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 마카롱으로 시작하는 조선 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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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뢰야
작품등록일 :
2024.08.0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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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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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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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함박 스테이크(2)

DUMMY

요리의 맛의 절반은 재료의 상태에 의해 결정되고 나머지 절반은 요리사의 실력에 의해 결정된다.


재료가 좋지 않아도 요리사의 실력이 좋으면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와 요리사의 실력, 두 가지 모두가 갖춰져야만 한다는 뜻이다.


“···좋아, 제대로 준비했네.”


“하핫, 누구 명령인데 재료를 소홀히 준비할 수 있겠슴까?!”


제자, 덕보가 준비해 놓은 재료들의 상태는 무척이나 훌륭했다.


고기는 완전히 다져져 하얀 지방과 붉은 살코기들이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계란들 역시 오늘 아침에 낳은 것처럼 신선했다.


재료의 상태를 확인한 나는 본격적인 조리에 들어갔다.


깨끗이 씻은 그릇에 고기와 소금, 그리고 진짜, 진짜 큰맘 먹고 가져온 통후추를 갈아 넣은 뒤, 청주를 살짝 넣어 밑간을 해 준다.


그리고 대략 10분~15분 정도가 지났다고 생각될 즈음 계란을 깨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한 뒤 싱싱해 보이는 노른자를 투하한 뒤 다시 한번 청주를 조금 뿌려 주고,


밀가루를 살짝 넣은 뒤 버무리는 식으로 고기 반죽을 만든다.


여기서 핵심은 밀가루의 비율을 적당히 조절하는 것이다.


밀가루가 과하면 함박스테이크가 아니라 미트볼이 되어버린다.


함박스테이크를 만든답시고 내놓은 결과물이 동그랑땡이 되는 대참사가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밀가루 비율을 제대로 조절해야만 했다.


‘이만하면 됐군.’


고기 반죽을 완성하였으니 이제 남은 것은 반죽을 덜어 함박스테이크를 빚어낼 차례.


반죽을 크게 다섯 덩어리로 나누고 나눈 반죽을 두툼한 패티형으로 빚어낸 나는 제자를 불러 내가 빚은 반죽을 보여 주었다.


“덕보야. 이거 보이지?”


“예, 잘 보임다.”


“이제부터, 나머지 반죽들을 이 견본처럼 만들어 봐라. 할 수 있겠냐?”


“당연히 할 수 있고 말고요! 딱 보여 주신 대로만 하면 되지 않겠슴까!”


“좋아, 손은 씻었고?”


“예! 끓여서 식힌 물에 아주 박박 깨끗하게 씻고 왔슴다!”


“그래, 그럼 잘 부탁한다.”


“맡겨만 주십쇼!”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이건 귀찮은 공정을 제자에게 떠넘긴 것이 아니라 스승으로서 제자에게 실력 향상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아, 원래 이렇게 배우는 거라니까?!


제자를 믿고 시선을 돌린 나는 화구에 올려 두었던 고려식 프라이팬 ‘번철’이 제대로 달궈졌는지를 확인했다.


‘이만하면 충분히 달궈진 것 같군.’


번철이 충분히 달궈졌음을 확인한 나는 식용유가 든 호리병을 들어 번철 위에 식용유를 넉넉히 부어 주었고.


내가 맡긴 반죽 작업을 이어 가고 있는 제자에게로 돌아가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오, 잘하고 있네.”


“하핫, 이런 간단한 것도 따라 하지 못해서야 어찌 스승님께 ‘요리’를 배운다 할 수 있겠슴까!”


역시 내 제자답다.


견본을 한 번 보여 준 것만으로 이 정도의 반죽을 빚어낼 정도라니.


이래서 다들 경력자를 제자로 받는 거였구나 싶다.


아무것도 모르는 생초보자와 다르게 하나를 알려 주면 둘 셋을 알아서 깨우치니 가르치는 입장에서 얼마나 편하겠는가.


“좋아, 계속 그렇게만 하라고.”


제자를 격려해 준 후, 가장 처음 빚었던 견본용 고기 반죽을 가져와 기름을 넉넉히 머금고 있는 번철 위에 반죽을 올려놓았다.


치이익-


고기 반죽이 머금고 있는 소기름과 달궈 놓은 식용유가 만나 만들어 내는 그윽한 하모니.


절로 입에 침을 고이게 만드는 먹음직한 소리와 향기가 주방을 맴돌기 시작한다.


그 향기를 맡으며 두툼한 패티 모양으로 빚어진 고기 반죽을 바싹 익혀 주었다.


그렇게 고기 반죽에서 흘러나온 육즙으로 인해 번철이 흥건해질 즈음,


이제는 반죽이 아닌, 바싹 익힌 패티 상태가 된 고깃덩이를 번철에서 꺼낸 나는 육즙과 기름을 가득 머금은 번철 위로 미리 준비해 놓은 간장과 꿀, 청주를 부어 뒤섞어 함박 스테이크에 발라줄 소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화구에서 달궈지고 있는 번철을 화구에 넣고 빼는 것을 반복하는 식으로 온도를 조절해 가며, 모든 것이 뒤섞인 간장을 천천히 졸여 주었다.


