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 마카롱으로 시작하는 조선 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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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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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DUMMY

어느 노래 가사에서 말하길.


살아가다 보면 한 번쯤은 기적이 일어난다고 하던가.


[탑 셰프 코리아 우승자는···! 축하드립니다! 고려 호텔 출신의 이인수 셰프님!!!]


그 기적이 지금 일어난 모양이었다.


평소 나를 좋게 봐 주었던 단골손님의 소개를 받아 나가게 된 예능 프로그램.


한국 최고의 셰프를 가린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는 인기 요리 서바이벌 ‘탑 셰프 코리아.’


나는, 이 프로그램의 우승자가 되었다.


* * *


탑 셰프 코리아에서 우승한 이후, 내 인생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리고, 어째서 업계의 선배들이 그토록 방송에 출연하기를 갈구하는지를 절실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저 이인수 셰프님 되시죠? 이번에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하나 기획하고 있는데···’


‘방송 잘 봤습니다 이 셰프님! 그, 다른 건 아니고 셰프님의 이름을 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나 건의드리고 싶어서···’


‘와!!! 셰프님 저 진짜 팬이에요! 사진 한 번만 같이 찍어 주시면 안 돼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을 대기업 사업부에서 나를 찾아와 내게 이름을 빌려달라 사정하는 그 짜릿함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카페에 앉아 있기만 해도 나를 알아보고 내게 다가와 사인과 악수의 요청을 건네 오는 팬들의 우호적인 시선들.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인플루언서의 삶은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내게 안겨 주었다.


한번 단맛을 알게 된 아이가 그 단맛을 끊지 못하듯 나는 인기와 유명세가 주는 단맛에 중독되었고,


단순한 요리사가 아닌, 유명 셰프로서.


인플루언서 셰프로서의 삶을 계속해 이어 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이어 나갔다.


학원까지 다녀가며 어눌한 발음을 교정하고,


대중들에게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교양을 쌓고,


대중들의 시선에 호의적으로 보이기 위해 운동과 시술을 병행하여 외모를 가꿔 나갔다.


어디 그뿐일까.


유명세에 힘입어 차린 내 가게에 유명 PD들과 방송 제작자들을 불러 식사를 대접하고,


그 사람들이 소개해 주는 유력자들과 안면을 트는 등, 개인적인 인맥 관리 역시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


나는 ‘국민 셰프 이인수’라는 나만의 브랜드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새로운 나라를 세웠다고 모든 것이 끝이 아닌 것처럼 ‘국민 셰프’라는 브랜드를 갖게 된 나는 그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국민 셰프라는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 가고 있었다.


[셰프님, 오고 계십니까?!]


“아, 예에! 그런데 이거, 길이 좀 험하네요?!”


[전방이다 보니 좀 그렇습니다! 그러게, 안내할 군인을 보내드린다니까요!]

“어휴, 전방에서 고생하는 군인들을 이런 일로 또 고생시킬 수 있나요.”


[이야, 역시 셰프님이십니다!]


내 이름으로 된 파인 다이닝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방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섭외의 제안을 받고 있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내가 지금 이곳, 강원도 고성의 산길을 지나고 있는 이유는 최전방에서 근무하고 있는 군인들을 위한 요리 봉사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이미지 관리에는 이만한 프로그램이 없겠다 싶어 받아들인 제안이었는데 이 정도로 길이 험할 줄 알았으면 그냥 거절할 걸 그랬다.


[경로를 이탈하고 있습니다! 경로를 이탈하고 있습니다!]


“아잇, 왜 이래?”


안개가 짙게 낀 탓에 안 그래도 운전을 하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비게이션까지 먹통이 되어버렸다.


내가 잘 아는 길이라면 모르겠는데, 처음 와보는 산길을,


그것도 안개가 짙은 산길을 계속해 나가는 것보다는 잠시 안개가 걷힐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움직이는 편이 안전할 것이라 생각한 나는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비상등을 켠 뒤 갓길에 차를 주차했다.


“예, 피디님, 안개가 너무 짙어서요. 조금 늦게 도착할 것 같습니다.”


[어휴, 어쩔 수 없죠. 여기 중대장님 말씀이, 거기가 원래 사고가 잦은 도로라고 하더라고요.]


“아, 그래요?”


[예에, 천천히 와도 좋으니까, 사고 나지 않게 조심해서 와 주십쇼. 촬영 일정 문제는 중대장님이랑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죄송합니다. 이게 빨리 나온다고 나온 건데···”

[어휴, 죄송할 게 뭐 있겠습니까. 아무쪼록 사고 나지 않게···]


“예, 예에. 이해해 주셔 감사합니다 피디님. 예. 예에. 그럼 끊겠습니다!”


