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너무 잘 팔려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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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만.
작품등록일 :
2024.08.09 12: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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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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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회

DUMMY

방송에 여기저기 얼굴을 비친 이후, 내 이름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래서인지, 내 휴대폰이 쉴 틈 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인터뷰 요청이었지만, 그중에는 의대 동기들의 메시지도 있었다.


"건우. 방송 잘 봤다. 동기들도 너를 보고 싶어하는데 한 번 만나자."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정형외과에 간 이예준이었다.


짜식이 정형외과 레지던트 시절에는 내과에 신세를 질일이 있을 때마다 굽신거리던 녀석이 전문의를 따고 혼테크에 성공해 압구정에서 개원하자 태도가 돌변한 녀석이었다.


물론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지만.


나는 그런 동기들의 연락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놈들, 내가 개원 망했을 때는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이제 와서 만나자고?


대박이 났다는 소식에 달려드는 모습이 참으로 가증스러웠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호기심이 일었다. 이들이 나를 어떻게 대할지, 그리고 나는 이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들이 제안한 약속 장소로 나갔다. 한남동의 고급 한우집이었다.


이곳은 참 오랜만이었다. 과거 잘나가던 시절, 가끔 들르던 곳이었지만 개원 망한 뒤로는 발길을 끊었던 곳이다. 오늘 다시 이곳에 오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에서 만날 동기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식당에 들어서자, 반가운 듯 손을 흔드는 동기들이 보였다.


"오! 건우 여기야, 여기!"


동기들은 목소리가 한층 들떠 있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말이다.


‘아 친구 맞나?’


아무튼, 나는 센터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결국 동기들의 관심사는 하나로 집중되어 있었다. 가장 먼저 입을 연건 성형외과로 개원한 김준휘였다.


"근데, 너 요즘 진짜 잘나간다면서? 방송 보고 깜짝 놀랐어."

“그러냐. 방송봐줘서 고맙다.”


나는 최대한 시크하게 별것 아닌척 했다.


그러자 이예준이 훅 치고 들어온다.


“얼마나 벌었냐? 그 정도로 대박이 났으면 꽤나 벌었을 것 같은데?"

"그래, 요즘 얼마나 벌어? 솔직히 말해봐. 우리도 좀 자극받아야지."


이예준과 김준휘는 무엇보다 내 수입이 궁금한 눈치였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이 자식들이, 내가 그동안 무시당해온 걸 알고도 이렇게 묻는 걸까? 속이 뒤틀렸지만, 그들 앞에서 약해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뻥을 치게 되었다.


"음, 뭐··· 그렇게 많이 벌진 않았어."


나는 일부러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미 내 표정에서 자신감이 묻어났을 것이다.


"아니, 구체적으로 얼마나? 그냥 대충만이라도 알려줘봐."


예준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한껏 허세를 부리며 말했다.


"글쎄··· 작은거... 1장정도?"

“1장??? 얼마만에 번거야?”


“한달 좀 더 됐나.”


물론 실제론 더 걸렸지만, 굳이 솔직하게 밝힐 이유가 없었다. 이 자식들 배아프라고 과장좀 해야지.


"작은 거 한 장? 한 장이면··· 1억?"


아. 작은거라고 해서 1억으로 알아 들었군.


녀석들은 다소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예준 눈에는 살짝 조소가 떠올랐다.


"그래도 1억이면 대단하긴 한데, 너처럼 그렇게 떠들썩하게 방송까지 탈 정도는 아니잖아?"


그 말에 나는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이 순간을 위해 기다렸다는 듯, 느긋하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무슨 말이야? 10억인데.”


내 말이 끝나자, 동기들의 얼굴이 일순간 굳었다가, 이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녀석들은 정말 놀란 듯했다.


"뭐? 10억이라고? 진짜로?"


나는 그 반응을 즐기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10억. 생각보다 잘 되더라고."


순간, 녀석들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방금까지 나를 얕보던 기색이 완전히 사라지고, 당혹감과 놀라움이 뒤섞인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표정이 급변했다. 이제는 더 이상 얕잡아 보지 않고, 오히려 나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 혹시 나도 좀 도와줄 수 있겠냐? 잠깐만 쓰고 갚을게. 요즘 중국인 환자들이 안 와서 병원이 많이 힘들어서 말이야."


김준휘의 말에 나는 속으로 통쾌함을 느꼈다. 이 자식들, 내가 망했을 때는 아무런 관심도 없더니, 이제 와서 내 돈에 기대려는 꼴이 우습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답했다.


"뭐, 나중에 기회가 되면 도와줄게. 지금은 좀 바빠서 말이야. 다들 열심히 살아야지, 안 그래?"


내 말에 녀석들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황스러운 표정을 보며, 나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승리감에 젖어들었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그들보다 위에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기까지 했다.


오늘 나오길 정말 잘 했어.