간장이 적당히 졸여진 것을 확인한 나는 간장을 다른 그릇에 옮겨 담았고, 텅 비어 있는 번철에 다시금 기름을 넉넉하게 먹여 준 뒤 고기 반죽을 빚고 있을 제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반죽은?! 완성된 반죽 있으면 하나 가져와!”


“예! 스승님!”


제자가 가져온 고기 반죽들을 받아 든 나는 방금 전 만들었던 졸인 간장을 반죽 겉 부분에 넉넉히 묻혀 주고는, 그 반죽을 달궈진 번철 위로 차례차례 올려놓았다.


치이이익-


방금 전 들려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기 익어 가는 소리와 간장이 타오르며 발생하는 그윽한 향기가 코를 간질여 왔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했다.


이전까지의 모든 과정이 요리의 맛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면,


지금부터의 과정은 요리사의 실력을 선보이는 과정이다.


내가 지니고 있는 테크닉과 기법들을 총동원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최상의 함박스테이크를 완성해야만 했다.


21세기와 달리 온도계니 타이머니 하는 보조 도구가 하나도 없는 상태였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보조 도구 없이 요리를 완성하는 것 정도는 이미 수없이 해 왔던 일이니까.


내게 있어 최고의 보조 도구는 내가 지니고 있는 본능적인 감각.


나는 본능이 이끄는 대로 함박스테이크를 굽고, 또 구워 나갔다.


이자춘의 밥상에 올릴 최적의 함박스테이크가 완성될 때까지.


* * *


이른 저녁.


이씨 가문의 가주 이자춘은 자신이 식객으로 들인 ‘요리사’, 이인수가 준비한 밥상을 썩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재밌는 밥상이로군.”


새하얀 쌀밥 한 그릇, 겉 부분에 윤기가 자르르르 흐르는 큼지막한 고깃덩이 셋과 고깃덩이 위에 소복이 얹혀져 있는 건수란(乾水卵, 계란프라이의 옛말) 한 알.


그리고 언제나 먹던 배추와 무 짠지 조금.


자신을 위해 준비된 정갈하면서도 이질적인 밥상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이자춘은 젓가락을 들어 식사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손이 간 것은 당연히 ‘함박’이라는 이름을 지닌 고깃덩이.


‘젓가락으로 잘라 먹으라고 하였었지···?’


이자춘은 자신에게 밥상을 올린 하인이 전달해 준 ‘함박을 먹는 방식’에 따라 젓가락을 움직였다.


가져다 댄 젓가락에 힘을 주자 고깃덩이가 부드럽게 갈라지며 식욕을 자극하는 먹음직스러운 빛깔의 속살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윤기가 자르르르 흐르는 요염한 갈색 빛.


당장이라도 자신을 베어 물어 보라 도발하는 것 같은 매혹적인 자태를 마주한 이자춘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말았다.


‘어디···’


잘려 나간 고깃덩이의 단면을 홀린 듯 바라보던 이자춘은 그 맛을 확인하기 위해 젓가락을 움직였다.


‘입안에 넣자마자··· 고기가 풀어져서 춤을 추는 것이, 고기가 마치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것 같구나···! 그리고 씹으면 씹을수록 느껴지는 이 오묘한 풍미, 이 풍미는 대체 무어란 말인가! 짭쪼름하고 달콤하며, 고소하면서도 묵직하다. 이것이 정녕 고기가 맞긴 한 것인가?!’


한입 베어 무는 것과 동시에 스르르 무너져 입안에서 녹아내리듯 흩어지는 부드러운 식감과, 고깃덩이가 무너지는 것과 동시에 터져 나오는 그윽한 육향의 풍미.


그리고 이어지는 달콤하고 짭짜름하며, 고소하고 묵직한 맛의 행진.


‘좋군,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분명 뛰어난 맛이었지만 무언가 허전함이 있었다.


이 허전함은 요리가 부족하기에 오는 허전함이 아니었다.


이자춘이 지닌 핏줄에 새겨진 ‘한반도인’으로서의 본능.


그 본능에서 비롯되는 원초적인 허전함이었다.


‘···!’


허전함을 채울 무언가를 찾던 이자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밥그릇에 소복이 쌓여 있는 하얀 쌀밥이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쌀밥이지만 오늘따라 윤기가 더 흐르는 것 같은 새하얀 쌀밥.


이자춘은 본능적으로 숟가락을 들어 쌀밥을 입안으로 퍼 날랐고 쌀밥이 입안으로 들어와 함박스테이크의 맛과 어우러지는 그 순간.


허전함은 사라지고 지극한 행복이 이자춘의 입안을 가득 메웠다.