전화를 통해 사정을 설명한 나는 운전석에 앉아 안개가 걷히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꼬르륵-


안개가 걷히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자니 갑작스레 허기가 몰려왔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었구나.


“어디, 먹을 게···”


차 안에 간식거리가 없나 찾아봤지만 남아 있는 것은 텅 빈 과자 봉지뿐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휴게소에 들를 걸 그랬나.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아무거나 직접 해 먹는 수밖에.


차량의 뒷좌석에는 촬영에 사용하기 위해 고이 모셔 온 각종 조리 도구들과 여러 요리 재료들이 그득 쌓여 있는 상태였다.


이번 촬영을 끝내고 하루 정도 느긋하게 캠핑이나 하고 가려 준비한 것들이었는데 이걸 이렇게 쓰게 될 줄이야.


어디··· 일단은··· 버너에 불부터 올려야 하려나.


띡띡띡띡··· 탁!


차에서 내린 나는 가스버너를 꺼내어 버너에 불을 올린 뒤, 그 위에 프라이팬을 올려놓았고,

조금씩 팬이 달궈지는 동안 스티로폼 박스 안에 가득한 재료를 바라보며 무엇을 해 먹을지를 고민했다.


‘거창한 밑 준비가 필요한 건 일단 빼놓고, 간단하게,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게···’


그래, 역시 간단한 게 좋겠다.


메뉴를 결정한 나는 각종 재료가 담겨 있는 박스에서 포장된 베이컨 한 팩을 꺼내어 포장을 뜯은 뒤,


달궈진 팬 위에 베이컨 네 장을 차곡차곡 올려놓았다.


치이익- 하는 즐거운 소리와 함께 베이컨이 익어 가는 동안 다음 단계를 준비하기로 하자.


차 안에 놓아둔 일회용 커피 컵.


반쯤 녹아 있는 얼음이 채워져 있는 커피 컵을 꺼내 든 나는 내용물을 모두 비워버린 뒤,


차량 뒷좌석 아랫부분에 곱게 모셔 놓은 30구짜리 계란 팩에서 계란 세 개를 집어 든다.


집어 든 계란 셋은 간단히 깨어 내용물을 일회용 커피 컵에 담아 넣고 뚜껑을 덮어 마치 칵테일을 만들 듯 힘껏 흔들어 계란물을 만들어 주었다.


가게에서 내놓을 물건이었다면 알끈을 제거하고 계란물에 탄산수를 조금 섞어 부드러움을 더해 주거나 이런저런 조미를 가해 양념을 해 주었을 테지만,


지금 만드는 것은 손님에게 내놓기 위한 요리가 아닌 적당히 한 끼를 때우기 위한 간편식.


귀찮은 절차는 과감히 생략하도록 하자.


일회용 컵을 활용해 계란물을 급조한 뒤 프라이팬을 바라봤다.


프라이팬은 베이컨에서 배어나온 베이컨 기름으로 인해 흥건해진 상태.


역시 네 장을 올리는 게 정답이었다.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베이컨을 두 장만 올렸더라면 기름이 애매하게 부족할 뻔했지 뭔가.


어디, 이만하면 기름이 충분히 배어나온 것 같으니···


치이이이익-


커피 컵을 사용해 만든 달걀물을 프라이팬에 들이부으니 달궈 놓은 프라이팬에서 식욕을 돋우는 자극적인 소리와 고소한 향기가 확 솟아오른다.


여기에 통후추를 갈아 조금 가미해 주면 더 좋은 풍미를 즐길 수 있겠지만,


아까도 말했듯 이건 그냥 간편식이다.


굳이 가방에서 향신료 통을 꺼내기도 귀찮으니 후추도 과감히 생략해 주도록 하겠다.


이제 남은 것은 이 계란부침을 익히는 것뿐.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이렇게, 간단히 계란부침을 뒤집어 양면을 적당히 익혀주면···


초간단 댤걀 베이컨 부침 완성!


이것저것 생략한 단계가 많지만 냄새가 썩 나쁘지 않다.


하긴, 누가 만든 요리인데 냄새가 나쁠 리가.


무려 스타 셰프님께서 손수 만든 달걀 베이컨 부침개다.


아무렇게나 구운 것처럼 보이지만 이 달걀 베이컨 부침에는 세 가지 이상의 콤비네이션 테크닉이 들어가 있단 말씀이다.


그럼 어디 한번 맛을 좀···


“허어··· 그것참 맛나겠다.”


“···?”


뭐야, 누구지?


깜짝 놀라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어디 사극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시대착오적인 옷차림을 한 노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잠깐,


노인?


차도 제대로 다니기 힘든 이런 험한 산길에, 사극에나 나올 법한 저런 옷차림을 한 노인이라고?


나는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 노인을 바라봤다.


그러자 노인의 입이 열렸다.


