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너무 잘 팔려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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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만.
작품등록일 :
2024.08.09 12: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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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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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십일조를 너무 많이 냄

DUMMY

저녁은 그렇게 애매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건설사 측이 떠난 후, 효천이는 만복한 듯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며 나에게 말했다.


"건우, 오늘 정말 잘했다. 리베이트는 덥석 물면 안 돼. 교인이 되라는건 거절하는걸 돌려말하는거지?"

“아니. 난 진짜 리베이트를 받을건데.”


“무슨 말이냐? 받을거면 받지 교인이 되라는건 무슨 소리야.”

“교인이 되면, 내야 하는게 있지.”


“뭔데 그게?”

“수입의 십퍼센트.”


효천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그냥 리베이트 받는 게 더 간단하지 않나?"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리베이트를 현금으로 받으면 꼬리가 잡힐 가능성이 커. 요즘 같은 세상에 다들 눈이 매서우니까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될 수 있지.


하지만 교인이 되게 만들어서 십일조로 바치게 하면 합법적으로 돈을 받을 수 있잖냐."


"그거 괜찮은 방법이군."

“거기다가 나는 용역으로도 받을 생각이 있지.”


“용역? 그건 무슨 말이냐. 직원들한테 일시키게?”

“뭐 대충은. 현금으로 전부 받는것보단 그게 덜 증거가 남으니까. 리스크 분산이지.”


“그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 같은데. 제약회사 직원들이 의사들 운전기사하고 심부름하고 잔디 깎아주는것도 리베이트로 처벌 사례가 있다.”

"하지만 교인이 되어서 봉사 활동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그것까지는 내가 막을 수 없지.“


효천이의 눈이 빛나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하면 모든 게 깔끔하게 처리되겠군."


***


이석윤 부장은 소파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김건우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가 정말로 거절한 걸까? 아니면 뭔가 숨겨진 의도가 있는 걸까? 주먹을 쥐었다 풀며 자신에게 다시 물었다.


“그냥 거절이었다면, 교회 얘기는 왜 꺼냈을까? 시간낭비일 수도 있겠지만, 만약 150억짜리 주택 시공에 공장, 상가까지 포함된다면...”


이석윤 부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건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김건우가 말한 대로라면, 이 프로젝트의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 있고 특히 100가구에서 추가로 지을 가능성까지 있다고 했다.


만일 500억원 이상의 계약이라면 자신이 상무보로 승진할 가능성까지 있다.


눈을 감고 깊이 생각했다.


"교회에 참석해서 김건우의 진의를 파악하는 게 맞는 선택이겠지?"


결국, 결정을 내렸다.


“그래, 교회에 가보자. 직접 확인해 보는 게 가장 확실해.”


며칠 뒤, 이석윤 부장은 양복을 차려입고 교회를 찾았다. 주말 오전이라 사람들로 붐비는 교회 앞에서 김건우를 찾던 중 얼마 지나지 않아, 김건우가 다른 교인들과 함께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석윤이 다가가자 김건우가 그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 부장님, 여길 다 오셨네요."

"네, 뭐 김 대표님 말씀도 있었고, 저도 한 번 와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교회는 사람을 새롭게 하는 곳이니까요."


잠시 후 예배가 시작되었고, 이석윤은 자리에 앉아 주위를 살폈다. 최대한 김건우의 눈에 띄기 위함이었다. 그런 후 김건우가 왜 교회를 언급했는지, 그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계속해서 관찰했다. 김건우의 진정한 의도를 알고 싶었다.


하지만 김건우는 무심한 듯, 이석윤을 한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예배가 시작되고, 목사의 설교가 끝나자 이석윤은 이제야 지루한 시간이 끝났구나 하고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자 잠시 후, 김건우가 상자를 들고 회중석 사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석윤은 그 장면이 생소했다. 사람들은 각자 종이봉투에 무언가를 담아 상자에 넣고 있었다.


‘저건 뭐지?’


이석윤은 잠시 고민하다가, 곧 깨달았다.


‘아, 십일조구나... 봉투에 담아서 돈을 내야하는가보군.’


그 순간, 이석윤은 자신의 가방 안에 직원들에게 줄 금일봉을 담아 둔 봉투가 있음을 떠올렸다.


‘금일봉은 빼고 현금 조금 넣어서 십일조를 내야겠어.‘


그는 급하게 금일봉 봉투에서 돈을 빼내려 했지만, 김건우가 이미 자신의 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젠장’


김건우가 상자를 이석윤 쪽으로 내밀었다. 이석윤은 당황한 나머지 금일봉이 담긴 종이봉투를 그대로 김건우에게 내밀어 버렸다. 직원들에게 나눠 줄 금일봉인지라 두툼하게 오만원짜리가 가득한 봉투였다.


김건우는 밝은 미소로 그 봉투를 받아 상자에 넣었다.


“감사합니다, 이 부장님. 좋은 곳에 쓰겠습니다.”


이석윤은 미처 상황을 수습할 겨를도 없이 김건우의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어쩌지...?’


하지만 이미 늦었다. 김건우는 상자에 봉투를 넣고 다른 교인들에게로 향했다. 이석윤은 땀을 흘리며 자리에 앉았다.


‘설마 이걸 되돌려 받을 수도 없고···’


그렇게 헌금시간도 끝나자, 김건우가 다가왔다.


