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너무 잘 팔려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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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만.
작품등록일 :
2024.08.09 12: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8:3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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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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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망한 의사

DUMMY

아침 해가 창가를 비추던 의원 진료실에서, 나는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미처 녹지 않은 설탕이 내 혀 끝에 녹아든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접수 데스크 김간이 예뻐서인지, 커피 맛도 달게 느껴졌다.


“다가올 인생은 이런 맛일거야.”


나는 커피를 마시며 서울에서 있었던 지난 일들을 떠올렸다.


환자를 보는 대신 미생물학을 전공하겠다고 미생물학 대학원을 다니다가 때려치고 내과 1년차로 들어갔다. 그런 후


내과 의사 자격증을 손에 쥔 그날, 나는 닥터론으로 5억을 빌렸다. 이자율 7%. 서울에서 개원하려면 그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잘될 거라 믿었다. 환자가 없어 파리 날리고 수입을 늘리기 위해 미생물 영양제를 팔기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부작용이 없다고 조금 과장 했을뿐인데 별일 있겠어?"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계속 팔았다. 하지만 그게 화근이었다. 과장광고로 면허정지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내가 쌓아올린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의원을 말아먹은 뒤, 내 손에 남은 건 5억원의 빚 뿐이었다.


고향으로 내려와 부원장으로 일하게 된 지금의 모습까지.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숨만 쉬어도 한 달 이자가 300만 원. 매달 300만원을 갚아도 이자만 메꿔진다. 원금까지 메울려면 그 배를 벌어도 15년이 걸린다.


나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이번엔 절대 실패하지 않을 거야. 반드시 매출을 올리고, 이 빚을 갚아내고 말겠어."


굳게 다짐하는 내 마음속에는 그저 살아남겠다는 간절함뿐이었다.


그러던 중,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부동산 업자였었지만 화술을 기반으로 지금은 고향에서 잘 나가는 목사인 아버지는 평소와 다르게 무거운 목소리로 나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하자며 교회로 오라고 했다.


아직 진료 시작 시간까지는 1시간가량 여유가 있었다.


또 무슨 얘기를 할려고.


차를 몰고 교회에 도착하자, 아버지는 나를 접견실로 불러들였다.


"건우야, 너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

“무슨 일이신데요?”


"사실 너한테 얘기 안 한 게 있는데, 네 할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땅이 하나 있단다.“

“땅이요? 어디에 있는 땅인데요?”


“충남에 있는 땅이란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아버지는 서랍에서 토지대장을 꺼내 나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위치만 보고 단번에 문제점을 파악했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근처에 위치한 시골땅 이었다.


“시골이라 땅이 잘 안 팔려서죠? 땅값이 오를 줄 알고 기다리다가 오히려 돈만 날리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아버지도 빨리 그 땅을 처분하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나도 그게 맞는 걸 알지. 그런데 이 땅이 팔리질 않으니 걱정이란다."


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선산 같은데 팔리지도 않는거 갖고만 있다가 재산세만 날리는 그런 시나리오는 흔하디 흔했기 때문. 싸게라도 빨리 팔았으면 좋겠는데.


"그럼 이 땅을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아버지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혹시 지역주택조합이라고 들어봤니?”

“네. 그거 원수한테 추천하라고 하던거 아닌가요.”


그러자 아버지는 흠칫하시며 말을 이어가신다.


"네가 잘 안다니 그러면 이야기가 쉽겠구나. 네가 이 땅에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해보는 건 어떻겠니?“

“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진료 개시 전에 갑자기 뭔...


내가 어이없어 하자 아버지는 아랑곳 않고 계속 설명하셨다.


“교회 공동체 실버 타운을 만든다하고 땅을 조합 비용으로 구매하면 문제없이 팔 수 있을게다. 네가 의사로서 얼굴 마담이 되어 준다면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 쉬울 테고."


나는 아버지의 말을 곰곰이 되새기며 혼란스러웠다. 의사로서의 내 역할과 주택단지 개발이라는게 잘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잘 안되면 욕만 잔뜩 먹을텐데 뭐하러 굳이? 의사로 돈 벌면 되는데.


"알겠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죠," 나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생각해보겠다는건 안 하겠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구나, 건우야. 5만5천평을 평당 5만원에 팔면 그 돈으로 교회를 확장 이전하고 너도 검진센터 개원을 할 수 있을게다.“


네네. 팔리지도 않는 시골 땅 쪼가리 팔아서 돈을 버느니 차라리 진료를 봐서 검진센터 여는게 더 빠르겠어요.


환자분들 기다리실라. 얼른 가자.


나는 아버지를 뒤로 하고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들었다.


“몇 평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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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지상파 방송국 취재 +1 24.09.01 169 9 9쪽
24 오해의 대가 +1 24.08.31 195 12 7쪽
23 서로가 오해하다 +1 24.08.30 209 12 9쪽
22 접전지 +1 24.08.29 213 12 7쪽
21 불을 지피다 +1 24.08.28 250 13 8쪽
20 군수를 만나다 +2 24.08.27 282 14 9쪽
19 조합총회 +1 24.08.26 301 13 10쪽
18 계약금 완납 +1 24.08.25 321 14 9쪽
17 조합장을 노리는자 +1 24.08.24 342 14 9쪽
16 무허가 처리업자 +2 24.08.23 399 14 9쪽
15 누가 내 땅에 쓰레기를? +1 24.08.22 381 14 8쪽
14 계약조건 +2 24.08.21 383 15 9쪽
13 실수로 십일조를 너무 많이 냄 +1 24.08.20 377 13 10쪽
12 접대 +1 24.08.19 371 14 9쪽
11 백마진 +1 24.08.18 372 14 9쪽
10 새로운 부지 +1 24.08.17 399 15 9쪽
9 VR모델하우스 +1 24.08.17 413 16 10쪽
8 재무제표 +1 24.08.15 439 17 8쪽
7 맞선약속 +1 24.08.14 468 16 9쪽
6 날카로운 질문 +3 24.08.13 496 18 9쪽
5 농업회사법인 설립 +3 24.08.12 527 16 10쪽
4 조합원 모집 시작 +3 24.08.11 587 17 10쪽
3 개발구상도 +3 24.08.10 693 21 9쪽
2 목사아들 +4 24.08.09 946 25 10쪽
» 인생망한 의사 +3 24.08.09 1,099 28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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