“···아해야, 너 설마. 내가 보이는 게냐?”


당연히 보이고말고.


내 시력은 각각 1.4, 1.5란 말이다.


아무리 안개가 끼어 있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코앞에 서 있는 노인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대답을 좀 해 봐라! 정말 내가 보이는 겐지 묻고 있질 않느냐?!”


아무 말 않고 경계하는 눈초리로 노인을 바라보고만 있자니 노인의 입에서 호통이 터져 나왔다.


노인의 기세에 짓눌린 나는 나도 모르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고,


그런 내 반응을 바라본 노인은 확 밝아진 표정을 지으며 온갖 호들갑을 떨어대기 시작했다.


“세상에, 정말 내가 보이는 게야?! 오오, 세상에나 세상에나, 이게 얼마 만의 사람인지···! 아해야, 이름, 이름이 무어냐?! 네 이름!”


“···거, 어르신이 누구신지부터 말씀을 좀 해 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야 이놈아! 어른이 이름을 물었으면 네- 하고 대답하라고 부모님께서 가르쳐주지 않으시더냐?!”


“아니, 아무리 나이가 많으셔도 남의 부모님을 그렇게 막 언급하시고 그러시면···”


“아 그래서 이름이 뭐냔 말이다! 이름!!!”


“이, 이인수라고 합니다.”


“이인수? 이인수··· 이인수··· 거, 좋은 이름이로구나. 좋은 이름이야. 그런데 그··· 손에 든 그거. 혼자 먹기에는 양이 좀 많아 보이는데··· 혹, 이 늙은이에게 좀 나눠 줄 생각 없느냐?”


내가 들고 있는 프라이팬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것을 보아하니 어지간히도 배가 고픈 듯했다.


“···그냥, 이거 다 드시죠. 저는 새로 하나 해 먹으면 되니까.”


“저, 정말이냐?! 오오 세상에 이게 얼마 만에 받아 보는 공물인지···!”


공···물?

무언가 꺼림칙한 느낌이 드는 단어지만, 뭐 별일이야 있겠나.


“잠깐 기다리십쇼. 젓가락을 가져···”


“아잇! 그딴 건 필요 없으니 얼른 이리 다오!”


그리 소리친 노인은 내 손에 쥐어져 있는 프라이팬을 강탈하듯 낚아채 가더니,


프라이팬에 담겨 있는 달걀 베이컨 부침개를 맨손으로 집어 게걸스레 씹어 삼키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거 안 뜨겁나?


막 구운 거라 제법 뜨거울 텐데···?


“허읍, 으으음··· 으으음···! 히야아···! 정말 고맙구나. 이렇게 맛있는 공물은 정말 오랜만이야!”


살짝 걱정 섞인 눈으로 노인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느샌가 부침개를 모두 먹어 치운 노인이 빈 프라이팬을 내밀며 감사 인사를 건네왔고, 나는 적당히 그 인사를 받아 주었다.


“입맛에 맞으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어디 입맛에 맞다 뿐일까!? 옛날에 받아먹은 대령숙수의 공물보다 네 공물이 몇 배는 맛있더구나! 그래, 이름이 이인수라 하였던가?”


“예? 아, 예··· 그렇습니다만.”


“훌륭한 공물을 받아먹었으니 보답을 해 주고자 하는데, 혹 바라는 것이 있는고?”


“바라는 것이요?”


“그래, 바라는 것이 있으면 말해 보거라, 그것이 무엇이건 내 한 가지는 들어줄 테니.”


바라는 것···


굳이 한 가지만 꼽자면 지금보다 더 유명해지고 싶다··· 정도이려나.


“오오, 그래? 세상에 이름을 날리고 싶다. 즉, 입신양명을 바란단 말이렷다!”


뭐?


아니 잠깐만, 방금 내가 내 생각을 입 밖으로 꺼냈던가?


이 어르신, 대체 내 생각을 어떻게···


“어디, 그래. 이게 좋겠군. 자, 금방 끝나니 가만히 있거라!”


내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차의 뒷좌석에서 가방을,


정확히는 조리 도구들과 향신료들을 담아 놓은 캐리어 가방을 들고나온 노인이 그 캐리어 가방으로 나를 강하게 후려쳤기 때문이었다.


툭-


둔탁한 충격이 내 머리를 강타했고 그렇게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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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오믈렛 +5 24.08.29 1,271 61 12쪽
5 5. 쌍성 +3 24.08.28 1,328 67 12쪽
4 4. 카간의 요리사 +5 24.08.27 1,453 66 14쪽
3 3. 스테이크 +4 24.08.27 1,430 67 12쪽
2 2. 증명 +5 24.08.27 1,605 67 16쪽
» 1. 프롤로그 +11 24.08.27 1,818 7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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