"이 부장님, 정말 마음이 크시네요. 그렇게 많은 헌금을 하시다니...“


이석윤은 속이 쓰렸지만, 실수를 인정할 수도 없었다.


"아, 예... 뭐, 좋은 일에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예배 어떠셨나요?"


이석윤은 솔직하게 답했다.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김 대표님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이석윤은 교회에 온 것을 내심 후회했다.


김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람은 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이곳에서는 더더욱 그렇죠. 우리 함께 좋은 일을 해봅시다."


이석윤은 그의 말을 가만히 들으며 생각했다.


‘함께 좋은 일을 해보자고? 시공사로 선택할 여지가 있단 말인가? 좀 더 교회에 나와야겠군.’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예배 때...”

“아. 이 부장님. 혹시 다음주 토요일에 시간 되시는지요?”


‘설마 사업 이야기를 꺼내려는 건가?’


“네 물론입니다. 어디에서 뵐까요?”

“교회에서 만나죠.”


이석윤은 그 말을 듣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금일봉을 낸건 아깝지만 사업을 수주할수만 있다면 그까짓 금일봉쯤이야.


이석윤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서류를 펼쳤다. 공사 개요와 주택 도안, 그리고 시공 방법 등을 정리하는 작업에 바로 착수했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지만, 머릿속은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어떻게든 이 계약을 성사시켜야 해.'


컴퓨터 화면에 집중하며 이석윤은 속으로 다짐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 계약만 성사되면, 상무보 승진도 문제없을 거야."


그는 공사 개요서를 세밀하게 검토하고, 주택 도안의 각종 세부 사항을 수정해가며 자료를 작성했다. 지친 손끝이 키보드를 두드릴 때마다 이석윤의 눈 밑 다크서클은 점점 더 짙어졌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매일 같이 밤을 새우며 작업을 마친 이석윤은 컴퓨터 화면을 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 다 됐다··· 김대표. 계약 안 하곤 못 배기겠지..."


하지만 다음 날, 교회에 도착한 이석윤은 깜짝 놀랐다. 교회 마당에는 배추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고춧가루와 소금 등 김장 재료들이 잔뜩 준비되어 있었다. 이석윤은 당황스러워 고개를 갸웃거리며 김건우를 찾았다.


김건우가 다가와 말했다.


"아, 이 부장님, 오셨군요. 오늘은 다 함께 김장을 할 겁니다."


이석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김장···요? 저를 여기 부른 이유가 김장을 하자는 거였습니까?"


김건우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 오늘은 우리 신도들이 함께 김치를 담그는 날이에요. 이 김치가 겨울 내내 우리 교회 식구들을 먹여 살릴 거거든요."


이석윤은 속으로


‘이 미친놈이 설마 나를 봉사활동에 끌어들인 건가?’


하지만 아직 확실하지는 않은 터였다. 이석윤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군요··· 그럼, 저도 도와드리죠."


이석윤은 주저하며 김장을 시작했다. 손은 거칠어지고 땀은 삐질삐질 흘러내렸다. 신도들이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자신이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아무튼 일은 벌써 시작되었다.


한참이 지나고, 마침내 김장을 모두 마치자 김건우가 이석윤에게 다가와 말을 꺼냈다.


"이 부장님,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김치로 주택조합을 먹여 살릴 겁니다."


이석윤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이 김치로요?"


김건우는 웃으며 말했다.


"맛있어 보이죠? 드셔보세요. 이게 전라도 출신인 현경 자매가 만든 레시피라 그렇습니다. 이번 김치는 회원들에게 공짜로 줄거지만 주택조합이 성공하면 돈받고 팔 예정입니다."


이석윤은 한 입 먹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은 좋네요. 그런데 이렇게 김치를 무상으로 다 줄려면 자금도 만만치 않게 들겠군요."


김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교회에 돈이 많이 필요해요... 신도들이 헌금을 팍팍 해야할텐데 말이죠.”


이석윤은 김건우의 말에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김건우는 이어서 말했다.


"요즘 일손도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 회원들 중에 봉사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주택사업도 잘 될거 같고..."


그제서야 이석윤은 김건우의 진의를 알아차렸다. 김건우가 원하는 건 단순한 리베이트가 아니라 교인으로 가장해서 돈과 노동력을 바치란 말이었다.


"김 대표님 앞으로 제가 교회에 더 많이 헌신하고 십일조도 더 많이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직원들도 함께 교회에서 봉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건우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 부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이 부장님의 결단을 축복하실 겁니다. 아니 이젠 이형제님이군요. 그럼 접견실에서 사업이야기를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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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누가 내 땅에 쓰레기를? +1 24.08.22 381 14 8쪽
14 계약조건 +2 24.08.21 383 15 9쪽
» 실수로 십일조를 너무 많이 냄 +1 24.08.20 376 13 10쪽
12 접대 +1 24.08.19 371 14 9쪽
11 백마진 +1 24.08.18 372 14 9쪽
10 새로운 부지 +1 24.08.17 399 15 9쪽
9 VR모델하우스 +1 24.08.17 412 16 10쪽
8 재무제표 +1 24.08.15 438 1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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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농업회사법인 설립 +3 24.08.12 526 16 10쪽
4 조합원 모집 시작 +3 24.08.11 587 17 10쪽
3 개발구상도 +3 24.08.10 693 21 9쪽
2 목사아들 +4 24.08.09 946 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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