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너무 잘 팔려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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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만.
작품등록일 :
2024.08.09 12: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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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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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서로가 오해하다

DUMMY

“글쎄요.”


이윤석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아직 조합 설립 인가가 확정된 것도 아니고, 만약 군수가 끝까지 거절한다면··· 그 돈은 그냥 날리는 셈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저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되고요.”


나는 그의 걱정을 이해하면서도, 한편 입장이 바뀐 것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부장이 나에게 부탁하던 입장이었는데, 갑자기 내가 부탁하는 입장이 되다니. 참 인생 재밌군.‘


“맞아요, 리스크가 있는 건 사실이죠. 하지만 우리가 지금 포기하면, 여태까지 한 노력이 다 물거품이 되는 거잖아요.


여기서 멈추기엔 너무 멀리 온 것 같지 않나요?”


하지만 이윤석은 그럼에도 고민하는 듯 했다.


‘이러다간 안 된다.‘


“만약, 조합설립인가를 못 받으면 저번에 받은 십일조 다 돌려드리겠습니다.”


이윤석은 잠시 나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이내 표정이 환해졌다.


“정말 그렇게 해줄 수 있습니까?”


이윤석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묻어나왔다. 언론사에 들어갈 돈에 비하면 소수인데도 과도하게 기뻐하는 듯 했다.


‘저번에 낸 십일조가 자기돈으로 직접 낸건가보군 저리 좋아하는걸 보니.‘


“물론입니다.”

“좋습니다. 여태까지 온 거··· 올인해보겠습니다. 이번에 확실히 밀어붙여서, 군수가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만들어보죠.”


***


아침 회의실, 양군수는 마을 이장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말했다. 마을이장을 설득해, 자신에 대한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서이다.


"여러분, 그동안 주택조합이 들어선다는 이야기를 소문으로 들으셨을 겁니다. 듣자하니 그 주택조합 사람들은 이미 땅까지 사둔 것 같더군요.“


양군수는 이장들이 대답이 없자 이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저는, 주택조합을 거부할 생각입니다. 우리군 주민들과의 갈등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경제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장들은 갑작스러운 군수의 발언에 서로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해했다. 그러다 한 이장이 손을 들며 말했다.


"군수님, 근디 오늘 아침 뉴스와 신문에서 주택조합 총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었구, 이로 인해 군에 막대한 이득이 예상된다고 보도되었던디···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유."


군수는 그 말을 듣고 순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게··· 뭐라고요? 오늘 아침에 그런 보도가 나왔다 말입니까?"


또 다른 이장이 신문을 꺼내들며 말했다.


"여기 보세유, 군수님. 소식이 느리신거 같은디 첫 페이지에 큼지막하게 나왔어유."


군수는 신문을 받아들고 보도 내용을 읽었다. 첫페이지부터 대문짝만하게 보도되었다.


마을 이장들도 다 아는 사실이라면 군 주민들도 다 알 것이다.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죄송합니다. 제가 뭔가 착오가 있었나 봅니다. 다시 한 번 검토 후 이야기하겠습니다."


양군수가 회의를 끝내자, 이장들이 하나둘씩 회의실을 떠나고, 마침내 한 이장만이 남았다. 어제 특별히 보자고 한 박이장이었다.


군수는 신문을 내려놓고 박이장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이장님,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정말 주택조합을 거부하고 싶습니다."


박이장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군수님? 마을 사람들은 다들 기대하고 있는데···"


군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솔직하게 털어놨다.


"표 때문입니다.“

“표요?”


“주택조합이 들어오면 수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이사 올 텐데, 그들이 나에게 표를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요?”


“종교인들은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많아서요. 솔직히 말해서, 그들이 내 재선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박이장은 군수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군수님, 이해는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꼭 군수님에 반하는 사람들이란 보장이 있는 것두 아니구, 한번 확인은 해보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조금 있다가 그들과 만나볼 생각이긴 합니다만... 그런다고해서 정치성향까지 알수는 있을지...


어쩔 수 없군요 박이장님도 조합에 찬성하는 의견이신거 같으니.”


“저야 뭐... 마을 사람들이 좋아하니께 별수 있나요. 그런데 저를 왜 보자고 하신건가요?”

“아 아닙니다. 부탁을 드릴게 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거 같군요.”


군수는 박이장을 내보내며 말했다.


“방금 들은 내용들은 비밀로 좀 부탁드립니다.”


***


나는 아침부터 느닷없는 전화에 일찍 깨게 되었다. 발신자를 보니 재욱이다.


‘비행기모드 할걸.’


"무슨 일이야, 재욱?"


그러나 재욱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진지했다.


"건우, 방금 양군수를 만나고 오는 길이여. 그런데 네가 들어야 할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


양군수라는 말에 나는 눈이 번쩍 뜨였다.


"무슨 일이야?"


재욱은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이어갔다.


"양군수가 주택조합을 거부하는 진짜 이유를 알아냈어. 그게... 표 때문이래."

