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이기는 역대급 바둑천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밤하늘쿠키
작품등록일 :
2024.08.05 11:03
최근연재일 :
2024.09.03 22:4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9,344
추천수 :
162
글자수 :
192,792

작성
24.08.23 00:00
조회
277
추천
5
글자
12쪽

선발전 종료

DUMMY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로 1조의 선발전은 마지막이다.



탁 -


탁 -


탁 -


탁 -


승기가 굳어졌다.


이제 돌을 던질 타이밍.



띡 -


상대가 대국 시계를 껐다.

패배를 인정하는 하나의 약속이다.


“졌습니다”

“좋은 대국이었습니다”


내 여섯번째 대국이 끝났다.



20전 20승 0패



한번의 대국만 남았다.

길었던 선발전도 어느새 종착역이다.



2조와 3조는 내일과 모레 각 조의 일정을 치루고 끝난다.


‘우리조 2위가 분명..’


실력자의 허무한 탈락 방지를 위해서 앞서 진행한 리그의 승률 순서대로 조를 배정하다 보니, 박우진이나 최민성 같이 기사에 나오는 정상급 프로는 없었고, 따라서 흥미가 가는 참가자도 없었다.


그렇기에 단지 내 대국에만 집중할 뿐, 같은 조의 다른 대국에 관심을 가지진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1조 2위와 2조 2위 중 한명이 마지막 국가대표가 된다’


최민성이 3조 국가대표 자리에서 떨어지더라도 차분하게 인정하고 2위끼리 붙는 마지막 대국을 치뤘으면 아마도 국가대표가 됐을 것이다.


세계 랭킹이 30위권이라고 할지라도 실제 실력은 20위권 안쪽이라는 평.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분을 참지 못한 탓에 실격됐다.



1조의 순위가 매겨져 있는 보드판으로 걸어가 순위표를 확인했다.



- 진한수 20승 0패

- 정진호 16승 4패


‘정진호’


정진호.

기사에서 본적 없는 이름이다.

그래도 이제는 기사를 꽤 봤다고 생각하는데, 본적이 없는 이름이라면 프로 생활이 길지 않은 신진 기사일 것이다.


‘묘하게 익숙한데’


알고있는것 같은 느낌이다.

뉴스기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이름을 들은 것 같다.


‘누구였지’


자리로 돌아오면서 기억을 더듬었다.

깊이 생각해보려던 때, 내 앞 자리에 어떤 청년이 와서 앉았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기운찬 친구다.

목소리에 생기가 담겨있는 인사였다.

그런데,


어라?


머리를 밀어서 바로 알아보지 못했지만,


“저 기억하시겠어요?”

“어..학원 청년?”


원장님 학원에서 봤던 아이다.

내게 대국을 권했던 청년.


그 아이가 여기 있다는건.


“감사합니다!! 기억해주셨네요”


프로였구나.


“반갑네요!! 여기서 볼 줄은 몰랐어요”

“하하!! 저도 그렇습니다. 선생님 기사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데요”

“아하하..그럴만 하죠. 저도 실감이 잘 안납니다”

“하지만 올바른 자리에 오신거에요. 선생님께서는 이곳에 있으셔야 해요”

“그, 그렇군요”


진지한 얼굴로 정면에서 칭찬을 하니까 멋쩍었다. 이 친구는 이런게 익숙한가?


그때 다음 대국을 위한 착석 신호가 단상에서 울렸다.


“이따가 다시 만나서 얘기해요. 일단 청년분도 대국하러 가야죠”


곧 대국이 시작한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이니, 끝나고 만나서 더 얘기하면 된다.


그런데 젊은 친구는 씨익 웃었다.


“접니다. 선생님. 이번 대국 상대”


그제서야 생각났다.

어디서 들은 이름이었는지.


[그때 진호랑 한판 둔거지?]


정진호.

진호.


이 청년 이였구나.


“이번엔 저번처럼 무력하게 지진 않을 겁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1조 선발전의 마지막 대국이 시작됐다.



***



“진호야. 방학동안 학원에서 일 좀 도와줄 수 있겠니? 대국 없는 날 만이라도”


연구생에 들어가기 전까지 오랫동안 다닌 학원이었다.


“그럼요!!”


내 재능을 알아봐주시고, 나를 프로의 길로 이끌어 주신 분이다. 감사한 마음만 가득한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지.


학원의 일은 재밌었다.


“자!! 애들아 돌 정리 잘해야지”

“이럴 땐, 이렇게 두면 흑이 살아나겠지?”

“우와아아!!! 신기해요!!!”

“선생님 선생님 이거는요??”

“한번 스스로 생각해보자!! 할 수 있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심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지’


조금은 쉬어도 된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오랜시간동안 대한기원 연구생으로 있으면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었다.


[재능이 뛰어나네요. 오랜만에 보는 기재입니다]


빠르면 14살, 늦어도 16살에는 입단할 거라고 여겨지던 나였다.


괜찮다고, 시간 걸려도 된다고 다독여도 조급해 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


18살.

올해 긴 연구생 생활을 끝내고 입단했다.


