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너무 잘 팔려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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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만.
작품등록일 :
2024.08.09 12: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8:33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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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400
글자수 :
104,545

작성
24.08.15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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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재무제표

DUMMY

맞선 장소는 고급 한식당. 정갈하게 차려진 상 앞에서 우리는 처음 인사를 나누었다. 회계사인 그녀는 예쁘장한 외모에 첫인상부터 차분하고 지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그녀가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

“저도요. 회계사라고 들었는데, 정말 대단하시네요. 일이 힘들지 않으세요?”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직업에 대해 설명했다.


“저도 재밌어서 하는거니까요. 회계사라는 직업은 기본적으로 재무제표를 읽어내는 일이에요. 기업의 재무 상태를 분석하고, 성과를 평가하죠.”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관심이 생겼다.


“그럼 주식 같은 것도 잘하시겠네요? 재무제표를 보면 어떤 회사가 잘될지 예측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생각처럼 간단하지는 않아요. 재무제표는 과거의 성과를 보여줄 뿐이에요. 미래를 예측하는 건 별개의 문제죠. 사실 재무제표만 보고 투자하는 건 위험해요.


회사 내부에서 미래에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는지, 혹은 시장의 변화 같은 것들은 외부에서 볼 수 없으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는 척했다.


“그렇군요. 그럼 회사 내부 사정을 모르면, 재무제표만으로는 한계가 있겠네요.”

“맞아요. 그래서 회계사라고 주식을 잘 하는건 아니랍니다. 대신 잘 하는건 따로있죠.“


"그게 뭔가요?"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보고서의 신뢰도를 검증하는 거죠. 하지만···”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때로는 기업이 고객이기 때문에, 그들의 비리를 숨겨줘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오호라, 유도리가 있군요.”


그녀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으니까요. 정직하게만 살 수는 없을 때도 있으니까...”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 단순한 회계사는 아니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사람인가?’


자고로 여자라면 부드러운 부분이 있어야 하는 법. 나는 그녀에게 더 호감을 느꼈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내가 추진하는 일도 더 수월해질지도 모르겠어.’


그날 대화는 생각보다 깊어졌고, 그녀에게서 기대 이상의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그녀도 나에 대해 궁금해 한다는걸 빼면.


“그런데··· 혹시 실버타운 주택조합은 잘 되가나요? 아버지께서 말씀하셔서 궁금하더라고요.”


그녀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


나는 속으로 긴장했다.


‘이건 생각지도 못한 상황인데···’


회계사인 그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하지만 표정을 관리하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 그거요? 네, 지금 꽤 잘 진행되고 있어요. 좋은 취지의 프로젝트죠.”

“그렇군요. 그런데 제가 회계사라 그런지, 자꾸 숫자에 눈이 가네요. 혹시 조합 회계 처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혹시나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제가 도와드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그녀는 부드럽게 물었지만, 그 말 속에는 날카로운 의심이 숨겨져 있는 듯했다.


나는 당황했지만, 재빨리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다.


“오, 정말요? 그런 도움을 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근데 사실 지금은 초기 단계라서 구체적으로 회계 쪽은 아직 정리가 안 됐어요. 물론 나중에 도움을 요청할 기회가 있겠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회계는 항상 중요하니까요. 만약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저한테 말씀하세요. 돈관리는 세무사가 하나요?”

“아 제 변호사 친구가 맡고 있습니다. 변호사가 세무사 업무까지 할 수 있더군요.”


“변호사... 친구요?”


나는 속으로 ‘실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 친구가 돈 관리를 한다는 건 그녀에게 불투명하게 일을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그 친구는 정말 믿을 만한 사람입니다. 하늘대학교 로스쿨도 나오고 일처리도 똑부러지게 잘 하죠. 모르는 사람한테 맡기는것보다 아는 사람이 낫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고 있지요.”

“아하...”


“하지만 만약 회계적인 부분에서 조금이라도 불안한 점이 있다면, 그때는 꼭 은서씨의 도움을 받고 싶어요. 아무래도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할 때가 있겠죠.”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하지만 항상 조심하는 게 좋아요. 아무리 믿을 만한 사람이라도, 회계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언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도 여러 가지로 많이 배우고 싶어요.”

“저도 건우씨하고 이렇게 이야기 나누는 게 즐거워요. 앞으로도 자주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어요.


그날 만남은 무난하게 끝났다. 나는 안도하며 돌아섰지만, 마음 한구석에 불안이 남아있었다.


‘이 상황,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지?’


