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너무 잘 팔려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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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만.
작품등록일 :
2024.08.09 12: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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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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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계약조건

DUMMY

이석윤은 김건우를 설득하기 위해 접견실에서 긴장된 마음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그는 그동안 준비해 온 모든 자료를 머릿속으로 되짚어보며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하자보수 5년 유지보수 서비스, 그리고 최첨단 FRP(Fiberglass Reinforced Plastic)까지··· 완벽해.’


드디어 김건우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이석윤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 대표님 그럼 제가 준비한 발표를 들어주십쇼. 저희 H건설이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들을 모두 준비해 왔습니다.”

“네 해보세요.”


“우선 저희 H건설에서는 건축 하자시 유지보수 5년을 무상으로 해드릴까 합니다.”

“네.”


“그리고 여기 설계도를 보시면 화장실, 창호, 주방 등에 들어가는 기구들을 모두 저희 H 그룹 사원가로 특별 구매하여 단가를 낮췄습니다.”

“네.”


“에... 그리고 또 저희 건설사의 특허제품인 FRP 라는 것을 적용해 철근의 무게를 낮추고 강도를 높이겠습니다. FRP는 무게가 반이지만 강도가 2배인 재질입니다.”

“좋네요.”


“잘 체감이 안 되시겠지만, 무게가 절반이면 인건비가 20% 경감됩니다. 거기다가 철근 대비 가격도 10% 저렴하니 여기서 남은 비용을 더 좋은 건축자재로 사용하겠습니다.”


하지만 김건우는 코를 파며 표정은 시큰둥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이석윤은 김건우가 정말 고단수라고 생각했다.


‘과연 협상 테이블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겠다는 건가.’


김건우는 이석윤의 열정을 담은 설명을 조용히 듣고 있다가,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은데요, 이 부장님. 그런데 솔직히, 그건 제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석윤은 당황한 듯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김 대표님께서 듣고 싶어 하시는 건···?”


김건우는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까놓고 말해봅시다. 거 얼마 줄 수 있습니까?”


이석윤은 잠시 말을 잃었다. 준비해 온 모든 기술적 설명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최대한 침착하게 답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죠. 저희는 3%까지 가능합니다. 그게 최선의 조건입니다.”


김건우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숙였다.


“아쉽네요. 저희는 시공사 측에 토목공사, 공장, 상가까지 모두 맡길 생각이었는데...”


이석윤은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정말입니까? 토목공사까지요? 몇 평 정도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대략 5만 평 정도 될 겁니다.”


이석윤은 머릿속에서 빠르게 계산을 시작했다. 토목비용을 평당 10만 원을 기준으로 하면 50억 원··· 거기다가 5만평을 토목공사를 한다는건 그만한 규모의 건물을 짓겠다는 것.


공장과 상가까지 포함하면 최소 500억 이상이 될 것이다. 그는 흥분을 감추기 어려웠다.


“4%까지 드리겠습니다. 5%는 때려 죽여도 안 됩니다 정말입니다.”


김건우는 흡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좋습니다, 이 부장님. 그럼 그렇게 진행하죠. 이제 저희도 함께 큰 일을 만들어 봅시다.”


이석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대표님. 앞으로 최고의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대화는 마무리되었고, 이석윤은 자신의 제안이 수락받은 것에 대해 기뻐하며 들뜨기 시작했다.


“아. 그런데 말씀 안 드린게 있었네요.”

“무엇인가요 대표님?”


“저 아직 조합장은 아닙니다. 아직 조합장 선거 안 했거든요. 추진위원회 대표입니다.”

“아 괜찮습니다. 대표님. 저희도 다 알아본 부분입니다. 지역주택조합 조합장은 그 특성상 처음부터 주도한 사람이 조합장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대표로 한다고 해봤자 조합원들이 불안해서 찍어주질 않습니다.”


“하긴. 이런걸 누가 하겠어요. 들이는 폼에 비해 버는 돈도 적은데.”


‘4%나 리베이트 받으면서 할 소리인가.’


이석윤은 속으로 욕이 나왔지만 참았다. 어쨌거나 조합원 모집이 된 후 계약서만 작성하면 승진은 따놓은 당상이리랴.


하지만 계약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일들이 이석윤을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


‘휴... 한시름 덜었다.’


이부장이 대충 이야기 하는걸 들어보니 나름 열심히 준비해온 듯 했다. 건축에 문외한이니 일일이 다 검사할 수도 없는 부분이고 대기업이니 일은 그럭저럭 잘 할 것이다. 그거면 됐다. 리베이트만 안정적으로 받으면 그만이니.


“오히려 중소기업이 더 골치아파. 자신의 깜냥도 모르고 덤비는. 그놈들이 일을 그르칠지, 먹튀할지 알수가 있어야지.”


다른 대기업들과 접촉해볼 수도 있겠지만 4% 그 이상을 받기는 어려워보였고 십일조 형식으로 리베이트를 줄지도 미지수였기에 H건설에 맡기기로 결심한 것.


이석윤과의 대화를 마치고 나서 나는 조합원들의 단톡방을 확인했다.