함박스테이크와 쌀밥.

입안에 남아 있던 육즙의 그윽한 풍미와 쌀밥 특유의 달콤함이 만나 자아내는 단순하지만 폭력적인, 원초적인 맛의 폭력이 이자춘을 덮쳤고.


자제심을 잃은 이자춘의 젓가락질은 점점 빨라져 갈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순식간에 밥상을 깨끗이 비운 이자춘의 얼굴에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 * *


요리를 끝마치고 제자 녀석과 함께 주방의 뒷정리를 이어 나가던 중 이씨 집안의 하인이 찾아왔다.


“어르신께서 손님을 찾으십니다.”


“···벌써? 아니, 밥상을 올린 지 얼마나 됐다고.”


“그게··· 그 ‘함박’이라는 음식이 입맛에 무척 맞으셨던 모양인지 순식간에 밥상을 비우셨습니다.”


함박스테이크가 이자춘의 입맛에 제법 잘 맞았던 모양이다.


“덕보야, 미안한데 남은 정리는 혼자 해야겠다.”


“아니, 뭐가 미안하단 말씀이심까. 주방 정리보단 당연히 어르신의 부름이 먼저 아니겠슴까!”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야 나야 고맙지.


나는 뒷정리는 자신에게 맡겨 놓으라며 소리치는 제자를 뒤로한 채, 나를 데리러 온 하인을 따라 이자춘의 방으로 향했다.


“아, 오셨군. 너는 나가 보거라. 내 귀인과 긴히 나눌 말이 있으니.”


“예, 어르신.”


나를 이자춘의 방까지 안내해 준 하인은 이자춘의 명에 따라 곧장 방에서 물러났다.


“앉으시오. 이리 독대하는 건 두 번째로군.”


나는 이자춘의 권유에 따라 이자춘과 마주 앉았다.


나와 마주 앉은 이자춘은 무척이나 맛있는 요리였다며 오늘 내가 준비해 준 식사에 대한 극찬을 늘어놓았다.


“내 이리 맛있는 밥상을 받아 본 것이 대체 얼마 만인지 모르겠소. 심양의 왕가에서 대접받았던 밥상도 이보단 못할 거요.”


“입맛에 무척 맞으셨던 모양이로군요.”


“어디 맞았다 뿐이겠소?! 매일 이것만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지 뭐요!”


진심으로 내 요리가 마음에 든 것인지 나를 향하는 이자춘의 목소리에는 호의가 가득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대화는 제법 길게 이어졌고 어느 정도 대화가 무르익어갈 즈음.

이자춘의 입에서 나를 부른 진짜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사실, 오늘 귀하를 독대하고자 한 것은 따로 전할 말이 때문이오. 성계 녀석에게 이미 들어 알고 있겠지만, 조만간 우리 집안에 귀한 손님이 한 분 찾아올 예정이지.”


“아, 예에, 그분의 대접을 제게 맡기고 싶으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소. 혹시나 해서 묻는 것인데 성계 그놈이 뭐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는 않았소?”


으음···


이게 부모의 감인가 뭔가 하는 것인 모양이다.


뭐어, 곧이곧대로 대답해 줄 수도 있기는 하지만 비밀을 지켜 주기로 약속하기도 했고,


굳이 이자춘에게 이성계의 치부를 들춰내어 이성계의 반감을 살 필요도 없으니, 여기서는 그냥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 주기로 하자.


“글쎄요. 딱히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만···”


“그렇소? 허, 녀석 조금은 성장했군.”


그리 중얼거린 이자춘의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떠올랐다.


역시, 곧이곧대로 말을 꺼내지 않길 잘한 것 같았다.


“크흠, 미안하오, 잠시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 버렸군.”


“하하, 괜찮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걱정하는 게 뭐 그리 미안할 일이라고요.”


“이해해 주어 고맙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내가 그대에게 전할 말이란 그대가 대접할 손님에 관한 이야기요.

어지간해서는 비밀로 할 생각이었지만··· 먹는 상대를 위한 요리를 만드는 것이 그대의 특기이지 않소.”


“그렇지요.”


“곧 찾아올 손님을 위해 그대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해 달라는 뜻에서 손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 이야기는 철저히 비밀로 해야 할 거요.”


그리 말한 이자춘은 내게 예의 손님. ‘여진족 족장’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이 무엇이고, 나이가 몇이며.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와 같은 잡다한 정보들을.


작가의말

오늘도 재밌게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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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주방 +3 24.08.31 1,218 59 13쪽
7 7. 식객 +5 24.08.30 1,259 65 12쪽
6 6. 오믈렛 +5 24.08.29 1,271 61 12쪽
5 5. 쌍성 +3 24.08.28 1,328 67 12쪽
4 4. 카간의 요리사 +5 24.08.27 1,456 6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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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프롤로그 +11 24.08.27 1,819 7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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