그녀가 회계 문제를 직접 들여다본다면, 조합의 허점을 금방 알아챌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앞으로 그녀의 호감을 얻어야만 했다. 그렇게 하면, 그녀가 조합의 회계 문제를 깊이 파고들지 않도록 할 수도 있을 테니까.


나는 그날 헤어지자마자 집에가서 그녀에게 귀가를 잘 했는지, 다음 애프터는 언제 할지 문자를 보냈다.


***


효천은 고민스러운 목소리로 나에게 전화해 말을 꺼냈다.


"건우, 조합원이 모집되면서 추천인 보상금을 사람들이 요구하는데,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조합원이 전부 모집되었을 때 한꺼번에 줄지, 아니면 추천인으로 가입 후 계약금을 넣은 시점부터 지급할지 결정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답했다.


"임의로 탈퇴하는 건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니까 보상금을 바로 줘도 괜찮을 것 같아. 그렇게 하면 조합원들의 신뢰도도 높아질 테고."

"알겠다. 그런데 박준수라는 사람이 10명에게서 추천인으로 적혔다. 그럼 2천만 원을 지급해야하는데 맞지?"


그 말을 듣자 나는 놀랐다.


"박준수가 10명을 모았다고? 대단하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사람들을 잘 모으는지 궁금해지네."

"그러게. 이 사람은 정말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래. 내가 한번 박준수와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볼게. 이 정도로 사람을 모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우리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나는 박준수와 조용한 일식집에서 만나 그에게 약속한 돈을 건넸다.


여긴 CCTV가 있을테니 나중에 문제 생겨도 괜찮겠지.


“아이고 건우 형제님 감사합니다. 벌써 보상금을 받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사람들을 잘 모으셨나요?”


박준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간단합니다. 일단 제 친구들이나 친척들, 그리고 교회 내 인맥들을 전부 동원했습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소개하는 것보다 아는 사람이 소개해주는 게 신뢰가 더 가잖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들었다.


“아, 그래서 그렇게 많이 모인 거군요. 그래도 약속잡기 어렵지 않나요? ”

“그렇죠. 그래서 밥을 사준다고 하면서 만나자고 하면, 거의 다들 만나줍니다. 사람들은 공짜 밥을 잘 거절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약속 잡는 게 어렵지 않았어요.”


그의 말에 나는 생각에 잠겼다. 박준수의 접근 방식이 효과적이긴 했지만, 그걸 활용할 더 큰 방법이 떠올랐다. ‘밥 한 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의 방식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강력했다.


나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방법, 아주 유용하군요. 저도 한번 써봐야겠습니다.”


박준수는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도해보세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쉽게 마음을 열 겁니다.”


이 대화에서 나는 중요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박준수는 밥을 사주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음에도 아낌없이 투자해 몇백배의 이득을 얻어냈다. 나도 작은 것을 미끼로 큰 것을 노려봐야지.


나는 새로운 행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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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예상치 못한 방송 +1 24.09.02 170 8 8쪽
25 지상파 방송국 취재 +1 24.09.01 169 9 9쪽
24 오해의 대가 +1 24.08.31 195 12 7쪽
23 서로가 오해하다 +1 24.08.30 209 12 9쪽
22 접전지 +1 24.08.29 212 12 7쪽
21 불을 지피다 +1 24.08.28 250 13 8쪽
20 군수를 만나다 +2 24.08.27 282 14 9쪽
19 조합총회 +1 24.08.26 301 13 10쪽
18 계약금 완납 +1 24.08.25 321 14 9쪽
17 조합장을 노리는자 +1 24.08.24 342 14 9쪽
16 무허가 처리업자 +2 24.08.23 399 14 9쪽
15 누가 내 땅에 쓰레기를? +1 24.08.22 381 14 8쪽
14 계약조건 +2 24.08.21 383 15 9쪽
13 실수로 십일조를 너무 많이 냄 +1 24.08.20 377 13 10쪽
12 접대 +1 24.08.19 371 14 9쪽
11 백마진 +1 24.08.18 372 14 9쪽
10 새로운 부지 +1 24.08.17 399 15 9쪽
9 VR모델하우스 +1 24.08.17 412 16 10쪽
» 재무제표 +1 24.08.15 439 17 8쪽
7 맞선약속 +1 24.08.14 468 16 9쪽
6 날카로운 질문 +3 24.08.13 496 18 9쪽
5 농업회사법인 설립 +3 24.08.12 527 16 10쪽
4 조합원 모집 시작 +3 24.08.11 587 17 10쪽
3 개발구상도 +3 24.08.10 693 21 9쪽
2 목사아들 +4 24.08.09 946 25 10쪽
1 인생망한 의사 +3 24.08.09 1,098 28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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