***

그날도 복지센터는 귀농창업 자금을 신청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접수 창구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행정복지센터의 담당자인 이소연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주택조합과 관련된 신청서가 쏟아지면서 업무량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이게 몇 번째야... 언제쯤 이 일들이 끝날까?'


책상 위에는 각종 신청서와 사업계획서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녀는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소연 주무관님, 이 서류들도 검토 부탁드립니다."


동료 직원이 또 다른 서류뭉치를 그녀의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소연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첫 번째 서류를 펼쳤다. 김건우 주택조합과 관련된 신청서였다. 최근 들어 이 조합과 관련된 신청서들이 부쩍 늘어났고, 심사 점수도 유난히 높았다.


'이상하네... 어떻게 이렇게 모두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 사업계획서 내용도 별로 특별할 것 없는데.'


이소연은 하나하나 서류를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하지만 볼수록 의문이 커져만 갔다. 계획서의 내용은 대체로 비슷했고, 일부는 거의 복사한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이렇게 허술한 계획서가 높은 점수를 받다니...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해.'


그녀는 자신의 의심을 확인하기 위해 이전에 심사된 다른 신청서들과 비교해보았다. 확실히 김건우 주택조합과 관련된 신청서들은 다른 신청서들보다 훨씬 후한 점수를 받고 있었다.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야. 이렇게 불공정하게 진행되면 안 되지.'


이소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심을 내렸다. 이 문제를 군수에게 직접 문의해보기로 한 것이다. 비록 긴장되었지만, 그녀는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가볍게 숨을 고르고 군수실에 노크를 했다.


"들어오세요."


군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소연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군수는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훑어보고 있었다. 그녀를 보자마자 군수는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오, 이 주무관. 무슨 일이죠?"


이소연은 조심스럽게 자리 앞에 섰다.


"군수님, 귀농창업 자금 심사와 관련하여 몇 가지 문의드릴 사항이 있어서 왔습니다."


군수는 의자를 뒤로 젖히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요?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이소연은 준비해온 서류들을 꺼내며 말했다.


"최근에 김건우 주택조합과 관련된 신청서들이 계속해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업계획서의 내용이 다른 신청자들에 비해 특별히 우수하지 않은 것 같아서요. 혹시 이에 대해 알고 계신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군수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미묘한 변화가 스쳤다. 하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주무관, 김건우 주택조합은 우리 군에 큰 도움이 될 사업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고,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예요. 그러니 당연히 지원을 좀 더 해주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이소연은 군수의 말에 당황했다.


"하지만 군수님, 심사는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다른 신청자들도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했는데, 이렇게 특정 조합에만 혜택을 주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군수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낮췄다.


"이 주무관, 때로는 융통성이 필요한 법입니다. 우리 군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런 결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말고,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해주시길 바랍니다."


그의 말에서 묘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이소연은 입술을 깨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군수의 태도에서 더 이상 이 대화를 이어가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군수님. 생각해보겠습니다."


이소연은 가볍게 인사하고 군수실을 나왔다. 복도를 걸어가며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이렇게 넘어가면 안 돼. 이건 분명히 불공정해. 하지만 내가 더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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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예상치 못한 방송 +1 24.09.02 170 8 8쪽
25 지상파 방송국 취재 +1 24.09.01 170 9 9쪽
24 오해의 대가 +1 24.08.31 195 12 7쪽
23 서로가 오해하다 +1 24.08.30 209 12 9쪽
22 접전지 +1 24.08.29 213 12 7쪽
21 불을 지피다 +1 24.08.28 250 13 8쪽
20 군수를 만나다 +2 24.08.27 282 14 9쪽
19 조합총회 +1 24.08.26 301 13 10쪽
18 계약금 완납 +1 24.08.25 321 14 9쪽
17 조합장을 노리는자 +1 24.08.24 342 14 9쪽
16 무허가 처리업자 +2 24.08.23 400 14 9쪽
15 누가 내 땅에 쓰레기를? +1 24.08.22 382 14 8쪽
14 계약조건 +2 24.08.21 383 15 9쪽
13 실수로 십일조를 너무 많이 냄 +1 24.08.20 377 13 10쪽
12 접대 +1 24.08.19 371 14 9쪽
11 백마진 +1 24.08.18 372 14 9쪽
10 새로운 부지 +1 24.08.17 399 15 9쪽
9 VR모델하우스 +1 24.08.17 413 16 10쪽
8 재무제표 +1 24.08.15 439 17 8쪽
7 맞선약속 +1 24.08.14 469 16 9쪽
6 날카로운 질문 +3 24.08.13 496 18 9쪽
5 농업회사법인 설립 +3 24.08.12 527 16 10쪽
4 조합원 모집 시작 +3 24.08.11 587 17 10쪽
3 개발구상도 +3 24.08.10 693 21 9쪽
2 목사아들 +4 24.08.09 946 25 10쪽
1 인생망한 의사 +3 24.08.09 1,099 28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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