‘천재라면 14살쯤에는 입단하는게 멋있지만, 괜찮아. 경험이 부족했을 뿐이야’


한번도 내 재능을 의심한 적은 없었다.



나는 단지, 운이 없었을 뿐이다.


입단 대회 때마다 터무니 없는 실수가 계속해서 나왔다.

다 이긴 경기를 지고 나면, 그 다음 경기를 차분하게 하지 못해 연속해서 지곤 했다.


‘그런데 그런건 나중 가면 다 해결돼. 진짜 실력은 내가 더 잘둬’


긴장할때 수가 잘 안보이는건 경험으로 해결될 것이고, 차분하게 두는 법만 익히면 순수한 실력으론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나는 천재니까.

나는 미래의 한국바둑을 짊어질 유망주니까.


끼이익 -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처음 보는 어른께서 들어오셨다.


‘학부모신가 보다’


일어나서 밝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어쩐 일로 오셨어요?”


나를 본 학부모님은 가볍게 목례를 건네고 대답하셨다.


“수현이 아빠 되는 사람입니다”




***




‘이전의 나랑은 달라’


오만했던 나는 이제 없다.

실수가 아니다.


실수여도 실수가 아니다.


상대의 집중력이었고, 노림수였으며, 실력이었다.

더 이상 시야를 흐리지 않는다.


‘이번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겠어’





탁 -


그때의 대국은 충격이었다.


탁 -


선생님이 의도를 담은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탁 -


혼나고 있다.

그렇게 느껴졌다.


탁 -


이게 네 실력이야.

변명 따윈 필요없어.


탁 -


나의 수읽기를 담은 수.

내가 의도한 대국의 흐름.


탁 -


모두 부정당했다.

그런건 하수인 너한텐 무리라고.

그렇게 말하는것 같았다.


탁 -


처음 프로의 바둑을 배웠을 때,

처음 제대로 된 가르침을 받았을 때,

그때 받았던 경외감.


탁 -


어린 나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탁 -


그때의 나는 지는 것이 무서웠던가?


















탁 -


사석을 판에 올렸다.


“졌습니다”




띡 -


대국 시계를 종료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상대의 얼굴을 봤다.


내가 다시 올바른 바둑의 길에 정진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의 얼굴을.


“감사합니다. 선생님”



***




‘놀랐다’



이게 세달만에 향상된 실력이라고?


3개월.


짧은시간이라면 짧고 긴 시간이라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성취를 이루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때의 대국에서 이 아이의 자신감을 볼 수 있었다.

당시엔 나도 긴장한 터라 그런 감정까지 보이진 않았지만, 수를 머릿속에서 복기해볼 때, 알 수 있었다.


자신감에 차있는 수.

자신은 뛰어나다고 말하고 싶어하는 수.


그런 수를 두는 청년이였다.


‘그런데 빼냈어’


수를 채웠던 자신감, 혈기, 패기.

자신이 대국의 지배자가 될 수 있을 거란 오만.


젊은 기사에게서 볼 수 있는 흔한 수들이다. 그렇기에 젊은 기사를 더욱 좋아하는 팬들도 있는 것이고.


그러나 승부의 관점에서 볼 때, 미숙한 행동인 것은 확실하다.


[내 수읽기가 놓친건 없는가?]

[이 수가 최선의 수인가?]

[이성적이었고 냉철했나?]


승부에 익숙해진 기사라면 끊임없는 자가 검증의 과정을 거친다.


이성적 판단 만으로 가져가야 할 자신의 수가 감정적 개입이 들어간건 아닌지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이것이 승부사의 기본이다.


이 기본 속에서 자신의 무기를 갈고 닦고, 체화하고 그 꽃을 피워야만 비로소 출발선에 설 자격이 있다.



괴물들만이 모여있는 정상의 세계.

그곳으로 향하는 출발선에.



바둑기사의 전성기는 30세 전까지로 알려져있다.

빠르면 20대 초반, 늦어도 30세 까지가 전성기의 마지막으로 보는게 일반적인 시선이다.


‘이렇게 빨리..대단하네’


보통은 한참 뒤에 깨닫는 경지를 10대 후반에 도달했다.

이 속도면 이제 곧 출발선을 통과하겠지.


“국가대표의 마지막 자리. 기대할게요”


창창한 젊음이 멋있구나.

부딪혀 부서져도 금세 회복해서 나아갈 수 있는 젊음. 그 열정에 매료된다.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달려요”

“..감사합니다!!! 정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국 바둑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

그 꽃이 벌써부터 피어나려 하고 있었다.




***





선발전의 마지막 날.


띡 -


10 : 00

09 : 59


탁 -


국가대표의 다섯번째 자리.


그 결정국이 시작됐다.



.

.

.

.

.



“오늘로서 끝이네요”

“그러게”


한달전부터 시작된 화제.


이례적인 바둑에 대한 관심.


객관적 열세인 한국바둑을 각성시키기 위한 국가대표 선발전.


“이제 곧 올림픽이구나”


최초의 올림픽 바둑.


“무서운데요?”

“무서울거 없어”


우리에게 뒤는 없고.