"표 때문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재욱이 설명을 덧붙였다.


"양군수가 저번 선거에서 겨우 100표 차이로 이겼잖어.


그래서 새로운 종교인들이 마을로 이주하면,

그 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까 봐 걱정하는 거여.“

“아하...”


나는 그토록 양군수가 거절하는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았는데 정말 놀라운 소식이었다.


“아마 군수가 네가 나와 친하다는 사실을 몰랐을 거여. 비밀로 해달라고 할 정도였으니께.”

“그러게 정말 운이 좋았군.”


“아 그리고 너한테 그 조합원들이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도 궁금해하는데 물어볼수가 없으니 답답해하더라."


순간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양군수의 고민을 이해하게 되니, 군수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재욱, 이건 정말 큰 정보야. 고맙다. 이걸 어떻게 활용할지 곧바로 생각해볼게."

"알겠어. 내가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언제든 말혀."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양군수가 표 때문에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오후에 있을 양군수와의 면담에서 확실히 점수를 딸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양군수에게 우리가 그의 편이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 게 중요하겠군.'


오후에 예정된 양군수와의 면담에서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나갈지 곰곰이 생각한 끝에, 나는 군수에게 우리의 지지 의사를 확실히 전하는 쪽으로 결심했다.


***


이석윤 부장은 재무부장의 사무실 문을 힘차게 열고 들어갔다. 그의 얼굴은 마치 전쟁터로 참가하는 용사와 같았다. 재무부장은 이석윤이 들어오는 걸 보자마자 바로 따져 물었다.


"이석윤 부장,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 겁니까? 어제 2천만원이면 된다고 하시더니, 오늘은 갑자기 8천만원을 더 요청하시겠다고요?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이석윤은 잠시 숨을 고르며 차분히 대답했다.


"재무부장님, 이번 계약은 300억 규모입니다. 그걸 따내기 위해선 이 정도 예산은 감수해야 합니다.


충남 언론사에 보도되는 게 계약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추가 예산이 필요한 겁니다."


재무부장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이석윤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왜 계약을 따내기 위해서는 충남 언론사에 보도가 되어야 하느냐고요.”

“영업비밀입니다.”


‘군수를 설득하기 위해 돈 쓴다고는 말 못하지. 당연히 거절할테니.’


이석윤 부장은 자세한 경위는 밝히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건 일이 잘못되면 밝혀도 늦지 않으니.


재무부장도 이석윤 부장이 숨도 안쉬고 모르쇠 답변하자 기가 막혔다.


“장난치십니까?”

“전 진지합니다.”


"그렇게 큰 돈을 투입했다가 헛되게 쓰면 어떻게 책임지시겠다는 겁니까? 회사 돈입니다, 부장님."


이석윤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책임지겠습니다. 징계를 받든, 그보다 더한 게 있든 감수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계약을 놓치면 더 큰 손실이 생길 겁니다.


지금은 승부를 걸어야 할 때입니다."


재무부장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저었다.


"이석윤 부장, 그 자신감이 틀리진 않았으면 좋겠네요. 징계뿐만 아니라 부서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일이에요."


이석윤은 굳건한 눈빛으로 재무부장을 바라보았다.


"이 계약을 따내면, 그 위험도 모두 기회로 바뀔 겁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재무부장은 마침내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 대신, 이 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부장님이 지셔야 합니다."


이석윤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전 그만한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어차피 부장으로 끝날바에 임원이라도 도전해봐야지.’


***


오후, 군수실에 들어선 나는 미리 준비한 말들을 곱씹으며 긴장을 다잡았다.


양군수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 속에는 여전히 경계심이 서려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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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군수를 만나다 +2 24.08.27 281 14 9쪽
19 조합총회 +1 24.08.26 301 13 10쪽
18 계약금 완납 +1 24.08.25 321 14 9쪽
17 조합장을 노리는자 +1 24.08.24 342 14 9쪽
16 무허가 처리업자 +2 24.08.23 399 14 9쪽
15 누가 내 땅에 쓰레기를? +1 24.08.22 381 14 8쪽
14 계약조건 +2 24.08.21 383 15 9쪽
13 실수로 십일조를 너무 많이 냄 +1 24.08.20 377 13 10쪽
12 접대 +1 24.08.19 371 14 9쪽
11 백마진 +1 24.08.18 372 14 9쪽
10 새로운 부지 +1 24.08.17 399 15 9쪽
9 VR모델하우스 +1 24.08.17 412 16 10쪽
8 재무제표 +1 24.08.15 438 17 8쪽
7 맞선약속 +1 24.08.14 468 16 9쪽
6 날카로운 질문 +3 24.08.13 495 18 9쪽
5 농업회사법인 설립 +3 24.08.12 527 16 10쪽
4 조합원 모집 시작 +3 24.08.11 587 17 10쪽
3 개발구상도 +3 24.08.10 693 21 9쪽
2 목사아들 +4 24.08.09 946 25 10쪽
1 인생망한 의사 +3 24.08.09 1,098 28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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