50명이 넘는 인원이기에 제법 많은 글들이 하루에도 올라온다. 요즘 일이 바빠져서 내가 답장을 잘 못했는데 조합원들 사이에서 활발히 소통하며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해주는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이민용이라는 형제였다. 그는 신학대학교를 졸업한 목사 지망생이었고 태도는 선량하고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이 사람, 참 괜찮네.’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그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카카오톡으로 치킨 기프티콘을 보내고, 단톡방 관리자의 역할도 맡기기로 했다.


곧바로 이민용에게 메시지가 왔다.


"감사합니다, 형제님! 치킨 잘 먹겠습니다. 관리자로까지 맡겨주셔서 더욱 감사드려요."

"제가 더 감사하죠 형제님.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혹시 제가 뭐 더 도와드릴 일은 없을까요?”


‘마침 홍보관 일도 힘든데 한번 맡겨볼까? 단톡방에서 답장하는거보니 주택조합에 대해 이해도도 높아 보이던데.’


"홍보관에서 일해주실 수 있을까요? 주택조합 관련 일을 좀 더 체계적으로 진행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보수는 최저임금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괜찮으실까요?"


이민용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흔쾌히 답했다.


"물론입니다! 보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주택조합의 일이라면 기꺼이 돕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형제님.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민용은 따뜻한 미소를 짓는 것처럼 느껴지는 메시지를 보냈다.


"저도 감사합니다, 형제님. 주택조합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음 날, 나는 홍보관에서 이민용을 만났다. 이민용은 나보다 젊어보이고 선한 인상의 청년이었다.


그에게 인수인계를 하기 위해 문단속 방법부터 시작해서 조합원들의 자격 및 규칙, 그리고 주택조합원이 되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혜택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민용은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표정에는 이해의 기미가 역력했다.


“이민용 형제님, 이렇게 조합원은 혜택이 많습니다. 주택도 농업창업자금으로 구매도 가능하고 김치 공장에서 안정된 보수를 받을 수 있고요.”


내가 설명을 이어나가자, 이민용은 흐트러짐 없이 집중했다.


"네, 형제님. 말씀하신 부분은 제가 잘 이해했습니다. 그러니까, 조합원은 농업창업자금을 지원할 자격을 갖추어야 하고 배추농사를 짓고 공장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는 빠르게 요점을 짚어냈다.


"맞습니다. 설명은 그 정도면 충분하고요, 그리고 문단속 방법도 중요합니다. 홍보관이 끝나면 꼭 모든 문을 잠그고, 다음 날 열기 전에 모든 것이 정돈되어 있는지 확인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문단속도 철저히 하겠습니다."


이민용은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그 순간, 손님들이 홍보관에 들어왔다. 나는 이민용이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보았다. 그는 자연스럽게 다가가 환한 미소로 인사하며, 주택조합의 혜택과 자격 요건을 막힘없이 설명해 나갔다. 그의 태도는 신뢰감을 주었고, 손님들도 그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역시, 목사 지망생답게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군.’


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이민용이 훌륭하게 목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설명이 끝난 후, 나는 이민용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민용 형제님, 정말 잘하시네요. 홍보관이 열리는 주 6일 동안 하루에 8시간씩 근무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민용은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제가 지금 일자리가 없었는데 잘 됐네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자금 관리자에게 운영비에서 임금으로 월 200만 원씩 지급해달라고 부탁할게요. 그렇게 일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민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형제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신뢰해주셔서 영광입니다. 맡겨주신 일, 충실히 하겠습니다."



***


그 시각, 김건우가 사려는 땅의 주인 오씨는 집에서 초조하게 방을 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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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군수를 만나다 +2 24.08.27 281 14 9쪽
19 조합총회 +1 24.08.26 301 13 10쪽
18 계약금 완납 +1 24.08.25 320 14 9쪽
17 조합장을 노리는자 +1 24.08.24 341 14 9쪽
16 무허가 처리업자 +2 24.08.23 399 14 9쪽
15 누가 내 땅에 쓰레기를? +1 24.08.22 381 14 8쪽
» 계약조건 +2 24.08.21 383 15 9쪽
13 실수로 십일조를 너무 많이 냄 +1 24.08.20 376 13 10쪽
12 접대 +1 24.08.19 370 14 9쪽
11 백마진 +1 24.08.18 371 14 9쪽
10 새로운 부지 +1 24.08.17 398 15 9쪽
9 VR모델하우스 +1 24.08.17 412 16 10쪽
8 재무제표 +1 24.08.15 438 17 8쪽
7 맞선약속 +1 24.08.14 468 16 9쪽
6 날카로운 질문 +3 24.08.13 495 18 9쪽
5 농업회사법인 설립 +3 24.08.12 526 16 10쪽
4 조합원 모집 시작 +3 24.08.11 586 17 10쪽
3 개발구상도 +3 24.08.10 693 21 9쪽
2 목사아들 +4 24.08.09 945 25 10쪽
1 인생망한 의사 +3 24.08.09 1,097 28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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