패배는 지옥이지만.


“축제잖아? 즐겨야지”


앞만 보고 달려들어야지.

나아가는게 무서워 뒤를 돌아보는 자는 웃을 줄 모르는 법이니까.





탁 -


결정됐네.




“졌습니다”

“좋은 대국이었습니다”


한국 바둑을 대표할 국가대표 5인이 정해졌다.





- 한국바둑 올림픽 국가대표 -


강천주 九단

박우진 九단

차혜정 九단

정진호 初단

진한수 아마








“이상의 5명이, 한국바둑의 국가대표입니다”


기대를 품은 5인의 국가대표가 확정됐다.


“여러분의 관심 덕분에 무사히 선발전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변의 연속.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결과다.


“한국바둑을 이끌어나갈 정예입니다”


“이들이 올림픽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봐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총재의 폐막사와 함께 길었던 선발전이 막을 내렸다.













“사부. 기자회견은 내일 모레라고 하네요”

“그래?”

“네. 그리고 내일은 국가대표끼리 모이는 자리를 가진대요. 친목도 다질 겸 감독님과 코치 관련해서도 얘기하고요”


대회를 위한 준비가 속도를 가한다.

출정식도 코앞이다.


“바로 집 가실거죠?”

“아니.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약속이요?”


혜정이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먼저가. 내일보자”

“어..그래요”


지금 답해줄 수 는 없기에 시선을 외면하고 대회장을 빠져나왔다.


바로 택시를 잡아 약속 장소로 향했다.


“도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멀지 않은 곳이라 금세 도착했다.


‘여긴가’


알려준 건물을 확인하고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똑똑똑


문을 두드리고 잠시 기다렸다.

곧 안에서 기척이 나더니 문이 열렸다.


“어서오세요”


강천주 프로가 기다리고 있었다.




***




“음료는 어떤 걸로 드릴가요?”

“물이면 충분합니다”


냉장고에서 물을 두 개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맞은편의 의자를 꺼내 마주 보고 앉았다.



“소문은 들었습니다. 기사가 많이 나서”


강천주.

이 시대 최강의 기사.


‘혜정이가 벽을 느꼈다고 했지’


이벤트 대국에서 만난게 다지만, 그의 수에 충격을 받아 슬럼프에 걸렸다고 했다.


“호기심이 생겨 다른쪽으로도 알아봤습니다. 그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뚜껑을 따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듣게 됐습니다”


바둑판을 보던 그의 시선이 내게로 옮겨왔다. 속을 알 수 없는 눈빛.


“인공지능을 이겼다는 소문을요”


천공지능.

인공지능에 가장 가까운 기사.


“확인하고 싶습니다”




승부욕인가?

모르겠다.

단순하게 말할 수 없는 무언가 깊은 감정이 그에게서 느껴졌다.


“시작하시죠”


강천주가 숨기고 있는게 무엇인지, 겹겹이 가려진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면.


‘그의 바둑에서 볼 수 있겠지’


바둑으로 대화한다.

이 반상위에선 숨길 수 없으니까.







탁 -


우상귀 화점.


첫수를 놓았다.










작가의말

추천 눌러주시고 읽어주시고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루만 있으면 주말이네요.

좋은일만 가득한 금요일 되시고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AI이기는 역대급 바둑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오늘 마지막 연재입니다. +2 24.09.03 80 0 -
공지 8.26일부터 오후 11시 25분에 연재됩니다. 24.08.25 15 0 -
공지 첫 투베에 올랐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24.08.25 128 0 -
33 강천주 +1 24.09.03 128 1 12쪽
32 인공지능의 수 +2 24.09.02 189 3 13쪽
31 어떤 수를 써더라도 +1 24.09.01 187 4 12쪽
30 물결 24.08.31 216 5 14쪽
29 첫번째 금메달 24.08.30 222 8 14쪽
28 주장 +2 24.08.29 218 7 12쪽
27 결승전 24.08.28 219 6 15쪽
26 더 높이 24.08.27 224 5 13쪽
25 성화 24.08.26 227 6 14쪽
24 전초전 24.08.25 257 6 14쪽
23 준비 +1 24.08.24 256 8 14쪽
22 기자회견 +1 24.08.24 262 8 15쪽
» 선발전 종료 24.08.23 278 5 12쪽
20 최민성 +1 24.08.22 265 4 13쪽
19 승부사 24.08.21 265 5 12쪽
18 바둑의 미래 24.08.20 286 4 12쪽
17 이태석 +1 24.08.19 282 5 13쪽
16 내 이름은? 24.08.18 282 3 12쪽
15 각오 24.08.17 272 3 13쪽
14 폭풍 24.08.16 293 3 13쪽
13 이정호 24.08.15 378 3 12쪽
12 국가대표 선발전 +2 24.08.14 303 5 13쪽
11 돌아왔구나 +4 24.08.13 311 5 12쪽
10 오늘의 바둑 +1 24.08.12 303 5 12쪽
9 제의 +1 24.08.11 311 5 12쪽
8 치팅? +1 24.08.10 311 6 13쪽
7 일치율 24.08.09 319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