웅”

“아빠랑 방학 때 가기로 한거 아니었어?”

“그게..학원 아저씨가 찾아와서 공짜로 다니게 해주겠다 그랬어. 그리구 아빠 보고 한번 학원 방문해달라고 전해 달랬는데 그건 내가 거절했어!!! 잘했찌??“

“응?? 그래??”

“웅!! 안 그래도 아빠 바쁜데!!”


사실 요즘은 비교적 여유롭다.

그전이 고달팠지.


‘딸이 최고다..딸래미가 보물이야..‘


아빠를 이렇게 생각해주다니 세상 아무것도 필요없다.수현이만 있으면 된다..크흑


비밀로 학원에 다닌 건 조금 충격이었지만 괜찮다. 이렇게 마음이 이쁜데 뭐가 중요할까.


수현이도 바둑이 꽤나 마음에 들었나보네.


“근데 이번에 대회 나가보고 싶은데..그건 아빠 동의가 필요하대”

“대회?”

“웅웅!! 나 이번에 대회나간다!! 그래서..아빠가 허락해줘야 한대”


어린이도 나갈 수 있는 거였구나.

정식으로 학원을 다닌 적이 없는 나는 몰랐다.

가난했기에 나갈 생각도 하지 못했기도 하고.


‘수현이는 하고 싶은거 하게 해줘야지’


생각은 길지 않았다.


“좋아!! 그런거 금방 써주지~”

“정말??!!”


정말 나가고 싶었는지 대답을 듣고는 바로 종이를 가져왔다.


쓱 - 쓱 -


“여깄습니다~!”

“감사합니다!!!”


수현이는 연신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그렇게 좋을까.


“대회는 언제야?”

“일주일 뒤!! 다음 주 토요일이야!!”


다음 주 토요일. 오케이.


“아빠도 놀러갈게!! 수현이 바둑두는거 아빠도 보고싶네!!”

“좋아!! 나 응원해야해??”

“당연하지!!”


바둑판도 하나 사줘야 하나.

이렇게까지 바둑을 좋아할 줄 몰랐네.


수현이가 바둑을 많이 좋아하는게 보여서 괜스레 뿌듯했다. 우리 딸이 아빠를 많이 닮은 듯해 더 좋았다.



‘바둑..’



수현이의 모습에서 어렸을적 내가 보인다.

바둑이 너무 좋았던 나.


또 그래서 슬펐던 어린 시절의 나.






“그래서 말이야. 이번엔..엄청..큰 돌을 쪼..”


한참을 신나게 떠들다 잠들었다.


시우한텐 이제 절대 안지고, 현우라고 오래배운 애한테 두 점으로 이겼다고 한다.


현우라는 애가 자기를 의식하는거 같아서 수현이도 빨리 실력을 늘려서 호선으로 이길거라며 귀여운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대단하네 우리 공주님”


곤히 잠든 수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번쩍 수현이를 들어 침대로 옮기고 방을 나왔다.


옆방으로 와 컴퓨터를 키고 초록창에 검색어를 입력했다.




“베..타..고..엔터”


주르르 나오는 수많은 기사들.


[AI의 시대, 미래는 어디로 가는가]

[베타고 이후 20년. 바둑계는 울상]

[시대의 서막. 베타고와 이태석의 대국]

[프로기사의 수준 저하. 제2의 이태석과 제2의 이정호는 어디에?]


하나씩 클릭해보고 천천히 기사를 읽었다.


‘20년의 동지였는데, 모르는게 이렇게 많았다니’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 내 곁을 지켜줬던 친구다. 비록 컴퓨터 프로그램일 뿐이지만, 내게는 그렇지 않았다.


딸칵 -


이번엔 블로그 글을 클릭했다.

스크롤을 내리던 중 한 문장이 눈에 띄었다.


[ — 베타고 리, 베타고 마스터, 베타고 제로, 베타 제로로 이어졌다. 마지막 버전인 베타고 제로는, 단 3일만에 바둑의 정점에 오르는 동시에, 오랜 시간 인간 두뇌의 고유한 영역으로 지켜지던 바둑의 영원한 패배를 확정지었다.]


영원한 패배.

그러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의문이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베타고는 분명’


베타고 인피니트.

하지만 이상하게도 여기선 인피니트에 대한 말은 없다.


‘이건 뭐지? 내가 가지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다른 기사, 블로그, 모든 정보들을 뒤져도 베타고 인피니트에 대한 얘기는 한 줄도 없었다.




“허”



결국 이 프로그램에 대해 물어볼 사람은 한 사람 밖에 없다.


- 딸칵


모니터 화면에 한 창이 뜬다.

베타고 리 와 대국하고 있는 이태석 九단의 사진.


“아저씨를 다시 만나러 가야겠네”


내게 이 프로그램을 준 사람.

내게 진정한 바둑을 보여준 사람.

내게 목표를 보여준 사람.


낮에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한번 생각해주세요. 선생님은 프로를 하셔야 되는 분이에요]


더 이상의 고민은 없었다. 이미 충분했기에.

핸드폰을 꺼내고 문자를 전송했다.



[프로기사, 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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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강천주 +1 24.09.03 128 1 12쪽
32 인공지능의 수 +2 24.09.02 189 3 13쪽
31 어떤 수를 써더라도 +1 24.09.01 187 4 12쪽
30 물결 24.08.31 217 5 14쪽
29 첫번째 금메달 24.08.30 223 8 14쪽
28 주장 +2 24.08.29 219 7 12쪽
27 결승전 24.08.28 219 6 15쪽
26 더 높이 24.08.27 225 5 13쪽
25 성화 24.08.26 227 6 14쪽
24 전초전 24.08.25 258 6 14쪽
23 준비 +1 24.08.24 256 8 14쪽
22 기자회견 +1 24.08.24 263 8 15쪽
21 선발전 종료 24.08.23 278 5 12쪽
20 최민성 +1 24.08.22 266 4 13쪽
19 승부사 24.08.21 266 5 12쪽
18 바둑의 미래 24.08.20 287 4 12쪽
17 이태석 +1 24.08.19 283 5 13쪽
16 내 이름은? 24.08.18 283 3 12쪽
15 각오 24.08.17 273 3 13쪽
14 폭풍 24.08.16 294 3 13쪽
13 이정호 24.08.15 379 3 12쪽
12 국가대표 선발전 +2 24.08.14 303 5 13쪽
11 돌아왔구나 +4 24.08.13 311 5 12쪽
10 오늘의 바둑 +1 24.08.12 304 5 12쪽
» 제의 +1 24.08.11 312 5 12쪽
8 치팅? +1 24.08.10 311 6 13쪽
7 일치율 24.08.09 320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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